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8
  •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도입 된 후 사내조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이후 사내조사 과정상 기존에 잘 다뤄지지 않은 다양한 쟁점이 문제되고 있다. 그 중 사내 조사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권리의식이 커지면서 변호사와 함께 조사 면담 또는 징계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러한 직원들의 요청을 받았을 때 변호사가 조사 과정에 참여하면혹시 조사가 지연되는 것은 아닌지, 회사 인사 운영에 저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사내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참여가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판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취업규칙 등 사규에 변호인의 조력권에 대하여 규정을 하였다면 이를 따르면 되겠으나, 이러한 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취업규칙 등 사규에 다루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다룬 사례 자체가 많지 않지만 관련 법원 선례를 보면 징계절차에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관련 판결에 의하면 내부조사 과정 또는 징계위원회 절차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더라도 징계의 효력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실무상 회사 입장에서 직원의 변호사 대동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은 없으나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받은 회사는 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의 참여를 요구한 직원은 조사 절차 및 공정성에 강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변호사를 조사 절차에 참여시킴으로 회사가 절차적인 부분에 있어 직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하였다는 정당성을 구비할 수 있다. 조사의 지연 및 변호사의 과도한 면담 개입에 대하여는 변호사가 면담에 어떻게 참여할지 원칙을 미리 정하여 요청하는 직원이 이를 수용함을 전제로 변호사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을 고려 해 볼 수 있다. 가령 면담 전에 변호사가 면담 대상 직원의 사실(fact)에 관한 진술 시 말을 가로막지 않고 최대한 대상 직원이 발언하도록 하는 등 원칙을 수립함으로써 절차 지연을 방지할 수 있다. 한편 변호사가 조사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조사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관련 조사 시 회사가 직접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화되고 2차 가해 주장이 나올 때가 많은데, 이때 회사는 변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조사의 결과 및 조사 이후 조치에 대하여 좀 더 합리적으로 조율할 여지가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변호사를 통하여 제보 직원 또는 행위자의 진의를 명확히 파악하게 됨으로써 사안이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상과 같이 사내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변호사의 참여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 받았을 시 이를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제보자 및 행위자 모두 납득하도록 조사를 종결하는데 활용하는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차장님, 월요일 면담에 변호사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by 이태은
    2024.12.21 10:00:00
  • 기업 분할은 양날의 검과 같다. 분할은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상장폐지의 위험도 존재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해야 하며,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상장규정은 분할 또는 분할합병 후 존속법인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요건은 자본시장 내 신뢰와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요건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자기자본 30억 원 이상(벤처기업의 경우 15억 원 이상), 자본잠식이 없을 것, 이익요건 충족, 감사인의 적정 검토의견 확보 등이 포함된다. 자기자본 30억 원 기준은 분할 존속법인의 최소한의 재무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이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투자자에게 심각한 불안을 야기한다. 이익요건 충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서, 단순히 형식적 요건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감사인의 적정 검토의견은 이러한 요건의 실질적 충족 여부를 증명하는 보증서와 같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시장 내 신뢰를 상실해 주가 급락 및 자금조달의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상장법인이 비상장법인과 합병한 후 3년 이내에 분할을 결의하고, 분할 존속법인의 주요 영업부문이 합병 당시 비상장법인의 영업부문에 속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합병 후 곧바로 분할을 단행하며 편법적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사례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이러한 규정은 시장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비상장법인의 영업부문이 편법적으로 존속법인의 주력 사업으로 둔갑해 상장 요건을 왜곡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합병 후 분할이 정당한 경영적 목적이 아니라 시장 질서를 교란하려는 의도로 사용될 경우, 이는 투자자의 피해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우회상장을 시도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경고이며,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기업 경영진의 의도를 세심히 검토할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분할·분할합병은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자본시장 내 신뢰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기업은 분할이나 합병 과정에서 상장규정의 요건을 준수하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투명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투자자와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공시를 충실히 이행하고, 회계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겠다. 투자자들 역시 기업의 분할이나 합병 결정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분할·합병 과정은 단순한 경영 효율화 도구가 아닌, 기업과 투자자가 신뢰를 함께 구축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로서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분할 존속법인의 부실화와 상장폐지
    by 정성빈
    2024.12.07 14:56:04
  • 생활임금(living wage)이란 근로자와 그 가족이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급되는 임금이다. ESG 모범기업인 파타고니아는 2025년까지 1차 공급업체 전체에 생활임금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인권경영평가지표(CHRB)는 기업이 자체 인력과 공급망에 대한 생활임금 지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은 실사의 항목에 적절한 생활임금의 보장을 포함했다. 이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되려면 소속 직원뿐만 아니라 공급망까지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생활임금 미충족 여부를 정기적으로 실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 다르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법으로 정한 최저수준의 임금으로, 우리나라는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의 임금수준 등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그런데 생활임금은 개별 근로자가 아니라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준이다. 즉, 생활임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이 ‘적절한 생활수준’(decent standard of living)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토대로 산정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앵커(Anker) 방법론에 따르면, 생활임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영양가 있는 식단, 건강한 주거, 교육과 의료, 기타 비상지출 등을 보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금액을 조사하여 결정된다. 생활임금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저임금보다 높은데, 예를 들어 2021년 기준 방글라데시의 법정 최저임금은 생활임금의 49% 수준이다. 국제사회가 생활임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생활임금의 미지급이 다른 인권의 침해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근로자들은 가구 소득의 대부분이 근로소득이다. 개별 근로자가 지급받는 근로소득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다면, 그 근로자는 비자발적 연장근로 등 강제노동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부모가 생활임금을 받지 못하면 자녀들이 아동노동에 동원되거나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생활임금이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교육, 의료, 주거, 문화 등의 경제·사회적 권리 전반과 연계되어 있기에,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3월 생활임금 정책에 대한 합의문을 채택하여 생활임금의 산정 및 이행 원칙을 제시했다. 물론 기업이 공급업체 직원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다만 일부 윤리적 동기에서 시작된 기업의 생활임금 정책은 비즈니스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생활임금 제공 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2016년 약 2800개 인증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참여 기업의 절반 이상이 생활임금 도입 후 근로자 퇴사율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직원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은 55%, 기업의 전반적 평판이 높아졌다는 답변은 78%였다. 페이팔(PayPal)은 2019년 저임금 근로자의 순 가처분소득(NDI)을 4%에서 16%로 높이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기업의 수익성이 28% 증가했다고 밝혔다. 생활임금의 도입 자체만으로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생활임금은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데 일부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급업체 직원에게 생활임금이 보장된다면 기업이 지속가능한 조달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은 생활임금 정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국내외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들이 지급받는 임금이 생활임금 기준을 충족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들이 실제 수령하는 임금 중에는 국제기준상 생활임금에 포함되는 항목과 그렇지 않는 항목이 존재하는데, 회사의 현행 급여체계와 생활임금 사이의 격차(gap)를 분석해 생활임금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생활임금은 지역별 생활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생활임금을 산정할 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노사협의 절차 등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회사의 생활임금 정책을 공급망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생활임금 리스크가 가장 취약한 지역과 업종의 공급업체를 식별하여, 그 업체의 직원들이 생활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회사의 구매 정책과 관행을 개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국내 기업에서 생활임금 논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생활임금을 산정하고 적용하는 데 실무상 어려움도 적지 않다. 다만 앞으로 좀 더 많은 기업들이 생활임금 정책을 발표하고, 소비자와 시장이 생활임금 지급 기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면, 공급망에서 더 많은 직원과 가족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생활임금에 관한 우리 기업의 정책과 실무가 조금씩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생활임금과 지속가능한 조달
    by 민창욱
    2024.11.30 09:00:00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무죄 판결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은 올해 10월 16일 건설회사 사업장에서 폐콘크리트 상차 작업을 하던 중에 소속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해당 건설회사 및 그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위반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였다. 법 시행 이후로 현재까지 약 30건의 판결이 선고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 부칙의 유예 조항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부칙 제1조제1항은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한다. 다만, 이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하여는 올해 1월 26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됏고, 위 판결에서 문제된 공사금액은 약 42억 원(변경 후 약 38억 원)에 불과했다. 검사도 위와 같은 부칙 규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기소되어 재판까지 진행되며 쟁점이 된 부분은 ‘관급자재비’다. 검사는 공사금액에 관급자재비 약 10억 원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이 경우 공사금액이 50억을 넘으니 이 사건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헌법상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 및 부칙 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공사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공사금액을 판단하는 것이 계약당사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점 △당사자 간 계약된 금액을 공사금액으로 보는 것이 영세사업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기간을 두기 위한 부칙 조항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하는 점 △관급자재비를 공사금액에 포함시킨다는 법률 규정이 없음에도 입법목적을 앞세운 해석을 통해 처벌의 대상을 확대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점 △관급자재비용이 공사계약금액에 포함되지 않고 분리 발주된 경우에도 공사금액에 관급자재비를 포함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인 점 △변경 후 공사금액에 관급자재비를 더하더라도 약 48억 원으로 50억 원에 미달하는 점을 이유로 이 사건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부칙 조항의 문언과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타당한 해석이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대재해처벌법 무죄 선고 이유는
    by 김동현
    2024.11.23 08:00:00
  •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정된 비공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있는 그대로의 정보가 아니라 다소간의 검색과 편집을 거쳐야 하는 자료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작업을 거쳐 청구인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두6001 판결 등), 공개 대상 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는 것도 비공개의 이유가 될 수 없다(정보공개법 제13조 제3항). 다른 사람에게 공개해서 이미 알려졌다거나 관보 등으로 공개해서 인터넷 검색이나 도서관 열람 등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공개 청구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두13392 판결 등 참조). 이렇게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의무를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국민 알권리를 위해 중요한 것일 뿐 아니라 국가의 주인인 공공기관을 감시하기 위한 기본적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공공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되었다거나 관련된 업무가 진행 중이라거나 재판 등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회신을 받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정보의 공개가 공정한 업무의 집행 등에 방해가 된다면 비공개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자신들이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청구한 정보의 제목만 보고 비공개 사유를 붙여 비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아주 중대한 위법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공공기관이 정보를 비공개할 경우에는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해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돼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몇 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증명하여야만 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4두547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대하여 그 존재 유무조차 확인하지 않고 비공개처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라는 판단을 면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공공기관이 그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살펴보지 않고 비공개사유를 기재하여 비공개한다면 국민은 ‘해당 정보의 존재’라는 기본적인 사항 조차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는 국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법원은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대하여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대하여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유가 아니라 다른 법정된 비공개사유를 들어 비공개처분을 한 사건에 대하여는 입장을 일관되게 정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관해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비공개처분한 것과 달리 존재하는 정보에 대해 그 정보 내용의 비공개 사유를 검토를 하는 것에는 이르지도 않고 정보의 존재 자체조차 확인하지 아니한 채 비공개처분을 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법상 부담하는 아주 기본적이고 단순한 의무조차 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는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으로 보아 무효라고 판단하여야 한다. 부존재 하는 정보에 대해 부존재를 이유로 비공개 처분하는 사안과는 달리 이 같은 경우라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무효임을 선언해 피고가 정보공개법상의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건 소가 제기된 법적인 책임을 오로지 피고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보지도 않고 비공개’…사실 존재치 않는 정보였다니[안성훈 변호사의 ‘행정법 파보기’
    by 안성훈
    2024.11.16 08:00:00
  •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인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본래 기업이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의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다. 이는 새로운 자본을 유치하고,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정 제3자를 통해 빠르게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에서 벗어나 악용되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주주배정이나 일반공모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외부 세력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신주를 배정하거나, 자본을 편법적으로 돌려받는 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상장규정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악용한 편법적 자금 회수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관리종목 또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상장법인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 후 단기간 내에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그 대상이 된다. 상장규정에 따르면, 관리종목 또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상장법인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 뒤, 그 신주를 취득한 자에게 6개월 이내에 선급금 지급, 금전의 가지급, 금전 대여, 증권 대여, 출자 등의 형태로 자금을 상환한 사실이 공시 등을 통해 확인되는 경우, 이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된다. 이는 자본을 건전하게 확충해야 할 유상증자가 자금 순환이나 불법 자금 회수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다만, 선의로 자금을 운용한 기업들도 자칫 불투명한 자금 흐름으로 인해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철저히 공시하고,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 절차가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적시에 받아 억울한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실징후기업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by 정성빈
    2024.11.02 08:00:00
  •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ESG 리스크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가장 통용되는 방법은 기업이 ‘협력사 행동 규범’(supplier code of conduct)을 만들고 협력사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기업은 자신과 거래하는 협력사가 지켜야 할 노동·인권·환경·윤리 등에 관한 준칙을 문서로 제정하여 공표한다. 기업은 협력사에 이 문서를 준수할 것을 권고하거나, 협력사로부터 행동 규범 준수에 관한 서약서를 받거나, 협력사와의 계약서에 행동 규범 준수 조항을 삽입하기도 한다. 행동규범을 지키는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도 하고, 행동 규범을 위반하는 협력사가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시정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행동 규범의 내용은 점점 진화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9년 사이 S&P500 기업이 공시한 행동 규범의 길이는 29% 증가했다. 애플의 협력사 행동 규범 및 부속문서의 분량은 206쪽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해외 사업장에서 준수할 ESG 규제가 늘어났다. 기업은 투자자, 고객사, NGO 등의 요구사항을 행동 규범에 반영해 더 많은 글로벌 준칙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행동 규범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규칙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법령상 의무가 되었다.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은 기업이 자사, 자회사 및 협력사에 적용될 행동 규범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행동 규범은 조달·고용·구매 결정 등 기업의 모든 기능과 운영에 반영되어야 하며, 기업은 직간접 협력사에 행동 규범의 적용을 확대하고 이행을 검증하는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CSDDD는 기업이 협력사로부터 행동 규범을 준수하겠다는 ‘계약상 보증’(contractual assurance)을 받고, 협력사가 이를 준수하는지 독립적 제3자를 통해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조금 의문이 든다. 더 많은 글로벌 준칙을 기업의 행동 규범에 포함하고 협력사에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면, 공급망에서 ESG 리스크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가? 물론 기업의 윤리적 행동에 대한 기대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중소 규모 협력사는 인력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에 ESG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주거래처가 요구한 행동 규범의 준수 및 검증에 관한 계약 조항에 날인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 해결 역량이 부족한 협력사에 계약상보증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공급망에서 인권·환경 침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힘들 수 있는 것이다. 협력사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력사에 책임을 다하는 것도 필요하다. 독일 정부는 공급망 실사법 해설 가이드에서 기업이 개별 사안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음의 사례를 예시했다. A기업의 한 협력사에서 최저임금 미지급 이슈가 불거졌다. A기업은 협력사 행동 규범에 ‘적정임금의 보장’이 명시되어 있다며 협력사들에 시정 및 검증을 요구했다. 확인해보니 최근 최저임금이 상승했지만 A기업의 구매대금은 그대로여서 협력사들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A기업은 기존의 구매대금 결정 기준 및 지급 관행을 개선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최저임금 미지급 이슈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회사와 협력사,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급망 ESG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협력사는 행동 규범을 성실히 이행하고, 회사는 책임 있는 구매 관행을 정립해 협력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동등한 조건에서 ESG 책임을 약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SDDD도 “계약상 보증은 회사와 협력사가 책임을 적절히 분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중소기업으로부터 계약상보증을 받거나 중소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되는 조건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우리 공급망에서 책임 있는 기업 행동과 구매 관행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협력사에 대한 요구, 협력사에 대한 책임
    by 민창욱
    2024.10.26 09:00:00
  • 최근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다며 동료 직원을 사내 또는 수사 기관에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의 문제 제기는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직장 내 부조리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다른 한편으로 회사는 제보 사안에 대하여 조사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급격히 증가하는 제보 건으로 조사 비용 증가 및 인사권 행사의 제약 등 어려움을 호소한다. 사용자로서는 제보 직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충실히 조사하겠지만 조사 결과 제보 직원의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여러 의문이 들 수 있다. 법원 판결에 의하면 직원의 문제 제기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이는 권리남용으로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 대하여 징계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문제 제기 직원이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등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이 고발을 남용하여 조직의 단합을 저해하였고, 이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아울러 최근 노동위원회 판정례 중에는 노동청 및 경찰서에 51건의 진정 및 고소, 고발을 한 사례에서 이는 무분별한 구제조치로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여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만 실제 제보 직원의 무분별한 고발 조치에 대해 징계 조치를 실행함에 있어 많은 주의를 요한다. 특히 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징계 조치는 제보 직원에 대한 불리한 처우로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제보 직원이 무분별하게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법적 조치를 한다고 의심이 되더라도 실제 징계 실행은 시간을 두고 차분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보 직원이 권리를 남용했는지는 입증이 쉽지 않으므로, 무엇보다 면밀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 먼저 예단을 버리고 제보 직원의 제보 사안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조사를 진행 후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관련 제보의 경우 법적 조사 의무가 있으므로, 제보 내용이 막연하거나 반복적이라도 일단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조사의 깊이나 정도는 기존에 유사한 제보가 있었는지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조절을 할 수 있다. 한편, 조사 진행 중에는 제보 직원에 대한 징계는 유보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후 사내 조사 또는 제보 직원의 고소, 고발이 경찰 또는 노동청에서 무혐의로 종료 된 이후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징계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징계 수위 관련하여서는 제보 직원에 대한 징계는 법적 리스크가 있고,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안전하게 징계 양정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그 이후에도 제보 직원이 계속해서 근거가 부족하거나 동일한 주장을 계속하는 경우 징계수위를 높이는 부분을 검토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으로 인해 사업장의 분위기가 저해되고 많은 조사 인력이 투입이 되어 어려움이 클 수 있지만 위와 같이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리적인 인사운영 원칙을 확립하면서도 관련 법적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모든 것이 불편한 직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by 이태은
    2024.10.26 07:00:00
  • 지난 2022년 1월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됐다. 지방자치의 수준을 높이는 내용의 개정이었다. 물론 지방자치가 강조된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여전히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지차제)의 사무에 관해 조언하거나 권고하고 나아가 지도할 수 있다. 또 사무의 적정이나 효율을 위해 국가가 지자체에 위임한 사무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국가의 사무도 아니고 국가가 위임한 사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도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전반적인 지휘권을 인정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행정소송’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국가소송법)은 행정소송에 관해 국가에 광범위한 지휘권을 부여하고 있고(제6조 제1항) 나아가 행정소송을 소송수행자를 지정·해임할 수도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동조 제2항). 우리 행정법은 전반적으로 국가와 지방에 대한 규율을 이원화하고 있다. △행정조직에 관한 규정 △공무원에 관한 규정 △재정에 관한 규정 △계약에 관한 규정 △보조금 관리에 관한 규정 △공공기관에 관한 규정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나눠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소송에 관해서는 국가소송법만 있고, 여기에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행정청의 행정소송 사무까지 규율하고 있다. 그 이유가 명시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그간 형식적이었고 중앙집권적이었으며 나아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하급행정청’의 소송수행 역량에 대한 신뢰가 적었다는 설명이 있기도 하다. 한편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일반 민사소송은 규율범위에도 없어서 지자체는 민사소송을 일반 민사절차에 따라 수행한다. 국가의 소송지휘권은 주로 소송의 존폐가 문제될 때 등장한다. 소송을 먼저 시작하려 하거나(제소 결정), 소송을 끝내거나 계속 진행하려 할 때(조정권고안 수용 여부 및 상소 여부 결정) 등이 그때다. 즉, 지자체는 자신의 사무와 관련해 행정소송의 가장 중요한 행위를 하려 할 때마다 국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받아들이기 어색한 문제들이 몇 가지 발생하고 그 필요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먼저 자치권 행사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자체는 고유사무에 관해 독자적으로 자치입법을 하고 독자적인 정책적·행정적 의사결정을 한다. 이 같은 의사 결정들에 관해 불복하는 당사자들과 행정쟁송을 겪게 될 수 있다. 대개 재량범위 내에서 어떤 결정을 했느냐에 관해 문제되는 경우가 많기에 법원은 행정소송법이 조정 제도를 명시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정과 유사한 조정권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원이 재량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고 피고가 그에 부합하는 처분을 하는 대신 원고는 소를 취하하도록 하는 것이다. 행정청은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 재고의 계기를 얻게 되고 그 제안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그에 따라 변경 처분을 하게 된다. 이 같은 변경 처분은 말 그대로 지자체장 등 재량 내의 결정이고, 더구나 법원의 의견에 따른 것이므로 그 합리성도 인정될만하다. 그런데 여기서 국가의 소송지휘가 어색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원고와 피고가 모두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에 이와 다른 견해에서 ‘조정원고안 불수용’이라는 소송지휘가 내려오면 피고인 지자체장은 자신의 정책적·행정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부득이 소송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소의 제기·포기 등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책적·행정적 판단과 소송진행 실익 및 위험부담에 대한 지자체장 등 나름대로의 검토와 판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이와 다른 견해에 따라 지휘를 한다면 그 지휘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해충돌의 문제도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서로 서로에 대해 행정권한을 행사하는 상대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호 간 행정처분의 주체와 객체의 지위에서 항고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두23129 판결 참조). 대립당사자가 자신의 이익을 두고 다투는 소송에서 일방 당사자가 반대 당사자를 지휘한다는 것은 그 구조 자체가 어색하다. 나아가 복수의 지자체가 다투는 소송의 경우에는 하나의 지휘기관이 대립당사자를 모두 지휘하는 것이 되어 이 또한 어색한 상황이 발생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송 역량도 점차 개선되고 있어서 포괄적인 소송 지휘의 필요성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지자체에서 직접 변호사를 채용해 송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기본적인 소송지식의 미숙지로 발생하는 소송수행 해태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편, 소송지휘라고 해도 서면 작성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실질적 지원 기능이 크기보다는 소송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주요 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결과만 되므로 오히려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등 소송에 관한 행정적 비효율을 초래하는 상황도 많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지자체의 독립성이 뚜렷하게 인식되지 않던 시절과 달리 이제 지방의회 의원과 지자체장은 지방선거라는 별도의 선거를 거쳐 민의에 따라 선출된 지가 벌써 오래됐다. 이들은 법령에서 부여한 권한에 따라 자치입법과 자치행정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지방자치법은 이들의 실질적인 자치분권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자체가 고유사무에 관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국가가 개입해 지휘한다는 것은 점차 더욱 어색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행정소송에 관한 국가의 일반적 지휘에서 벗어나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국가 소송지휘권 vs 지자체 소송수행권
    by 안성훈
    2024.10.12 10:48:41
  • 인수합병(M&A)은 일반적으로 유망하고 안정적인 기업 간의 결합이나 전략적 제휴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 M&A는 부실징후기업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한 기업들은 재무적 어려움이나 관리 문제로 인해 외부 자본을 확보하고, 경영 정상화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M&A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M&A는 성공적인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부실징후기업의 M&A시에는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인수 대상 기업이 상장법인으로서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상장규정상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경영권이 변동되는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영권 변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주주의 변경을 의미한다. ‘최대주주의 변경’은 통상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의미할 것인데, 예약매매를 포함하여 경영권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기타 계약도 포함된다. 만약, 주식양수도 계약이 체결된 이후이지만 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이나 주식인수가 이루어지기 전에 관리종목 또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경우는 어떨까? 실무에서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당시에 관리종목 등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식인수 전에 관리종목 지정이 됐다면 이후 계약의 이행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이 경영권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에 의해 주의가 집중된 기업들은 다각도의 규제 이슈를 포함한 더욱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영권 변동도 존재한다. 기업부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원인, 이를테면 기업지배구조나 거래량 미달, 주식분산 기준 미달 등 비재무적 원인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면 이러한 경우는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외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나 출자전환에 따른 신주 발행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예외로 취급된다. 이와 같이 부실징후기업은 M&A와 같은 경영 정상화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여러 상황 및 규제를 고려한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규제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대비한다면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더욱 증대시키고,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실징후기업과 M&A
    by 정성빈
    2024.10.05 10:00:00
  • 지난 7월 25일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발효되면서 공급망 실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사란 기업이 인권 및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식별하고 이를 예방 및 완화하는 절차이다. CSDDD는 기업이 자체 사업장과 자회사뿐만 아니라 공급망에 대해서도 실사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CSDDD가 직접 적용되는 대기업 이외에 해당 대기업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협력사도 공급망 실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적어도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활동을 공시해 왔다. 구매계약상 거래금액과 거래기간 등을 고려해 관리 대상 협력사를 선정하고, 해당 협력사에 자가진단 문항(SAQ)을 송부해 협력사의 ESG 경영 수준을 평가하며, 자가진단 결과 고위험 협력사로 분류된 곳에 찾아가 현장 조사를 한다. 현장 조사를 통해 구체적 위험이 식별되면 해당 협력사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관련 교육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활동은 CSDDD가 요구하는 ‘공급망 실사’와 과연 무엇이 다른 것일까? CSDDD가 실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SDDD는 ‘위험-기반 실사’(risk-based due diligence) 원칙을 제시한다. 위험-기반 실사란 위험의 심각성과 발생 가능성에 비례하여 실사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기업은 위험이 큰 사업장이나 협력사를 선정해 보다 심화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실사 결과 드러난 이슈를 기업이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면 위험이 큰 이슈에 우선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업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사업장과 협력사에서 발생가능한 모든 위험을 동등하게 관리하기 어렵다. 이를 고려해 CSDDD는 기업이 실사 절차에 우선순위 결정을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그러한 우선순위 결정은 위험에 비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중요한 점은 이때의 위험이란 기업에 미치는 재무 또는 평판 리스크가 아니라, 사람이나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영세 하청업체 직원에게 갑질을 한 이슈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이슈는 기업의 관점에서 평판이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하청업체 직원의 관점에서 생계의 위협이나 정신적 고통이 될 수 있다. CSDDD는 전자의 ‘기업에 미치는 위험’(risk to business)이 아니라 후자의 ‘사람에 미치는 위험’(risk to people)의 심각성과 발생 가능성에 비례해 실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우리 기업의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실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관리대상 협력사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계약 상대방과의 거래금액과 거래기간을 제시한다. 이러한 기준은 ‘기업에 미치는 위험’을 고려한 기준일까, 아니면 ‘사람에 미치는 위험’을 고려한 기준일까. 구매금액이 큰 협력사에서 문제가 발생해 거래가 중단된다면 기업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 다만 인권의 사각지대는 규모가 작거나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협력사에 존재할 개연성이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실무는 CSDDD가 요구하는 위험-기반 실사 원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CSDDD가 위험-기반 실사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이 한정된 자원을 인권·환경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해관계자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이다. 물론 기업이 모든 공급망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인권·환경 침해에 대해 책임을 질 수는 없다. 다만 우리 기업들도 CSDDD의 취지에 따라 기존의 위험관리시스템에 위험-기반 실사의 원칙을 반영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공급망 실사 관행이 형식적 수준을 넘어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공급망 실사를 바라보는 관점
    by 민창욱
    2024.09.28 09:00:00
  •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관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여 허용될 수 없는 수준일 경우 허용 가능한 범위 내로 위험성을 낮추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러한 위험성평가를 총괄·관리하여 시행할 책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선고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판결에서는 위험성평가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본 사례들이 발견된다. 사업장 나름대로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여 운영되고 있는 중에 중대재해가 발생하였고, 그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위험성평가 결과에 없다고 하여 곧바로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가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다면,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 의무와 중대재해처벌법령상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의 주체가 다른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대표이사가 상주하는 본사 등과 분리된 사업장, 예컨대 공장이나 공사현장의 경우 해당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공장장, 현장소장 등이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가 된다. 이러한 경우 해당 사업장의 위험성평가는 이들 공장장, 현장소장 등의 총괄 하에 실시되는데, 실시된 위험성평가 내용 중에 중대재해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일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그 책임을 곧바로 경영책임자(대표이사)에게 묻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각 의무의 내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에 따른 조치 의무는 위험성평가의 결과에 따라 현장에서 실시하는 직접적·구체적인 조치다. 반면에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는 관리·운영상의 조치다. 예컨대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상의 유해·위험요인 파악 방법이나 위험성평가 기법이 사업(장)의 특성에 맞지 않은 경우 또는 필요한 사내 규정 및 절차가 미비한 경우 등에 이를 개선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위험성평가의 실시 결과에 특정 유해·위험요인이 빠졌다고 하여 위험성평가 절차 자체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위험성평가의 세부적인 내용을 따져 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경영책임자의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의무는 어디까지일까
    by 김동현
    2024.09.21 09:00:00
  •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문화진흥회 차기 이사진 임명을 한 것에 대해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집행정지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제도 운영에 대한 개인적인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행정처분에 대해 불만이 있을 때 행정구제 절차를 이용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행정소송·심판이다. 그런데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행정처분의 효력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처분이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되거나 해당 절차를 멈추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법적 효력이 유지된다. 반면 독일에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행정처분이 정지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인가? 소용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집행정지 신청이다. 이는 ‘소송 등의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얼마간은 행정처분도 정지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러면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는 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행정소송의 경우)나 중대한 손해(행정심판의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그리고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고려해 집행정지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명문화된 기준은 아니지만 본안에서 승소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된다. 행정소송의 경우 제소부터 제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적으로 6개월이 넘게 걸린다. 이 기간 동안 행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된다면 대부분 소송 제기의 실익이 없어질 수 있으므로 집행정지 제도는 권리구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행정처분의 집행을 다소 연기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즉시 집행될 경우 당사자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집행정지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행정처분이 집행되는 시점 자체가 중요한 경우에는 집행정지가 인용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법원 실무를 보면 대체로 행정처분의 효력이 임박한 경우, 집행정지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다. 그러고 심문 등 절차를 거쳐 다시 종국적인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다. 예전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끝나는 시점(종기)를 ‘제1심 판결 선고시까지’로 정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판결 선고 직후 행정처분이 되살아나면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제1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까지’과 같이 일정 기간을 정하는 추세다. 이와 같이 판결 선고일을 기준으로 집행정지의 종기를 정하는 실무는 여러 가지로 편리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소송을 최대한 끌어서 영업을 계속하려는 경제적 동기가 클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송이 지연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집행정지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집행정지를 인용해주되,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본안심리와 집행정지를 연동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집행정지의 종기를 제소일부터 6개월 이내로 정하고, 본안 소송의 진행에 따라 갱신하는 방식이다. 본안에서 충실하게 변론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집행정지 기간을 갱신하는 결정을 하되, 원고가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존의 결정이 갱신없이 종료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행정지의 신청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허용하되 그 기간을 제한하고 사법적 심사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집행정지의 계속 진행을 검토하는 방안으로 운용한다면 집행정지 제도의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집행정지 제도의 운용에 관한 제언
    by 안성훈
    2024.09.15 08:00:00
  • 상장법인이 영업을 일부라도 ‘정지’하게 되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물론 외부적 요인에 의한 영업 정지라면, 해당 이슈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상장 유지 측면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해당 영업의 정지가 공시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정지된 영업 부문이 ‘매출액의 10%’ 이상만 차지해도 사유 발생일 당일에 거래소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기고문에 기재했듯이 공시 위반시 벌점 누적으로 인한 상장폐지 위험이 있어 공시 의무의 적시 이행은 항상 신경써야 하는 요소다. 회사가 스스로 특정 사업 부문의 영업을 정지한 경우 뿐만 아니라 감독 기관 등에 의해 영업의 정지를 명하는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해당 영업의 인·허가나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 그에 상당하는 생산품의 생산·판매 역시 정지되므로 영업의 정지와 동일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은 정지된 영업이 회사의 ‘주된 영업’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된 영업’은 통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 부문을 말한다. 주된 영업의 정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공시 요건과 마찬가지로 생산 및 판매활동이 중단된 경우 뿐만 아니라 주된 영업과 관련된 면허의 취소·반납도 동일하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취급된다. 만약 정지된 영업이 주된 영업에 해당한다면, 이를 제외한 ‘잔여 사업’의 규모가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하여야 한다. 주된 영업 정지에 해당되더라도 잔여 사업부문으로 실질적인 영업을 영위할 수 있다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상장법인의 영업의 일부가 정지되는 경우 공시 대상 해당 여부 → 주된 영업 해당 여부 → 잔여 사업 규모 파악의 순서로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각 단계마다 구체적인 요건과 개별 사안에 적용될 수 있는 예외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상장 유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된 영업의 정지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by 정성빈
    2024.08.31 11:00:00
  • 사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조사에서 제보자 진술 외에 비위행위 관련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피제보자는 제보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고, 경찰에 무고죄로 제보자를 고소하겠다고 한다. 이 경우 회사는 어떻게 조사를 마무리해야 할지, 특히 제보자 진술만으로 피제보자에 대하여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사내 징계사건에서 징계사유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관련 사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 법원은 이른바 ‘자유심증주의’를 적용하여 여러 진술 및 물적 증거를 고려하여 넓은 재량을 갖고 판단한다. 징계사건에서 입증책임은 형사상 유죄 입증을 위한 정도, 즉,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를 것이 요구되지 않으나, 그렇더라도 여전히 높은 고도의 개연성 있는 정도의 입증이 요구된다. 제보자 진술만으로 제보 행위에 대하여 사실을 인정하고, 피제보자를 징계 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판례는 비록 성희롱에 관한 사례이기는 하나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고 판시하고 있다. 제보자 진술만 있는 경우에도 진술의 신빙성에 따라 징계 조치가 가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보면 법원은 제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경우, 진술이 비위 행위와 관련된 객관적인 상황과 일치하는 경우, 진술자가 허위로 상대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지 않는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사용자는 사내 조사에서 다른 물증이 없는 경우 조사를 중단하거나 모호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추가 면담 등을 통하여 가급적 제보자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나아가 제보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충분한 참고인 면담을 진행하여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을 최대한 검증 해 보는 조사 방향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제보자뿐 아니라 피제보자도 조사 결과에 납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향후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회사가 부당징계 등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성희롱 당한 직원 “회사가 제 말을 믿어줄까요?”
    by 이태은
    2024.08.24 10:00:00
  • 지난 6월 28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관련 법률이 애매하면 연방정부의 자체적 해석을 존중한다’는 쉐브론 원칙(Chevron Deference)을 폐지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쉐브론 원칙은 미국 대연방법원이 대기오염 규제 문제에 관한 미국의 정유기업인 쉐브론과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회 간의 소송에서 행정청인 환경보호청의 법률 해석에 관해 “법률에 불명확한 용어나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의회의 입법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면 법원은 이에 관해 직접 해석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며, 행정청의 해석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제시한 원칙이다. 행정청의 권한을 자칫 비대하게 만들수도 있지만, 사법부가 다른 권력기관인 입법부와 행정부를 존중해야 한다는 면에서 명분이 있다. 그리고 행정청의 해석을 존중하는 것은 국민의 법적 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면도 있다. 쉐브론 원칙에서 말하는 ‘행정청의 해석’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유권해석’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권해석은 권한 있는 국가 기관의 법령 해석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유권해석’이라는 말을 할 때 ‘행정청의 해석’을 떠올리며 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바로 만나는, 그래서 우리의 실제 생활을 당장 맞춰야 하는 해석이 행정청의 유권해석이기 때문에 행정청의 유권해석은 매우 실질적인 규범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행정청은 법령해석의 실권자(實權者)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청의 행정해석은 결국 법원의 해석으로 실권(失權)하게 된다. 법령의 해석과 적용의 권한은 궁극적으로 법원에 전속된 권한이기 때문에 행정청의 유권해석은 언제든지 법원에 의해 변경될 수 있는 잠정적 해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행정청의 유권해석을 언제든지 실권시킬 권한이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행정청의 유권해석을 존중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쉐브론 원칙을 폐기하는 취지의 결정을 한 것 또한 행정청의 해석에 관한 절대적 존중을 폐지하자는 것이지 행정청의 해석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른바 휴일·연장근로수당 판결(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자. 이 사건은 근로자들이 휴일 근로 수당과 연장 근로 수당을 중복해 지급할 것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련 법령의 소관 행정청인 고용노동부는 연장 근로 시간에는 휴일 근로 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원칙으로 하면서(근기 01254-19049, 1981.6.19., 근기 01254-11483, 1990.8.17. 등), 다만 휴일 8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한해 휴일 근로 수당과 연장 근로 수당을 중복 지급해야 한다는 해석(근기 01254-1099, 1993.5.31.)을 오래도록 고수했다. 이 사건은 법원이 그 해석에 관해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휴일 근로 시간이 1주간 기준 근로 시간 및 1주간 연장 근로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근로 관계 당사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사회생활규범으로자리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고, 이는 구 근로기준법상 관련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와 달리 해석하는 것은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오랜 신뢰에 반하고 법적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유는 고용노동부가 오랜 기간 일관되게 그렇게 해석해 산업 현장에 적용하여 왔고 노사 간에도 이러한 해석에 기초하여 근로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행정청의 유권해석에 의해 오래도록 관행이 형성 또는 강화되어 수범자가 이를 법이라고 여길 정도가 되면 단순히 행정해석이 아니라 법규범과 일체로서 규범력을 얻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해석 관행이 법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적용 영역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그렇게 해석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며, 결국 수범자가 이를 규범으로서 받아들이고 행위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그 해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존중의 전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다. 행정청의 유권해석이 일반 국민의 법규범 생활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만큼 정부는 법령을 둘러싼 제반 사정들을 잘 소화해 현실에 잘 적용되는 법령 해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부가 충분히 사려 깊고 실력이 있다는 신뢰가 없다면 존중도 없고 안정도 없을 것이며 혼란의 불이익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행정청 유권해석의 실권(實權)과 실권(失權)에 관하여
    by 안성훈
    2024.08.17 08:00:00
  • 학교폭력 문제를 주제로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더 글로리’. 이제 학교폭력 문제는 비단 드라마나 영화 등의 소재를 넘어 유명 연예인, 고위 공직 후보자 검증 등과 관련해 그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쌓아 올린 사회적 활동의 기반까지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학교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예방하고자 이미 20여년 전인 2004년 1월 29일 최초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고 한다)을 제정하여 시행해 왔다. 그리고 이 학교폭력예방법은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변화되는 학교폭력 양상에 맞추어 그동안 많은 개정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필자 또한 학생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다 보니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과 그동안 검사 생활과 변호사 생활을 통해 업무상 경험한 학교폭력 문제를 토대로 2024년 3월 1일 시행된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오늘의 칼럼을 정리해 보려 한다. 학교폭력에는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이 포함… 생각보다 그 범위가 넓어요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정의 규정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면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소위 ‘왕따 문제’도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이고, 유형별 조사 결과(중복 응답)는 언어폭력이 37.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신체폭력 17.3%, 집단 따돌림 15.1% 순이었다. 그런데 실무로 마주하는 학교폭력 문제들 중 상해나 폭행, 협박과 같은 신체 또는 언어 폭력의 경우에는 그 증거수집이나 사실관계 파악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데 반하여 집단 따돌림의 문제는 가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자가 1명 형태에서 따돌림이 은근한 형태로 이루어져 피해자가 분명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 증거를 수집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두텁게 보호하는 형태로 법률이 개정되고 있어요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자 2004년 1월 29일 제정돼 2004년 7월 30일부터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사회 변화에 따라 여러 차례 개정돼 왔다. 그런데 그동안의 개정 이유나 2024년 3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된 규정들을 살펴보면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등에 있어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의 의사를 청취하거나 진행상황을 통지받도록 하는 절차를 촘촘하게 마련하는 형태로 개정돼 왔다. 또 전문기관이나 전담부서를 통해 학교폭력 문제가 전문적이고 책임 있게 다루어지도록 개정돼 왔고,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 치료와 치료를 위한 요양 등 비용뿐만 아니라 사이버폭력에 따른 피해 촬영물등을 삭제하는데 지원되는 소요 비용까지도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가 부담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형태로 개정됐다. 이와 같은 개정 방향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등에 있어 피해자 측의 의사를 보다 존중하고 피해학생을 두텁게 보호하는 형태로 법률이 개정되고 있는 것이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와 행정심판 및 소송, 집행정지에 피해학생의 의견 표현이 가능해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하여 1.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의 금지, 3. 학교에서의 봉사, 4. 사회봉사, 5. 학내외 전문가,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 출석정지, 7. 학급교체, 8. 전학, 9. 퇴학처분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 또는 수 개의 조치를 동시에 부과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육장은 이러한 요청에 대하여 14일 이내에 해당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해학생에 대한 이러한 조치에 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과 그 보호자 또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과 같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대하여 가해학생이나 그 보호자는 이를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투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해 그 효력을 정지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가해학생이나 그 보호자가 가해학생에 대한 위와 같은 조치에 관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투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한 경우 그 사실과 결과를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통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행정심판위원회 및 법원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관하여 집행정지 결정을 하려는 경우에는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와 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 결국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관련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 등에 있어서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의 의견 진술 기회가 보장되고, 그 의견이 존중되고 있는 것이다. 가해학생・피해학생 모두 사건 초기부터 향후 절차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요 학교폭력 문제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점차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 1위의 초저출산 국가에서 귀하게 얻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소중한 자녀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녀가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이든 피해학생이든 사건 초기부터 향후 절차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히 절차에 대응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가해학생 측이라면 1.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2. 반성정도, 3. 선도가능성, 4. 피해학생 측과의 화해 정도 등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만큼 절차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자료 구비를 통해 경미한 조치(징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사건 초기부터 해당 사건이 ‘경미한 학교폭력’으로 분류되어 학교장의 자체해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피해학생 측이라면 무엇보다 피해학생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학교폭력으로 입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유와 회복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에 부수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징계)와 관련하여 피해학생 측으로서 가지고 있는 절차 참여권 등을 숙지하고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중한 자녀와 청소년을 위한 호신 형사법(5)
    by 김은정
    2024.08.10 08:00:00
  • 상장법인이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상장폐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번 기고에서는 불성실공시의 개념, 유형, 지정 절차, 관련 제재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불성실공시’란 상장법인이 공시규정에 의한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아니하여 공시의무 위반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공시불이행은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거나 잘못 공시한 경우, 거짓 공시를 하거나 중요 사항을 누락한 경우이다. 두 번째로 공시번복은 이미 신고된 내용을 전면 취소하거나 부인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로 공시변경은 기 공시한 사항 중 중요한 부분에 변경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약 130건에 달한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경우 거래소는 해당 법인에 대해 벌점, 제재금 등을 부과할 수 있는데, 8점 이상(코스피의 경우 10점)의 벌점을 받으면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최근 1년 이내의 벌점 누계가 15점 이상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된다. 최근 1년 간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례 중 건 당 부과 벌점이 가장 큰 건은 20점이다. 이와 같은 경우 단 한 건의 공시 위반만으로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및 매매거래 정지 조치가 되므로, 공시 위반이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는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다. 공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시규정에 따른 공시 의무를 적시에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사유로 공시 의무 위반이 발생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특정 계약 체결 사실에 대해 공시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상대방의 과실로 인하여 계약이 해제되거나 이행이 지연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공시 의무 위반이 발생하게 된 경위, 사유, 회사의 조치 등을 충분히 소명하고 이를 입증할 근거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래소는 위반행위의 동기, 중요성,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 해당 법인의 성실공시 관행 등을 고려하여 벌점, 제재금 등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절차적으로 이러한 소명 내지 이의신청 등은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이루어져야 하므로,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성실공시는 상장법인의 신뢰도와 투자자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상장법인은 공시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유지하여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것을 방지하고, 불성실공시로 인한 문제를 겪지 않도록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불측의 사유로 부득이 공시의무 위반이 발생한 경우에는 불성실공시와 관련된 제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
    불성실공시와 상장폐지
    by 정성빈
    2024.08.03 13:57:01
  •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모두 도급관계에서 도급인(원청)의 수급인(협력업체)에 대한 안전보건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보건관리가 ‘불법파견’의 징표가 된다고 하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법파견이 무엇이길래 문제가 된다는 걸까. 불법파견이란 문언 그대로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근로자파견’이란 뜻이다. 기업에서는 도급·용역·위탁 등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도급 등의 계약은 상대방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그 목적인데, 도급 등의 계약에서는 일을 맡긴 상대방, 즉 수급인이 알아서 그 일을 완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를 수급인이 직접 지휘·감독하면서 일을 하게 된다. 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즉 ‘파견법’에 따른 개념이다.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하되 그 근로자를 사용사업주에게 보내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를 본다면 파견사업주는 인력업체, 사용사업주는 그 인력업체로부터 파견근로자를 받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이처럼 도급의 관계와 근로자파견관계는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지휘·감독을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가 다르다. 문제는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는 파견법에 따른 규제, 이를테면 업종 제한이나 허가 받은 업체와의 계약 체결, 2년의 파견 기간 등을 지켜야 하는데, 겉으로는 도급·위탁·용역 등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파견법의 규제를 회피하지만 실제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여 직접 원청이 협력업체의 근로자에 대하여 지휘·감독을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안전보건관리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또는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취하는 조치가 ‘지휘·명령’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어 불법파견이 문제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다음의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도급인의 안전보건관리가 작업내용 또는 작업행동 자체에 관련된 것이거나 그에 결부되어 실시되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가급적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서 정한 의무를 위주로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고, 필요에 따라 법령에서 정한 의무 범위를 초과하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러한 조치가 업무지시나 작업배치 등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내포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 셋째, 도급인으로서 안전보건관리를 하더라도 가급적 협력업체(현장대리인)를 상대로 의논 및 요청하고, 직접적으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실무자)를 상대로 지시하거나 요구하는 형태를 지양하는 게 좋다.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와 '불법파견' 문제
    by 김동현
    2024.07.27 08:00:00
  • 지난 달 헌법재판소로부터 매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에서 수행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문제가 된 친족상도례 규정의 내용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에서 일어난 재산 범죄(사기, 횡령·배임, 절도, 권리행사 방해 등)는 형을 면제한다는 것이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의 법원칙에 기원을 둔 것이기도 하고 ‘집안의 일은 가장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는 가부장적 정신의 유산이기도 하다. 이는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있었던 조항이다. 당시에는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가족은 하나의 경제공동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처벌할 만한 재산범죄가 일어날 것이라고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71년이 지난 지금은 가족의 개념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부모와 자식 간이나 형제 간에 벌어지는 일들도 이제는 처벌되어야만 피해자에게도 그리고 사회구성원에게도 납득이 되는 그런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선 4월에는 유류분 조항이 헌재의 철퇴를 맞았다. 유류분 조항은 고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들이 유산의 일정 부분을 상속받을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유류분 조항은 민법이 1977년 12월 31일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된 조항이다. 당시에는 해당 조항도 위헌이라고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족의 재산을 일정 부분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정신이 도전 받을 일은 많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가족의 재산을 독점하려는 사람이 경계를 받을 필요가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고인에 대해서 아무런 법적 의무나 인간적 도리도 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가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그 재산의 일부를 받아가는 것이나, 형제·자매까지 그 재산의 일부를 받아가는 것이 이제는 납득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요컨대 세상이 바뀌었고, 헌법에 부합하던 법들이 이제는 헌법에 어긋나게 됐다. 즉, 법은 한 번 정당성을 얻었다고 해서 영원히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의 삶이 변하는 만큼 법이 따라 변하지 않으면 법은 그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 법률가들은 때로는 법의 해석을 통해 법을 삶에 맞도록 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해석의 범위를 넘어 법이 어긋나 있게 되면 입법을 통해 개정하거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언을 기다리게 될 수 있다. 법률가들의 사명 가운데 하나는 법이 우리 삶에 잘 어울리도록 해 법의 규율 안에 있는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잃지 않게 하고 의무를 준수하게 하는 것에 있다. 정의를 위한 의지가 있다면 굳은 법 앞에서 주저앉을 필요가 없다. 과감하게 변호사의 손을 잡고 헌법재판소의 문을 과감히 두드리자. 바뀌어 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국민의 건전한 의식이 바로 헌법의 정신이다. 그 헌법의 정신을 법에 비추어 줄 책무는 바로 우리 국민에게 있다.
    법 위에 헌법, 헌법 위반 法을 바꾸는 방법
    by 안성훈
    2024.07.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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