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 돈 100만 원’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몇 년 전만 해도 ‘위기 때 오르는 안전자산’ 정도로 인식되던 금이 이제는 주식·채권을 대체하는 핵심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하나같이 내년에도 금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달러 약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맞물리며 금 가격을 구조적으로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금 투자는 단순한 상승 베팅을 넘어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핵심으로 꼽힌다.
2일 글로벌 IB에 따르면 미국의 JP모건·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모건스탠리·웰스파고 등 ‘빅5’ IB는 모두 내년에도 금값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한 웰스파고조차 금 목표가를 트로이온스당 4700달러로 잡았고 골드만삭스는 4900달러, JP모건은 올해 말 기준 505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레고리 시어러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연준 독립성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광범위한 ‘디버스 헤지(화폐 가치 하락 대비)’ 수요가 금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금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외환보유액의 보조 수단에 가까웠던 금이 최근에는 핵심 준비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금 비중은 미국 국채 비중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준비자산 구성에서 금 비중을 늘린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금이 통화나 국채와는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라며 “자산 배분 관점에서 금은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자산이기 전에 포트폴리오 안에서 자주 움직이지 않는 위치에 놓이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팽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금 ETF의 순자산은 2023년 말 3302억 원에 머물렀지만 금값 상승과 맞물리며 빠르게 불어나 지난해 말 기준 5조 7601억 원까지 약 17배 증가했다. 상품 수 역시 5개에서 9개로 늘었다. 금 투자 수요가 실제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며 단기 테마를 넘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값 전망만 보고 무작정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접근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값이 이미 큰 폭으로 오른 만큼 향후 투자 성과는 투자 수단과 계좌 선택, 보유 방식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 금 ETF는 접근성이 높고 원화로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반면 해외 상장 금 ETF는 연 250만 원 기본공제를 적용받은 뒤 초과분에 대해 양도소득세 22%가 부과되며 금융소득과는 분리과세된다. 또 국내 금 ETF가 원화 기준 국내 시세를 추종하는지, 달러 기준 국제 금 시세를 추종하는지에 따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노출 여부도 달라질 수 있어 상품 구조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금에 투자할 계획이라면 계좌 선택 자체가 전략이 될 수 있다. 퇴직연금(IRP·DC)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면 과세 이연 또는 비과세 혜택을 통해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최근 한화자산운용은 퇴직연금 계좌에 100% 투자 가능한 혼합형 ETF ‘PLUS 금채권혼합(금 50%·국고채 50%)’을 출시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현시점에서는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내 분산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연금 계좌를 활용해 과세 이연 등의 세제 혜택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골드바나 금화를 들여오는 사례 또한 급증했지만 숨은 비용이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골드바·실버바는 세공품으로 분류돼 관세 8%와 부가가치세 10%가 부과된다. 해외 가격이 국내보다 저렴해 보이더라도 세금을 합산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투자용 금화·은화의 경우 관세는 없지만 부가가치세 10%는 부담해야 한다.
산업 수요와 실물 재고 부족이 겹치며 지난해 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은(銀)의 경우 금보다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시장 규모가 작고 투기적 수요 유입에 민감해 가격 변동 폭이 큰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은을 금처럼 장기 보유 자산으로 보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제한한 보조 자산 또는 전술적 투자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은 시장은 5년 연속 글로벌 공급 부족 상태에 놓여 있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 수요 유입 시 가격 변동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