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공천헌금’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제도 개선으로 과거보다 줄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현직 지방의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여전히 음성적인 금품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각각 구의원·시의원 후보자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정치권의 민감한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현직 지방의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에게 공천을 기대하며 금품을 전달하는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규모와 방식은 과거보다 은밀해졌지만,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거대 양당을 오가며 활동한 서울 지역의 A구의원은 “국회의원의 지역구 활동을 위해 사실상 지방의원들이 돈을 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무실 운영비나 당원 모임 식비, 현수막 비용까지 수시로 돈을 걷는다”며 “선거철만 되면 현금인출기 신세가 된다”고 토로했다.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 시행 이후 지구당이 폐지되고 지역위원회(당협)가 이를 대체했지만, 제도적 공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을 겸할 경우 후원회를 통해 연간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모금할 수 있지만, 원외 인사는 선거 출마 시점이 아니면 후원회 자체를 만들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역구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지방의원들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형성됐고, 그 대가로 공천을 기대하는 관행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소속 B 전 전남도의원은 “지역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방의원들에게서 십시일반 돈을 걷는다”며 “지역 정가에서는 ‘줄만 잘 서면 공천 받는데 왜 고생하느냐’는 말이 공공연하다”고 전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천헌금에도 일종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서울 기준으로 구청장 5000만 원, 시의원 3000만 원, 구의원 2000만 원 안팎이 ‘시장가’로 거론된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금액은 더 뛴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김경 서울시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강선우 의원 측에 1억 원을 건넸다고 자술서에 밝힌 바 있다. 김 시의원이 공천받은 강서1선거구는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공천헌금 외에도 후원금, 출판기념회 수익, 경조사비 등 제도상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금이 모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후원금이나 책 판매 수익은 기록이 남지만, 경조사비는 명단 공개 의무가 없고 현금 거래가 원칙이어서 거액이 오가도 추적이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