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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4시간 27분 기관 업무보고 받은 최휘영 문체장관…“성과로 존재 이유 증명해야”

문예위 등 18개 소속·공공기관 대상

격려와 쓴소리 섞어가며 질의응답

“6개월 뒤 다시 하겠다” 긴장감 부여

13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문체부 소속·공공기관 1차 업무보고가 진행중이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13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문체부 소속·공공기관 1차 업무보고가 진행중이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장장 4시간 27분 동안 잠깐의 쉼도 없이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13일 서울 종로구 콘텐츠코리아랩(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최휘영 장관이 직접 주재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공공기관 업무보고(1차) 이야기다.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된 업무보고는 오후 5시 27분에서야 끝났다. 이날까지 진행된 각 부처별 산하 기관 업무보고 가운데 최장 시간으로 집계됐다. 각 부처는 대략 2시간 내외의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있으니 문체부가 얼마나 길었는지 알 수 있다. 이날 업무보고는 KTV와 유튜브로 모든 과정이 생중계됐다. 국민 누구나 문체부의 업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최휘영 장관은 이날 작심한 듯 산하 기관은 물론 문체부에 대해서도 ‘성과 중심의 정책 추진’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부임 후 5~6개월 동안 당황스러웠던 것은 정책은 있는데,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이 안됐다는 것”이라며 “정책마다 그럴듯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얻으려는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두껍고 예쁜데 내용이 없더라”며 “어떤 정책이든 왜 해야 하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수시로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성과가 떨어지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 국민 세금으로 헛돈 쓰는 것이다. 문체부도, 산하 기관도 모두 마찬가지다. 목적한 바를,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정책의 성과로 국민 앞에 증명해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곳은 공적인 일을 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문체부 소속·공공기관 1차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문체부 소속·공공기관 1차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다양한 지적과 토론이 있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입장에서는 ‘처음 받는 새해 기관 업무보고’라는 취지에서 전반적으로 격려가 중심이었지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 장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해 “문화예술위원회는 여러 분야에 걸쳐서 공모나 다양한 형태를 통해 창작 지원금을 나눠주는 곳”이라며 “심사 과정에 늘 공정성 이슈가 제기돼 보완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데도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병국 문화예술위 위원장은 “심사위원 풀이 오래되고, 무작위로 선정하다 보니 (심사에 대한) 신뢰성이 굉장히 떨어져 있다”며 “심사위원 풀단을 전면 개편하고 자격도 심사하는 절차를 마련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장관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해서는 ‘예술활동증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는 “신청을 하면 (절차가) 너무 오래 걸려서 잊어버리고 있다가 제때 보완을 하지 못해 결국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며 “버젓이 예술 활동하는 분들이 예술활동증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거짓 정보로 증명을 발급받은 사람도 있다고 하니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용욱 예술인복지재단 대표는 “예술인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시스템을 새롭게 개편하려고 한다”며 “현장 환경 변화에 맞춰 심의 기준이 적정한지 살펴보고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최 장관은 아울러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의 ‘단년도 중심 제작지원 구조’에 대해서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초에 지원 예산이 확보되고 공모가 시작되다 보니 촬영이 보통 여름과 가을에 진행되고, 늦가을에 편집이 이뤄진다”며 “결국 단년도 지원이 중심이어서 ‘영화나 영상 모두 여름과 가을을 배경으로 제작된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는 최 장관도 인정했듯이 기본적으로 1년단위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예산제도와 관련된 것으로 개별 기관에서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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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콘텐츠진흥원 직원의 전문성 부족에 대해서 “한해 예산이 7000억 원이 넘는 핵심 기관”이라며 “각 분야에 대한 통찰력과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순환보직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유현석 원장 직무대행은 “전문 직군 4개 분야를 설정해 그 안에서 인사이동이 이뤄지도록 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문체부 소속·공공기관 1차 업무보고에서 최휘영 장관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KTV 갈무리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문체부 소속·공공기관 1차 업무보고에서 최휘영 장관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KTV 갈무리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 활용 현황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 장관은 “아직도 국내 관광 업계에는 표준화된 ‘데이터셋 ’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앞세운 일본에 비해 관광 경쟁력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이에 대해 “마케팅의 핵심인 ‘실시간’과 ‘개인화’ 측면에서 공사의 데이터 활용도가 다소 약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공감하며 “AI 혁신본부 신설 등을 통해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내리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답했다.

관광 담당인 김대현 문체부 제2차관도 더불어 “수십 년간 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해왔지만, 제대로 된 적이 없다”며 “전문 인력을 영입해서라도 관광통계데이터만 다루는 통계부서를 신설해서 관광공사가 내놓는 자료가 가장 신뢰받을 수 있도록 정리해달라”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에 대해서는 지난 2년간의 사장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최 장관은 “관광공사가 오랜 기간 기관장 부재로 위태로웠고 그 과정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거나 수의 계약 의혹이 불거지는 등 생채기가 났다”며 “조직 정상화를 위해 고강도의 혁신이 필요한 단계”라고 진단했다.

문체부 산하 기관장 부재는 이어지고 있는데 이날 업무보고에 참석한 18곳 기관 가운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학당재단 등이 여전히 ‘대행’ 체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임기가 끝난 상태인데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취임 13일만에 이날 업무보고에서 데뷔식을 치렀다.

최 장관은 이날 4시간 27분간 진행된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며 “6개월 뒤 다시 점검하겠다. 기관장 한 분 한 분이 스스로를 ‘야전사령관’이라 생각하고 주요 현안들을 면밀히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훈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훈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훈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업무보고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국민주권정부는 모든 정책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국민들이 다 보셨다.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장관도 업무보고에서 말했듯이 현실감 없는, 성과 없는, 목표 없이 관행적으로 하는 정책과 사업은 반드시 바꾸자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체부 소속·공공기관 및 주요 유관기관 업무보고는 이번주 계속 이어진다. 14일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 등 24개 기관, 16일에는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등 15개 기관과 외청인 국가유산청이 참여한다. 다만 14일과 16일 업무보고는 녹화 방송된다.

이번 업무보고는 지난해 12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따른 기관별 후속 조치가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수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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