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57∼166㎝, 혈액형 A형인 40대女 추정”
11년 전 오늘인 2015년 1월 9일. 경북 울진군 평해읍의 한 야산에서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수십 조각으로 절단된 백골이 발견됐다. 약초를 캐러 산에 오른 주민이 낙엽 더미 속에서 사람의 정강이뼈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이 현장 수색에 나서자 최초 발견 지점 인근과 수백 미터 떨어진 산 곳곳에서 팔뼈와 골반뼈, 두개골, 늑골 등 백골화된 뼛조각들이 연이어 발견됐다.
경찰은 수백 명의 인력을 투입해 닷새간 수색을 이어갔고 총 80여 점의 뼈를 수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이 뼛조각들은 모두 동일인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뼈 단면에서 인위적으로 절단된 흔적이 발견되면서 경찰은 누군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야산에 유기한 사건으로 판단했다.
◇키·혈액형까지 나왔지만…신원은 여전히 미궁=국과수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는 키 157~166㎝의 40대 여성으로 추정됐다. 혈액형은 A형이며 사망 시기는 2014년 1월부터 10월 사이로 분석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실종·가출 신고자들의 DNA를 채취해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결정적인 문제는 신원 확인에 필수적인 부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문 채취가 가능한 양손과 치과 치료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턱뼈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은 가해자가 시신이 발견되더라도 신원 파악이 어렵도록 의도적으로 손과 턱을 제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일한 단서 ‘코 보형물’…전국 성형외과 뒤졌으나=수사가 막다른 길에 이르렀을 무렵 새로운 단서가 하나 떠올랐다. 백골에서 고어텍스 재질의 코 성형 보형물이 발견된 것이다. 피해자가 코 성형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의 협조를 받아 전국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 역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피해자의 옷이나 신발, 소지품 등 신원을 유추할 만한 물증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유흥업소 종사자였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 범위를 경북·대구는 물론 강원 일부 지역까지 넓혔지만 끝내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범인일 수도”…10년째 풀리지 않는 의문=범행 현장이 마을과 멀리 떨어진 외진 야산이라는 점도 수사의 난관으로 꼽힌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이 지역 지리에 익숙한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신이 여러 장소에 나뉘어 얕게 유기된 점에 대해서도 “범인이 시간에 쫓기며 극도의 불안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 신원이 드러나는 순간 범인이 특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매우 가깝고 밀접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고 피해 여성의 이름과 죽음의 이유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