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금감원, 8대 금융지주 특별 점검…지배구조에 메스 댄다

■다음주부터 운영 현황 조사

CEO 셀프연임·이사회 등 대상

당국 “모범관행 실천 여부 확인”

업계선 “민간 경영 과도한 개입”

‘관치 한층 노골화 시도’ 지적도





금융감독원이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 점검에 나선다. 이사회 운영 실태를 포함한 각 금융지주의 실제 지배구조 작동 상황을 집중 점검한 뒤 조만간 발족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개선 사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관치가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14일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와 관련한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점검 대상은 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 등 8대 지주다. 이달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특별 점검을 통해 지배구조 모범 관행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얼마나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겠다고 예고했다. 2023년 당국과 업계가 함께 마련한 모범 관행이 현실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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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이사회 참호를 구축한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 △이사회 및 각종 위원회의 거수기 전락 △사외이사의 실질적 견제·감시 기능 약화 등을 제시했다. 금감원의 관계자는 “모범 관행의 취지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하거나 운영 단계에서 편법적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개정된 상법 취지에 맞게 사외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이 개별 지주의 구체적인 문제 사례를 일일이 나열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형식적으로 이행한 대표적인 사례로 BNK금융을 지목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BNK금융 차기 회장 후보 접수 기간에 추석 연휴가 포함돼 실제 영업일 기준으로 5일에 불과했던 것은 절차상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2024년 12월 하나금융이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 선정 직전 재임 가능 연령을 완화했던 일, 신한금융이 사외이사 평가 시 설문 방식으로만 평가하고 결과도 전원 재선임 기준 등급(우수) 이상을 부여한 점을 지적했다. 신한은행은 이사회 역량 진단표(BSM)상 전문성 항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떨어졌다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특별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16일 출범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TF에서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민관 합동의 TF에서 감독·권고 수준을 넘어 법·제도 전반을 포괄하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CEO 선임과 이사회 독립성 제고, 성과보수 개선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적인 모범 관행을 넘어 강제력을 갖춘 입법 논의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명분 아래 당국이 과도하게 개입해 민간 회사인 금융지주의 의사결정 구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금융지주의 회장 및 이사회를 향해 “연임이 반복되면 차세대 리더십도 골동품이 된다” “이사회 참호 구축” 등 부정적인 시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올해 3월 각 지주의 주주총회에서 신한·우리·BNK금융 회장 연임안이 상정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추천·선임 등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며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가 한층 노골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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