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한 글로벌 최저한세 개편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두면서 미국에 공장을 둔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도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반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세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달라진 글로벌 최저한세 개편안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란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기업이 버뮤다나 케이맨제도와 같은 조세회피지역으로 본사 소재지를 옮긴 뒤 세금을 탈루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도입된 제도다. 구글과 같은 다국적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 본사 소재지와 상관없이 최소 15%는 세금을 물리자는 목표 아래 탄생했다. 적용 대상은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이상 사업연도에서 최종 모기업 연결 매출액이 연간 7억 5000만 유로(약 1조 원) 이상인 기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EU와 영국·일본·호주 등 주요국은 2024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이 자국 기업은 이 제도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면서 제도 근간이 흔들리다가 5일(현지 시간) 미국을 비롯한 145개국이 합의한 절충안이 나왔다.
-개정 최저한세의 핵심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미국처럼 자체 최저한세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기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다. 가령 A국이 자체적으로 15% 이하 최저한세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경우 B국에서 글로벌 최저한세로 과세할 경우 ‘이중과세’가 발생한다는 미국 측 주장이 먹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기업에 적용해보면 미국에 본사를 둔 구글이 조세회피지역에 세운 자회사에서 15%를 밑도는 실효세율을 적용받고 있더라도 제3국이 과세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 국세청 입장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서버를 두고 매출을 이전하는 식의 ‘꼼수’에 대응할 수 있는 명분과 수단이 모두 막힌 셈이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조세 주권은 미국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 진출한 韓 기업의 영향은
△이번 개정안은 미국 내 기업이 시설 투자에 나설 때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각종 세금공제와 보조금을 실효세율 계산에서 제외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세부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투자 또는 생산량과 연동해 지급되는 각종 공제는 실효세율에서 빼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투자하면서 보조금을 지급받은 삼성전자나 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낮아진 셈이다.
-한국판 IRA에도 적용되나
△우리 정부는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IRA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글로벌 개정안의 정책 방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내생산촉진세제에서도 최대한 우리 기업이 유리하게 제도가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IRA를 통해 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등 부품별로 생산 단가에 연동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처럼 한국판 IRA도 비슷한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제실 출신의 전직 관료는 “우리나라가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 한국판 IRA도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인식 등 기업 회계에서 달라지는 점은
△기존에 기업들이 납부하기로 한 세금은 예정대로 내야 한다. 베트남 정부가 적격소재지추가세(QDMTT)로 삼성전자에 과세한 세금이 대표적이다. 다만 앞으로는 한국이나 베트남 같은 양 당사자가 아닌 제3국 정부가 끼어 들어 삼성전자에 과세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게 된다. 한편 한국 국세청에 글로벌 최저한세 신고 의무가 있는 기업들은 기존과 같이 올해 6월 말까지 납부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