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韓·덴마크, 가치로 잇는 녹색성장 동반자

■이동렬 주덴마크 대사

재생에너지로 전체 전력 81% 생산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력 협력 기대

양자·바이오 등 첨단분야 협력 확장

이동렬 주덴마크 대사이동렬 주덴마크 대사




덴마크는 우리에게 오래전부터 친숙한 나라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유년의 밤을 밝혔고, 아이들의 손끝에서 조립된 레고는 상상력에 형체를 부여했다. 여백을 사랑하는 북유럽 디자인은 비움 속에 담긴 충만함을 일깨운다. 바이킹으로 상징되는 고대 덴마크인들의 강인한 모습은 오늘날 공동체 안에서 개개인의 자율성이 조화롭게 작동하는 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덴마크는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라는 평가는 단지 수치가 아니라 이들이 선택해온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글로벌 인재 유입 지수 등에서도 최상위를 기록하는 이 나라는 단지 부유하거나 편리해서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천해온 발자취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휘게(Hygge)’라는 덴마크 특유의 감성으로 응축된다. 촛불 하나, 따뜻한 담요, 이웃과의 소박한 식사처럼 작지만 충만한 순간들.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도 휘게의 정신과 이어져 있다. 효율이나 경제성을 넘어 일상의 지속 가능성과 지구를 위한 배려가 스며 있는 선택들이다.



덴마크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 해법이 아닌 더디지만 구조적 전환의 길을 선택했다. 1991년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발전소를 가동한 후 덴마크는 재생에너지를 향해 묵묵히 걸어왔다. 그 길 위의 선택들은 마침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전력 생산의 81% 이상이 재생에너지에서 비롯됐고 풍력만으로도 53% 이상을 감당한다.

나아가 덴마크는 풍력 이후 에너지 전략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을 활용한 연료 전환(Power-to-X)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선도 중이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노보노디스크,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닐스보어 연구소를 바탕으로 국제적 위상을 제고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덴마크와의 녹색성장동맹은 한미동맹을 제외하면 우리의 유일한 가치동맹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협력의 틀을 제공한다. 즉 덴마크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격상시킬 협력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세계 최대 해운 회사인 머스크와 우리 기업들 간 진행 중인 녹색해운·친환경 선박 건조 분야 협력은 이러한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덴마크를 다시 바라본다. 안데르센 동화와 레고의 상상력, 공동체와 개인의 조화, 해상 풍력발전과 재생에너지, 최고의 과학기술과 끊임없는 혁신. 이 모든 요소는 하나의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계속하기 위해 장기간 어떤 식으로 미래를 설계해왔는지에 대한 단초를 보여준다. 한국과 덴마크 간의 녹색성장동맹 또한 단기 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덴마크가 보여주는 지속 가능한 삶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개개인의 조용한 결단과 포기하지 않는 실천이 모여 제도가 되고, 제도가 문화가 돼 사회를 바꿔왔다. 한국과 덴마크 간의 협력도 조선·해운·풍력발전 등 녹색전환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이어 양자컴퓨팅과 바이오 등 첨단 과학 분야로 더욱 확대돼 새롭게 발전해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