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금융사 연차보고서에서 임직원 보수가 단순 평균이 아니라 직급과 성별에 따라 세분화돼 공개된다. 금융권에 만연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남녀 임금 격차가 처음으로 직급별 숫자로 드러나게 되는 셈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협회는 최근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작성 기준’을 개정했거나 개정을 준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기준을 개정한 데 이어, 은행·보험·여신금융 등 다른 금융협회들도 같은 방향의 개정에 나섰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연차보고서 내 보수 공시 항목에 성별·직급별 평균 보수액을 새로 포함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임직원 보수총액과 평균 보수, 임원·직원의 보수총액과 성과보수만 공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남녀 평균 보수는 물론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직급별로 남녀 보수를 나눠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사별로 같은 직급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균 보수가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은행의 대리급 남성과 여성, 과장급 남성과 여성의 평균 보수를 각각 비교하는 식이다. 단순 평균 수치로는 가려졌던 임금 격차의 실체가 직급 단위로 드러나는 구조다.
이번 공시 기준 개선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권의 성별 임금 격차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신장식 의원은 “금융사의 성별 임금 격차가 심각하다”며 ‘성평등 임금공시’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당시 금융위원장은 자율 공시를 통한 선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입법 전이라도 금융협회와 협의해 먼저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공시 대상은 사실상 대부분의 금융사를 포괄한다. 은행을 비롯해 자산 5조 원 이상 증권·보험·여전사, 운용자산 20조 원 이상 자산운용사, 자산 7000억 원 이상 저축은행 등이 모두 해당된다. 업계 내 주요 대형 금융사는 대부분 의무 공시 대상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공시 확대를 넘어 금융사의 보수체계와 인사 구조를 직접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연봉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고연봉 직급의 성별 쏠림 △같은 직급 내 남녀 보수 차이 등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르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공시하는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개정 기준을 바로 반영할 예정이다. 주주와 직원, 취업 준비생은 물론 노조와 시장의 평가 대상이 되는 만큼, 금융사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