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75
  • 트럼프 당선자는 첫 번째 임기 동안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시작, 국가우주위원회(National Space Council) 복원, 미국 우주군 창설 등 여러 실질적인 우주 정책을 개혁했다. 그리고 이번 당선 승리 연설에서는 우주 분야가 차기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는데, 이 중에서도 상업 우주 분야가 미국에서 최우선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상업 우주발전 전망과 관련해 올 7월에 발표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정책 강령에는 “미국은 지구 궤도에 가까운 곳에 강력한 제조업을 창출하고 미국 우주비행사를 달과 화성으로 다시 보낼 것”이라며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상업 우주부문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우주에서 거주하고 개발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향후 트럼프 두 번째 임기 기간, 상업 우주부문의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을 예측하게 한다. 이러한 예측은 올 4월 미 우주군이 발표한 ‘상업 우주전략’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미우주군은 우주 궤도에서 파괴되거나 고장 난 위성을 신속하게 교체하는 대응형 신속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적국의 우주 공격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미국의 우주에 대한 경쟁 우위를 증진하기 위해 우주 서비스 프로세스를 재조명하고 상업 파트너십을 육성하는 방법을 상업 우주전략에서 상세히 천명하고 있다. 이는 곧 미 우주군의 근본적인 마인드 변화를 시사하며 상업 우주활용을 선언하는 것이다. 미 우주군의 상업 우주 전략을 선정하는 4대 지침에는 △기업의 능력, 상품, 서비스 등의 활동이 미 우주군이 요구하는 능력 또는 요구 사항에 대한 충족 여부인 ‘운영 유틸리티’ △보유한 능력, 상품, 서비스의 비용이 미 우주군이 계약할 만한 수준을 보유하는 여부인 ‘실행 가능성’ △기업의 능력, 상품, 서비스 또는 활동이 미 우주군 프로젝트의 탄력성에 기여하고 다른 기업 대비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여부인 ‘설계에 의한 탄력성’ △마지막으로 미 우주군 요구작전 충족, 신속하게 위협에 대응하는데 적합하고 다른 기업 대비 우위 서비스 제공 여부인 ‘신속한 현장배치’ 등으로 구성된다. 또 상업 우주 전략을 추진하는 4대 지침에는 △어떠한 단일 제공자나 솔루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조화를 강조하는 ‘균형’ △군 표준과 절차는 상업분야의 혁신, 속도, 규모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상업 솔루션 간의 운용성을 강화하는 ‘상호 운용성’ △상업 제공자의 수를 늘리고 공급망을 다양화하며 사용되는 솔루션의 종류와 수를 확대하는 ‘탄력성’ △마지막으로 솔루션 사용은 법적, 윤리적으로 준수되며 국제적인 규범과 표준 그리고 국방 우주에서의 ‘책임있는 행동’ 등으로 분류된다. 현재 미 우주군은 상업 우주전략 선언 이후 위성 등의 우주시스템에 대한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중으로 상업 우주기술에 대한 투자와 동맹국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즉, 우주 시스템을 공동 계획하고 구축함으로써 중복을 방지하고 상호 운용성을 증진하며 해외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국적 광대역 글로벌 통신위성(WGS) 개발, 일본 QZSS 항법위성에 미국 우주감시 센서탑재 등은 미우주군의 우주시스템 조달에 우방국과의 상호운용성을 고려한 대표적인 상업 우주전략의 사례이다. 이처럼 미우주군은 보유하고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은 구매하며 반드시 필요한 것은 구축한다는 접근방식을 통해 상업 우주부문의 혁신을 최대한 유도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 다가올 트럼프 두 번째 임기를 맞아 미우주군의 상업 우주전략 분석을 통해 우리 국방우주 실정에 부합하는 ‘한국형 상업 우주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제언해 본다
    트럼프 2기 시대, 美 우주군의 상업 우주 전략   
    by 최성환
    2024.12.02 17:27:23
  • 경제수명 연장을 위해 노후자산을 키우고자 할 때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기본이다. 포트폴리오 구축은 자산을 다양한 투자수단에 분산함으로써 수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전략 중 하나다. 수익과 위험의 균형을 맞춘 자산 배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금융자산이 바로 채권이다. 채권은 주식, 부동산 등 타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채권 투자는 개별채권을 사는 직접투자와, 펀드(ETF 포함)처럼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간접투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중 채권ETF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어 유동성이 높다. 운용 전문가가 다수의 채권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신용위험 관리측면에서도 유리하다. ETF 1주 상당액만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도 낮다. 한 마디로 채권투자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반면, 단점도 있다. 펀드의 일종인 ETF에 대해서는 투자기간 동안 운용보수 등이 부과된다. 개인투자자가 개별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지만, ETF 투자시에는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채권 매매차익도 과세대상이다. 또한,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채권ETF에는 만기(존속기한)가 따로 없는데, 만기 유무는 금리위험(가격변동위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개별채권과 채권ETF 모두 금리변동에 따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개별채권의 경우에는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발행사의 신용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는 한, 만기시점에 미리 정해진 원리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만기가 없는 채권ETF는 엑싯시점의 가격에 따라 매매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채권ETF에 투자하면서도 가격변동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만기매칭형’ 채권ETF다. 일반적인 채권ETF는 다양한 만기의 채권들을 사고 팔면서 운용수익을 내는 반면, 만기매칭형 ETF는 만기가 거의 동일한 채권들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에 금리변동에 상관없이 존속기한까지 만기매칭형 ETF를 보유한다면, 매수시점에 확인한 예상 만기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과 거의 같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ETF의 특성상 보통 10개 종목 이상의 채권을 편입하고 있지만, 마치 개별채권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매매가 편리한 ETF와,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의 장점이 결합된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자산의 가격변동성은 피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를 매수 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즉 예상 만기수익률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당 ETF를 출시한 자산운용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운용사는 홈페이지에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수익률을 전일 기준으로 고지한다.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는 편입채권의 만기와 거의 같은 시점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채권 원리금상환 직후 ETF는 자동 청산된다. ‘만기매칭형’이라는 이름은 이처럼 편입채권 만기와 ETF 만기와 같다는 데서 유래한다. 편입채권의 만기시점은 ’25-08’ 등과 같은 형태로 ETF 종목명에 표시되는데, ’25-08’은 2025년 8월을 의미한다. 편입대상 채권은 국공채,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일반적인 채권ETF와 다르지 않다. 만기매칭형이라고 해서 ETF를 반드시 만기까지 보유할 필요는 없다. ETF 매수 이후 금리 하락으로 인해 가격이 투자자 본인이 원하는 수준으로 오른다면, 만기 전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 회피를 위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된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채권ETF 투자에 수반하는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시장 수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본 상품을 통해 채권ETF 투자와 개별채권 투자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면서 자산포트폴리오의 변동성도 낮추는 효과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만기매칭형 ETF로 가격변동위험 헤지를!
    by 남창주
    2024.11.30 10:14:08
  •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 대기업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두차례 신입사원을 공개채용했다. 대학의 졸업 시기에 맞춰 대졸자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많은 대기업이 정기공채를 줄이고 대신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다. 수시채용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적합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분야별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SK, LG 등의 주요 그룹은 아예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만으로 뽑는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모든 채용을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고 올해는 고성능차 개발, 배터리 설계, 로봇 사업 관리와 같이 세밀하게 132개 부문으로 나누어 지원서를 받았다. 4대 그룹 중에 삼성만이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공채가 감소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기술과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일반적인 범용인재보다 실무 분야에 맞는 맞춤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규모 공채 시험과 면접을 실시하지 못하게 된 여건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공채로 채용한 신입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집체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상당수 대기업이 2020년을 전후해 공채제도를 폐지하게 되었다.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채는 산업화 시대의 잔재이다. 대량생산-대량판매-대량소비하던 시대에 대단위로 투자해 고속성장하려면 대규모 인력이 필요했다. 공채는 많은 인력을 단기간에 채용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으로 1950년대 일본 기업들이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 우리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대학도 대형화하여 졸업생을 양산하며 공채는 수만명의 대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정부가 청년 고용 측면에서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을 장려한 것도 공채의 확산에 기여했다. 대기업의 공채 규모가 정경밀착의 산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도 있었다. 경제가 어려울 때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면담하며 경기회복을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면 이에 화답하듯이 대기업들은 몇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공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년 대기업 그룹이 몇 명을 채용하느냐는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이었다. 공채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인재를 평가해 채용하는 제도로 평등과 공정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규범과 일치하여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보편적인 채용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공채제도가 시행되면서 부작용도 커졌다. 특히 ‘인력-일자리 미스매치’가 악화되었다. 청년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대기업 공채로 인해 확대되었다. 기본적인 학력 요건만 갖추면 지원할 수 있는 공채는 대기업 입사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만큼 엄청난 경쟁을 유발한다. 대학 졸업자라면 누구나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입사 경쟁은 고시급으로 치열하다. 유명 대기업의 입사 경쟁률은 100대1이 넘는다. 재수 삼수가 태반이다.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할 수 있는 졸업 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려고 몇 년씩 졸업을 유예하며 계속 도전한다. 그러다 나이가 차서 안 되면 결국 취업 자체를 포기한다.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한 청년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일자리를 가질 생각도 못 한다. 현재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20대 청년이 44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30대까지 더하면 73만명이나 된다. 일하지 않고 있는 20~30대 청년 인구가 이처럼 많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014개 중소기업 대상으로 ‘청년고용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청년 직원 채용이 어려운 이유로 ‘지원하는 청년 구직자 자체가 부족하다’는 응답(53.2%)이 가장 많다. 인재들이 대기업에만 쏠리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고착된 것이다.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줄어들고 경력자 수시채용이 확대되면 청년 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청년은 처음부터 대기업에 입사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면, 중소기업에 먼저 취업해 경험을 쌓고 그다음에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기회를 노릴 것이다. 이럴 경우에 중소기업의 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중소기업의 인력 이탈은 심각하다. 정부가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자의 35.4%는 2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상의 실태조사에서도 청년 근로자가 퇴사하는 가장 큰 이유로 ‘더 나은 곳으로 취업하기 위해’(68.7%)가 꼽힌다. 공채 시대에 중소기업에 취직한다는 것은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한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청년들의 중소기업 재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공채가 사라져 대기업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아지면 중소기업에서 신입으로 시작해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럼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편견이 해소돼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청년이 늘어날 것이다. 일단, 중소기업이 오지 않을 인재가 온다는 것만 해도 큰 변화이다. 입사한 인재가 떠나지 않고 장기재직하도록 붙잡는 것은 중소기업의 몫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져야 청년과 中企가 산다
    by 임채운
    2024.11.10 09:06:51
  • 국회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도덕적 결함을 지적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편법증여이다. 이번에도 장관, 국가인권위원장, 검찰총장, 경찰총장에서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이르기까지 인사청문회에서 편법 증여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후보자가 거의 없다. 대부분은 부모인 후보자가 자녀에게 집이나 돈을 증여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부모가 자기 집과 돈을 자녀에게 주는 것이 왜 편법으로 비판받는가. 그건 내야 할 증여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적발되는 사례는 자녀가 집 장만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부모의 집을 시가보다 싸게 증여하거나 자녀의 집 매입 자금을 보태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는 수십억 원대의 서울 강남 아파트를 장남에게 시세보다 싸게 판결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대법관 후보자의 20대 딸은 아버지한테 증여받은 돈으로 용산 재개발 지역에 7억 원대 빌라를 사서 보유하고 있다. 경찰청장 후보자는 차남에게 돈을 빌려주며 편법 증여를 덮기 위해 차용증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고위공직자의 편법 증여는 부당하게 부를 대물림하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사회 불평등의 근원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더 나아가 나라를 망칠 특권 세습이라고까지 욕을 먹는다. 솔선수범해서 국가 기강을 지켜야 할 사회 지도층이 법을 위반하고 세금을 탈루하며 재산을 자식에 물려주려는 것이 만악의 뿌리인 것처럼 매도된다. 그러나 이처럼 비난하는 사람들 본인은 어떨까. 자신들은 자녀에게 집 사줄 때 솔선수범해서 세금을 다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10억원이 넘는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 6월 기준 12억1718만원이라고 한다. 이 정도 아파트를 자녀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면 세금을 상당히 내야 한다. 우리나라 상속·증여 세제는 2000년 이래 25년간 변하지 않아 경제 규모의 성장과 개인 자산의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다. 상속세 공제한도는 10억원으로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보유한 중산층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증여세 공제한도는 더 낮다. 직계 자녀에 대한 증여는 10년간 합산 공제금액이 5000만원에 불과하다. 10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증여하면 내야 하는 증여세가 억대이다. 이런 세금을 다 내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공직자들에게 몇억 원의 증여세는 엄청난 부담이다. 그러니 편법 증여가 절세를 위한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고위 공직자라고 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여 떼돈을 벌거나 거액의 재산을 물려주면 당연히 부정축재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0~20십억원 정도의 집 한 채를 자녀에게 물려 주는 정도로 나라 망칠 중죄인 취급받는 것은 조금 억울할 것 같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고 하지만 공직자로서의 특권을 이용한 것도 아니다. 평범한 부모라면 누구나 하듯이 자녀에게 자기 집을 하나 장만해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집 하나 마련해 주는 것은 한국적 관행이다. 특히 결혼하는 자녀에게 전세라도 해주어야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인식된다. 자녀에게 집도 못 해주는 부모는 늙어서 대접도 못받는다. 그건 공직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부모가 안고사는 업보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집값이 천정부지로 쏟는 세상에서 자녀가 부모 도움없이 아파트 마련한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집이 없으면 결혼도 안하고 애도 못낳는다. 저출산에 인구 감소 시대에 청년에게 부모가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 그처럼 잘못된 것이고 나라 망칠 특권 세습인가. ‘옳다, 그르다’의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다 하고 있는데 특별히 고위 공직자의 편법 증여만 콕 짚어 나라 망칠 특권 세습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 차라리 공직자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편법 증여하니 나라가 망할 것 같다라는 논설을 쓰는게 맞다. 사실 고액자산가는 편법 증여 논란에서 자유롭다. 세무사나 은행원의 도움을 받아 법인을 만들거나 재단을 세워 이미 합법적으로 증여해 두었다. 어설픈 중산층이나 법망 피해 집 한 채 증여했다가 걸려들어 망신당한다. 정부는 상속·증여세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지난 7월 새로운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아무쪼록 누구나 마음 편히 세금 다 내고 자녀에게 합법적으로 증여하여 나라 망칠 일이 없어지기를 희망한다.
    편법 증여, 도덕적 결함인가, 합리적 선택인가?
    by 임채운
    2024.09.10 17:25:17
  •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 후의 여유로운 생활을 꿈꾼다. 여유로운 생활이라면 기본적으로 생활비 걱정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삶을 말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언제쯤 은퇴할 수 있을까? 은퇴는 현직 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 활동에서 떠난 경우를 의미하며 직장인이라면 현재 직장을 그만둘 때, 자영업자라면 사업을 접을 때를 뜻한다. 생활비 때문에, 노후 준비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건강도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에 적절한 시점에서 은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바람직한 건 본인이 은퇴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은퇴 시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자. 오랜 경제활동의 결과로 노후준비의 성패를 실제 가늠할 수 있는 연령대는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50대다. 자영업자와는 달리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주된 직장에서의 은퇴 시점을 법적 정년인 60세 전후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현직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 활동에서의 은퇴 연령’에서 50대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가구주가 미은퇴한 가구의 ‘노후준비 상황’을 보면 ‘아주 잘 돼 있다’는 응답은 1.1%, ‘잘 돼 있다‘는 응답은 8.7%로 잘 된 가구의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보통이다’는 응답은 39.5%, ‘잘 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36.8%,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14.0%로 나타났다. 50대 가구의 절반 이상이 노후준비가 부족한 셈이다. 이러한 50대가 예상하는 실질적인 은퇴 연령은 몇 세일까? 전체 평균은 약 67세로 나타났다. ‘노후준비 상황’이 ‘아주 잘 돼 있다’라는 가구에서 수도권의 50대는 평균 65.4세, 비수도권의 50대는 65.7세로 나타났으며 ‘전혀 돼 있지 않다’라는 가구에서 수도권의 50대는 67.3세, 비수도권의 50대는 68.2세로 나타났다. 노후준비 상황이 좋지 않을 수록 은퇴 연령을 더 높게 예상하고 있으며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 50대가 은퇴 연령을 더 높게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령층(55~79세)의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5월 고령층(55~79세) 인구는 1509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만 2000명(2.2%) 증가했다.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고용률은 58.1%로 전년 동월 대비 2.1%p 상승했으며 2010년 대비해서는 7.5%포인트(p)나 증가했다. 전반적인 노후준비의 부족으로 은퇴하고 싶어도 은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후준비는 언제 해야 할까? 은퇴 후는 아닐 것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부터 한창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시기까지 어떻게 노후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우선 은퇴 시점은 달라진다. 또 노후준비를 얼마나 잘 했느냐에 따라 은퇴 후의 생활도 달라질 것이다. 은퇴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눈 여겨 볼 부분이다.
    당신의 은퇴 연령은 몇 세인가요?
    by 황명하
    2024.08.31 08:00:00
  • 최근 오피스텔 월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5월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5.33%로 2022년 3월 이후 26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에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는 데다 전세사기 사건으로 인한 빌라 기피현상이 더해지면서 오피스텔 월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피스텔 임대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해당 임대인이 은퇴자로서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하며 오피스텔에 투자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오피스텔 월세처럼 자산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인컴(Income)이라고 한다. 채권(Bond) 이자도 대표적인 인컴 중 하나다.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이자수익으로 은퇴생활비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면, 그만큼 경제수명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금리가 급등한 2022년부터는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인이 증권사 중개를 통해 순매수한 채권 규모는 2021년 4조 6000억 원에서 2023년 37조 6000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33조 원 늘었다. 채권은 더 이상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채권은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정해진 일자에 정해진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 채무증권이다. 주식과 비교해보면 채권은 타인자본으로서 주식 대비 선순위증권이다. 주주 배당에 우선해 이자를 지급받고, 회사 청산시에도 주주보다 우선해 잔여재산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신, 채권 소유자는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채권 직접투자시 투자자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발행사가 약속한 이자나 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 즉 신용위험이다. 국채와 같은 무위험채권이 아니라면, 모든 채권에는 채무불이행위험이 내재돼 있다. 하지만, 개별채권에 부여된 신용등급을 활용할 경우 이러한 신용위험은 일정 수준 통제할 수 있다. ‘BBB-’가 투자적격등급의 하한선인데, 이보다는 더 높은 등급으로 채권 투자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 직접투자에 따른 또다른 위험은 시장이자율 변동에 따른 가격변동에 대한 위험, 즉 이자율 위험이다. 채권가격은 미래현금흐름을 당시의 시장이자율로 할인해 구한 현재가치이다. 시장이자율이 현금흐름 할인율로 쓰이기 때문에 시장이자율과 채권가격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즉, 시장이자율이 매수시점보다 오른다면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만약, 가격이 하락한 채로 채권을 시장에 매도한다면 매매손실을 보게 된다. 하지만 만기까지 그대로 보유한다면, 이자, 원금 등 미래현금흐름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 매매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채권 직접투자에 따른 위험 못지 않게 다양한 매력이 존재한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낮은 대신 변동성도 낮다. 만기 때까지의 이자와 원금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다.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클래스와의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또한, 채권은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투자수익률은 통상 은행 예금이율보다 높다. 최근 증권사에서 판매 중인 신용등급 A급 회사채의 경우 은행예금 대비 1~2%포인트(p) 정도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자수익 외에 매매차익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채권 직접투자의 매력 중 하나다. 시장이자율이 매수시점보다 낮아졌다면, 채권가격은 그만큼 올랐을 것이다. 이 경우 중도 매도시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다. 게다가 현행 세법상 개인의 채권 매매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가 예정대로 2025년부터 도입될 경우 이와 같은 비과세 혜택은 없어질 수 있다. 채권 투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연 200만 원(일반형)까지 비과세되고 이를 초과하는 소득은 9.9%로 분리과세되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24년 1월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ISA의 납입한도와 비과세한도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관련 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향후 입법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에는 직접투자 말고도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식도 있다. 채권에 직접 투자하면, 펀드보수 등 간접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매매차익 등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발행사의 채무불이행 등 채권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요소들을 투자자 본인이 직접 챙겨야 하고, 중도 매도 여부 등 중요 의사결정도 직접 내려야 하는 등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투자 스타일이나 금융상품 지식수준 등을 감안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 직접투자의 매력과 위험
    by 남창주
    2024.07.20 07:30:00
  • “만 원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사과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언론지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한국의 가구당 실질 소득은 전년대비 1.6% 감소해 7년 만에 최대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외식비, 과일 값 외에도 전반적인 물가가 많이 올라 보통의 직장인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15년 이후 10년 가까이 4500원인 담배가격을 대폭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흡연자들의 불만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기획재정부는 담배가격 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담배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이며 흡연율을 낮춰서 국민 건강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등 담배가격 인상 옹호론의 논리를 반박하기는 어렵지만, 100%에 가까운 인상폭은 흡연자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담배가격 인상 얘기가 나오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가 오직 건강에만 있는 걸까? 오늘은 금연이 불러올 수 있는 놀라운 경제적 효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현재 20세인 청년이 60세까지 한 달에 20갑씩 40년 동안 흡연을 지속한다면 담뱃값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얼마일까. 보건복지부 ‘금연길라잡이’에 따르면, 현재 담뱃값 4500원 기준 한 달에 20갑을 피운다고 가정하면 40년간 지출하게 되는 담뱃값은 무려 4320만 원에 달한다. 만약 한 줄기 연기를 뿜어내는 대신 금연과 함께 담뱃값을 금융투자상품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어떨까. 40년 동안 월 9만 원 또는 연 108만 원을 차곡차곡 모아 연 5~7%로 운용하면 약 1억 3000만 원에서 약 2억 2000만 원 규모로 불어난다. 여기에 담뱃값의 가파른 오름세를 반영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1980년대 고물가 시기를 제외하면 담뱃값은 소비자물가 대비 월등히 높은 상승률(연 5.21%)을 기록했다. 현재 한 갑에 4500원인 담뱃값에 연 5.21%의 상승률을 적용하면 40년 후에는 3만 2000원을 넘어선다. 어떻게 담뱃값이 그렇게 오를 수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현재 가격 대비 7배 이상 오른 가격도 여전히 현재 호주의 담배 한 갑 가격인 약 3만 8300원(US$ 28.4, 환율 1350원 적용 시)보다 낮다. 담배 가격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40년 간 담뱃값을 모으기만 해도 약 1억 4000만 원의 목돈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연 5~7%의 복리 투자 효과를 더하면 40년간의 담뱃값은 무려 약 3억 원~4억 원으로 불어난다. 한 갑에 4500원, 티끌만큼이나 가볍게 여겼던 담뱃값을 40년 동안 꾸준히 모으고 잘 가꾸기만 하면 알토란 같은 금융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월 수입으로 환산해 보면 단순히 은행 정기예금 이자 만을 고려할 경우에도(연 3.61%) 세전으로 매월 90만 원에서 132만 원에 이르는 정기적인 수입이 만들어진다. 2023년 기준 가입기간 20년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령연금 평균 수급액이 월 103만 원 수준이다. 단지 금연을 했을 뿐인데 40년 후 월 100만 원 수준의 현금흐름이 생길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금연에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티끌 모아 태산? “야~야! 티끌 모으면 티끌이야!” 개그맨 박명수의 말이다. 티끌을 단지 모으기만 하면 태산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여전히 티끌 더미에 불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티끌들을 꾸준히 모으고 잘 가꾼다면 시간의 가치와 복리 효과가 더해지면서 태산을 만들 수 있다. 눈 앞에 흩어지는 한 모금의 연기가 아른거리더라도 하루에 담배 한 갑 줄이면 나의 건강수명 뿐만 아니라 경제수명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연’을 거꾸로 하면 ‘연금'
    by 정호철
    2024.06.22 06:30:00
  •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돼 저성장 기조에 빠진 것은 기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3일 성장사다리 정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은 졸업 중소기업 지원 확대, 가업승계 지원,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 신설, 성장바우처 제공, 정책자금과 민간금융 연계한 자금조달 지원, 민간 투자 연계형 연구개발(R&D) 확대, 중소기업 M&A 지원 강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에서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되는 대책은 세제혜택 확대이다. 현재 세제혜택은 자본과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주로 집중되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세제혜택이 전면 중단된다. 이런 세제혜택 절벽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에 성장사다리 대책에는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도 세제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2년 추가 연장해 총 7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예기간이 지나 중견기업에 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최초 3년 간 높은 R&D·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해 준다. 성장역량이 높은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밀착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도 제시되었다. 정부는 세제에서 금융, R&D M&A에 이르는 전방위 지원을 망라하는 성장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중견기업을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수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가 중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은 올바르다. 하지만 정부 지원만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가 작동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대책은 지원 투성이다.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을 초기 중견기업까지 확대한 정도에 불과하다. 작은 사다리를 조금 그것도 일시적으로 늘린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스 신화의 괴물 프로크루스테스는 사람을 침대에 묶어 놓고 침대 길이 맞춰 사람의 키를 늘이거나 줄였다고 한다. 정부의 성장사다리 정책도 비슷한 방식이다. 중소기업 지원 기준이라는 침대를 약간 늘려 놓았을 뿐이다. 아예 침대를 버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직접 육성한다는 접근도 진부하다.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하고 밀착지원해 중견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대책을 보는 순간 머리가 띵하다. 왜 무슨 근거로 100개인가?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성장역량이 뛰어난 유망기업을 선택할 것인가? 기존의 수많은 정부 지원사업과 무엇이 다른가? 이전에 수출중소기업 10만개, 벤처기업 3만개,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개수 목표와 다를 바 없다. 역시 침대에 사람 키를 맞추는 프로크루스테스 식의 접근이다. 정부의 인위적 노력에 의해 중소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면 벌써 이전에 했다. 성장사다리 정책의 원조는 MB정부이다. 당시에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벤치마킹해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소기업 정책의 요지이었다. 그 이후 강소기업이 늘어났다면 오늘날 성장사다리 대책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건강한 민간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과 중소기업의 체질개선 노력은 전혀 없다. 역시 표지갈이 식의 전형적 정부 대책이다. 성장사다리 정책이 필요하다니 내놓은 격이다. 문제는 다른데 같은 답안만 내놓은 탁상공론의 발상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원 일색 ‘성장사다리 정책’통할까
    by 임채운
    2024.06.08 07:00:00
  •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가장 큰 한계는 성장성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가치는 성장에 있다. 성장이란 단지 매출이 늘어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장하는 기업은 활력이 넘치며 생기가 충만하다, 기술혁신을 통해 일류가 되고자 노력하여 투자와 고용의 선순환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반대로 성장을 멈춘다는 것은 정체와 퇴보를 의미한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현상유지에 급급하며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다른 기업들이 앞서 나가는데 제자리에 머물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성장사다리에 올라타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매우 어렵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않고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다.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어 ‘피터팬’ 신드롬이라 불려지기도 한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지 않고 어린이로 남아 있는 것에 비유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이원화되어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과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납품거래 구조에 예속된 중소기업은 독자적으로 사업을 키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도 중소기업의 성장기회를 제한한다. 대기업이 내부 시장을 이용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내재화하여 중소기업이 성장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광고, 물류, 정보시스템, 건물관리, 급식 등의 사업서비스 부문에서 이런 문제가 두드러진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보호가 성장동기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중소기업을 경제적 약자로 간주하여 다수의 중소기업에게 보편적 지원을 제공하는 복지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성장하여 범위 기준을 벗어나면 이런 지원과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중견기업이 되어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수많은 혜택이 없어지는 대신에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 된다. 중소기업은 노동·안전·환경에 대한 규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모든 규제를 예외 없이 온전히 적용받아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적합업종이나 생계형 업종 등의 시장조치에서도 중견기업은 규제의 대상이다. 중견기업이 내수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성장을 추구할 경우 과열 경쟁을 유발하여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정부의 보호막이 걷히고 대신 감시와 견제의 칼 끝에 놓이게 된다. 경제적 기반을 형성하는 중소기업의 생존에 정부 지원과 보호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과 혜택이 과도하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성장을 기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성장성과 연계하여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동기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여 해외시장에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개별 기업에게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정신이 보상받는 민간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대기업의 부당한 내부 거래를 규제하여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함으로써 전문 중소기업이 독립적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전속관계를 완화하여 타 경쟁사에게도 공급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소기업이 소외받는 경제구조를 개혁하여 중소기업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를 찾아서  
    by 임채운
    2024.05.25 17:00:00
  • 전 세계는 2030년까지 1경5000조원 규모가 넘는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기후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기후 산업 분야에서 시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손꼽히는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미래 경제 발전을 뒷받침 하는 동력으로서 기후 산업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후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이미 현실화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의 활용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현재 고려되는 다양한 기후 기술 중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은 어느 정도 추려진 상황입니다. 정해진 미래의 특정된 산업군에서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의 속도 싸움이 된 것입니다. 글로벌 기후시장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의 성장입니다. 전 세계가 같은 레일을 달리며 경쟁 중인 현재의 상황에서 기후 산업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인 중국은 기후 산업의 주요 후보 기술 중 다수는 이미 독식하고 있거나 절대적인 가격 경쟁우위로 시장 장악이 예상됩니다. 중국이 독식해버린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 태양광입니다. 전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80%가 넘으며, 유럽연합(EU)에서 보급된 태양광 패널의 97%가 수입산으로 대부분 중국산이었습니다.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의 독주는 산업의 침체기에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으로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의 저가 공세를 펼친 덕분입니다. 이에 미국은 최근 중국산 태양광 셀에 대한 관세를 2배로 높이며 중국산 태양광 산업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말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에너지안보대화’에서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과잉공급에 대해 기술 협력 등의 공조를 협의 했습니다. 전세계가 함께 중국의 산업 독식에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이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찬탈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성장 중인 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차세대원전, 해상풍력 플랜트 등 다양한 기후 산업에서는 태양광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됩니다. 협력과 경쟁의 균형이 중요한 현 시기에서 글로벌 기술 협력을 지지하는 한편 불필요한 규제를 혁신해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의 새로운 시도에 적극 협조하면서 초기 시장을 열어주어 든든하게 뒷받침 해야 합니다. 기후 산업 성장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시기입니다.
    韓, 기후산업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by 정혜림
    2024.05.25 08:00:00
  •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가장 새롭다고 주목받은 대목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여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경제성장 정책을 이끌어온 ‘경제기획원’과 같이 종합적이고 강력한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는 부총리급의 기획 부처를 설치하여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해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국가 소멸의 위기까지 예견되는 상황에서 저출산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여러 부처의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여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현재 인구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책 권한과 예산권이 없는 위원회 조직으로 실행력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그동안 각 부처가 따로 놀면서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지난 15년간 출산장려를 위해 투입한 예산이 280조원에 달하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의 평균 출생아 수)은 0.65명으로 최초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저출산에 대응하는 접근을 복지 정책의 차원을 넘어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도 긍정적이다. 대통령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밝히며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하고, 자녀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부담을 줄게 하겠다’라는 설명은 정확하고 적합하다. 저출산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거, 교육, 노동, 일자리, 의료, 복지, 노후 등의 모든 문제가 얽혀 있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출산과 양육을 억압하는 경제적 구조와 사회적 문화가 뿌리처럼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한 두가지 정책만으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육아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복지성 대책은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증상만 악화시킬 따름이다. 나무로 치면 속에 골병이 들어 안에서부터 시들고 뿌리가 썩어가는데 영양제와 비료만 주는 꼴이다. 이처럼 난해한 저출산 문제를 부총리급의 부처 신설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교육 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의료 개혁 등 어느 하나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풀리는 저출산 문제를 부처 설치로 해결하겠다고 하니 생뚱맞기만 하다. 저출산에 대응하는 신생 부처가 조직을 갖추고 역량을 발휘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실효성도 미흡할 것으로 예상한다. 차라리 기획재정부를 저출산 대응 부처로 변경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과 예산을 책임지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사령탑 기능을 담당한다. 국회와 야당도 법안이나 예산에서 기재부 눈치를 볼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기획재정부를 저출생대응기획부로 변경하여 모든 부처의 정책과 예산에서 출산장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면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저출산 정책이 힘을 발휘하려면 국회와 야당의 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통령도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야당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하였다.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하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정부뿐 아니라 여야 정당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출범하면 장관에 야당 인사를 임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국가적 비상사태인 인구감소 위기를 여야가 같이 해결하는 것에서 실질적 협치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으로 ‘인구위기대응부’를 내세웠으니 야당 공약을 수용하는 의미로 저출생부처를 만들었다고 하면 야당도 거부할 명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국회가 입법할 때 ‘출산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법안은 아무리 중요해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부처 신설이 아니라 국가 개조 수준의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출생대응기획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by 임채운
    2024.05.11 07:00:00
  • 격렬했던 총선이 끝나고 진한 여운이 오래 남아 있다. 승리한 정당은 압승의 환희에 들떠있고 패배한 정당은 책임 논쟁으로 시끄럽다. 대통령은 여야 양쪽에서 수용할 총리 후보를 물색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막강한 국회 권력을 거머쥔 거대 야당의 공세가 예상되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은 현안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 이 와중에 민생 경제는 방향타를 잃고 갈팡질팡 흔들리며 좌초 일보 직전에 놓여 있다. 특히 물가 상승이 거세지며 가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3% 대의 상승률을 이어가며,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20%대로 급등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인플레이션이 퍼지자 신조어가 유행한다. 사과를 위시한 과일값 급등을 칭하는 ‘프루트 플레이션’,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상승한다는 ‘치킨 플레이션’, 밀가루·계란 가격 상승으로 빵값이 계속 오르는 ‘빵 플레이션’, 우유 가격의 지속적 인상을 의미하는 ‘밀크 플레이션’, 국수 음식 가격의 상승을 뜻하는 ‘누들 플레이션’,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증가한다는 ‘런치 플레이션’ 등등. 인플레이션이 민생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며 파생된 유행어를 열거하면 끝이 없다. 흥미롭게 이런 인플레이션 신조어는 대부분 먹거리와 관련된다. 한국인은 먹고사는 문제에 민감하다. 그러니 먹거리 물가 상승은 심각한 민생고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에 일조한 ‘대파 가격’ 논란이 왜 그리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잘 생각해 보라. 대파 한 품목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대파로 상징되는 먹거리 가격의 상승이 문제이다. 대파 가격이 싸다는 둥, 한 단이 아니라 한뿌리 가격이라는 둥의 말장난은 먹거리 물가에 시달리는 국민을 서글프고 화나게 만든다. 총선 유세에서 대파를 흔들어 대며 여당을 비웃고 공격한 야당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법카로 초밥도 사 먹고 코인 투자로 수억원을 벌어들이며 불법 대출로 강남 아파트에 투기한 본인들은 민초들의 생활고를 얼마나 알기나 할 것인지. 대파 가격을 잘못 거론해 민생에 무지하다는 사실이 탄로 난 여당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파를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를 내리기 위해 야당은 무엇을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국정에 관한 여야 협치를 논의하기 위해 곧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난다고 한다. 그런데 야당이 주장한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의제에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벌써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정말로 한심하고 치졸하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살포하는 현금성 지원금이 포퓰리즘이냐 아니면 내수활성화 마중물이냐 하는 논란을 떠나 사소하고 쫀쫀하다. 이 정부 들어와 대통령과 야당 영수가 최초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최우선 과제가 기껏 국민 1인당 25만원짜리 밖에 안된다는 말인가. 여당과 야당의 총선공약집을 살펴보면 그것보다 훨씬 더 크고 거창하며 중요한 정책이 많다. 국민의힘 총선 공약집은 ‘새로운 변화 내 앞으로’라는 제목으로 ‘민생 활력, 새로 희망’을 내세운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집은 ‘삶의 질, 수직 상승을 위한 민주당의 약속’이라는 제목을 걸고 ‘국민 모두가 전 생애에 걸쳐 건강과 안전, 소득과 주거 등 모든 영역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실제 총선 유세에서 공약집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정책 토론회도 없었고 언론도 공약에 관심두지 않았다. 그러니 대다수 국민은 각 정당의 총선공약집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넘어갔다. 여야가 서로를 비난하는 심판론만 부각되었을 뿐이다. 민생공약으로 주목받은 것은 야당의 25만원 민생지원금이 유일하다. 참 상상력이 빈약하다. 뭐 현대판 고무신 쪼가리도 아니고. 거창한 협치를 논의하는 여야 영수회담에서 조금 더 큰 민생 과제가 의제로 다뤄지기 바란다. 민생을 위한다며 지원금을 얼마 줄 것인지만 논의하는 영수회담은 역사적으로 가장 초라한 협치로 기록될 것이다. 기왕 여야가 협력하여 국민들에게 돈을 뿌릴 바에는 돈 쓸 맛 나게 10배로 늘려야 통 크다는 소리나 들을 것이다.
    민생 살리는 통큰 협치가 절실하다
    by 임채운
    2024.04.27 07:00:00
  • 경제수명(經濟壽命). 사전적 의미는 ‘경제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버는 기간’이라는 뜻이다. 은퇴자에게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니 ‘준비된 은퇴자산이 모두 소진되는 기간’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은퇴자에게 경제수명은 ‘준비된 은퇴자산으로 원하는 삶의 수준을 언제까지 유지가 가능한지를 측정하는 지표’라고도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은퇴설계지원센터에 따르면 경제수명은 은퇴 준비자금을 은퇴 후 연간 생활비로 나눈 값에 은퇴연령을 더해서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씨가 은퇴 준비자금으로 3억 원을 마련한 후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해보자. 월 생활비로 250만 원, 연 3000만 원이 필요하다면 경제수명은 70세가 된다.(60세 + (3억 원÷3000만 원) 경제수명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노후를 책임지는 주체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부모님의 노후를 주로 누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2013년에는 36.6%의 고령자(65세 이상)가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23.6%로 13%포인트(p) 감소했다. 반면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34.6%에서 54.7%로 20.1%p나 증가했다. 가족 안에서가 아닌 가족 밖으로 그 부양의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회환경은 이러한 인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있다. 최근 몇 년간 출생아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총인구는 2022년 5167만 명에서 2072년 3622만 명(1977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반대로 고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돼 불과 1년 뒤인 2025년에는 65세 이상 가구가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2040년에는 34.3%, 2072년에는 47.7%까지 증가해 고령자가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 부양을 ‘가족과 정부, 사회’가 책임질 수 있을까? 마음이 바쁜 고령자들은 취업 시장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위축된 2020년부터 고령층의 취업률은 상당히 증가했다. 2023년 기준 고령층(55~79세)의 인구는 1548만 명이며 그 중 취업자는 912만 명으로 고용률은 58.9%를 기록했다. 고령층의 10명 중 6명 정도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2013년의 고용률 53.1%와 비교했을 때 5.8%p 증가한 수치다. 해외 65세 이상 고령자 평균 취업률과 비교해보면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 국가의 65세 이상 고령자 평균 취업률은 15.0%다. 이를 상회하는 국가는 한국(34.9%), 일본(25.1%), 스웨덴(19.2%), 미국(18.0%) 등 11개국이며 한국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모부양에 대해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부모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오래 살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노후준비는 본인이 해야 하는데 노후준비는 되어 있지 않으면 결코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없다. 시대의 환경 변화에 따라 노후준비는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할 때 과연 나는 준비가 잘 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성과지표가 바로 경제수명이다. 노후를 대비하는 모든 이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수명을 늘리는 일이다.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은퇴 준비자금을 늘리거나 은퇴 후 생활비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 아울러 은퇴 연령을 높이는 방안 등이다. 이 모든 준비는 현재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의 경제수명을 따져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국제연합(UN)기준 고령자 인구비율(전체인구에서 65세이상이 차지하는 비율). 7% 이상은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
    경제수명이 중요한 이유
    by 황명하
    2024.04.27 06:00:00
  • 은행 거래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느끼는 공통점은 은행이 매우 이기적으로 영업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며 이해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은행만큼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기업은 드물다. 은행이 대외적으로는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단건 단건 하나의 거래에서 이익을 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말로는 고객을 우대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고객의 욕구와 상황을 도외시한 채 손익만을 계산하는 은행의 행태에 많은 고객이 실망하고 좌절한다. 개인 소비자가 오래 은행 거래하다 가장 실감 나는 변화는 은퇴할 때 마통(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준다는 것이다. 웬만한 직장에서 경력이 쌓인 직장인이면 통상 1억원 정도의 마통 한도가 주어진다. 그런데 퇴직하면 1000~2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는 것이다. 마통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매우 요긴하다. 누구한테 빌려 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쓰고 여유가 있으면 채워 놓는 지갑 역할을 한다. 은행은 마통을 미끼 상품으로 이용해 직장인을 고객으로 유치한다.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더 많은 한도의 마통을 제공하며 자기 은행을 이용하도록 유혹한다. 그런데 직장을 은퇴하는 시점에 마통을 걷어가는 것이다. 물론, 직장을 그만두면 신용 대출인 마통의 리스크가 높아져 이를 회수하는 것이 은행 입장의 논리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마통을 사용하며 성실히 이자를 납부한 기록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은행의 다른 상품을 이용하며 수익에 기여한 것도 반영되지 않는다. 심지어 은행에 연금펀드, 개인형IRP, 외화예금 등의 여러 상품 잔고가 상당 금액 남아 있지만 소용이 없다. 신용점수도 만점에 가까운데 마통을 연장해 주지 않는 은행의 야박한 처사가 야속할 따름이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마통을 갱신하러 지점에 갈 때마다 담당 은행원으로부터 새로운 상품을 권유받은 적이 많다. 수십 년에 걸쳐 은행과 거래하며 가입한 상품은 적금, 신용카드, 적립식 펀드,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등 다양하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도 구매한 적도 있다. 당시에 은행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으면서 만기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역사적 통계를 고려할 때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가 반 토막 날 정도로 하락할 일은 거의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 경제가 추락하며 홍콩 증시가 폭락해 대거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고객과 거래하면서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며 이자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 덕분에 은행의 이익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작년 이자수익은 총 41조3878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올렸다. 코로나19 여파와 고금리 추세로 가계, 소상공인, 중소기업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성과를 거두며 ‘이자장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은행이 단지 이익을 많이 낸다고 비난받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욕먹는 이유는 고객의 가치와 기여는 무시하고 은행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영업 관행 때문이다. 고객이 필요할 때는 도움 주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것만 강요하는 은행의 이기적 행태가 고객을 처량하고 서글프게 만든다. 언젠가 은행 시장이 개방되어 정부의 보호막이 걷히면, 고객들을 무시하고 홀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게 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로부터 은행이 욕먹는 이유
    by 임채운
    2024.04.13 06:10:00
  •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일상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중립이라는 단기간 내에 산업·인프라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목표에 합의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 산업 경쟁력의 주요 이슈이며, 기후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 또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투자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기후 산업에 막대한 자본이 몰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BNEF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대응 투자금액은 2022년 기준 1.6조 달러(약 2,100조원)였으며,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2030년까지 기후테크 시장이 12조 달러(약 1경 6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급속히 성장하는 기후테크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앞서 나가는지,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할지의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주력인 제조업 국가입니다. 기후위기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기후산업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기후 산업은 시장 변동성이 크고, 정책이 빠르게 수립·변동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산업 분야가 넓어 기후산업 전체를 큰 틀에서 고루 경험했고 고루한 이념 논쟁에 휘둘리지 않으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인재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정부와 기업에서 기후기술과 녹색산업 전략을 연구하고 관련 정책 제언과 입법 경험이 있는 청년 기후산업 전문가로서, 우리나라의 기후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점점 선명해지고 있는 기후산업 주요 기술 후보군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를 확실히 선점해야 합니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배터리 산업을 비롯해 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CCUS, 무탄소전원인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전, 차세대 태양광 그리고 수소 산업 등이 우리가 기술 우위를 가지고 육성해야 할 분야입니다. 또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철강·시멘트, 석유화학, 반도체 등 기존 제조업의 탈탄소화를 효과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방법도 모색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미래산업에 필수적인 인공지능(AI)을 기후산업에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기후테크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진짜 대응하려면 기후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합니다. 탄소감축 과정에서 주요 산업과 기업이 휘청인다면 기후 의제가 국민적 공감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념과 과거에 갇히는 것이 아닌 시장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자 우리 경제를 살리는 방법입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약력] (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가기후기술정책센터 (전)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전)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 집단에너지연구실 *소개글 탄소 중립의 순항 지표는 그린비즈 산업의 성적표로 연결되며, 시장 중심의 솔루션이 탄소중립목표 달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에너지환경 분야 국책연구소와 기업 경제연구소에서 기후기술 개발 로드맵과 녹색산업 전환 전략 수립에 참여했습니다. 기후산업 전반을 검토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던 전략 연구원의 시각에서 성장중인 기후산업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래 국가경쟁력, 기후산업에 달렸다
    by 정혜림
    2024.03.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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