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회일반

[솔선수법] 국제무역질서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응하는 변호사의 역할

■박효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글로벌 리스크 관리 주요 업무로 부상

시스템 사고·선제대응·리더십 갖춰야

박효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지평박효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지평




헨리 키신저는 지난 2022년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냉전기 미국 외교 전략을 설계한 거물이 현재를 과거 문법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규정한 이 발언은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변화의 배경에는 ‘복합위기(Polycrisis)’가 있었다. 미·중 경쟁에서 시작된 긴장은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치며 공급망 충격으로 번졌고, 트럼프 2기 정부부터는 중국을 넘어 동맹국까지 규제와 압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각 위기가 상호 연결돼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기업의 성장 기반이던 글로벌 공급망과 자유 무역 질서가 이제 위기의 근원이 됐다. 내수 시장이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이같은 변화는 더욱 큰 위기다. 국내 기업은 새로운 위험에 노출됐다.



지난해 글로벌 사내변호사협회(ACC)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가 글로벌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를, 44%는 CEO 자문 및 사업 전략 수립을 최고법률책임자(CLO)의 핵심 업무로 답했다. 경영진은 ‘이 선택이 3년 뒤 기업 공급망과 가치에 어떤 리스크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답을 변호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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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은 관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고, 국내외 대관 조직을 확대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도입하는 규제는 규범의 언어로 쓰여 있기에, 그 해석과 대응은 법무팀과 함께 해야 한다. 법무팀 역할은 문제가 생기면 불려가는 소방대가 아닌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미리 읽고 기업의 전략을 설계하는 ‘법률 외교(Legal Diplomacy)’로 확장됐다.

키신저가 말한 ‘완전히 새로운 시대’는 변호사에게 익숙한 둥지를 떠날 것을 요구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의 모든 영역에 스며든 지금,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다음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 시스템 사고다. 다양한 정치·경제·기술변수가 어떻게 연결돼 기업의 리스크로 전이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선제적 대응이다. 향후 규제의 방향을 미리 읽어 계약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불확실성과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책임 있게 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칼럼의 제목처럼, 법을 다루는 사람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 변호사가 사고가 난 뒤 배를 수리하는 기술자에 머물면, 기업은 매번 같은 암초에 부딪힐 것이다. 이제 변호사는 파도를 읽고, 진로를 바꾸고, 항로를 재설계하는 조타수여야 한다. 향후 수 십 년은 복합 위기와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다. 변화된 질서 속에서 기업 전략을 설계하는 것은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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