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케이블 체결·필름 박리도 척척 …로봇 AI로 제조업 한계 넘는다 [스케일업 리포트]

■ 카본식스 문태연 대표·서형주 CTO

"제조업 강국서 태어난 기술인이

피지컬AI 개발 안하면 직무유기"

작년 첫 제품 '시그마키트' 출시

SW·HW 결합 "빠른 학습 가능"

"5년내 '완성형 범용 로봇' 탄생"

7일 서울 서초구 카본식스에서 문태연 대표와 서형주 최고기술책임자가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시그마키트’를 소개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7일 서울 서초구 카본식스에서 문태연 대표와 서형주 최고기술책임자가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시그마키트’를 소개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로봇 그리퍼가 부품의 위치를 스스로 인식한 뒤 바닥에 있는 얇은 케이블을 집어 올린 후 정확하게 고리에 건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이동하던 제품을 포장 패키지 안에 가지런히 담는다. 사람이 손으로도 벗기기 힘든 얇은 필름을 섬세하게 벗긴다. 여러 종류의 물체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비정형 공정임에도 로봇 그리퍼의 업무 수행은 유연하고 정확하다. 제조업 특화 피지컬AI기업 카본식스가 도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기반 자동화 생산 현장의 모습이다.



문태연 카본식스 공동대표와 서형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카본식스가 혁신하고자 하는 제조업의 방향성과 로봇 AI 기술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표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서 태어난 기술인으로서 피지컬 AI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카본식스는 제조업에서 다양한 매니퓰레이션(조작)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고 향후 범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카본식스에서 문태연 대표이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7일 서울 서초구 카본식스에서 문태연 대표이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카본식스는 이 같은 로봇 AI 기술을 활용해 비정형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2024년 7월 탄생한 피지컬 AI 스타트업이다. '수아랩' 공동창업자 출신인 문태연 대표와 김제혁 서울대 기계공학 박사, 서형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전자공학 및 컴퓨터공학 박사가 공동 설립했다. 문태연·김제혁 공동대표, 서형주 최고기술책임자(CTO) 체제를 갖추고 있다.

공동창업자 세 명 모두 기계 및 전자공학 분야 연구자로서, 로봇 AI 분야에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 대표는 2019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수아랩을 약 2300억 원에 매각한 경험이 있으며, 김제혁 대표는 로봇 조작 및 메커니즘 설계 분야의 권위자로, 고성능 로봇 핸드 설계에 전문성 보유하고 있다. 서형주 CTO는 AI, 최적화, 제어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로봇 지능 분야에서 다수의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온 인물이다. 전문성 높은 창업팀으로 구성된 덕분에 첫 제품이 나오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인 풋힐벤처스, 스톰벤처스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도 유치했다.

문 대표는 "김 대표와 서 CTO와 장기간 피지컬 AI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서로 공감대를 이룸으로써 함께 창업에 나설 수 있었다"면서 "공동창업자 모두 기계와 로봇, AI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덕분에 빠르게 완성도 높은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본식스의 시그마키트가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꺼내고 있다. 사진=류석 기자카본식스의 시그마키트가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꺼내고 있다. 사진=류석 기자



카본식스는 지난해 9월 첫 제품인 '시그마키트'를 출시하고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기술 검증(PoC) 단계를 넘어 대규모 공급 계약을 앞둔 곳도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고객은 자동화 전문 기업 혹은 대형 제조사들이다. 문 대표는 "주요 고객으로 볼 수 있는 곳들이 이미 20곳을 넘어섰다"면서 "현재 시범 제작 단계인데 머지않아 제조 현장 맞춤형 대규모 양산 제품도 곧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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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키트는 전문지식이나 별도 장비 없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형태 장비다. 사람이 직접 마우스 등을 통해 동작을 학습시켜주면 로봇이 이를 기억해 재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만큼, 별도의 복잡한 프로그래밍 없이도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 서 CTO는 "사람이 재현할 수 있는 공정이면 무엇이든 시그마키트를 통해 자동화를 이룰 수 있다"면서 "속도가 빠르거나 숙련된 사람이 학습을 시키면 성능이 더 좋아지는 방식인데, 향후 이러한 데이터를 다수 취득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그마키트는 제조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 AI와 전용 네트워크, 그리퍼, 센서모듈, 학습 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직관적이고 빠른 로봇 학습 방식으로 제조업 특유의 다양한 변수에도 안정적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필름 탈부착, 조립, 머신 텐딩, 케이블 연결, 걸이 작업 등 비정형·섬세한 제조 작업 자동화에 활용될 수 있다. 적용 가능한 산업군도 모바일을 비롯해 가전제품, 전기전자 부품, 자동차부품, 식품, 소재 등 다양하다.

서 CTO는 "단순 반복 작업의 경우 로봇이 규칙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AI가 필요하지 않지만, 우리가 개발하는 비정형 공정 자동화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능이 꼭 필요하다"면서 "챗GPT를 물리 세계로 옮겨온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생성형 AI와 비전 AI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있다"고 말했다.

카본식스는 이를 통해 제조업의 난제로 꼽혀온 다품종·소량생산 구조를 대량생산으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미래 제조업 시장에서 제품 다양성과 품질 향상에도 기여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일 서울 서초구 카본식스에서 서형주 최고기술경영자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7일 서울 서초구 카본식스에서 서형주 최고기술경영자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카본식스는 시그마키트를 일종의 테슬라 전기자동차로 비유했다. 완성 단계의 범용 RFM을 만들기 전 현장의 일부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유용한 제품을 먼저 보급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서 CTO는 "순도 높은 데이터를 가장 빠르고 손쉽게 얻는 방법은 실제 제조 현장에 유용한 자동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테슬라가 누구보다 빠르게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를 달리는 테슬라 차량을 통해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는 "우리 카본식스는 누구보다 빠르게 로봇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고 한다"면서 "시그마키트를 통해 제조 자동화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차별하된 데이터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을 넘어 일본, 베트남 등 해외 시장으로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본식스는 완성형 범용 로봇 AI 모델의 탄생은 앞으로 5년 내에는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 CTO는 "이미 웹 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로 구현한 생성형 AI와 달리 RFM은 영상이나 이미지 등 비교적 무거운 형태의 데이터를 새롭게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국내에 다양한 제조 공장에서 기계들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데이터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로봇이 실제 제조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며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로봇 AI 고도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로봇 AI 기술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세계 최초로 누구나 인정하는 RFM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류석 기자·사진=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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