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을 ‘잘못된 수단’으로 규정하며 사과하고 당 외연 확장을 위한 쇄신안을 내놓았다. 당 안팎에서 제기돼온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와 극우 세력과의 거리 두기 압박에 떠밀린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확연히 달라진 장 대표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와의 단절을 거듭 강조한 것이 사실상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한동훈 전 대표와의 갈등 등 당내 분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간 ‘마이동풍’ ‘고집불통’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장 대표의 변화 배경에는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당이 공천 헌금 의혹과 갑질 논란에 휘말린 와중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데는 민심에 눈과 귀를 닫은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혁신 없는 쇄신은 쇄신이 아니다.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려면 분명하고 진정성 있는 쇄신이 필요하다. 극우 유튜버의 입당, 당 윤리위원회의 ‘찐윤’ 인사 배치 등이 발목을 잡는다면 중도 확장이나 보수 연대는 말잔치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당 가치 재정립이나 당명 변경 추진 역시 외형만 바꾸는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 ‘이기는 변화’를 원한다면 ‘윤 어게인’에 기대는 자기정치에서 벗어나 폭넓은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
지금 장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첫째도 연대, 둘째도 연대다.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려면 당내 통합과 화합은 물론 당 밖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입법 드라이브를 막고 성장 중심의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 장 대표의 행보 뒤에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지방선거는 하나 마나 한 싸움이 될 것이다. 오죽하면 이달 2일 장 대표를 만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구 보수가 되면 퇴보”라고 지적했겠는가. 앞으로 장 대표가 중도 확장과 보수 통합을 위한 쇄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수권 정당의 비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