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판화 작가이자 1980년대 민중미술의 거장인 오윤(1946~1986)의 목판화가 90만원부터 시작하는합리적 가격대로 아트페어에 출품된다.
씨드 아트 페스티벌(Seed Art Festival·이하 ‘씨앗페’) 사무국은 오는 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씨앗페 2026’에 오윤의 사후판화 10점이 각각 90만원에서 280만원 가격대에 나온다고 13일 밝혔다. 오윤의 대표작 ‘칼노래’는 지난 2018년 경매에서 7500만원에 낙찰되며 당시 국내 판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경매에서 오윤의 ‘춘무인 추무의’가 5300만원, ‘무호도’가 4000만원 등에 거래된다.
생전 오윤은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사회 참여형 예술인 민중미술의 대표작가로 활동한 오윤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미술을 꿈꿨고, 자신의 판화를 시집 표지, 노동 현장 전단지, 민주화 운동 포스터에 아낌없이 제공했다. 1986년 40세의 나이로 요절했으나 그가 남긴 100여 점의 목판화가 한국 미술사에 아로새겨진 이유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서 그의 대표작인 ‘원귀도’를 볼 수 있으며, 올해 작고 40주기를 맞아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는 8월 말 대규모 기획전으로 ‘오윤 컬렉션’을 개막할 예정이다.
◆오윤 판화 씨앗돼 예술인 대출기금 마련
오윤의 나눔 정신은 ‘씨앗페’의 정체성과 맞닿았다. 축제형 아트페어 ‘씨앗페’는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들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작품 판매와 후원을 통한 ‘상호부조 대출 기금’을 조성의 캠페인으로 2023년 첫 발을 내디뎠다. 조성된 기금은 협약금융기관의 매칭을 통해 약 7배로 확대돼 연 5% 저금리 대출로 예술인에게 제공되고 있다. ‘씨앗페’를 주최하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1금융권에서 배제돼 있으며, 예술인의 절반에 가까운 48.6%가 연 15% 이상 초고금리 대출을 경험했다.
오윤의 유족은 이같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과 씨앗페 사무국의 취지에 공감해, 상호부조 대출 기금 마련을 위한 판화 10점을 특별히 내놓게 됐다. ‘석양’(1982)과 ‘봄의소리2’(1984)가 각각 90만원에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춤추는 호랑이가 등장하는 ‘무호도’(1985)가 150만원인 것을 비롯해 ‘지리산2’(1984)이 180만원, ‘낮도깨비’(1985)가 240만원, ‘칼노래’(1985)가 280만원에 전시된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측 관계자는 “1980년대 오윤이 노동 현장에 판화를 나눠줬던 것처럼 올해 씨앗페가 그의 작품을 민중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라며 “오윤의 작품이 예술인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에 사용된다는 것은 작가가 생전 추구했던 예술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일이며 작품구매는 단순한 소장이 아니라 금융 위기에 처한 예술인에게 직접적 도움이 되는 연대의 행위”라고 말했다.
14일부터 26일까지 인사아트센터 3층 G&J 갤러리에서 열리는 ‘씨앗페2026'에는 오윤 외에도 김준권·박불똥·신학철·주재환 등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원로 거장들을 비롯해 100여명 작가가 참여해 200여 점 작품을 선보인다. 주최측에 따르면 지난 2023년의 첫 씨앗페에서는 7일간의 전시와 5일간의 공연을 통해 3400만 원의 기금이 조성됐고, 금융기관 매칭을 통해 약 2억 3800만 원의 대출 재원이 됐으며 예술인 상환율은 95%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