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배 수준인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청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후 국내 증시에서 극단적 저평가 구간에 머물던 종목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강한 질타로 ‘저(低)PBR’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증시 랠리가 겹쳤고 해당 종목들의 할인 구간도 점차 축소되며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PBR이 0.2배 미만인 종목은 총 36개사(코스피 22개, 코스닥 14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 21일 51개(코스피 34개, 코스닥 17개)에서 15개 줄어든 수치로 약 9개월 만에 30%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신분으로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업계 간담회에서 “PBR이 0.1~0.2배인 기업들이 방치돼 있다”며 국내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으며 취임 후에도 “멀쩡하게 영업하는 회사가 어떻게 PBR 0.3배가 나올 수 있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전반적인 주가 반등에 따른 가치 회복 덕분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월 당시 0.1~0.2배 구간에 머물렀던 코스피 기업 중 19개사가 지수 랠리에 힘입어 가장 낮은 평가 영역에서 벗어났다. 화학·철강 업종에서는 롯데케미칼(011170)과 현대제철(004020)·영풍(000670) 등이 명단에서 빠졌고 운송·금융 업종에서도 한진(002320)·한화손해보험(000370)·현대차증권(001500) 등이 저PBR 구간을 탈출했다. 이들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7.81%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에는 못 미쳤지만 극단적 저평가 구간이 한층 얇아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변화로 해석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가속화 기조에 따라 시장의 자정 압력도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 지표 역시 개선됐다. 코스피 평균 PBR은 지난해 4월 0.87에서 현재 1.46으로, 코스닥 평균 PBR은 1.64에서 2.15로 각각 상승했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 확대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 기조가 강화되면서 증시 전반이 재평가된 결과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주 매입액과 소각액은 각각 20조 1000억 원, 21조 4000억 원으로 나타났으며 현금 배당 역시 전년 대비 11.1% 늘어난 50조 9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본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의 경우 여전히 우선주를 제외한 811개 종목 중 554개가 PBR 1배 미만에 머물러 있으며 7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PBR 0.5배 미만 구간에만 300개가 넘는 종목이 몰려 있어 실적 개선이나 사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가치 회복이 쉽지 않은 기업들도 다수 잔존해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4월 21일 이후에도 PBR 0.2배 미만에 머물러 있는 종목은 총 13개(코스피 7개, 코스닥 6개)로 집계됐다. 코스피에서는 롯데쇼핑(023530)·롯데하이마트(071840)·태광산업(003240) 등 내수 둔화나 산업구조 변화, 자회사 가치 할인 부담이 큰 업종이 중심을 이뤘다. 코스닥에서는 실적 변동성이 크고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된 건설·제조·소재 중소형 기업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KH건설·장원테크(174880)·무림SP(001810) 등이 대표적이다. PBR 0.2배 미만 종목 중 25%가량은 주가 반등에 실패하며 재평가 국면에서 소외된 셈이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밸류 하단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종목 선별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증시는 지수 상승에 따라 시장 전반이 함께 움직이는 흐름과 동시에 종목별로는 실적과 수급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는 국면”이라며 “저평가 종목 가운데서도 실적 하향이 멈췄거나 이익 추정치가 안정된 종목, 기관투자가의 수급이 동반되는 종목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