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6
  • 인공지능이 검색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의 요약과 해당 페이지의 링크(URL)를 제공하는 인터넷검색과의 차별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검색은 결과물을 AI 시스템이 생성하여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터넷검색과 차이가 있다. 또한, AI 검색결과는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 프롬프트의 맥락을 분석하여 그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한다. 검색결과는 AI가 웹사이트 정보를 분석하여 검색 맥락에 맞게 생성하기 때문에 그 성격은 편집물로 볼 수 있다. 다만, 내용을 구성하는 부분들이 맥락에 따라, 일정한 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편집저작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하나의 창작적 표현으로 볼 경우라면 편집물과 별도로 창작적 표현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이 경우, AI 검색은 이용자에게 편집물 또는 완성된 창작적 표현으로서 제공된다. AI검색은 다양한 정보의 편집이지만 타인의 저작물이나 정보가 포함된 것이라는 점에서 ‘인용’의 방식으로 편집된다. 저작재산권 제한규정인 인용에 있어서, 저작권법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인용이 될 수 있는 방식, 즉 출처표시가 가능하다면 그 방식에 있어서 문제될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링크방식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저작권법상 인용요건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색결과의 편집은 이용자의 요구에 의하여 알고리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기술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용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인터넷검색도 필터링과 같은 기술적 방식이외에 검색결과의 내용에 대한 조작은 쉽지 않다. 검색결과의 조작이 AI 모델이나 검색엔진 차원에서 문제되는 사항이라면, 이는 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영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제공자 책임이다. 다만, AI 검색은 결과물에 대해 제공자는 어떤 내용의 검색을 요구받는지 알기 어렵다. 사후적으로 문제되는 내용에 대해 확인이 가능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AI 검색에 있어서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일반적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와 같이, 면책될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 AI검색과 인터넷검색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지만, 사실상 법적 책임에 있어서는 검색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할 때 면책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색이 정보의 완결성을 높이고, 공익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엄격한 책임을 지운다면 인터넷상의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 등 알권리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색결과에 대한 관여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책임의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다.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경우와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정하는 경우에 대한 가치판단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OSP의 관여는 유해한 정보, 공서양속에 위배되는 정보, 개인정보 등 법에서 금지되는 정보는 필터링될 수 있도록 조정(tuning)이 이루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적 의무 이행에 따른 관여는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저작권법은 OSP에게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검색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검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랜 기간에 걸처 인터넷검색이 다양한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다른 매커니즘으로서 AI 검색의 가치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AI 검색의 법률 문제에 대한 검토는 검색결과와 검색서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는데 있다. 결론적으로, AI 검색은 인터넷검색과 차이점이 있으며, 이는 검색결과에 대해 서비스제공자의 개입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입이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편향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AI 검색의 신뢰성을 배재할 수는 없다. 다만, 결과에 있어서 제공되는 링크가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닌 경우가 발견된다. 즉, 검색결과나 같이 제공되는 링크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점은 기술적으로 해결해가는 과정이고, 검색증강생성(RAG) 방식을 통해 검색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충분한 면이 발견된다. 저작권법에서 OSP에게 면책을 부여한 이유를 돌이켜보면, 검색서비스가 갖는 공공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일정부문 공익적인 가치평가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저작재산권 제한규정을 의율하여 면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검색자체가 저작권 침해가 아닌 사실정보만을 제공하는 경우, 그 제공방식이 원저작물의 일부만을 요약의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 그리고 원저작물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였다. 실상, 저작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검색사업자가 제공하거나 또는 그러한 서비스로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러한 점에서 기여책임이나 대위책임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일정한 경우 방조책임을 질 수 있으나 저작권법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것이다. 검색 결과에 대한 저작권법상의 문제는 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법상 면책을 받는 OSP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전통적인 검색 서비스는 결과물에 대한 개입이 없기 때문에 면책되지만, AI 검색은 일정 부분 개입이 발생하므로 면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AI 검색이 저작권 침해된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면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AI 검색제공자가 OSP로 간주된다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면책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다음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검색제공자가 저작권 침해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어야 하며, 둘째, 저작권자가 침해를 주장할 경우 게시중단 조치(notice & take down)를 취하여야 한다. 셋째, 검색제공자가 검색결과를 임의로 가공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임의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으나, 단순한 기계적인 관여에 한하여 중립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리하자면, AI 검색제공자는 OSP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지했거나 저작물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동안 검색은 인류의 정보활동에 미치는 공공성을 인정받으면서 저작권법상 면책을 받아왔다. 전통적인 검색과는 다른 면이 있지만, AI 검색 또한 공공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최근 가디언지에서는 AI 검색에 대한 조작가능성에 대해 문제제기한 바 있다. AI 검색에 있어서 그 결과에 대한 조작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검색에 대한 저작권법의 면책조항은 개입이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검색과 저작권법
    by 김윤명
    2024.11.10 10:00:00
  •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 대기업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두차례 신입사원을 공개채용했다. 대학의 졸업 시기에 맞춰 대졸자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많은 대기업이 정기공채를 줄이고 대신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다. 수시채용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적합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분야별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SK, LG 등의 주요 그룹은 아예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만으로 뽑는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모든 채용을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고 올해는 고성능차 개발, 배터리 설계, 로봇 사업 관리와 같이 세밀하게 132개 부문으로 나누어 지원서를 받았다. 4대 그룹 중에 삼성만이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공채가 감소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기술과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일반적인 범용인재보다 실무 분야에 맞는 맞춤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규모 공채 시험과 면접을 실시하지 못하게 된 여건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공채로 채용한 신입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집체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상당수 대기업이 2020년을 전후해 공채제도를 폐지하게 되었다.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채는 산업화 시대의 잔재이다. 대량생산-대량판매-대량소비하던 시대에 대단위로 투자해 고속성장하려면 대규모 인력이 필요했다. 공채는 많은 인력을 단기간에 채용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으로 1950년대 일본 기업들이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 우리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대학도 대형화하여 졸업생을 양산하며 공채는 수만명의 대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정부가 청년 고용 측면에서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을 장려한 것도 공채의 확산에 기여했다. 대기업의 공채 규모가 정경밀착의 산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도 있었다. 경제가 어려울 때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면담하며 경기회복을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면 이에 화답하듯이 대기업들은 몇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공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년 대기업 그룹이 몇 명을 채용하느냐는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이었다. 공채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인재를 평가해 채용하는 제도로 평등과 공정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규범과 일치하여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보편적인 채용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공채제도가 시행되면서 부작용도 커졌다. 특히 ‘인력-일자리 미스매치’가 악화되었다. 청년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대기업 공채로 인해 확대되었다. 기본적인 학력 요건만 갖추면 지원할 수 있는 공채는 대기업 입사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만큼 엄청난 경쟁을 유발한다. 대학 졸업자라면 누구나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입사 경쟁은 고시급으로 치열하다. 유명 대기업의 입사 경쟁률은 100대1이 넘는다. 재수 삼수가 태반이다.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할 수 있는 졸업 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려고 몇 년씩 졸업을 유예하며 계속 도전한다. 그러다 나이가 차서 안 되면 결국 취업 자체를 포기한다.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한 청년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일자리를 가질 생각도 못 한다. 현재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20대 청년이 44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30대까지 더하면 73만명이나 된다. 일하지 않고 있는 20~30대 청년 인구가 이처럼 많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014개 중소기업 대상으로 ‘청년고용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청년 직원 채용이 어려운 이유로 ‘지원하는 청년 구직자 자체가 부족하다’는 응답(53.2%)이 가장 많다. 인재들이 대기업에만 쏠리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고착된 것이다.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줄어들고 경력자 수시채용이 확대되면 청년 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청년은 처음부터 대기업에 입사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면, 중소기업에 먼저 취업해 경험을 쌓고 그다음에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기회를 노릴 것이다. 이럴 경우에 중소기업의 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중소기업의 인력 이탈은 심각하다. 정부가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자의 35.4%는 2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상의 실태조사에서도 청년 근로자가 퇴사하는 가장 큰 이유로 ‘더 나은 곳으로 취업하기 위해’(68.7%)가 꼽힌다. 공채 시대에 중소기업에 취직한다는 것은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한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청년들의 중소기업 재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공채가 사라져 대기업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아지면 중소기업에서 신입으로 시작해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럼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편견이 해소돼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청년이 늘어날 것이다. 일단, 중소기업이 오지 않을 인재가 온다는 것만 해도 큰 변화이다. 입사한 인재가 떠나지 않고 장기재직하도록 붙잡는 것은 중소기업의 몫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져야 청년과 中企가 산다
    by 임채운
    2024.11.10 09:06:51
  • 국회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도덕적 결함을 지적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편법증여이다. 이번에도 장관, 국가인권위원장, 검찰총장, 경찰총장에서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이르기까지 인사청문회에서 편법 증여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후보자가 거의 없다. 대부분은 부모인 후보자가 자녀에게 집이나 돈을 증여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부모가 자기 집과 돈을 자녀에게 주는 것이 왜 편법으로 비판받는가. 그건 내야 할 증여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적발되는 사례는 자녀가 집 장만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부모의 집을 시가보다 싸게 증여하거나 자녀의 집 매입 자금을 보태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는 수십억 원대의 서울 강남 아파트를 장남에게 시세보다 싸게 판결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대법관 후보자의 20대 딸은 아버지한테 증여받은 돈으로 용산 재개발 지역에 7억 원대 빌라를 사서 보유하고 있다. 경찰청장 후보자는 차남에게 돈을 빌려주며 편법 증여를 덮기 위해 차용증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고위공직자의 편법 증여는 부당하게 부를 대물림하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사회 불평등의 근원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더 나아가 나라를 망칠 특권 세습이라고까지 욕을 먹는다. 솔선수범해서 국가 기강을 지켜야 할 사회 지도층이 법을 위반하고 세금을 탈루하며 재산을 자식에 물려주려는 것이 만악의 뿌리인 것처럼 매도된다. 그러나 이처럼 비난하는 사람들 본인은 어떨까. 자신들은 자녀에게 집 사줄 때 솔선수범해서 세금을 다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10억원이 넘는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 6월 기준 12억1718만원이라고 한다. 이 정도 아파트를 자녀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면 세금을 상당히 내야 한다. 우리나라 상속·증여 세제는 2000년 이래 25년간 변하지 않아 경제 규모의 성장과 개인 자산의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다. 상속세 공제한도는 10억원으로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보유한 중산층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증여세 공제한도는 더 낮다. 직계 자녀에 대한 증여는 10년간 합산 공제금액이 5000만원에 불과하다. 10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증여하면 내야 하는 증여세가 억대이다. 이런 세금을 다 내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공직자들에게 몇억 원의 증여세는 엄청난 부담이다. 그러니 편법 증여가 절세를 위한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고위 공직자라고 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여 떼돈을 벌거나 거액의 재산을 물려주면 당연히 부정축재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0~20십억원 정도의 집 한 채를 자녀에게 물려 주는 정도로 나라 망칠 중죄인 취급받는 것은 조금 억울할 것 같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고 하지만 공직자로서의 특권을 이용한 것도 아니다. 평범한 부모라면 누구나 하듯이 자녀에게 자기 집을 하나 장만해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집 하나 마련해 주는 것은 한국적 관행이다. 특히 결혼하는 자녀에게 전세라도 해주어야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인식된다. 자녀에게 집도 못 해주는 부모는 늙어서 대접도 못받는다. 그건 공직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부모가 안고사는 업보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집값이 천정부지로 쏟는 세상에서 자녀가 부모 도움없이 아파트 마련한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집이 없으면 결혼도 안하고 애도 못낳는다. 저출산에 인구 감소 시대에 청년에게 부모가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 그처럼 잘못된 것이고 나라 망칠 특권 세습인가. ‘옳다, 그르다’의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다 하고 있는데 특별히 고위 공직자의 편법 증여만 콕 짚어 나라 망칠 특권 세습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 차라리 공직자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편법 증여하니 나라가 망할 것 같다라는 논설을 쓰는게 맞다. 사실 고액자산가는 편법 증여 논란에서 자유롭다. 세무사나 은행원의 도움을 받아 법인을 만들거나 재단을 세워 이미 합법적으로 증여해 두었다. 어설픈 중산층이나 법망 피해 집 한 채 증여했다가 걸려들어 망신당한다. 정부는 상속·증여세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지난 7월 새로운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아무쪼록 누구나 마음 편히 세금 다 내고 자녀에게 합법적으로 증여하여 나라 망칠 일이 없어지기를 희망한다.
    편법 증여, 도덕적 결함인가, 합리적 선택인가?
    by 임채운
    2024.09.10 17:25:17
  •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 후의 여유로운 생활을 꿈꾼다. 여유로운 생활이라면 기본적으로 생활비 걱정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삶을 말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언제쯤 은퇴할 수 있을까? 은퇴는 현직 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 활동에서 떠난 경우를 의미하며 직장인이라면 현재 직장을 그만둘 때, 자영업자라면 사업을 접을 때를 뜻한다. 생활비 때문에, 노후 준비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건강도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에 적절한 시점에서 은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바람직한 건 본인이 은퇴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은퇴 시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자. 오랜 경제활동의 결과로 노후준비의 성패를 실제 가늠할 수 있는 연령대는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50대다. 자영업자와는 달리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주된 직장에서의 은퇴 시점을 법적 정년인 60세 전후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현직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 활동에서의 은퇴 연령’에서 50대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가구주가 미은퇴한 가구의 ‘노후준비 상황’을 보면 ‘아주 잘 돼 있다’는 응답은 1.1%, ‘잘 돼 있다‘는 응답은 8.7%로 잘 된 가구의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보통이다’는 응답은 39.5%, ‘잘 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36.8%,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14.0%로 나타났다. 50대 가구의 절반 이상이 노후준비가 부족한 셈이다. 이러한 50대가 예상하는 실질적인 은퇴 연령은 몇 세일까? 전체 평균은 약 67세로 나타났다. ‘노후준비 상황’이 ‘아주 잘 돼 있다’라는 가구에서 수도권의 50대는 평균 65.4세, 비수도권의 50대는 65.7세로 나타났으며 ‘전혀 돼 있지 않다’라는 가구에서 수도권의 50대는 67.3세, 비수도권의 50대는 68.2세로 나타났다. 노후준비 상황이 좋지 않을 수록 은퇴 연령을 더 높게 예상하고 있으며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 50대가 은퇴 연령을 더 높게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령층(55~79세)의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5월 고령층(55~79세) 인구는 1509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만 2000명(2.2%) 증가했다.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고용률은 58.1%로 전년 동월 대비 2.1%p 상승했으며 2010년 대비해서는 7.5%포인트(p)나 증가했다. 전반적인 노후준비의 부족으로 은퇴하고 싶어도 은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후준비는 언제 해야 할까? 은퇴 후는 아닐 것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부터 한창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시기까지 어떻게 노후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우선 은퇴 시점은 달라진다. 또 노후준비를 얼마나 잘 했느냐에 따라 은퇴 후의 생활도 달라질 것이다. 은퇴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눈 여겨 볼 부분이다.
    당신의 은퇴 연령은 몇 세인가요?
    by 황명하
    2024.08.31 08:00:00
  •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게임물은 법적으로 문화예술의 한 유형으로 규정되고 있다. 게임인은 예술인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게임물의 성격을 보면 그래픽이나 영상 등 예술적 요소와 소프트웨어 등 기술적 요소가 결합돼 있다. 더 나아가 게임물이 다른 서비스로 분화되거나 다른 서비스가 게임물로 변화하기도 한다. 게임물은 하나의 서비스나 기술이 아닌 다양한 유형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게임은 SW로서, 콘텐츠로서, 정보통신 서비스로서, 전자상거래에 따른 재화로서, 그리고 메타버스로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각각의 성질에 따라 규율되는 법률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규제의 정합성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성질은 다양성 및 확장성에 있다. 메타버스는 게임 서비스가 되거나, 콘텐츠 서비스가 되거나 다양한 서비스가 융합된 플랫폼 서비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가 연계되거나 혼재됨으로써 법적 적용에 있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규제 체계는 다른 서비스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다만, 메타버스의 새로운 서비스 유형에 대해서 규제 체계로 편입시킬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규제정합성 및 산업진흥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게임규제는 시장에서 등급분류 받은 내용과 다르게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에 기반한다. 모든 영역에서 우려가 없는 것이 있을까? 우려가 없는 사업은 없다. 유독 게임산업법에서는 우려를 가지고, 규제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러한 규제적 속성은 게임물과 경계에 있는 메타버스에도 적용된다. 무엇보다, 메타버스산업이 게임산업과 유사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서비스의 집합과도 같기 때문에 게임산업법만이 아닌 청소년보호법 등 다양한 규제법제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메타버스가 게임산업법을 우회하거나 사행성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게임물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한다는 것은 당위적이지 않다. 우려만이 아닌, 실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다. 물론 그동안 사업자들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우려가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따라서, 실증 특례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신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 게임산업법의 탈 규제 체계의 수립, 자율규제의 확장과 책임의 강화 등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는 시장에 맡겨두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자율은 아니다. 자율규제를 위반하거나 또는 기대했던 바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가중하는 것이다. 메타버스와 게임물은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게임화 또는 게임의 메타버스화하는 상황에서 양자는 명확한 구분이 쉽지 않다. 규제기관과 사업자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메타버스 정책과 게임정책은 기본적으로 진흥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나 목적은 상이하다. 게임의 속성상 ‘오락’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지만, 게임산업에 내재하는 사행성 이슈는 게임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와 현실세계의 경제의 혼합을 규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내에서 경제활동은 규제의 대상이 되고, 현실 재화로의 이전은 금지된다. 지금까지 게임산업이 갖는 기술적인 특성에 따르면, 게임산업법의 규제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변화하는 속성을 갖는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임산업과 메타버스 산업을 구분하기 어렵다면, 규제라는 목적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규제는 사업자에게 부담지우는 것이기는 하지만 최종적인 소비자에게 분담지워진다. 이러한 분담은 소액이나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체감되지 않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규제가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산업법이 도구적으로 메타버스 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규제나 정책의 정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책이 정합적이지 않으면, 결국 수범자의 입자에서는 명확하지 않는 산업정책으로 인식될 뿐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면 그 필요성이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규제의 실익이 있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 ‘우려’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정책적이지 않다. 과학적, 통계적 기반에 따른 게임정책이 요구된다. 정부 정책이 과학적이지 않는다면 해당 정책은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물의 규제에 대해서는 게임산업법의 목적규정과 입법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게임산업법은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게임의 문화적 이용에 대한 규제 등 목적규정에 위배되는 규제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이처럼, 입법목적이 부정되는 법률을 누가 수범해야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 헌법은 문화국가의 원리를 기본원리로 삼고있음에도, 가장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게임 분야에서 몰가치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이러니할 뿐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법적 관점에서 본 메타버스와 게임의 경계
    by 김윤명
    2024.07.21 08:00:00
  • 최근 오피스텔 월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5월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5.33%로 2022년 3월 이후 26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에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는 데다 전세사기 사건으로 인한 빌라 기피현상이 더해지면서 오피스텔 월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피스텔 임대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해당 임대인이 은퇴자로서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하며 오피스텔에 투자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오피스텔 월세처럼 자산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인컴(Income)이라고 한다. 채권(Bond) 이자도 대표적인 인컴 중 하나다.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이자수익으로 은퇴생활비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면, 그만큼 경제수명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금리가 급등한 2022년부터는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인이 증권사 중개를 통해 순매수한 채권 규모는 2021년 4조 6000억 원에서 2023년 37조 6000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33조 원 늘었다. 채권은 더 이상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채권은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정해진 일자에 정해진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 채무증권이다. 주식과 비교해보면 채권은 타인자본으로서 주식 대비 선순위증권이다. 주주 배당에 우선해 이자를 지급받고, 회사 청산시에도 주주보다 우선해 잔여재산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신, 채권 소유자는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채권 직접투자시 투자자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발행사가 약속한 이자나 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 즉 신용위험이다. 국채와 같은 무위험채권이 아니라면, 모든 채권에는 채무불이행위험이 내재돼 있다. 하지만, 개별채권에 부여된 신용등급을 활용할 경우 이러한 신용위험은 일정 수준 통제할 수 있다. ‘BBB-’가 투자적격등급의 하한선인데, 이보다는 더 높은 등급으로 채권 투자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 직접투자에 따른 또다른 위험은 시장이자율 변동에 따른 가격변동에 대한 위험, 즉 이자율 위험이다. 채권가격은 미래현금흐름을 당시의 시장이자율로 할인해 구한 현재가치이다. 시장이자율이 현금흐름 할인율로 쓰이기 때문에 시장이자율과 채권가격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즉, 시장이자율이 매수시점보다 오른다면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만약, 가격이 하락한 채로 채권을 시장에 매도한다면 매매손실을 보게 된다. 하지만 만기까지 그대로 보유한다면, 이자, 원금 등 미래현금흐름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 매매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채권 직접투자에 따른 위험 못지 않게 다양한 매력이 존재한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낮은 대신 변동성도 낮다. 만기 때까지의 이자와 원금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다.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클래스와의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또한, 채권은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투자수익률은 통상 은행 예금이율보다 높다. 최근 증권사에서 판매 중인 신용등급 A급 회사채의 경우 은행예금 대비 1~2%포인트(p) 정도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자수익 외에 매매차익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채권 직접투자의 매력 중 하나다. 시장이자율이 매수시점보다 낮아졌다면, 채권가격은 그만큼 올랐을 것이다. 이 경우 중도 매도시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다. 게다가 현행 세법상 개인의 채권 매매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가 예정대로 2025년부터 도입될 경우 이와 같은 비과세 혜택은 없어질 수 있다. 채권 투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연 200만 원(일반형)까지 비과세되고 이를 초과하는 소득은 9.9%로 분리과세되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24년 1월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ISA의 납입한도와 비과세한도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관련 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향후 입법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에는 직접투자 말고도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식도 있다. 채권에 직접 투자하면, 펀드보수 등 간접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매매차익 등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발행사의 채무불이행 등 채권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요소들을 투자자 본인이 직접 챙겨야 하고, 중도 매도 여부 등 중요 의사결정도 직접 내려야 하는 등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투자 스타일이나 금융상품 지식수준 등을 감안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 직접투자의 매력과 위험
    by 남창주
    2024.07.20 07:30:00
  • AI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 위험을 시장의 자율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규제를 통해 관리할 것인가는 복잡한 문제이다. 자율과 규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접근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술과 이용이 상호 연관되어 있듯이 자율과 규제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AI는 블랙박스 특성을 가지므로 그 작동 원리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안전한 AI를 구현하기 위해 기술적, 제도적 측면에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설명가능한 AI 기술의 발전과 국제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술외교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AI와 관련된 글로벌 논의와 정책은 국가별로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2023년 11월, 영국 블레츨리에서 AI 안전에 대한 글로벌 논의인 AI Safety Summit이 있었고, 블레츨리 선언(Bletchley declaration)이 이루어졌다. 2024년 5월, 서울에서 후속 논의인 AI Seoul Summit이 개최된 바 있다. AI의 편향, 공정, 신뢰의 가치를 넘어 AI 안전이라는 의제를 다루었다. 또한, AI 안전을 위한 정책과 기술 모니터링을 위한 AI 안전연구소 설립도 발표되었다. AI 안전연구는 특정 부처만의 역할이 아닌 범부처의 역할로 보아야 한다. AI는 고도의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되는 의사결정시스템이다. 조건에 맞게 작동하며, 그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결함’이 있는 상태가 된다. 그동안 SW 안전에 대한 논의에서는 SW의 결함이 수용 가능하거나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면 큰 문제로 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AI는 블랙박스로서 원인과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 관계의 추론에 머무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AI 안전을 위한 기술적 측면, 제도적 측면 등 여러 가지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설명가능한 인공지능은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국제표준화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표준화는 기술외교의 한 방편이다. 특히, 국제표준은 글로벌 AI 정책이나 기술에 있어서 헤게모니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술외교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설명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술의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생성물로 인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환각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이 제시되고 있다. 검색증강생성은 고전적인 AI인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으로 볼 수 있다. AI 겨울을 초래했던 전문가시스템이 새롭게 그 역할을 인정받는 시대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기술 발전은 서로 융합되거나 기술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수단이 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기술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것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 기술의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 주체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술의 문제에 대한 사람의 책임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로 인한 여러 문제에 대한 투명성, 공정성, 책무성 등을 강조하는 정책들이 제안된 바 있다. 결국, 최종적인 이용자인 일반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클로드 AI(Claude AI)에서 적용하고 있는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는 답변 과정에서 법적인 사항까지도 체크한다. 이처럼 AI가 생성하는 결과물에 대해 위법한 내용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도 의미있다. 헌법적이라는 표현을 쓰고있지만, 사람이 갖추어야할 윤리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술에 적용한 모델로 볼 수 있다. 최상위 규범을 정하고, 그 규범에 따른 하위 규범이 구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입법체계가 AI 모델에서 구현된 것이다. 이와 같이, 결과만을 생성하는 것이 아닌 질문의 맥락을 파악하고 그 내용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조언까지 제시한다면, 이용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검열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명예훼손이나 나의 위법행위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이용자 스스로 선택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회 규제가 갖는 성격상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충분성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최소한의 안전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신기술이나 신사업이 허용되도록 하고, 발전과정에서 안전성 보장을 조정하고 강화하여야 한다. 결국, AI에 대한 규제의 성질은 그 특성에 따른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자율 규제라는 것은 기업이나 개발자 스스로 AI보다 더 윤리적이어야 하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선허용 후규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사전적인 규제가 없다는 점이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규제가 강한 규제로 실시되거나 예측하지 못한 규제가 되는 경우에 막대한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지의 기술인 AI에 대한 사전적 규제없이 시장 출시를 허용할 경우, 사업자는 이에 대한 리스크나 예측가능성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AI의 성질이나 목적에 따라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업자나 이용자에게 예측가능하고 신뢰가능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정부의 규제는 AI 윤리에서 EU AI법과 같이 법적 규제로 넘어가고 있지만, 모델 자체는 여전히 사람과 같이 윤리적 가치가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AI 안전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자율 규제는 기업이 스스로 윤리적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전제에 기반하지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전 규제를 통해 AI 기술의 문제를 관리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AI 자율과 규제의 균형을 찾아서
    by 김윤명
    2024.07.07 09:37:27
  • “만 원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사과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언론지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한국의 가구당 실질 소득은 전년대비 1.6% 감소해 7년 만에 최대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외식비, 과일 값 외에도 전반적인 물가가 많이 올라 보통의 직장인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15년 이후 10년 가까이 4500원인 담배가격을 대폭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흡연자들의 불만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기획재정부는 담배가격 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담배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이며 흡연율을 낮춰서 국민 건강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등 담배가격 인상 옹호론의 논리를 반박하기는 어렵지만, 100%에 가까운 인상폭은 흡연자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담배가격 인상 얘기가 나오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가 오직 건강에만 있는 걸까? 오늘은 금연이 불러올 수 있는 놀라운 경제적 효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현재 20세인 청년이 60세까지 한 달에 20갑씩 40년 동안 흡연을 지속한다면 담뱃값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얼마일까. 보건복지부 ‘금연길라잡이’에 따르면, 현재 담뱃값 4500원 기준 한 달에 20갑을 피운다고 가정하면 40년간 지출하게 되는 담뱃값은 무려 4320만 원에 달한다. 만약 한 줄기 연기를 뿜어내는 대신 금연과 함께 담뱃값을 금융투자상품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어떨까. 40년 동안 월 9만 원 또는 연 108만 원을 차곡차곡 모아 연 5~7%로 운용하면 약 1억 3000만 원에서 약 2억 2000만 원 규모로 불어난다. 여기에 담뱃값의 가파른 오름세를 반영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1980년대 고물가 시기를 제외하면 담뱃값은 소비자물가 대비 월등히 높은 상승률(연 5.21%)을 기록했다. 현재 한 갑에 4500원인 담뱃값에 연 5.21%의 상승률을 적용하면 40년 후에는 3만 2000원을 넘어선다. 어떻게 담뱃값이 그렇게 오를 수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현재 가격 대비 7배 이상 오른 가격도 여전히 현재 호주의 담배 한 갑 가격인 약 3만 8300원(US$ 28.4, 환율 1350원 적용 시)보다 낮다. 담배 가격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40년 간 담뱃값을 모으기만 해도 약 1억 4000만 원의 목돈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연 5~7%의 복리 투자 효과를 더하면 40년간의 담뱃값은 무려 약 3억 원~4억 원으로 불어난다. 한 갑에 4500원, 티끌만큼이나 가볍게 여겼던 담뱃값을 40년 동안 꾸준히 모으고 잘 가꾸기만 하면 알토란 같은 금융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월 수입으로 환산해 보면 단순히 은행 정기예금 이자 만을 고려할 경우에도(연 3.61%) 세전으로 매월 90만 원에서 132만 원에 이르는 정기적인 수입이 만들어진다. 2023년 기준 가입기간 20년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령연금 평균 수급액이 월 103만 원 수준이다. 단지 금연을 했을 뿐인데 40년 후 월 100만 원 수준의 현금흐름이 생길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금연에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티끌 모아 태산? “야~야! 티끌 모으면 티끌이야!” 개그맨 박명수의 말이다. 티끌을 단지 모으기만 하면 태산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여전히 티끌 더미에 불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티끌들을 꾸준히 모으고 잘 가꾼다면 시간의 가치와 복리 효과가 더해지면서 태산을 만들 수 있다. 눈 앞에 흩어지는 한 모금의 연기가 아른거리더라도 하루에 담배 한 갑 줄이면 나의 건강수명 뿐만 아니라 경제수명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연’을 거꾸로 하면 ‘연금'
    by 정호철
    2024.06.22 06:30:00
  • 봄이 지나고 여름이 깊어지면서, 자연의 울음소리도 가득하다. 한 낮, 뻐꾸기 울음소리는 문설주에 기댄 눈먼 처자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이윽고 한 밤이 되면, 개구리 소리는 별만큼이나 밤하늘을 가득 채운다. 이처럼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고, 수많은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사고와 의식을 갖기 때문에 창작활동이 가능하다. 어쩌면 자연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인간도 자연의 한 단면이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인공물도 인간의 것이라면 그것 또한 인간적이고 자연을 닮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도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학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지식이나 판단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것은 빠른 연산능력 덕분이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충격에도 창작활동은 인간만의 영역으로 안위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고를 하거나 창작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공지능의 창작은 의식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확률적으로 가장 근접한 결과물이 생성되도록 하는 알고리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생각을 말하는 것은 어떤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상황에 따른 판단을 하고, 그 상황에 적절한 단어나 표현을 선택한다. 인공지능도 그렇다. 인공지능이 특정한 결과물을 생성할 때, 인간처럼 부여된 프롬프트에 따라 달라진다. 동일한 프롬프트라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확률적으로, 또는 인간의 경험과 습성에 따라 언어의 선택이 달라진다. AI 모델이 갖는 특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인간이 표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정말 인간을 모방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지는 생각과 사고는 무엇일까? 인간의 발명품인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것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뇌과학자들도 인간의 사고체계에 대한 그 원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타인의 것을 모방하면서 학습한다. 모방의 과정이 지난하더라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특이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기계의 특이점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하지만, 인간의 특이점은 자신의 능력을 오롯이 발현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학습할 대상은 무한한다. 그렇지만, 기계에게는 그 또한 한정된 것이다. 이론적으로 빅뱅 이후의 모든 정보는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활용가능하다. 기계적 이라고 하지만, 빠른 속도로 학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는 다른 매커니즘이 활용된다. 인간의 학습은 저작물을 향유하는 행위이다. 향유란 저작물이 갖는 의미와 내용을 인간이 감각을 통해 즐기거나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에서 논란이 되는 법률 중 하나인 저작권법은 인간의 향유를 전제로 한다. 타인의 저작물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허락을 받거나, 저작재산권의 제한 사유나 공정이용(fair use)이 가능해야 한다. 기계가 학습하는 데이터를 포함한 저작물은 인간의 문화적 향유를 전제한다. 즉, 창작과정에서 의도했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것을 해석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적인 활동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화적인 활동이 아닌 기계적으로 특징점(features)을 파악하는 것은 문화적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기계가 다르게 취급된다. 기계의 활동이 인간의 활동을 넘어서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기계적인 특성은 반복적이지만 시간적으로 인간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데이터에는 인간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는 데이터에서 인간이 의도한 문화적인 사상과 감정을 향유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한 기계학습과 그에 따라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보면, AI는 인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AI가 인간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데이터를 학습하면 무엇이 될까? 또 다른 인류가 출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공지능, 더 정확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최초의 객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비에 비유하고, 그 비가 AI라는 냇가를 가득 채울 때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는 알 수 없다. 다음처럼 단순하지 않을까? “냇가는 물로 가득 찼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인공지능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다만,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인공지능은 윤리적 기계가 돼야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그다지 윤리적이지 않은 인간과는 달라야하는 숙명을 갖는다. 어쩌면 비상정지 버튼까지도 달아야 할지도 모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I에서 인간의 모습을 보다
    by 김윤명
    2024.06.16 10:00:00
  •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돼 저성장 기조에 빠진 것은 기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3일 성장사다리 정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은 졸업 중소기업 지원 확대, 가업승계 지원,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 신설, 성장바우처 제공, 정책자금과 민간금융 연계한 자금조달 지원, 민간 투자 연계형 연구개발(R&D) 확대, 중소기업 M&A 지원 강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에서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되는 대책은 세제혜택 확대이다. 현재 세제혜택은 자본과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주로 집중되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세제혜택이 전면 중단된다. 이런 세제혜택 절벽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에 성장사다리 대책에는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도 세제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2년 추가 연장해 총 7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예기간이 지나 중견기업에 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최초 3년 간 높은 R&D·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해 준다. 성장역량이 높은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밀착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도 제시되었다. 정부는 세제에서 금융, R&D M&A에 이르는 전방위 지원을 망라하는 성장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중견기업을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수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가 중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은 올바르다. 하지만 정부 지원만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가 작동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대책은 지원 투성이다.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을 초기 중견기업까지 확대한 정도에 불과하다. 작은 사다리를 조금 그것도 일시적으로 늘린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스 신화의 괴물 프로크루스테스는 사람을 침대에 묶어 놓고 침대 길이 맞춰 사람의 키를 늘이거나 줄였다고 한다. 정부의 성장사다리 정책도 비슷한 방식이다. 중소기업 지원 기준이라는 침대를 약간 늘려 놓았을 뿐이다. 아예 침대를 버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직접 육성한다는 접근도 진부하다.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하고 밀착지원해 중견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대책을 보는 순간 머리가 띵하다. 왜 무슨 근거로 100개인가?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성장역량이 뛰어난 유망기업을 선택할 것인가? 기존의 수많은 정부 지원사업과 무엇이 다른가? 이전에 수출중소기업 10만개, 벤처기업 3만개,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개수 목표와 다를 바 없다. 역시 침대에 사람 키를 맞추는 프로크루스테스 식의 접근이다. 정부의 인위적 노력에 의해 중소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면 벌써 이전에 했다. 성장사다리 정책의 원조는 MB정부이다. 당시에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벤치마킹해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소기업 정책의 요지이었다. 그 이후 강소기업이 늘어났다면 오늘날 성장사다리 대책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건강한 민간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과 중소기업의 체질개선 노력은 전혀 없다. 역시 표지갈이 식의 전형적 정부 대책이다. 성장사다리 정책이 필요하다니 내놓은 격이다. 문제는 다른데 같은 답안만 내놓은 탁상공론의 발상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원 일색 ‘성장사다리 정책’통할까
    by 임채운
    2024.06.08 07:00:00
  • 누구나 자신이 있는 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상태의 유지는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 물리적인 안전의 중요성은 물론 디지털 환경에서의 안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안전체계는 중요하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안전은 프라이버시(privacy)로서의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넘어선 물리적인 환경이나 사회적인 영역에서의 안전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종래에는 개인의 생활 및 신체에 대한 안전이 중요한 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클라우드 환경은 다양한 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어느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서비스 자체가 ‘먹통’이 된다. 데이터센터 화재사건으로 디지털 서비스가 멈추기도 했다. 접근이 편리해진 반면 관리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의 안전체계는 물리적인 안전을 위한 ‘재난안전기본법’과 SW안전을 위한 ‘소프트웨어 진흥법’, 그리고 네트워크 상에서의 침해사고 대응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등 다양한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다. 네트워크와 SW는 융합되면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 되는 SW를 의미하는 사스(SaaS)로서 클라우드컴퓨팅은 어떤가? 우리 SW진흥법에서의 SW안전은 “외부로부터의 침해 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소프트웨어의 내부적인 오작동 및 안전기능 미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부터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에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는 상태”로 정의된다. SW 안전은 SW자체 또는 SW와 밀접하게 구현된 시스템이나 플랫폼 등 다양한 요소에서 사용되는 SW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개념이자 목표이다. 다만, SW 품질은 SW 안전을 위한 기능적인 사항을 의미하기 때문에 품질이 기준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만 SW 안전의 정의에서는 명확하게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의미하는 네트워크를 통한 침해사고의 경우는 SW 안전의 범위에서 제외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안전과 SW 안전은 별개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 기술적인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AI가 일상으로 들어서고 있다. SW가 단순한 자동화의 의미를 가졌다면, AI는 의사결정이나 창작활동을 대신 해주는 수준이다. 그 만큼, 결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AI의 내재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수준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기술의 발전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AI 안전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요소이다. AI를 통해 생성하는 다양한 생성물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또는 AI가 잘못 판단하거나 알고리즘이 조작된 경우도 있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 규제는 지양될 필요가 있다. 기술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그 뒷감당은 이용자인 국민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은 선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기술은 이용하는 과정에서 의도성이 들어가고, 그에 따라 차별이나 편향이 반영되곤 한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편견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로서 AI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AI에 대한 규제방법으로 설명의무를 부과하기도 한다. 설명가능한 AI의 개발도 마찬가지다. 거대언어모델(LLM)인 AI모델의 블랙박스를 열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AI의 안전은 AI자체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AI를 활용하거나 사용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AI가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작동되는 경우, 비상버튼이나 셧다운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같은 대화를 생성했던 챗봇인 테이사건이나 이루다사건에서 챗봇을 셧다운 시켰다. 문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의사결정이었다.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데이터에 의해 내부 데이터나 시스템이 오염되지 않도록 개발했어야 했다. 두 사건에서처럼, AI가 문제는 아니다.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악의적인 행동이 문제이다. AI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AI는 일상이다. 그렇지만 AI가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할지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점은 기술이 인간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점, 그렇지만 안전을 위해 기술에 대한 통제는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AI기술의 안전성, 서비스의 공정성, 서비스제공자의 신뢰성, 이용자의 윤리성, 정책의 일관성은 필요조건이다. 이로써 AI안전은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EU AI법의 퍼즐이 맞추어졌고, 이제 시행만을 남겨둔 상태이다. 이는 AI에 대한 규제가 윤리 중심에서 법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법률도 AI 기술의 안전한 이용에 방점을 둬야 한다. 다만, 기술에 대한 규제보다는 문제되는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규제여야 한다. 무엇보다 규제는 명확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
    AI안전과 신뢰사회
    by 김윤명
    2024.06.01 07:00:00
  •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가장 큰 한계는 성장성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가치는 성장에 있다. 성장이란 단지 매출이 늘어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장하는 기업은 활력이 넘치며 생기가 충만하다, 기술혁신을 통해 일류가 되고자 노력하여 투자와 고용의 선순환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반대로 성장을 멈춘다는 것은 정체와 퇴보를 의미한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현상유지에 급급하며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다른 기업들이 앞서 나가는데 제자리에 머물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성장사다리에 올라타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매우 어렵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않고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다.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어 ‘피터팬’ 신드롬이라 불려지기도 한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지 않고 어린이로 남아 있는 것에 비유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이원화되어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과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납품거래 구조에 예속된 중소기업은 독자적으로 사업을 키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도 중소기업의 성장기회를 제한한다. 대기업이 내부 시장을 이용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내재화하여 중소기업이 성장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광고, 물류, 정보시스템, 건물관리, 급식 등의 사업서비스 부문에서 이런 문제가 두드러진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보호가 성장동기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중소기업을 경제적 약자로 간주하여 다수의 중소기업에게 보편적 지원을 제공하는 복지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성장하여 범위 기준을 벗어나면 이런 지원과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중견기업이 되어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수많은 혜택이 없어지는 대신에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 된다. 중소기업은 노동·안전·환경에 대한 규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모든 규제를 예외 없이 온전히 적용받아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적합업종이나 생계형 업종 등의 시장조치에서도 중견기업은 규제의 대상이다. 중견기업이 내수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성장을 추구할 경우 과열 경쟁을 유발하여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정부의 보호막이 걷히고 대신 감시와 견제의 칼 끝에 놓이게 된다. 경제적 기반을 형성하는 중소기업의 생존에 정부 지원과 보호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과 혜택이 과도하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성장을 기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성장성과 연계하여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동기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여 해외시장에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개별 기업에게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정신이 보상받는 민간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대기업의 부당한 내부 거래를 규제하여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함으로써 전문 중소기업이 독립적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전속관계를 완화하여 타 경쟁사에게도 공급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소기업이 소외받는 경제구조를 개혁하여 중소기업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를 찾아서
    by 임채운
    2024.05.25 17:00:00
  •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가장 새롭다고 주목받은 대목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여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경제성장 정책을 이끌어온 ‘경제기획원’과 같이 종합적이고 강력한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는 부총리급의 기획 부처를 설치하여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해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국가 소멸의 위기까지 예견되는 상황에서 저출산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여러 부처의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여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현재 인구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책 권한과 예산권이 없는 위원회 조직으로 실행력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그동안 각 부처가 따로 놀면서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지난 15년간 출산장려를 위해 투입한 예산이 280조원에 달하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의 평균 출생아 수)은 0.65명으로 최초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저출산에 대응하는 접근을 복지 정책의 차원을 넘어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이다. 대통령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밝히며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하고, 자녀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부담을 줄게 하겠다’라는 설명은 정확하고 적합하다. 저출산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거, 교육, 노동, 일자리, 의료, 복지, 노후 등의 모든 문제가 얽혀 있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출산과 양육을 억압하는 경제적 구조와 사회적 문화가 뿌리처럼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한 두가지 정책만으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육아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복지성 대책은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증상만 악화시킬 따름이다. 나무로 치면 속에 골병이 들어 안에서부터 시들고 뿌리가 썩어가는데 영양제와 비료만 주는 꼴이다. 이처럼 난해한 저출산 문제를 부총리급의 부처 신설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교육 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의료 개혁 등 어느 하나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풀리는 저출산 문제를 부처 설치로 해결하겠다고 하니 생뚱맞기만 하다. 저출산에 대응하는 신생 부처가 조직을 갖추고 역량을 발휘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실효성도 미흡할 것으로 예상한다. 차라리 기획재정부를 저출산 대응 부처로 변경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과 예산을 책임지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사령탑 기능을 담당한다. 국회와 야당도 법안이나 예산에서 기재부 눈치를 볼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기획재정부를 저출생대응기획부로 변경하여 모든 부처의 정책과 예산에서 출산장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면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저출산 정책이 힘을 발휘하려면 국회와 야당의 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통령도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야당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하였다.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하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정부뿐 아니라 여야 정당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출범하면 장관에 야당 인사를 임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국가적 비상사태인 인구감소 위기를 여야가 같이 해결하는 것에서 실질적 협치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으로 ‘인구위기대응부’를 내세웠으니 야당 공약을 수용하는 의미로 저출생부처를 만들었다고 하면 야당도 거부할 명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국회가 입법할 때 ‘출산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법안은 아무리 중요해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부처 신설이 아니라 국가 개조 수준의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출생대응기획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by 임채운
    2024.05.11 07:00:00
  • 격렬했던 총선이 끝나고 진한 여운이 오래 남아 있다. 승리한 정당은 압승의 환희에 들떠있고 패배한 정당은 책임 논쟁으로 시끄럽다. 대통령은 여야 양쪽에서 수용할 총리 후보를 물색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막강한 국회 권력을 거머쥔 거대 야당의 공세가 예상되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은 현안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 이 와중에 민생 경제는 방향타를 잃고 갈팡질팡 흔들리며 좌초 일보 직전에 놓여 있다. 특히 물가 상승이 거세지며 가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3% 대의 상승률을 이어가며,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20%대로 급등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인플레이션이 퍼지자 신조어가 유행한다. 사과를 위시한 과일값 급등을 칭하는 ‘프루트 플레이션’,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상승한다는 ‘치킨 플레이션’, 밀가루·계란 가격 상승으로 빵값이 계속 오르는 ‘빵 플레이션’, 우유 가격의 지속적 인상을 의미하는 ‘밀크 플레이션’, 국수 음식 가격의 상승을 뜻하는 ‘누들 플레이션’,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증가한다는 ‘런치 플레이션’ 등등. 인플레이션이 민생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며 파생된 유행어를 열거하면 끝이 없다. 흥미롭게 이런 인플레이션 신조어는 대부분 먹거리와 관련된다. 한국인은 먹고사는 문제에 민감하다. 그러니 먹거리 물가 상승은 심각한 민생고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에 일조한 ‘대파 가격’ 논란이 왜 그리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잘 생각해 보라. 대파 한 품목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대파로 상징되는 먹거리 가격의 상승이 문제이다. 대파 가격이 싸다는 둥, 한 단이 아니라 한뿌리 가격이라는 둥의 말장난은 먹거리 물가에 시달리는 국민을 서글프고 화나게 만든다. 총선 유세에서 대파를 흔들어 대며 여당을 비웃고 공격한 야당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법카로 초밥도 사 먹고 코인 투자로 수억원을 벌어들이며 불법 대출로 강남 아파트에 투기한 본인들은 민초들의 생활고를 얼마나 알기나 할 것인지. 대파 가격을 잘못 거론해 민생에 무지하다는 사실이 탄로 난 여당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파를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를 내리기 위해 야당은 무엇을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국정에 관한 여야 협치를 논의하기 위해 곧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난다고 한다. 그런데 야당이 주장한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의제에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벌써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정말로 한심하고 치졸하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살포하는 현금성 지원금이 포퓰리즘이냐 아니면 내수활성화 마중물이냐 하는 논란을 떠나 사소하고 쫀쫀하다. 이 정부 들어와 대통령과 야당 영수가 최초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최우선 과제가 기껏 국민 1인당 25만원짜리 밖에 안된다는 말인가. 여당과 야당의 총선공약집을 살펴보면 그것보다 훨씬 더 크고 거창하며 중요한 정책이 많다. 국민의힘 총선 공약집은 ‘새로운 변화 내 앞으로’라는 제목으로 ‘민생 활력, 새로 희망’을 내세운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집은 ‘삶의 질, 수직 상승을 위한 민주당의 약속’이라는 제목을 걸고 ‘국민 모두가 전 생애에 걸쳐 건강과 안전, 소득과 주거 등 모든 영역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실제 총선 유세에서 공약집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정책 토론회도 없었고 언론도 공약에 관심두지 않았다. 그러니 대다수 국민은 각 정당의 총선공약집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넘어갔다. 여야가 서로를 비난하는 심판론만 부각되었을 뿐이다. 민생공약으로 주목받은 것은 야당의 25만원 민생지원금이 유일하다. 참 상상력이 빈약하다. 뭐 현대판 고무신 쪼가리도 아니고. 거창한 협치를 논의하는 여야 영수회담에서 조금 더 큰 민생 과제가 의제로 다뤄지기 바란다. 민생을 위한다며 지원금을 얼마 줄 것인지만 논의하는 영수회담은 역사적으로 가장 초라한 협치로 기록될 것이다. 기왕 여야가 협력하여 국민들에게 돈을 뿌릴 바에는 돈 쓸 맛 나게 10배로 늘려야 통 크다는 소리나 들을 것이다.
    민생 살리는 통큰 협치가 절실하다
    by 임채운
    2024.04.27 07:00:00
  • 경제수명(經濟壽命). 사전적 의미는 ‘경제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버는 기간’이라는 뜻이다. 은퇴자에게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니 ‘준비된 은퇴자산이 모두 소진되는 기간’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은퇴자에게 경제수명은 ‘준비된 은퇴자산으로 원하는 삶의 수준을 언제까지 유지가 가능한지를 측정하는 지표’라고도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은퇴설계지원센터에 따르면 경제수명은 은퇴 준비자금을 은퇴 후 연간 생활비로 나눈 값에 은퇴연령을 더해서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씨가 은퇴 준비자금으로 3억 원을 마련한 후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해보자. 월 생활비로 250만 원, 연 3000만 원이 필요하다면 경제수명은 70세가 된다.(60세 + (3억 원÷3000만 원) 경제수명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노후를 책임지는 주체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부모님의 노후를 주로 누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2013년에는 36.6%의 고령자(65세 이상)가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23.6%로 13%포인트(p) 감소했다. 반면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34.6%에서 54.7%로 20.1%p나 증가했다. 가족 안에서가 아닌 가족 밖으로 그 부양의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회환경은 이러한 인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있다. 최근 몇 년간 출생아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총인구는 2022년 5167만 명에서 2072년 3622만 명(1977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반대로 고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돼 불과 1년 뒤인 2025년에는 65세 이상 가구가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2040년에는 34.3%, 2072년에는 47.7%까지 증가해 고령자가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 부양을 ‘가족과 정부, 사회’가 책임질 수 있을까? 마음이 바쁜 고령자들은 취업 시장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위축된 2020년부터 고령층의 취업률은 상당히 증가했다. 2023년 기준 고령층(55~79세)의 인구는 1548만 명이며 그 중 취업자는 912만 명으로 고용률은 58.9%를 기록했다. 고령층의 10명 중 6명 정도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2013년의 고용률 53.1%와 비교했을 때 5.8%p 증가한 수치다. 해외 65세 이상 고령자 평균 취업률과 비교해보면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 국가의 65세 이상 고령자 평균 취업률은 15.0%다. 이를 상회하는 국가는 한국(34.9%), 일본(25.1%), 스웨덴(19.2%), 미국(18.0%) 등 11개국이며 한국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모부양에 대해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부모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오래 살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노후준비는 본인이 해야 하는데 노후준비는 되어 있지 않으면 결코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없다. 시대의 환경 변화에 따라 노후준비는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할 때 과연 나는 준비가 잘 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성과지표가 바로 경제수명이다. 노후를 대비하는 모든 이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수명을 늘리는 일이다.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은퇴 준비자금을 늘리거나 은퇴 후 생활비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 아울러 은퇴 연령을 높이는 방안 등이다. 이 모든 준비는 현재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의 경제수명을 따져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국제연합(UN)기준 고령자 인구비율(전체인구에서 65세이상이 차지하는 비율). 7% 이상은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
    경제수명이 중요한 이유
    by 황명하
    2024.04.27 06:00:00
  • 은행 거래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느끼는 공통점은 은행이 매우 이기적으로 영업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며 이해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은행만큼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기업은 드물다. 은행이 대외적으로는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단건 단건 하나의 거래에서 이익을 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말로는 고객을 우대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고객의 욕구와 상황을 도외시한 채 손익만을 계산하는 은행의 행태에 많은 고객이 실망하고 좌절한다. 개인 소비자가 오래 은행 거래하다 가장 실감 나는 변화는 은퇴할 때 마통(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준다는 것이다. 웬만한 직장에서 경력이 쌓인 직장인이면 통상 1억원 정도의 마통 한도가 주어진다. 그런데 퇴직하면 1000~2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는 것이다. 마통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매우 요긴하다. 누구한테 빌려 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쓰고 여유가 있으면 채워 놓는 지갑 역할을 한다. 은행은 마통을 미끼 상품으로 이용해 직장인을 고객으로 유치한다.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더 많은 한도의 마통을 제공하며 자기 은행을 이용하도록 유혹한다. 그런데 직장을 은퇴하는 시점에 마통을 걷어가는 것이다. 물론, 직장을 그만두면 신용 대출인 마통의 리스크가 높아져 이를 회수하는 것이 은행 입장의 논리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마통을 사용하며 성실히 이자를 납부한 기록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은행의 다른 상품을 이용하며 수익에 기여한 것도 반영되지 않는다. 심지어 은행에 연금펀드, 개인형IRP, 외화예금 등의 여러 상품 잔고가 상당 금액 남아 있지만 소용이 없다. 신용점수도 만점에 가까운데 마통을 연장해 주지 않는 은행의 야박한 처사가 야속할 따름이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마통을 갱신하러 지점에 갈 때마다 담당 은행원으로부터 새로운 상품을 권유받은 적이 많다. 수십 년에 걸쳐 은행과 거래하며 가입한 상품은 적금, 신용카드, 적립식 펀드,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등 다양하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도 구매한 적도 있다. 당시에 은행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으면서 만기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역사적 통계를 고려할 때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가 반 토막 날 정도로 하락할 일은 거의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 경제가 추락하며 홍콩 증시가 폭락해 대거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고객과 거래하면서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며 이자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 덕분에 은행의 이익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작년 이자수익은 총 41조3878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올렸다. 코로나19 여파와 고금리 추세로 가계, 소상공인, 중소기업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성과를 거두며 ‘이자장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은행이 단지 이익을 많이 낸다고 비난받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욕먹는 이유는 고객의 가치와 기여는 무시하고 은행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영업 관행 때문이다. 고객이 필요할 때는 도움 주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것만 강요하는 은행의 이기적 행태가 고객을 처량하고 서글프게 만든다. 언젠가 은행 시장이 개방되어 정부의 보호막이 걷히면, 고객들을 무시하고 홀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게 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로부터 은행이 욕먹는 이유
    by 임채운
    2024.04.13 0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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