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반도체 소재 등 이중 용도(민간 및 군사 목적으로 동시에 쓰임) 물자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내 제조업 공급망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산 원재료-일본산 소재·부품-한국산 완성품으로 긴밀하게 이어지는 한중일 공급망 삼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정부는 중일 양국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8일 산업자원안보실장(직무대리) 주재로 회의를 개최하고 중국의 대(對)일본 수출통제 조치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을 살필 예정이다.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군사 목적의 이중 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 조치를 6일 발표하고 즉각 시행한 바 있다. 조치 대상 품목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희토류는 중국의 평소 이중 용도 물자 수출 허가 목록에 올라가 있어 통제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긴급 점검에 나선 것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국내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으로 중국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한 데다 이번 수출통제 조치의 직접적인 대상에서 벗어났지만 한중일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돼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 우리나라는 2021년 중국과 호주의 갈등에 따른 중국의 요소 수출통제 때 요소수 품귀 대란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앞서 2019년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핵심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부품난을 겪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중국의 이번 조치로 일본 내 소재·부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우리 산업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일본의 경우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가 높아 관련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주요 품목 대부분에는 전기차·반도체 등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가 포함돼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집적회로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대일 수입액은 각각 56억 6300만 달러, 44억 5900만 달러로 대일 수입액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광학기기 부품(4억 7300만 달러), 기타 정밀화학제품(4억 6200만 달러), 자동차 부품(3억 8000만 달러) 등도 수입액 상위 25위에 포함됐다.
다만 이번 조치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발표를 보면 순수 민수용은 수출 허가를 해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추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당장의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파급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반도체장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부품망에 보틀넥(병목현상)이 생기면 중국뿐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며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