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전체목록
정호철
정호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메일 공유
연재 중
경제수명 늘리기
1개의 칼럼 #경제
  • “만 원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사과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언론지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한국의 가구당 실질 소득은 전년대비 1.6% 감소해 7년 만에 최대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외식비, 과일 값 외에도 전반적인 물가가 많이 올라 보통의 직장인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15년 이후 10년 가까이 4500원인 담배가격을 대폭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흡연자들의 불만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기획재정부는 담배가격 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담배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이며 흡연율을 낮춰서 국민 건강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등 담배가격 인상 옹호론의 논리를 반박하기는 어렵지만, 100%에 가까운 인상폭은 흡연자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담배가격 인상 얘기가 나오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가 오직 건강에만 있는 걸까? 오늘은 금연이 불러올 수 있는 놀라운 경제적 효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현재 20세인 청년이 60세까지 한 달에 20갑씩 40년 동안 흡연을 지속한다면 담뱃값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얼마일까. 보건복지부 ‘금연길라잡이’에 따르면, 현재 담뱃값 4500원 기준 한 달에 20갑을 피운다고 가정하면 40년간 지출하게 되는 담뱃값은 무려 4320만 원에 달한다. 만약 한 줄기 연기를 뿜어내는 대신 금연과 함께 담뱃값을 금융투자상품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어떨까. 40년 동안 월 9만 원 또는 연 108만 원을 차곡차곡 모아 연 5~7%로 운용하면 약 1억 3000만 원에서 약 2억 2000만 원 규모로 불어난다. 여기에 담뱃값의 가파른 오름세를 반영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1980년대 고물가 시기를 제외하면 담뱃값은 소비자물가 대비 월등히 높은 상승률(연 5.21%)을 기록했다. 현재 한 갑에 4500원인 담뱃값에 연 5.21%의 상승률을 적용하면 40년 후에는 3만 2000원을 넘어선다. 어떻게 담뱃값이 그렇게 오를 수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현재 가격 대비 7배 이상 오른 가격도 여전히 현재 호주의 담배 한 갑 가격인 약 3만 8300원(US$ 28.4, 환율 1350원 적용 시)보다 낮다. 담배 가격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40년 간 담뱃값을 모으기만 해도 약 1억 4000만 원의 목돈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연 5~7%의 복리 투자 효과를 더하면 40년간의 담뱃값은 무려 약 3억 원~4억 원으로 불어난다. 한 갑에 4500원, 티끌만큼이나 가볍게 여겼던 담뱃값을 40년 동안 꾸준히 모으고 잘 가꾸기만 하면 알토란 같은 금융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월 수입으로 환산해 보면 단순히 은행 정기예금 이자 만을 고려할 경우에도(연 3.61%) 세전으로 매월 90만 원에서 132만 원에 이르는 정기적인 수입이 만들어진다. 2023년 기준 가입기간 20년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령연금 평균 수급액이 월 103만 원 수준이다. 단지 금연을 했을 뿐인데 40년 후 월 100만 원 수준의 현금흐름이 생길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금연에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티끌 모아 태산? “야~야! 티끌 모으면 티끌이야!” 개그맨 박명수의 말이다. 티끌을 단지 모으기만 하면 태산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여전히 티끌 더미에 불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티끌들을 꾸준히 모으고 잘 가꾼다면 시간의 가치와 복리 효과가 더해지면서 태산을 만들 수 있다. 눈 앞에 흩어지는 한 모금의 연기가 아른거리더라도 하루에 담배 한 갑 줄이면 나의 건강수명 뿐만 아니라 경제수명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4.06.22 06:30:00
    ‘금연’을 거꾸로 하면 ‘연금'
1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