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먹는' 비만약 경쟁 본격화…노보 선공에 릴리 ‘조 단위’ 맞불

노보, 세계 첫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판매 개시

릴리, AI 신약 강자 님버스와 대형 라이선스 계약

주사제 중심 시장, 알약으로 세대교체 신호탄

일라이릴리 CI.일라이릴리 CI.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해온 글로벌 빅파마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경구용 치료제’를 놓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노보 노디스크가 세계 최초로 경구용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판매에 돌입하자 일라이 릴리는 즉각 조 단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추격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미국 바이오 기업 님버스 테라퓨틱스와 비만 및 대사질환을 타깃으로 한 신규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년간의 연구 협력 및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선급금과 단기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13억 55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거래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님버스가 강점을 지닌 인공지능(AI) 기반 계산화학 및 구조 기반 약물 설계 기술이다. 양사는 비만 분야에서 아직 치료 옵션이 부족한 영역을 중심으로 저분자 경구 후보물질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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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버스는 이미 2022년 AI로 설계한 화합물을 일본 다케다제약에 최대 60억 달러(약 8조 7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며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일라이 릴리는 이 같은 AI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주사제 중심의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경구제로 전환할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라이 릴리는 현재 자체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2조 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단행한 것은 경구용 시장이 단일 품목 경쟁이 아닌 다중 파이프라인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한발 앞서 미국 전역에서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판매를 전격 개시하며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위고비 주사제로 구축한 시장 지배력을 경구제까지 확장해, 주사제·경구제 이중 포트폴리오로 비만 치료 전 주기를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단순한 신약 개발 경쟁이 아닌 ‘투약 방식의 세대교체’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으로 보고 있다. 주사제의 투약 불편성과 가격 부담이 한계로 지적돼 온 만큼,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제가 대중화될 경우 비만 치료제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팽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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