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상대로 성과를 거둔 우크라이나 양대 정보 수장이 종전협상 도중 교체되자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발발 4주년을 앞두고 연초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부 정보총국(HUR) 국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불러들이고 방첩기관인 보안국(SBU) 국장 바실 말류크에게서는 사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SBU 국장 출신인 야권 의원 발렌틴 날리바이첸코는 "두 유능한 지도자를 내친 것이라고 본다"며 "전시에는 뒤엎는 게 아니라 유지해야 하는데 국가 안보나 특수작전에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는 SBU와 HUR는 전쟁에서 작전상 중대한 역할을 하고 러시아의 첩보전에도 맞서 왔다. 10여년간 러시아와 대치하면서 이들 기관의 비밀 작전은 국제법상 회색지대를 넘나들며 점점 강력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5곳에 드론을 대거 띄워 전략폭격기 등 군용기를 다수 부순 '거미집 작전'이나 흑해 러시아 군함 침몰 작전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향후 대통령선거에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인기 있는 장성들을 정치적으로 열외 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선을 요구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종전 협상 초안에도 대선 계획이 담겨 있다.
부다노우와 말류크 모두 전시에 국내 인지도와 인기가 높다. 부다노우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국 대사의 뒤를 잇는 대선 주자로 꼽혀 왔다. 부다노우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들여앉힌 데 대해 집권당 내 익명의 소식통은 키이우인디펜던트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영리한 정치적 선택이고 부다노우의 평판에는 손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말류크는 지난 주말 경질설이 돌 때 현역 장성 여러 명이 그의 작전상 전문성을 거론하며 유임을 촉구하는 공개 성명을 내기까지 했지만 결국 이번 주 초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사임을 두고 국내 방첩 담당 보안기관인 SBU가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것과 연계하는 해석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