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올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경쟁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만큼 빠른 결단과 선제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포스코·한화·CJ·LS·셀트리온·효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글로벌 경영 환경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 인구구조 변화 등 우리가 마주한 경영 환경은 핵심 사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질적 성장을 위해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금리를 필두로 환율, 원자재, 지정학적 변수 모두 중장기적으로 예측할 수가 없고 그 자체가 리스크”라며 “가장 큰 위험은 불확실성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총수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어느 때보다 빠른 결단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과거의 문법에 기반한 사업 전략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빠른 실행’이 곧 경쟁력으로, 의사 결정, 제품 개발, 글로벌 진출, 파트너십 체결 등 사업의 모든 영역에서 속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불확실성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동반하고 그 기회는 행동하는 사람만이 손에 쥘 수 있다”며 “완벽한 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선제적 행동”이라고 역설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부터 3년간은 퀀텀 점프를 위해 혁신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며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산업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지금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추진해야 하는 때”라고 밝혔다.
AI와 로봇, 그리고 각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 신기술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글로벌 사업의 경쟁 심화를 짚고 “AI·방산 등 핵심 사업에서 미래를 좌우할 원천 기술을 보유해야 50년·100년 영속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다”며 “미래 선도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역시 “기술이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AI 전환(AX)’을 비롯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적기 대응해야 한다”며 산업 현장에서 ‘인텔리전트 팩토리’와 사무 공간에서의 ‘AI 리터러시’ 향상을 주문했다.
특히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이날 안양 LS타워서 열린 신년 하례회에서 경영 키워드를 AI에 입력하고 연설문이 도출되는 과정을 임직원에게 직접 시연하며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는 AI를 활용해 신속히 처리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 역시 이날 인천공장을 방문해 새해 첫 일정을 시작하면서 AI·휴머노이드 등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말 것을 강조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전국 기업인과 경제 5단체장, 정부 관계자 및 여야 정당 대표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개최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제인들과 관료 및 정치인들이 새해를 맞아 한자리에 모여 한국 경제의 재도약에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최태원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새로운 성장의 원년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며 “기업가 정신으로 기업부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