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실 다지기와 군살 빼기에 집중해온 SK그룹의 투자 시계가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룹의 투자 전문 중간 지주사인 SK스퀘어(402340)가 최소 3조 원 이상의 실탄을 장전하고 M&A 시장의 전면에 등장한 것입니다.
최근 1~2년간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며 숨을 골랐던 SK스퀘어의 이번 공세 전환은 단순 투자를 넘어 그룹의 미래가 걸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김정규 사장이 SK스퀘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의사결정의 무게감도 한층 더해졌습니다. SK스퀘어를 필두로 시작될 SK그룹의 ‘조 단위 빅딜’ 이면의 전략을 짚어봅니다.
①비핵심 정리 마침표…리밸런싱에서 공세적 투자로 선회
그동안 SK그룹은 방만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듬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사활을 걸어왔습니다. 그룹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정유·화학 분야의 현금흐름 악화와 미래 신사업인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재무적 부담이 주요 배경이었습니다. SK스퀘어 역시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SK쉴더스, 크래프톤, 우티, 드림어스컴퍼니 등 비핵심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주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SK스퀘어의 스탠스는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격 전환될 전망입니다. 곳간은 이미 넉넉히 채워졌습니다. 2023년 1조 2709억 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은 2024년 1조 3683억 원, 2025년 3분기 말 기준 1조 5574억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핵심 자회사인 SK하이닉스(000660)의 배당과 자산 유동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현금 유입은 올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형 M&A를 위한 인수금융 등 외부 조달까지 더해지면 실질적인 매수 자금은 최소 3조~4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됩니다.
②첨병 보낸 탐색전 끝… 올 AI 병목 해소할 본대 투입
SK스퀘어는 지난해까지 싱가포르 자회사 TGC스퀘어를 통해 총 7건의 벤처투자를 단행하며 시장을 탐색해왔습니다. 투자 규모는 건당 수백억 원 수준으로 크지 않았지만, 이는 그룹의 리밸런싱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미래 기술 시장의 ‘마켓 인텔리전스’를 확보하려는 첨병 전략이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이 탐색전을 끝내고 대규모 투자의 본대를 투입합니다. 김정규 사장이 신년사에서 “AI 진화의 병목을 해소할 영역과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의미 있는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점이 그 신호탄입니다.
유력한 타깃으로 AI 병목(Bottleneck)을 해소할 기술 분야가 꼽힙니다.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할 전력 인프라 분야와 반도체 전·후공정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강화가 핵심입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초격차를 뒷받침할 기업들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점쳐집니다.
③ 삼성 6조 빅딜에도 자극… 글로벌 AI 경쟁 절박감도
SK스퀘어가 공세적 M&A 의지를 드러낸 배경에는 지난해 단행된 삼성전자(005930)의 공격적인 행보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플랙트그룹(공조)과 ZF의 ADAS 사업부 인수에만 5조 원 넘게 투입하는 등 총 6조 원 규모의 빅딜을 잇따라 성사시켰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인수한 공조 사업은 거대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핵심 분야이며 전장과 헬스케어 역시 AI와 결합해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질 영역입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이 AI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SK그룹 내부의 절박함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 주도권을 뺏기면 도태된다는 위기감 속 투자형 지주사 SK스퀘어가 다시 그룹 M&A의 선봉장이 된 배경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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