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0.1점 차로 떨어진 의사 실기시험, 채점기준 요구했지만…法 “비공개 대상”

불합격 문제 관련 채점기준 공개 요구

업무 공정 수행 지장 이유로 비공개 결정

法 “공개 시 채점기준 암기식 준비 우려”

“장래 시험 변별력 악화·제도 존립 위협”





법원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의 채점 기준은 시험 종료 이후에도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래 시험의 공정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는 A씨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서 합격선인 718점보다 0.103점 부족한 717.897점을 받아 불합격했다. 통과 문제 수 기준 합격선은 10개 문제 중 6개였지만, A씨는 5개 문제만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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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국가시험원에 자신이 불통과한 문제 각각에 대해 채점요소, 채점척도 단계, 단계별 점수, 수행특성, 합격선 및 불합격 기준점수 등의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가시험원은 지난해 2월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A씨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국가시험원이 구체적인 처분 사유를 제시하지 않았고, 시험이 이미 종료된 만큼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분 공개가 가능함에도 전부 비공개 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시험원이 비공개 사유를 명확히 밝혔다는 점을 들며,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향후 시험 업무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사 실기시험은 문제은행 출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세분화된 문제별 평가 내용에 따라 채점이 이뤄진다”며 “채점 항목의 내용과 구성이 공개될 경우 응시자들은 전반적인 의학적 능력 향상보다는 공개된 채점 항목을 기준으로 시험을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점 항목을 공개한 상태에서 변별력을 유지하려면 매년 채점 항목을 변경하거나 구성을 달리해야 하지만, 시험에 출제할 수 있는 임상표현과 기본 진료술기가 정해져 있어 내용 변경에는 한계가 있다”며 “설령 변경이 가능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해가 갈수록 평가가 지엽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실기시험의 채점 항목은 시험 과목의 특성상 어느 정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채점 항목이 공개될 경우 그 정합성을 둘러싼 시시비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는 실기시험 제도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판시했다.


임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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