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첫 발의 이후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던 비대면진료가 15년 만에 제도권 의료 행위로 편입되면서 그동안 투자와 참여를 가로막아온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병·의원은 물론 지자체와 민간 플랫폼의 본격적인 진입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다만 제도 안착 여부는 시행령에 담길 세부 기준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초진 허용 범위와 지역 제한, 처방 가능 약물과 진료 기간 설정 방식에 따라 비대면진료가 의료 접근성을 넓히는 수단이 될지 제한적 보조 수단에 그칠지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비대면 진료 시장은 2022년 148조 원 규모에서 2032년 1290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비대면진료법 시행을 계기로 의료기관·플랫폼·지자체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련 규제가 완화된 2024년 2월~작년 2월 월평균 비대면진료 건수는 20만건이었다. 진료비가 최대 2만원 선임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연간 최소 480억~500억 원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법은 12월 24일부터 시행되며, 보건복지부는 시행 전까지 현행 시범사업 체계를 유지하고 현재 적용 중인 비대면진료 30% 가산 수가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법 시행 자체가 비대면진료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언제든 제도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병의원은 물론 민간 기업과 지자체도 투자를 주저해왔다”며 “법 시행은 비대면진료가 제도권 의료 행위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참여 주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요구하는데 의료기관이 ‘우리 병원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결국 전자처방 시스템처럼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갖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 시행 이후 시장 확대 속도는 시행령에 담길 세부 규정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는 초진은 환자 거주지와 동일 지역 내 의료기관으로 제한하는 방안, 처방 일수와 처방 제한 약물 범위 등을 시행령에 위임해 확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한이 과도할 경우 비대면진료의 효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초진·지역 제한에 따른 의료 접근성 저하를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뇨 등 만성질환은 환자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의료진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거주지역 제한은 오히려 의료 격차를 키울 수 있다”며 “질환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가(의료행위 대가) 체계 역시 핵심 쟁점이다. 의료계는 비대면진료 확산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가산 수가 유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면진료는 검사·주사·수액 등 추가 의료행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비대면진료는 구조적으로 이러한 여지가 제한적이다. 한 비대면진료 업체 관계자는 “현재 30% 가산 수가를 적용한다 해도 실제로 대면진료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느끼는 의료진은 거의 없다”며 “비대면진료에서 더 많은 의료행위를 요구하는 구조라면 오히려 수가를 더 얹어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법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수가와 세부 기준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면·비대면 진료 수가가 동일한 사례도 적지 않다”며 “법 시행 과정에서 의료계와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