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총 맞은 딸 시신, 도로 옆에 묻으라고"…이란 시위, 6000명 사망설까지 [글로벌 왓]

11일(현지 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지근거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23세 대학생 루비나 아미니안. 출처=IHR 홈페이지11일(현지 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지근거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23세 대학생 루비나 아미니안. 출처=IHR 홈페이지




이란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23세 대학생이 지근거리에서 뒤통수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안 당국의 감시로 인해 가족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시신을 도로변에 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통신을 전면 차단하면서 외부와의 연결이 끊긴 가운데 사망자가 6000명에 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테헤란 샤리아티대학에서 섬유·패션디자인을 전공하던 대학생 루비나 아미니안이 지난 8일 정부의 시위 진압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IHR은 성명에서 아미니안의 유족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인용해 "아미니안이 뒤쪽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고 밝혔다.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란 당국이 자국민을 상대로 '즉결 처형' 수준의 무력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서부에 거주 중이던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테헤란으로 상경해 수백구의 시신 사이에서 간신히 딸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니안의 가족과 가까운 소식통은 IHR에 “희생자 대부분은 18세에서 22세 사이의 젊은이들로 정부군에 의해 머리와 목에 근거리에서 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내 딸뿐만 아니라 내 눈으로 수백 구의 시신을 보았다”고 전했다.



많은 어려움 끝에 딸의 시신을 수습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제대로된 장례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의 집을 보안 당국이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여러 모스크를 방문해 장례를 치르려 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족들은 정보 당국의 강요로 그녀의 시신을 도로 옆에 묻을 수 밖에 없었다고 IHR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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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 중인 영상에서 이란 테헤란 카즈리악법의학센터에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시민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들이 가득 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11일(현지 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 중인 영상에서 이란 테헤란 카즈리악법의학센터에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시민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들이 가득 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미니안의 가족 외에도 정부군이 시위대에 조준 사격 했다는 증언은 쏟아지고 있다. 이란 남부의 한 소도시에서 시위를 벌여온 한 시민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군이 비무장한 시위대 대열을 향해 직접 조준 사격했고 사람들이 서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며 “우리는 맨손으로 잔혹한 정권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테헤란 출신의 또 다른 시민도 "테헤란 외곽 동네까지 시위대로 가득 찼다"며 "하지만 보안군은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기만 했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의욕을 완전히 잃었다"라고 말했다.

테헤란 서쪽 도시 파르디스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난 9일 거리에 갑자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민병대 대원들이 나타나 시위대를 공격했다. 이들은 제복을 입고 오토바이를 탄 채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으며, 골목으로 번호판 없는 차들이 들어와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에게도 총을 쐈다.

BBC는 "제보자들은 이란 내부 실상이 외부 세계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며, 국제 언론이 보도한 사망자 수는 실제의 극히 일부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으며 외신의 이란 내 취재도 제한된 상황이다. 현재 BBC의 페르시아어 뉴스 채널인 BBC 페르시아도 현지 보도가 금지됐다.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2일 발표 기준 이번 시위로 18세 미만 아동 9명을 포함해 최소 648명이 사망했다. 1만6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추산했다. 외부와의 통신이 끊겨 정확한 사망자 수를 집계하기 어려운 가운데 사망자가 6000명에 달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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