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이 한국에서 새해 벽두부터 '빅딜'을 쏘아 올렸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케팅(230360)의 경영권 지분을 창업주로부터 전량 인수하는 한편, 시장의 잔여지분까지 모두 같은 가격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입니다. 베인은 이 거래를 위해 최대 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지난해까지 국내 증시에서는 대주주 지분에만 프리미엄을 크게 얹어 매입하면서 소액주주 지분은 사주지 않고 외면하는 M&A가 수 차례 단행된 바 있습니다. 이는 소액주주들에게도 비율대로 돌아가야 할 프리미엄을 대주주가 독식하는 행태일 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많았죠. 베인의 이번 에코마케팅 M&A가 왜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①소액주주에도 대주주와 동일한 프리미엄 적용
지난해 3월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렌탈(089860) 지분 56.2%를 주당 7만 7000원, 총액 1조 5729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당시 시가 약 2만 9000원 대비 160%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어피니티는 당시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인수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전체 주주들에게 각자의 지분 비율대로 돌아가야 할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에 몰아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었습니다.
이 M&A와 동시에 롯데렌탈은 어피니티에 주당 2만 9180원, 총 2119억 원 규모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어피니티는 주당 인수 단가를 급격히 내리는 효과를 보게 됐습니다. 반면 소액주주는 자신들이 가질 수 있었던 프리미엄을 대주주에 몰아준데 더해 적잖은 지분 희석까지 감내하게 됐습니다. 기존 롯데렌탈 소수주주인 VIP자산운용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며 롯데그룹과 어피니티를 강하게 비판했죠.
이번 에코마케팅 거래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베인은 에코마케팅의 창업주가 보유한 지분 43.6%를 주당 1만 6000원, 총액 2165억 원을 주고 전량 사들이기로 하며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면서 베인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에코마케팅의 잔여 지분 56.4%를 같은 가격인 1만 6000원, 총 2790억 원에 모두 공개매수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베인이 상장폐지를 목으로 M&A와 공개매수를 동시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소액주주에도 대주주와 동일한 프리미엄을 적용해줬다는 점은 평가 받을 만 합니다.
②공개매수 가격, PBR 1배 이상으로 제시
과거 상장사 지분 공개매수가 잇따라 펼쳐지는 과정에서 일각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지적이 또 하나 있습니다. 공개매수자가 대상 회사의 주당 인수 단가를 적정 기업가치 대비 낮게 책정해 사들인다는 것이었는데요.
2024년 7월 한화(000880)에너지는 ㈜한화 지분 8%를 공개매수 했습니다. 이 때 한화에너지의 공개매수 제시가는 ㈜한화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3배에 불과했습니다. 한화에너지는 주주들의 반발 속 지분을 약 5.2% 확보하는데 그쳤습니다.
비슷한 시기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가나안·에이션패션도 신성통상 잔여지분 22.02% 공개매수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공개매수 제시가가 PBR 0.72배에 그치면서 가나안·에이션패션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5.89%의 지분만 확보한 바 있습니다.
다시 에코마케팅 사례로 돌아옵니다. 이번에 베인이 제시한 가격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에코마케팅의 자본총계를 고려하면 PBR은 약 2.02배 수준으로 계산됩니다. IB업계 전문가는 “이론상 PBR 1배 미만에 지분 100%를 확보하면 곧장 청산해도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라며 “PBR 1배 이상은 최근 공개매수가의 최소 제시선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③사전 정보 확산 막아…선행매매 흔적 없는 듯
에코마케팅의 공개매수 계획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외인·기관의 수상한 대량 매수가 없었으며 주가 변동률이 높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시장에 공개매수 소문이 먼저 나는 것을 사전 차단해 거래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장폐지를 목표로 하는 공개매수 거래에서 발표 직전 거래량이 폭증하고 주가가 치솟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바 있습니다. 이런 불법적 사례가 계속 발견되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는데요. 실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개매수 주관을 독식하던 한 대형 증권사에서 선행매매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가 여럿 발견됐습니다.
M&A와 공개매수가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미확인 정보들이 시장에 먼저 나돌아 주가가 급등락한 종목도 적지 않았죠. 글로벌 사모펀드 EQT는 지난해 더존비즈온(012510)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하는 M&A에 나섰는데요. 시장에서는 EQT가 더존비즈온 잔여지분까지 모두 공개매수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쏟아졌고 이런 소문이 반복될 때 마다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습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실제 EQT는 더존비즈온을 공개매수해 상장폐지한다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정보가 시장에 먼저 퍼지는 등 이슈가 불거지며 결국 공개매수는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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