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엊그제까지 손님이 북적이던 식당이 오늘 폐업하고 정물화처럼 오랜 기간 눈에 익숙했던 가게가 간판을 바꾸는 것이 흔해졌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온 곳들이 있다. 대를 이어 가업을 잇고, 세월의 무게를 맛으로 극복해 온 노포들이다. 경기관광공사의 안내로 여전히 사람들의 한 끼를 따뜻하게 채우고 있는 노포들을 살펴본다.
◇김포의 아침을 연다…‘쉐프부랑제’
아침 8시, 김포시 사우중로 82에 자리잡은 쉐프부랑제는 고소한 빵 냄새로 하루를 연다. 오븐에서 막 나온 빵이 진열대에 오르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이곳은 제과·제빵 명인 이병재 대표의 손길이 깃든 빵집이다. 1989년 서울에서 시작해 2002년 김포에 자리를 잡은 뒤, 쌀단팥빵과 엘리게이터, 당근크림치즈파운드 등으로 단골을 쌓아왔다. 이제는 두 아들이 함께 반죽을 치대며 가업을 잇는다. 쉐프부랑제의 빵에는 기술뿐 아니라 한 가족이 쌓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동 순대·곱창타운 명가…‘수원 호남순대’
수원 팔달문 인근 지동시장에 들어서면 순대와 곱창 냄새가 시장 전체를 감싼다. 그 중심에 자리한 ‘호남순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지동 순대·곱창타운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새벽 4시에 문을 여는 이곳의 순대국밥은 24시간 우려낸 사골 육수로 깊고 담백한 맛을 낸다. 순대곱창볶음 역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메뉴다. 화려하지 않지만 변하지 않는 맛으로, 호남순대는 오늘도 수원의 아침을 연다.
◇70년 역사의 산증인…‘파주 덕성원’
파주 금촌통일시장 북쪽에는 70년 세월을 견뎌온 중화요릿집 ‘덕성원’이 있다. 1954년 문을 연 이곳은 현재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벽에 걸린 흑백사진 속 어린아이는 이제 가게를 이끄는 대표가 되었고, 그의 아들이 주방을 맡고 있다. 냉동 해산물을 쓰지 않고, 늘 신선한 재료만을 고집하는 덕성원의 음식에는 세월이 쌓아온 신뢰가 배어 있다. 시간이 흘러도 맛을 대하는 태도만은 변하지 않았다.
◇삼색면의 전설…‘안산 이조칼국수’
안산의 ‘이조칼국수’는 삼색면으로 유명하다. 흑미 찰현미, 콩가루, 부추를 섞어 만든 면은 모양도 아름답고 소화도 잘된다. 35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아온 이곳은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과 직접 담근 김치로 식탁을 완성한다. 팥칼국수와 팥죽 역시 오랜 단골들이 찾는 메뉴다. 3대째 이어지는 모녀의 손맛은 이조칼국수를 안산의 대표 노포로 만들었다.
◇한옥서 맛보는 스키야끼…‘양평 사각하늘’
양평 문호리 언덕 위에 자리한 ‘사각하늘’은 간판조차 없는 한옥 식당이다. 1998년 지어진 이 공간에서는 스키야끼 한 가지 메뉴만을 낸다. 일본인 건축가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함께 만든 이곳은 음식뿐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식사와 말차 체험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유독 천천히 흐른다.
◇하이브리드 노포…‘장흥회관’
이천의 ‘장흥회관’은 1982년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전골 전문점이다. 간판을 바꿀 여유조차 없던 시절, 우연히 이어진 이름은 이제 이천을 대표하는 노포가 되었다. 낙곱(낙지 + 곱창)전골과 차낙곱(차돌박이+낙지+곱창)전골에는 한 가족의 선택과 시간이 함께 끓어 있다. 실패와 우연, 그리고 끈기가 쌓여 만들어낸 맛이다.
경기도의 이 노포들은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아니다. 변화의 속도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지켜온 결과물이다. 그래서 노포는 일부러 찾아가도 후회가 없다. 그곳에는 세월이 만든 맛과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남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