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떻게 해도 욕 먹는다”… 밀려드는 정치권 수사에 곤혹스러운 경찰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검찰 해체 앞두고 경찰에 몰려

김병기 관련 고발 10건 수사

'프로고발러' 공세에도 골머리

"어떻게 결론내도 '편파수사'"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부터 정치권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각종 비위 의혹이 불씨가 돼 진흙탕 싸움이 올해 더욱 큰 규모로 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 해체를 앞둔 검찰이 수사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정치인이나 시민단체가 각종 논란·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에 고발장부터 들이미는 탓에 졸지에 ‘정계 전쟁터’가 된 서울경찰청은 중요 사건 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김 전 원내대표와 전직 동작구의원 2명을 뇌물수수 및 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오는 5일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예고했다. 사세행 측은 김 전 원내대표가 2020년 총선 직전 전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 이를 반환했다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이날 오전 한 누리꾼도 온라인을 통해 김 전 원내대표와 그의 배우자, 전 동작구의원 2명 등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 직전 전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1000만~2000만 원을 받은 뒤 이를 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김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은 크게 △숙박권 수수 △공항 의전 특혜 △병원 진료 특혜 △배우자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장남 국정원 업무 동원 △장남 국정원 채용 개입 △보좌진 텔레그램 무단 탈취 △강선우 의원 금품수수 묵인 △차남 숭실대 편입 △쿠팡 대표 오찬 회동 등 10가지다. 금품수수와 관련한 두 건의 고발이 추가로 접수된다면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김 전 원내대표 관련 고소·고발은 총 12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중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전 원내대표 차남의 숭실대 편입 의혹(동작경찰서)과 쿠팡 대표 오찬 회동(서울경찰청 쿠팡TF)을 제외한 나머지 10건을 모두 수사한다.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민감한 정계 이슈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 비서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건도 아직 수사 중이다. 피해자 여성 비서관이 장 의원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으며, 장 의원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를 무고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에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 또한 장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는 등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장 의원을 옹호하는 세력과 비판하는 목소리가 부딪히고 있어 경찰 또한 쉽사리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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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감사원장(김호철) 임명동의안 등 안건에 대해 투표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감사원장(김호철) 임명동의안 등 안건에 대해 투표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상호간 주요 인물들을 고발한 사건 역시 서울경찰청이 담당한다. 국민의힘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올해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개입했다며 김민석 국무총리를 고발했다. 국정감사에서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고 자녀 결혼식에서 과도하게 축의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정성호 법무부장관과 이진수 차관 등도 고발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또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개입 의혹을 받는 권성동·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을 고발하며 맞불을 놨다.

일명 ‘프로고발러’라고 불리는 시민단체나 특정 인물의 무차별적인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칭찬한 이재명 대통령, 인사청탁 의혹을 받는 김남국 전 비서관·문진석 의원·강훈식 비서실장·김현지 부속실장, 갑질·폭언 의혹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을 줄줄이 고발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김병주·전현희·김동아·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민석 국무총리 등도 이 의원의 고발 대상에 올랐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 해체를 앞두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전에 중요한 정치권 이슈를 해결한다면 정부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다만, 여야가 모두 민감하게 대하는 고발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결론을 내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고위급 관계자는 “특정 사안에 대해 피의자를 송치해도, 무혐의 결론을 내려도 어느 한 쪽으로부터는 무조건 ‘편파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수사 속도를 두고도 빠르게 결론을 내면 ‘졸속수사’, 천천히 결론을 내면 ‘뭉개기’ 비판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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