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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이 부추긴 국장 탈출…하이닉스 팔고 마이크론 샀다

■ 환율 방어의 역설

올 연초 해외 주식 투자 역대 최대

환차익 노려 마이크론 2.5억弗 매수

인위적 가격 개입 한계점 뚜렷한데

애꿎은 서학개미 탓하며 증권사 옥좨

환율 급등 속 코스피는 4700 돌파

코스피가 14일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돌파해 장을 마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코스피가 14일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돌파해 장을 마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외환 당국의 고강도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달러 환전의 기회로 삼아 해외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80원에 육박할 정도로 당국 개입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시장 개입 실패가 드러났는데도 애꿎은 증권사 해외 마케팅을 막는 등 엉뚱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1~9일 개인투자자의 미국 투자액은 19억 4200만 달러(약 2조 87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억 5800만 달러) 대비 43% 증가해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 23일 1483.6원에서 29일 1429.8원까지 급락하자 이를 달러 환전 기회로 삼은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서학개미들은 지난해 12월 24일 당국의 시장 개입 이후 테슬라를 4억 7461만 달러(약 701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2억 7182만 달러), 테슬라를 두 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TSLA 불 2X 셰어즈(2억 6526만 달러)’ ‘뱅가드 S&P 500 ETF SPLR(2억 5844만 달러)’, 마이크론(2억 5308만 달러) 등도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자산운용사 상품으로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TF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적극 사들였다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세계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국내에서 거래할 수 있는 만큼 마이크론 순매수가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24일까지 한 달간 마이크론 순매수액은 8696만 달러에 그쳤는데 당국 개입 이후 3주 만에 3배가 불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환율 개입 이후 SK하이닉스를 9436억 원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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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두고 양도소득세 부담에도 마이크론에 투자한 가장 큰 이유로는 환율이 꼽힌다. 당국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시점을 활용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과 함께 환차익까지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4일 환율 개입 직후 마이크론 주식을 산 투자자는 주가 상승률 18.7%에 환차익 2.3%까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당국의 인위적인 가격 개입이 해외 투자 확대 등 부작용만 일으키고 시장 안정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당국은 정책 실행 능력을 보이겠다며 구두 개입과 함께 서학개미 유턴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부 실개입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477.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479.2원까지 오르면서 1480원 선을 위협했다. 해외 주식 투자 환전 수요가 늘면서 환율을 다시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실적 기대감을 바탕으로 15.81포인트(0.34%) 오른 4708.45로 거래를 마치면서 9거래일 연속 올라 사상 처음 4700 고지를 밟았다. 다만 원화 약세의 여파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 순매수가 연초부터 다시 확대된 가운데 코스피지수 훈풍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순매도로 환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며 “직전 고점인 1480원 부근에서 당국 개입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환율 1500원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변동성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장 개입을 통한 인위적 수준 조정은 시장 기능 왜곡, 외환보유액 부담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며 “과도한 쏠림 국면에서는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으로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한시적 변동성 완화 조치로 시장 기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수익률을 고려해 해외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을 국내 주식으로 내모는 것도 시장 왜곡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과도한 해외 주식, 외화 마케팅과 이벤트를 자제하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증권사를 압박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당국이 강제 개입으로 환율을 낮췄는데 1480원을 뚫고 오버슈팅이 나오면 더 이상 쓸 수 있는 대책이 없을 것”이라며 “국민 전체 자산인 외환보유액을 허무하게 쓰면서 조급함만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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