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새 서울 곳곳에 새 이름을 단 버스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성동구의 ‘성공버스’, 중구의 ‘내편중구버스’, 노원구의 ‘노원행복버스’, 관악구의 ‘강감찬버스’…. 자치구마다 특색 있는 이름을 내건 탓에 언뜻 관광객을 위한 시티투어버스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도입한 공공버스다.
‘산간벽지나 오지도 아닌 수도 서울에 대중교통 취약 지역이 웬 말’이냐는 반응도 있을 법하다. 하나 이런 지역이 실제 있다는 게 구청장들의 얘기다. 마을버스 한 대를 기다리는 데 수십 분을 허비하거나, 정류장까지 언덕길을 한참 내려가야 하는 동네가 아직 서울에 적잖게 남아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불편을 호소했고, 이는 새로운 ‘서민의 발’이 등장한 배경이 됐다.
주민의 반응은 뜨겁다. 동네를 누비는 공공버스를 보면서 “이제 숨통이 트였다”며 반겼다. 대단한 복지 시설이 아니어도, 버스 노선 하나가 주민의 삶을 바꿔놓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동작구·동대문구·서대문구 등에서 자율주행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운전자 없는 버스를 신기하게 봤던 분위기도 “언덕길만 올라와 준다면 뭐라도 좋다”는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원래 대표적인 서민의 발은 마을버스였다. 마을버스는 서울에서만 약 1400대가 252개 노선을 돌며 하루 평균 84만 명을 실어 나른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언덕과 골목을 촘촘히 연결하면서 ‘대중교통의 모세혈관’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마을버스 업계의 ‘환승 체계 탈퇴’ 시사는 시민들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운송 업체들은 승객 감소, 인력난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서민의 발’을 자처해온 업계가 혜택은 누리되 책임은 뒤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냉소가 나왔다.
공공버스와 자율주행버스의 등장은 마을버스 업계에 질문을 던진다. 대중교통의 모세혈관이자 서민의 발 역할은 정말 마을버스만의 몫이냐고. 세상은 이미 다른 답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버스가 시민의 필요에 적극 부응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그 역할의 주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