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85
  •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도입 된 후 사내조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이후 사내조사 과정상 기존에 잘 다뤄지지 않은 다양한 쟁점이 문제되고 있다. 그 중 사내 조사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권리의식이 커지면서 변호사와 함께 조사 면담 또는 징계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러한 직원들의 요청을 받았을 때 변호사가 조사 과정에 참여하면혹시 조사가 지연되는 것은 아닌지, 회사 인사 운영에 저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사내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참여가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판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취업규칙 등 사규에 변호인의 조력권에 대하여 규정을 하였다면 이를 따르면 되겠으나, 이러한 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취업규칙 등 사규에 다루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다룬 사례 자체가 많지 않지만 관련 법원 선례를 보면 징계절차에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관련 판결에 의하면 내부조사 과정 또는 징계위원회 절차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더라도 징계의 효력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실무상 회사 입장에서 직원의 변호사 대동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은 없으나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받은 회사는 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의 참여를 요구한 직원은 조사 절차 및 공정성에 강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변호사를 조사 절차에 참여시킴으로 회사가 절차적인 부분에 있어 직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하였다는 정당성을 구비할 수 있다. 조사의 지연 및 변호사의 과도한 면담 개입에 대하여는 변호사가 면담에 어떻게 참여할지 원칙을 미리 정하여 요청하는 직원이 이를 수용함을 전제로 변호사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을 고려 해 볼 수 있다. 가령 면담 전에 변호사가 면담 대상 직원의 사실(fact)에 관한 진술 시 말을 가로막지 않고 최대한 대상 직원이 발언하도록 하는 등 원칙을 수립함으로써 절차 지연을 방지할 수 있다. 한편 변호사가 조사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조사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관련 조사 시 회사가 직접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화되고 2차 가해 주장이 나올 때가 많은데, 이때 회사는 변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조사의 결과 및 조사 이후 조치에 대하여 좀 더 합리적으로 조율할 여지가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변호사를 통하여 제보 직원 또는 행위자의 진의를 명확히 파악하게 됨으로써 사안이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상과 같이 사내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변호사의 참여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 받았을 시 이를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제보자 및 행위자 모두 납득하도록 조사를 종결하는데 활용하는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차장님, 월요일 면담에 변호사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by 이태은
    2024.12.21 10:00:00
  • 2024년 갑진년이 열흘 가량 남은 지금, 올 한해 주택시장은 ‘양극화와 차별화의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연중 한 때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회복을 보였지만 지방 아파트 가격은 끊임없는 약세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방소멸이나 고령화 등 지방 아파트 시장에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지방 주택시장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푸념 섞인 이야기도 많이 들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이 0.2% 상승한 가운데 수도권이 2.0% 상승하고 지방은 1.5% 하락했다. 지방에서도 5대광역시는 2.3% 하락한 반면 기타지방은 0.6% 하락하는데 그쳐 지방광역시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객관적인 통계치가 올해 지방 아파트 가격의 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내년 지방 주택가격이 올해와는 달리 상승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몇 가지 지표들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투자 수요가 많은 서울과 다르게 지방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와 공급 물량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시장의 수급상황이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인데, 이런 시장 내 수급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바로 전세가격 지표다. 전세가격이 하락에서 상승 전환한다는 것은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면, 지방광역시는 10월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고 기타지방도 8월 상승 전환한 이후 상승 폭을 점점 키워가는 모습이다. 물론 불과 4~5개월 사이의 변화만 가지고 전체 시장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하락폭 둔화, 보합, 상승전환이라는 장기적인 변화 흐름을 갖고 움직였고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로 전환되었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인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미약한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전세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상승폭이 확대된다면 아파트 매매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방 아파트 미분양 지표도 올 초 대비 점점 안정세를 찾고 있다. 지난해 1월 6만 3000가구 수준을 기록했던 지방 미분양은 지난해 연말 5만 가구 수준까지 감소했다가 올 6월 다시 5만 9000가구 수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대구와 대전 지역의 미분양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10월 말에는 5만 2000가구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물론 지역별로 여전히 미분양이 다시 증가하는 곳도 보이지만, 미분양 비중이 가장 심각했던 대구 지역의 미분양이 감소 추세로 전환됐고 준공 후 미분양도 줄고 있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최악의 미분양 상황은 넘어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미분양 감소세에 따른 영향으로 대구와 부산 지역 주요 미분양 아파트 단지들의 마이너스 프리미엄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당연히 이 두 가지 지표만을 가지고 내년 지방 주택시장의 변화를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방광역시의 입주물량이 지난해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크게 감소하며, 기타지방도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다시 감소세에 접어드는 등 공급 지표의 측면에서는 확실한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대출 규제의 측면에서도 지방 주택시장에 차별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만큼 ‘부정’적 고정관념보다 ‘긍정’과 ‘희망’의 시선을 갖고 내년 지방 시장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
    2025년 지방 주택시장, 희망의 싹이 피어날까
    by 윤수민
    2024.12.21 07:00:00
  • 농촌지역 소멸 위기를 대변하는 것 중 하나는 초등학교의 폐교 소식이다.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본사가 있는 경상남도에도 2024년 12월 기준 미활용 폐교가 65개나 있는데 빠른 시간 내에 많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농촌지역 초등학교는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공유한 지역공동체의 구심 역할로서,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농촌학교의 급격한 감소는 여러 분야에서 지역의 쇠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농촌유토피아연구소는 그간 함양 서하초등학교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농촌학교살리기와 마을공동체살리기를 해왔다. 이는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최근 장수군에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교육의 역할과 방향’이라는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인구 2만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지방소멸 대표지역 장수군에서, 이런 규모와 주제의 포럼이 열린다 해서 만사를 제치고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인구감소 사회의 미래를 논한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우치다 타츠루 선생을 초빙하여 지역소멸 관련 대담도 갖는다니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작은학교살리기를 통한 마을공동체 활성화’라는 주제는 주관심 분야이기도 해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1박 2일간 열리는 행사에는 마을과 학교의 존립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전국의 다양한 공교육과 풀뿌리교육 관계자 15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교사들을 비롯해 지역 학부모가 중심이 된 마을교사들, 그리고 교육 바로세우기에 진정인 지역 활동가들이 모인 것이다. 췌장암 항암치료 중으로 온라인으로 참여한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과소지역(過疏地域)에서 과밀지역(過密地域)으로의 자본 이동 재해석은 자본주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국가존속을 위한 자급자족 방안 중 교육자립을 위한 모국어 정책 제언은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시켜 주었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에 있어 교육공동체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배운 바가 많았다. 한 참석자는 “아이들을 마을과 지역에서 환대하는 일의 중요성과 지역의 문화를 다시 발굴하고 다양함을 연결시킬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으며,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 지역에서 학교와 교사의 역할과 모습이 한계에 도달한 만큼, 미래 교육 방향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대화의 플랫폼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역이 소멸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민과 관의 협치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활성화 없이는 학교도 살아남을 수 없고, 학교가 살지 않으면 마을도 존속할 수 없다는데 많은 참석자들이 동의했다. 이런 것들이 결국은 농촌을 유토피아로 만드는 일인 것이다. 농촌유토피아란 농촌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는 것이다. 각 지역과 특색에 맞는 실현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2023년 3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소멸위기에 놓인 일곱 개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농촌유토피아 선도마을’을 만들기로 협약했다. 탄소중립과 자립자족 그리고 기본소득을 핵심으로 하는 ‘농촌유토피아 선도마을’은 현재 전북 곡성군과 충북 괴산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주거와 일자리, 경제, 의료, 복지 등이 가능한 50~100호 내외의 마을을 만드는 과업인 것이다. 결국 이번 포럼은 농촌을 농촌답게 만드는 다양한 의견 표출의 장이었다. 농촌유토피아의 계획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이런 행사가 농촌공동체를 활성화 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귀한 뜻들이 모여 농촌유토피아는 싹을 틔우고 종래는 큰 나무로 자라날 것을 희망해 본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멸지역에 새싹 틔우는 농촌유토피아 공동체
    by 조금평
    2024.12.17 13:17:26
  • 17. 조가대(弔歌隊)의 여자 죽음을 실감할 수 없는데, 조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아파트에서 1주일간 뒹굴며 거의 먹지 않았기에 기운이라고는 없었고, 대담장에서 도망친 뒤 자존감이 떨어져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다리와 심장이 후들후들 떨렸다. 장례식장에 허용된 동 시간대 99명의 조문객은 마치 전쟁터에서 훈련받은 전사들처럼, 한결같이 하얀 꽃을 영정 앞에 놓고 예의 바르게 나에게 목례를 했다.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죽음의 조문객들이 줄지어 왔다가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깨지 못하는 악몽처럼 반복되었다. 기독교식 장례식이라 다행히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었다. 길가에 떨어져 죽은 참새 한 마리도 내 가슴을 쓰리게 하는데,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상태에서 이런 반복적인 시간을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슬픔을 느끼지 못한 채 견디는 것도 힘들지만, 진정한 슬픔이 몰려오면 이곳에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 같았다. 갑자기 성난 짐승처럼 인내의 끈을 끊고 도망치게 될까 봐 공포감이 엄습하곤 했다. 밤 3시가 넘어 빈소에 조문객들이 끊겼을 때, 나는 벽에 기대어 간신히 주저앉았다. 그때까지 한쪽 무릎을 절면서도 꿋꿋하게 사람들을 맞이하던 어머니가 나를 보고 서두없이 말을 건네셨다. “올림픽 선수가 자기 과녁이 아닌 라이벌 과녁에 총을 쏘면 어떻게 되겠니?” 아무래도 어머니가 잠시 실성한 것이 분명했다. 여태 아버지의 죽음을 너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어머니가 수상쩍었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게 보일수록 내면의 고통은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입관식 때 내가 무의식적으로 소설 속 대사를 큰소리로 내뱉었던 순간처럼, 어머니도 그런 혼란스러운 상태를 지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혼란 상태를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다. 연로한 몸이 생각보다 작고 더 많이 구부러져 보여, 그 모습이 더욱 애처로웠다. “올림픽에서 그런 실수를 범하다니, 귀신이라도 홀린 모양이네요.” 어머니의 슬픔이 왜 올림픽 과녁으로 빗나갔는지 그 맥락이 궁금해졌다. 나는 조심스레 해명하며 반문했다. “입관식 때 제가 엉뚱한 말을 한 건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속 ‘관’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기 때문이었어요. 견디기 힘든 마음이 다른 생각으로 흐르고, 그게 무의식적으로 나왔던 거죠. 어머니도 그런 상태인 거죠?” 어머니는 부드럽고 강직한 표정으로, 마치 아버지가 빙의된 듯 말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남자 50m 소총에서 금메달 후보는 미국의 매슈 에먼스 선수였는데, 그가 마지막 1발을 오스트리아 경쟁자 과녁에 쏴버렸다. 선두를 달리던 에먼스는 결국 8위로 추락했지. 아버지께서 병원에서 이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버지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셨는지, 그 상황이나 맥락이 기억하시나요?” “너도 과녁을 잘못 알고 쏘고 있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는 짚이는 것이 있어서 물었다. “혹시 아버지가 제 서울국제도서전 대담 영상을 보셨나요?”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그 대담이었지.” 온몸에 온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버지,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버지의 온화한 영정사진이 보였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가슴을 부여잡았다. 은퇴 후에야 아들의 일을 제대로 챙겨보셨던 아버지가, 아들이 가장 비참하게 무너지는 날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셨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내가 책의 표지 문구 한 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세계적인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대담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평생 외교관으로 살아온 아버지가 얼마나 부끄럽고 민망하셨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프랑스 작가가 인간을 ‘종’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것이 죽음이라고 했을 때, 아버지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죽음이 두려워서 우신 건 아니야. 그 작가가 죽음의 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네가 ‘공갈 아기’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우신 것 같았어. 죽음을 알지 못하니 생명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고 하셨지.”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끈 결정적인 원인은 지병이 아니라, 내가 대담에서 보여준 진정성 없는 모습이었던 것 같았다. 죽은 대담, 그리고 진정 죽음을 알지 못하는 죽음의 종! 프랑스 작가가 우리 모두 썩어갈 것이라 말했을 때, 내 안에서 일었던 작은 떨림이 다시 느껴졌다. 나는 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어설픈 대답이 어머니까지 충격에 빠뜨릴까 봐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시고 나서 뜬금없이 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시길래, 그저 그런가 보다 했어. 아버지께서 가끔 치매 증상도 보였으니까.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서 쓰러지셨지.”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내 몸을 조여왔다. 나는 비로소 아버지가 떠났다는 사실과 더 이상 아버지와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무서운 사실에 직면했다. 영정 뒤에서 우리의 대화를 들을 수 없는 아버지가 느껴지자 고통과 공포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어졌다. “왜 과녁을 비껴간 올림픽 선수의 이야기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하셨는지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구나.” 나는 달아나고 싶었다. 내가 구역질을 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나를 식탁으로 데려갔다. 뭔가를 먹이시려고 했다. 그때 저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가 어머니를 보고 우리 자리로 왔다. 입관식에서 보았던 여자였다. 아직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녀를 소개했다. “아버지와 내가 다니는 교회의 조가대에서 왔어.” “조가대라면?”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위해 노래하는 합창단이야.” 어머니는 사람들 앞에서는 나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셨다. 코로나로 장례식장에서 찬송가를 부를 수 없었다. 조가대의 존재가 이 자리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런 기운이 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 마음을 알아채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저들은 영혼으로도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어머니는 음식을 챙기러 자리를 떴다. 어머니가 왜 이 여인과 나의 자리를 마련했는지 이상했지만, 깊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조문객일 뿐이었다. 그 여자의 손에 들린 책을 보니, 입관식에서 내가 놓고 온 책이었다. 하얀 가죽 표지였다. “『인공낙원의 문』의 표지 문구의 출처가 바로 이 책이에요.” “아! 당신은….” 여자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김아리랑 팀장을 대신해 대담장에 왔던 노랑머리가 흑발로 나타나서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흔히 자신의 책을 읽어달라고 무리하게 책을 보내오거나 부탁하는 사람이 있었다. 여자가 입관식에서 책을 건넸을 때는 이곳까지 찾아와서 책 홍보를 부탁하는가 싶어서 모르는 척 그곳에 두고 나왔다. 지레짐작으로 괘씸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그녀였다. 대담장을 도망 나온 나의 실책을 자신의 것으로 덮어썼던 바로 그 여자! ▶다음 회에 계속 … 김다은은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5년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덕중의 정원’ ‘훈민정음의 비밀’ ‘쥐식인 블루스’ 등 20여권 소설책을 출간하고, 다수 번역돼 해외 소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작가 레지던시를 비롯, 청송 객주 문학관, 정선 여량면 아우라지 레지던시, 해남 인송문학촌 토문재 레시던시에 참가했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 부분 혹은 전체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종의 기원  <17회>
    by 김다은
    2024.12.16 09:00:00
  • 기업 분할은 양날의 검과 같다. 분할은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상장폐지의 위험도 존재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해야 하며,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상장규정은 분할 또는 분할합병 후 존속법인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요건은 자본시장 내 신뢰와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요건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자기자본 30억 원 이상(벤처기업의 경우 15억 원 이상), 자본잠식이 없을 것, 이익요건 충족, 감사인의 적정 검토의견 확보 등이 포함된다. 자기자본 30억 원 기준은 분할 존속법인의 최소한의 재무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이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투자자에게 심각한 불안을 야기한다. 이익요건 충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서, 단순히 형식적 요건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감사인의 적정 검토의견은 이러한 요건의 실질적 충족 여부를 증명하는 보증서와 같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시장 내 신뢰를 상실해 주가 급락 및 자금조달의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상장법인이 비상장법인과 합병한 후 3년 이내에 분할을 결의하고, 분할 존속법인의 주요 영업부문이 합병 당시 비상장법인의 영업부문에 속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합병 후 곧바로 분할을 단행하며 편법적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사례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이러한 규정은 시장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비상장법인의 영업부문이 편법적으로 존속법인의 주력 사업으로 둔갑해 상장 요건을 왜곡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합병 후 분할이 정당한 경영적 목적이 아니라 시장 질서를 교란하려는 의도로 사용될 경우, 이는 투자자의 피해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우회상장을 시도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경고이며,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기업 경영진의 의도를 세심히 검토할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분할·분할합병은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자본시장 내 신뢰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기업은 분할이나 합병 과정에서 상장규정의 요건을 준수하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투명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투자자와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공시를 충실히 이행하고, 회계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겠다. 투자자들 역시 기업의 분할이나 합병 결정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분할·합병 과정은 단순한 경영 효율화 도구가 아닌, 기업과 투자자가 신뢰를 함께 구축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로서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분할 존속법인의 부실화와 상장폐지
    by 정성빈
    2024.12.07 14:56:04
  • 한국 금융시장이 급박하게 요동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정치, 경제, 금융시장 관계는 선후행 및 주종 구별이 명확하지 않지만 극단은 유아독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지금은 금융이 극단처럼 보이는 정치의 눈치를 보고 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커닝 페이퍼(cheat sheet)가 있다. 정확히 8년전, 미국은 트럼프 허니문,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슈에 매몰돼 있었다. 당시 금융시장은 날씨만큼 살얼음판이었지만 실제 모습은 안정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한국경제의 장기부진이 정치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탄핵 이슈는 정치적 교착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로 치환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리적 기제는 오래가지 않고 가더라도 개인의 생각과 반대의 결과를 종종 낳는다. 그래서 신선놀음이 아니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장기 기관투자자 관점에서 본 자산배분 전략과 제도변화가 이번 칼럼의 화두다. 필자는 얼마전 여의도에서 공적연기금의 전현직 CIO 2인, 자산운용사 대표 등과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를 가졌다. 필자에게 전직 공적연금 CIO가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 책자본을 선물로 주었다. 논문은 공적연기금의 자산배분 및 목표수익률 설정방법 등에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었다. 갑자기 한정식집의 점심 메뉴가 바뀐 느낌이었다. 공적연기금의 해외 운용사례, 자산배분 모형, 장기목표 수익률 설정 방법 등이 대화의 메뉴가 되었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자산배분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공적 연기금의 장기 자산배분에 있어 중요한 화두는 정치 불확실성보다는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 모멘텀에 영향을 주는 고령화 같은 이슈다. 한국의 빠른 고령화에는 기대수명 증가와 저출산이 한몫을 했다. 특히 고령인구 비중 증가속도를 결정하는 변수 중 하나가 낮은 출산율이다. 장기 기관투자자들은 출산율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적 최하위권이고 인구감소의 속도를 걱정하게 만든다. 필자는 최근에 회자된 유명 배우의 비혼출산이 낮은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제도적 변화의 계기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5세부터 49세까지 가임여성의 연령대별 출생률을 합산한다. 그 정의가 말해주듯 비혼이거나, 만혼이면 합계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교적 정서가 강한 한국에서 결혼가정의 연령대별 출산율은 비교적 낮지않을 것이다. 비혼과 만혼 증가가 낮은 합계출산율을 만든다. 결혼을 장려하는 다양한 정부정책에도 출산율 반응이 미미한 상황이다. 유명 배우가 쏘아 올린 ‘비혼출산의 공’이 한국사회에서 어디로 튈 지 장기투자자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고령화 대비 장기투자기관의 자산배분 변화도 이슈다. 고령화 덕(?)에 한국 금융자산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도 장기자산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수명 연장에 대비하여 연기금이나 보험 상품 의존도가 높아졌다. 20년 전, 65세 이상의 인구비중이 8.3%일때 국민연금은 100조원 수준이었다. 23년말 그 비중이 18.4%로 치솟을 때 국민연금 자산규모는 1,035조원으로 불어났다. 이 밖에도 보험자산, 퇴직연금 등을 포함한 전체 금융자산은 기록적으로 성장했다. 장기투자기관들은 고령화 부채 매칭용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장기간 수취가 가능한 장기채권, 대체자산 등을 집중적으로 늘려 대응해왔다. 여기서 고민거리는 장투기관 자산배분에서 PE(Private Equity)/VC(Venture Capital) 비중이 작다는 사실이다. 국내 장투기관의 PE/VC 등 사모투자 비중은 낮은 편이다. 장기채권과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으로 매칭하고 있지만, 그것이 장기자산인 PE/VC로는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연기금은 PE/VC 비중을 늘리면서 자산분산 효과와 고수익을 동시 향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일대학 사례가 있다. 예일대학은 자산배분에서 PE/VC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여 운영한다. 전체 자산수익률이 월등하다. 이러한 성과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벤치마킹 돼 확산됐다. 연기금의 운용수익률 상승이 미국 은퇴자의 보루가 되고 있다. 고령화 대비 목적이라면 안정적 자산운용이 최우선이다. 고령화와 위험자산은 상극처럼 인식된다. 고령 개인은 필요기반 소비를 하기 때문에 무리한 고수익보다는 하방리스크를 막는데 중점을 둔다. 모든 개인이 안정추구에 집중하면 전체 수익률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고령화 대비 개인의 최적화 선택이 역설적 총합 결과를 만든다.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이다. 안정적 자산증가를 위한 전체적 관점의 설계가 필요하다. 보유기간이 장기화된다면 위험자산이 가지는 변동성이 줄어든다. 장기투자에 따른 변동성 제어로 PE/VC의 높은 기대수익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TDF와 같은 은퇴자 대비용 자산배분에서 은퇴 예상 기간이 멀수록 주식비중을 높이는 이치와 같다. 보험, 은행 자산운용에서 위험자산과 비유동성 자산은 높은 위험계수를 적용 받고 있다. PE/VC 자산배분 비중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장기투자는 시간분산과 펀더멘털로 변동성을 극복하게 만드는 마법을 보인다. 장기자산일수록 위험계수를 낮추는 제도변화로 구성의 오류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고령화 사회의 미래가 보인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고령화 시대의 자산배분 전략 : 구성의 오류 벗어나야
    by 김세중
    2024.12.07 08:00:00
  •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스코틀랜드의 한 지역에서 갈매기들이 ‘치즈 토스트’에 ‘다이빙 폭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이 갈매기들은 식당손님들이 이 소문난 토스트와 함께 인증샷을 찍으려 할 때 공중을 맴돌다 마치 배고픈 갱스터처럼 급습하여 먹튀를 한다. 식당은 이제 토스트를 강탈당할 위험에 처한 고객을 위해 ‘갈매기 보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갈매기들이 토스트 조각을 노리는 것일까? 바다위에서 물고기를 찾으며 날아야 하는게 아닐까? 이 갈매기들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의 혼란스러운, 때로는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에 적응하려 생존 모드에 돌입한 걸까? 올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렸었다. 그곳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를 보았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동호 명예조직위원장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김 위원장은 ‘문화의 불모지’였던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변모시킨 인물이다. 공보처 7급 주사관으로 시작해 문화부 차관, 초대 예술의 전당 사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공직을 역임한 그의 행보는, 작가 리처드 바크의 소설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주인공과 닮았다.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에서 주인공 조나단은 시대의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고, 자유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멋진 비행을 꿈꾸는 갈매기다. 1960년대 미국의 반문화 시대를 배경으로, 그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분주히 날아다니는 다른 갈매기들과는 달리, 스스로를 위해 밤낮으로 비행연습에 몰두하며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는 기존의 관습을 거슬러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며, 결국 자유로운 비행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 이야기는 자기 수련과 꿈을 향한 끈질긴 추구가 결국 성공을 넘어 초월의 길로 이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설립 30년 만에 김 위원장의 고군분투 덕분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와 정부의 치명적 수준의 예산 삭감 등으로 영화제의 운영이 어려워졌고, 부산은 레임덕에 빠진 상황이다. 정부가 부산 영화제의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케이팝과 함께 한류의 두 축을 이루는 케이시네마, 그 위상을 쌓아올린 부산영화제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동안 남다른 자부심을 보여온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 등에서 올해는 특별한 성과가 없었던 것도, 정부의 지원 부족과 문화에 대한 인식부족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정부의 예산 삭감은 젊은 영화감독들에게 영화를 창작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었고 그 결과 실험적 예술적 창의성에 중점을 둔 영화가 나올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 버렸다. ‘독립, 다양성 영화 속 재능있는 영화인을 발굴해 소개한다’라는 부산국제영화제 본래 취지를 이어받아 영화 창작자들이 자유로이 창의적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일궈온 K-시네마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실험성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때 케이시네마가 지속 가능할 것이다. 현재 영화 산업은 ‘극장의 암흑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요즘같이 디지털과 트렌드에 익숙한 컨템포러리 시대에 극장에서 OTT로 영화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는 지금, 영화제는 어쩔 수 없이 OTT와의 상생 방안을 고민해야만 한다.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도로 올해는 넷플릭스의 ‘전,란’이 최초 OTT 영화로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부산은 영화의 꿈이자, 부산국제영화제는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영화창작을 실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이자 생태계이다.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부대행사와 파티는 영화제의 열기를 더한다. 한때 해외 집행위원장들과 영화 평론가들이 신문지를 깔고 술판을 벌였던 명물 스트리트 파티는 전설이 되었고, 벽에 휴지를 던져 붙이며 폭탄주를 즐기던 왕가위 감독과 쥴리엣 비노쉬가 춤을 추던 파티도 유명했다. 문화적 불모지였던 부산, 특히 남포동과 해운대 거리들은 세계적 스타들과 영화 창작자들의 파티장이 되었다. 2021년 이후, ‘동네방네 비프’를 창설하여 부산 전역이 영화의 거리로 확장되고,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영화제를 만들어가고있다. 이처럼 부산국제영화제는 K-시네마의 성장을 이끌며, 지역 문화와 도시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마치 스코틀랜드 갈매기가 우리의 ‘셀카’ 습관을 먹이로 삼는 것처럼, K-시네마의 경제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후, 다이빙 갈매기처럼 먹튀하는 상황처럼 보인다. 정부와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제적 소비 촉진과 외화 유입을 이끌어내며, 도시 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 인프라 구축을 통해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바 있다. 또한, 국제 교류와 도시이미지, 정체성 확립 등의 많은 이점을 누렸다. 영화는 마치 꿈처럼, 눈을 감으면 펼쳐지고, 눈을 뜨면 사라진다. 프랑스 칸 영화제와 미국 오스카상을 꿈꾸며, 전 세계의 젊은 영화 감독과 배우 지망생들이 칸과 할리우드에 구름처럼 모여드는 것처럼, 부산과 영화제는 한국과 아시아 영화를 위해 중요한 곳이며 행사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OTT와의 상생을 꿈꾸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하에 활기찬 영화의 날개를 다시 펼쳐야 한다. 30년의 전통과 컨템포러리가 공존하는 영화제, 조나단 갈매기처럼 자유로운 비상을 꿈꾸는 영화제는 사람, 도시, 문화가 하늘과 전 세계 ‘구름Cloud’처럼 연결되는 새로운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한 영화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영화의 실험과 발표의 장, 그리고 국제교류의 장으로서 그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창의적 영화 창작과 영화제 운영, 정부의 적극적 지원, 도시와 한국 문화를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서 케이시네마는 더욱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부산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도시로, 한류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영화제를 통해 우리 삶과 소통하며 진화해나갈 것이다. 다시 멋지게 날아오르는 활기찬 부산 국제영화제를 기대한다
    한국 영화와 갈매기의 꿈
    by 이경화
    2024.12.05 10:52:21
  • 트럼프 당선자는 첫 번째 임기 동안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시작, 국가우주위원회(National Space Council) 복원, 미국 우주군 창설 등 여러 실질적인 우주 정책을 개혁했다. 그리고 이번 당선 승리 연설에서는 우주 분야가 차기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는데, 이 중에서도 상업 우주 분야가 미국에서 최우선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상업 우주발전 전망과 관련해 올 7월에 발표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정책 강령에는 “미국은 지구 궤도에 가까운 곳에 강력한 제조업을 창출하고 미국 우주비행사를 달과 화성으로 다시 보낼 것”이라며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상업 우주부문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우주에서 거주하고 개발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향후 트럼프 두 번째 임기 기간, 상업 우주부문의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을 예측하게 한다. 이러한 예측은 올 4월 미 우주군이 발표한 ‘상업 우주전략’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미우주군은 우주 궤도에서 파괴되거나 고장 난 위성을 신속하게 교체하는 대응형 신속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적국의 우주 공격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미국의 우주에 대한 경쟁 우위를 증진하기 위해 우주 서비스 프로세스를 재조명하고 상업 파트너십을 육성하는 방법을 상업 우주전략에서 상세히 천명하고 있다. 이는 곧 미 우주군의 근본적인 마인드 변화를 시사하며 상업 우주활용을 선언하는 것이다. 미 우주군의 상업 우주 전략을 선정하는 4대 지침에는 △기업의 능력, 상품, 서비스 등의 활동이 미 우주군이 요구하는 능력 또는 요구 사항에 대한 충족 여부인 ‘운영 유틸리티’ △보유한 능력, 상품, 서비스의 비용이 미 우주군이 계약할 만한 수준을 보유하는 여부인 ‘실행 가능성’ △기업의 능력, 상품, 서비스 또는 활동이 미 우주군 프로젝트의 탄력성에 기여하고 다른 기업 대비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여부인 ‘설계에 의한 탄력성’ △마지막으로 미 우주군 요구작전 충족, 신속하게 위협에 대응하는데 적합하고 다른 기업 대비 우위 서비스 제공 여부인 ‘신속한 현장배치’ 등으로 구성된다. 또 상업 우주 전략을 추진하는 4대 지침에는 △어떠한 단일 제공자나 솔루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조화를 강조하는 ‘균형’ △군 표준과 절차는 상업분야의 혁신, 속도, 규모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상업 솔루션 간의 운용성을 강화하는 ‘상호 운용성’ △상업 제공자의 수를 늘리고 공급망을 다양화하며 사용되는 솔루션의 종류와 수를 확대하는 ‘탄력성’ △마지막으로 솔루션 사용은 법적, 윤리적으로 준수되며 국제적인 규범과 표준 그리고 국방 우주에서의 ‘책임있는 행동’ 등으로 분류된다. 현재 미 우주군은 상업 우주전략 선언 이후 위성 등의 우주시스템에 대한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중으로 상업 우주기술에 대한 투자와 동맹국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즉, 우주 시스템을 공동 계획하고 구축함으로써 중복을 방지하고 상호 운용성을 증진하며 해외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국적 광대역 글로벌 통신위성(WGS) 개발, 일본 QZSS 항법위성에 미국 우주감시 센서탑재 등은 미우주군의 우주시스템 조달에 우방국과의 상호운용성을 고려한 대표적인 상업 우주전략의 사례이다. 이처럼 미우주군은 보유하고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은 구매하며 반드시 필요한 것은 구축한다는 접근방식을 통해 상업 우주부문의 혁신을 최대한 유도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 다가올 트럼프 두 번째 임기를 맞아 미우주군의 상업 우주전략 분석을 통해 우리 국방우주 실정에 부합하는 ‘한국형 상업 우주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제언해 본다
    트럼프 2기 시대, 美 우주군의 상업 우주 전략   
    by 최성환
    2024.12.02 17:27:23
  • 경제수명 연장을 위해 노후자산을 키우고자 할 때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기본이다. 포트폴리오 구축은 자산을 다양한 투자수단에 분산함으로써 수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전략 중 하나다. 수익과 위험의 균형을 맞춘 자산 배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금융자산이 바로 채권이다. 채권은 주식, 부동산 등 타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채권 투자는 개별채권을 사는 직접투자와, 펀드(ETF 포함)처럼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간접투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중 채권ETF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어 유동성이 높다. 운용 전문가가 다수의 채권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신용위험 관리측면에서도 유리하다. ETF 1주 상당액만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도 낮다. 한 마디로 채권투자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반면, 단점도 있다. 펀드의 일종인 ETF에 대해서는 투자기간 동안 운용보수 등이 부과된다. 개인투자자가 개별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지만, ETF 투자시에는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채권 매매차익도 과세대상이다. 또한,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채권ETF에는 만기(존속기한)가 따로 없는데, 만기 유무는 금리위험(가격변동위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개별채권과 채권ETF 모두 금리변동에 따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개별채권의 경우에는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발행사의 신용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는 한, 만기시점에 미리 정해진 원리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만기가 없는 채권ETF는 엑싯시점의 가격에 따라 매매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채권ETF에 투자하면서도 가격변동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만기매칭형’ 채권ETF다. 일반적인 채권ETF는 다양한 만기의 채권들을 사고 팔면서 운용수익을 내는 반면, 만기매칭형 ETF는 만기가 거의 동일한 채권들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에 금리변동에 상관없이 존속기한까지 만기매칭형 ETF를 보유한다면, 매수시점에 확인한 예상 만기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과 거의 같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ETF의 특성상 보통 10개 종목 이상의 채권을 편입하고 있지만, 마치 개별채권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매매가 편리한 ETF와,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의 장점이 결합된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자산의 가격변동성은 피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를 매수 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즉 예상 만기수익률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당 ETF를 출시한 자산운용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운용사는 홈페이지에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수익률을 전일 기준으로 고지한다.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는 편입채권의 만기와 거의 같은 시점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채권 원리금상환 직후 ETF는 자동 청산된다. ‘만기매칭형’이라는 이름은 이처럼 편입채권 만기와 ETF 만기와 같다는 데서 유래한다. 편입채권의 만기시점은 ’25-08’ 등과 같은 형태로 ETF 종목명에 표시되는데, ’25-08’은 2025년 8월을 의미한다. 편입대상 채권은 국공채,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일반적인 채권ETF와 다르지 않다. 만기매칭형이라고 해서 ETF를 반드시 만기까지 보유할 필요는 없다. ETF 매수 이후 금리 하락으로 인해 가격이 투자자 본인이 원하는 수준으로 오른다면, 만기 전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 회피를 위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된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채권ETF 투자에 수반하는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시장 수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본 상품을 통해 채권ETF 투자와 개별채권 투자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면서 자산포트폴리오의 변동성도 낮추는 효과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만기매칭형 ETF로 가격변동위험 헤지를!
    by 황명하
    2024.11.30 10:14:08
  • 경제수명 연장을 위해 노후자산을 키우고자 할 때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기본이다. 포트폴리오 구축은 자산을 다양한 투자수단에 분산함으로써 수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전략 중 하나다. 수익과 위험의 균형을 맞춘 자산 배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금융자산이 바로 채권이다. 채권은 주식, 부동산 등 타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채권 투자는 개별채권을 사는 직접투자와, 펀드(ETF 포함)처럼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간접투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중 채권ETF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어 유동성이 높다. 운용 전문가가 다수의 채권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신용위험 관리측면에서도 유리하다. ETF 1주 상당액만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도 낮다. 한 마디로 채권투자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반면, 단점도 있다. 펀드의 일종인 ETF에 대해서는 투자기간 동안 운용보수 등이 부과된다. 개인투자자가 개별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지만, ETF 투자시에는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채권 매매차익도 과세대상이다. 또한,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채권ETF에는 만기(존속기한)가 따로 없는데, 만기 유무는 금리위험(가격변동위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개별채권과 채권ETF 모두 금리변동에 따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개별채권의 경우에는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발행사의 신용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는 한, 만기시점에 미리 정해진 원리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만기가 없는 채권ETF는 엑싯시점의 가격에 따라 매매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채권ETF에 투자하면서도 가격변동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만기매칭형’ 채권ETF다. 일반적인 채권ETF는 다양한 만기의 채권들을 사고 팔면서 운용수익을 내는 반면, 만기매칭형 ETF는 만기가 거의 동일한 채권들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에 금리변동에 상관없이 존속기한까지 만기매칭형 ETF를 보유한다면, 매수시점에 확인한 예상 만기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과 거의 같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ETF의 특성상 보통 10개 종목 이상의 채권을 편입하고 있지만, 마치 개별채권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매매가 편리한 ETF와,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의 장점이 결합된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자산의 가격변동성은 피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를 매수 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즉 예상 만기수익률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당 ETF를 출시한 자산운용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운용사는 홈페이지에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수익률을 전일 기준으로 고지한다.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는 편입채권의 만기와 거의 같은 시점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채권 원리금상환 직후 ETF는 자동 청산된다. ‘만기매칭형’이라는 이름은 이처럼 편입채권 만기와 ETF 만기와 같다는 데서 유래한다. 편입채권의 만기시점은 ’25-08’ 등과 같은 형태로 ETF 종목명에 표시되는데, ’25-08’은 2025년 8월을 의미한다. 편입대상 채권은 국공채,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일반적인 채권ETF와 다르지 않다. 만기매칭형이라고 해서 ETF를 반드시 만기까지 보유할 필요는 없다. ETF 매수 이후 금리 하락으로 인해 가격이 투자자 본인이 원하는 수준으로 오른다면, 만기 전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 회피를 위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된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채권ETF 투자에 수반하는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시장 수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본 상품을 통해 채권ETF 투자와 개별채권 투자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면서 자산포트폴리오의 변동성도 낮추는 효과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만기매칭형 ETF로 가격변동위험 헤지를!
    by 남창주
    2024.11.30 10:14:08
  • 경제수명 연장을 위해 노후자산을 키우고자 할 때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기본이다. 포트폴리오 구축은 자산을 다양한 투자수단에 분산함으로써 수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전략 중 하나다. 수익과 위험의 균형을 맞춘 자산 배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금융자산이 바로 채권이다. 채권은 주식, 부동산 등 타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채권 투자는 개별채권을 사는 직접투자와, 펀드(ETF 포함)처럼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간접투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중 채권ETF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어 유동성이 높다. 운용 전문가가 다수의 채권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신용위험 관리측면에서도 유리하다. ETF 1주 상당액만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도 낮다. 한 마디로 채권투자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반면, 단점도 있다. 펀드의 일종인 ETF에 대해서는 투자기간 동안 운용보수 등이 부과된다. 개인투자자가 개별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지만, ETF 투자시에는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채권 매매차익도 과세대상이다. 또한,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채권ETF에는 만기(존속기한)가 따로 없는데, 만기 유무는 금리위험(가격변동위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개별채권과 채권ETF 모두 금리변동에 따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개별채권의 경우에는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발행사의 신용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는 한, 만기시점에 미리 정해진 원리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만기가 없는 채권ETF는 엑싯시점의 가격에 따라 매매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채권ETF에 투자하면서도 가격변동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만기매칭형’ 채권ETF다. 일반적인 채권ETF는 다양한 만기의 채권들을 사고 팔면서 운용수익을 내는 반면, 만기매칭형 ETF는 만기가 거의 동일한 채권들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에 금리변동에 상관없이 존속기한까지 만기매칭형 ETF를 보유한다면, 매수시점에 확인한 예상 만기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과 거의 같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ETF의 특성상 보통 10개 종목 이상의 채권을 편입하고 있지만, 마치 개별채권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매매가 편리한 ETF와,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의 장점이 결합된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자산의 가격변동성은 피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를 매수 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즉 예상 만기수익률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당 ETF를 출시한 자산운용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운용사는 홈페이지에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수익률을 전일 기준으로 고지한다.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는 편입채권의 만기와 거의 같은 시점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채권 원리금상환 직후 ETF는 자동 청산된다. ‘만기매칭형’이라는 이름은 이처럼 편입채권 만기와 ETF 만기와 같다는 데서 유래한다. 편입채권의 만기시점은 ’25-08’ 등과 같은 형태로 ETF 종목명에 표시되는데, ’25-08’은 2025년 8월을 의미한다. 편입대상 채권은 국공채,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일반적인 채권ETF와 다르지 않다. 만기매칭형이라고 해서 ETF를 반드시 만기까지 보유할 필요는 없다. ETF 매수 이후 금리 하락으로 인해 가격이 투자자 본인이 원하는 수준으로 오른다면, 만기 전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 회피를 위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된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채권ETF 투자에 수반하는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시장 수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본 상품을 통해 채권ETF 투자와 개별채권 투자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면서 자산포트폴리오의 변동성도 낮추는 효과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만기매칭형 ETF로 가격변동위험 헤지를!
    by 강은영
    2024.11.30 10:14:08
  • 경제수명 연장을 위해 노후자산을 키우고자 할 때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기본이다. 포트폴리오 구축은 자산을 다양한 투자수단에 분산함으로써 수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전략 중 하나다. 수익과 위험의 균형을 맞춘 자산 배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금융자산이 바로 채권이다. 채권은 주식, 부동산 등 타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채권 투자는 개별채권을 사는 직접투자와, 펀드(ETF 포함)처럼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간접투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중 채권ETF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어 유동성이 높다. 운용 전문가가 다수의 채권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신용위험 관리측면에서도 유리하다. ETF 1주 상당액만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도 낮다. 한 마디로 채권투자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반면, 단점도 있다. 펀드의 일종인 ETF에 대해서는 투자기간 동안 운용보수 등이 부과된다. 개인투자자가 개별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지만, ETF 투자시에는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채권 매매차익도 과세대상이다. 또한,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과는 달리, 채권ETF에는 만기(존속기한)가 따로 없는데, 만기 유무는 금리위험(가격변동위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개별채권과 채권ETF 모두 금리변동에 따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개별채권의 경우에는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발행사의 신용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는 한, 만기시점에 미리 정해진 원리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만기가 없는 채권ETF는 엑싯시점의 가격에 따라 매매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채권ETF에 투자하면서도 가격변동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만기매칭형’ 채권ETF다. 일반적인 채권ETF는 다양한 만기의 채권들을 사고 팔면서 운용수익을 내는 반면, 만기매칭형 ETF는 만기가 거의 동일한 채권들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에 금리변동에 상관없이 존속기한까지 만기매칭형 ETF를 보유한다면, 매수시점에 확인한 예상 만기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과 거의 같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ETF의 특성상 보통 10개 종목 이상의 채권을 편입하고 있지만, 마치 개별채권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매매가 편리한 ETF와, 만기가 존재하는 개별채권의 장점이 결합된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은행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자산의 가격변동성은 피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를 매수 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즉 예상 만기수익률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당 ETF를 출시한 자산운용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운용사는 홈페이지에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수익률을 전일 기준으로 고지한다. 만기매칭형 ETF의 만기는 편입채권의 만기와 거의 같은 시점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채권 원리금상환 직후 ETF는 자동 청산된다. ‘만기매칭형’이라는 이름은 이처럼 편입채권 만기와 ETF 만기와 같다는 데서 유래한다. 편입채권의 만기시점은 ’25-08’ 등과 같은 형태로 ETF 종목명에 표시되는데, ’25-08’은 2025년 8월을 의미한다. 편입대상 채권은 국공채,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일반적인 채권ETF와 다르지 않다. 만기매칭형이라고 해서 ETF를 반드시 만기까지 보유할 필요는 없다. ETF 매수 이후 금리 하락으로 인해 가격이 투자자 본인이 원하는 수준으로 오른다면, 만기 전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가격이 하락한다면, 손실 회피를 위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된다. 만기매칭형 채권ETF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채권ETF 투자에 수반하는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시장 수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본 상품을 통해 채권ETF 투자와 개별채권 투자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면서 자산포트폴리오의 변동성도 낮추는 효과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만기매칭형 ETF로 가격변동위험 헤지를!
    by 정호철
    2024.11.30 10:14:08
  • 전 세계적으로 미달러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원화도 예외 없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대내외 여건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환율이 어떤 심리적 임계 수준을 넘어서면 어느덧 일반 대중들에게는 우리 외환당국이 결코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왔다. 세계 9위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의 존재감이 가슴속에 각인되어 있는 결과다. 그렇다고 외환보유액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또 아니다. 일각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아무튼 ‘최후의 보루’로써 외환보유액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2018년 중반 처음 4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숫자상 변화는 크지 않다. 다만 몇 년 사이 외환보유액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여건에 있어서 두 가지 관점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민간 부문의 포지션 변화이다. 오랫동안 민간의 대외투자포지션은 부채 초과 상태였다. 그 중 외환보유액은 대외자산의 주축으로서 우리 경제의 대외 복원력(resilency)을 지지하는 큰 버팀목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민간의 대외투자가 급증한 결과 이제는 민간도 외환보유액만큼 자산초과상태에 이르게 됐다. 더이상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안정성을 외환보유액에 국한시켜 평가해서는 안될 정도로 말이다. 한편 또 하나의 눈에 띄는 변화는 외환시장 구조의 선진화다. 얼마 전 우리나라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결정됐다. 이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한 비거주자들의 접근성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세계가 인정해 준 결과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원화의 국제화에 성큼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이 외환보유액 수준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주변 여건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됐다. 덕분에 이제는 외환보유액의 크기나 변동폭에 대한 관심을 넘어 국제금융시장을 배경으로 보다 큰 렌즈로 외환보유액을 포함한 외화자산 전반을 보면서 큰 그림을 그려볼 때다. 먼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선진국 통화처럼 원화도 환율을 제대로 시장에 한번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변동성 완화 차원에서 정당화돼온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조차 최대한 인내하면서 시장을 지켜볼 수 없을까. 당장은 발칙한 상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금융 및 자본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첫걸음으로서 그리고 더 나아가 원화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로 발돋음시키기 위해서는 안 가본 길을 가보는 것이다. 그동안 당연시했던 인식을 새롭게 전환해 보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외환보유액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미래 세대를 위한 외화자산 운용으로 시야를 확대시켜 보자. 이미 정부는 보유외화자산을 외환보유액과 비(非) 외환보유액으로 구분하여 운용해 왔다. 외화자산의 일부를 한국투자공사를 통해 대체자산으로 운용하면서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이다. 이제는 자산의 대부분을 외환보유액의 테두리에서 운용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과감히 외화자산 운용의 변화를 꾀할 차례다. 서두를 필요 없이 일단은 보유자산의 운용성과 중 일부를 외환보유액에 편입하지 않고 장기적 수익을 도모할 수 있는 대체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서서히 비(非) 외환보유액을 늘려나가면 된다. 그 결과 마침내 외환보유액 운용이라는 오랜 틀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고 국가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을 포함한 중층적 외화자산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운용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는 과거처럼 외환보유액에 의존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신흥국 경제가 아님을 인식하고 더 이상 외환보유액의 빈번한 사용과 그로 인한 무책임한 소진을 감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위기대응수단으로서의 외환보유액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미래세대를 위해 장기수익을 도모할 수 있는 국부적 관점의 중층화된 외화자산체계를 확립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은행은 외화자산을 일부 대체자산으로 다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지나고 보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일들이 많다. 더 이상 과거의 관점에 얽매이지 말고 이제는 미래를 그려나갈 때다.
    도전, 외환보유액에 대한 인식의 전환
    by 양석준
    2024.11.30 10:00:00
  • 생활임금(living wage)이란 근로자와 그 가족이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급되는 임금이다. ESG 모범기업인 파타고니아는 2025년까지 1차 공급업체 전체에 생활임금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인권경영평가지표(CHRB)는 기업이 자체 인력과 공급망에 대한 생활임금 지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은 실사의 항목에 적절한 생활임금의 보장을 포함했다. 이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되려면 소속 직원뿐만 아니라 공급망까지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생활임금 미충족 여부를 정기적으로 실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 다르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법으로 정한 최저수준의 임금으로, 우리나라는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의 임금수준 등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그런데 생활임금은 개별 근로자가 아니라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준이다. 즉, 생활임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이 ‘적절한 생활수준’(decent standard of living)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토대로 산정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앵커(Anker) 방법론에 따르면, 생활임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영양가 있는 식단, 건강한 주거, 교육과 의료, 기타 비상지출 등을 보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금액을 조사하여 결정된다. 생활임금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저임금보다 높은데, 예를 들어 2021년 기준 방글라데시의 법정 최저임금은 생활임금의 49% 수준이다. 국제사회가 생활임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생활임금의 미지급이 다른 인권의 침해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근로자들은 가구 소득의 대부분이 근로소득이다. 개별 근로자가 지급받는 근로소득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다면, 그 근로자는 비자발적 연장근로 등 강제노동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부모가 생활임금을 받지 못하면 자녀들이 아동노동에 동원되거나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생활임금이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교육, 의료, 주거, 문화 등의 경제·사회적 권리 전반과 연계되어 있기에,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3월 생활임금 정책에 대한 합의문을 채택하여 생활임금의 산정 및 이행 원칙을 제시했다. 물론 기업이 공급업체 직원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다만 일부 윤리적 동기에서 시작된 기업의 생활임금 정책은 비즈니스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생활임금 제공 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2016년 약 2800개 인증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참여 기업의 절반 이상이 생활임금 도입 후 근로자 퇴사율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직원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은 55%, 기업의 전반적 평판이 높아졌다는 답변은 78%였다. 페이팔(PayPal)은 2019년 저임금 근로자의 순 가처분소득(NDI)을 4%에서 16%로 높이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기업의 수익성이 28% 증가했다고 밝혔다. 생활임금의 도입 자체만으로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생활임금은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데 일부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급업체 직원에게 생활임금이 보장된다면 기업이 지속가능한 조달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은 생활임금 정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국내외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들이 지급받는 임금이 생활임금 기준을 충족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들이 실제 수령하는 임금 중에는 국제기준상 생활임금에 포함되는 항목과 그렇지 않는 항목이 존재하는데, 회사의 현행 급여체계와 생활임금 사이의 격차(gap)를 분석해 생활임금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생활임금은 지역별 생활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생활임금을 산정할 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노사협의 절차 등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회사의 생활임금 정책을 공급망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생활임금 리스크가 가장 취약한 지역과 업종의 공급업체를 식별하여, 그 업체의 직원들이 생활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회사의 구매 정책과 관행을 개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국내 기업에서 생활임금 논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생활임금을 산정하고 적용하는 데 실무상 어려움도 적지 않다. 다만 앞으로 좀 더 많은 기업들이 생활임금 정책을 발표하고, 소비자와 시장이 생활임금 지급 기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면, 공급망에서 더 많은 직원과 가족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생활임금에 관한 우리 기업의 정책과 실무가 조금씩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생활임금과 지속가능한 조달
    by 민창욱
    2024.11.30 09:00:00
  • #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한 빌라. 감정가 1억5000만원의 이 매물은 2021년 경매가 시작된 후 유찰을 반복하여 결국 3년 뒤에 열린 23번째 매각기일에 이르러서야 감정가의 1.08% 수준인 162만원에 낙찰됐다. 임차인이 경매를 신청한 지 무려 3년 만이었다. 임차인은 셀프낙찰을 받으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방법도 고려했지만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임차인은 도대체 왜 셀프낙찰을 포기한 것일까.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많은 논의들이 이루어지면서 여러 대책들이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아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임차인이 ‘가등기 함정’에 빠진 케이스다. 전세사기꾼들이 흔히 쓰는 수법 중 하나는 ① 먼저 시세에 준하는 가격으로 임차인을 구해 전세를 맞추고 ② 임차인이 입주하자마자 신용불량자 명의로 빌라 소유권의 명의를 옮기고 ③ 곧바로 가등기를 설정해 신용불량자가 빌라 소유권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거는 방법이다. 여기서 전세사기꾼이 거는 가등기는 ‘소유권이전등기 가등기(매매예약)’를 의미한다. 가등기를 설정해두면 등기상의 순위를 보전할 수 있는 효력이 있어서 전세사기꾼들이 원할 때 그 빌라의 소유권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게 하는 효력이 있다. 문제는 이 가등기가 임차인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점에 있다. 왜냐하면 경매절차에서 위 전세사기꾼이 설정한 가등기는 ‘선순위 가등기’로 취급돼 경매낙찰자가 가등기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경매시장에서는 그 위험성 때문에 선순위 가등기가 설정된 물건은 누구도 입찰하면 안 되는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다. 결국 임차인은 이런 물건을 셀프낙찰을 받는다 해도 전세사기꾼이 걸어둔 가등기가 있는 상태의 부동산을 인수할 수밖에 없다. 전세사기꾼의 가등기가 남아 있으면 임차인 입장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가등기를 설정한 이가 본등기를 하면 그 즉시 임차인은 빌라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임차인은 셀프낙찰을 받아 피해를 최소화해보려고 알아보다가도 곧바로 포기하곤 한다. 최근 임차인이 셀프낙찰 후에 가등기를 설정한 이를 상대로 ‘가등기 말소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는데, 법원은 가등기권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가등기를 말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판결의 추세만 보아도 현재의 법률 규정에 따르면 임차인이 셀프낙찰을 받는다고 해도 가등기 말소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임차인의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등기의 함정에 빠진 임차인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 차원의 입법적 대책이 필요하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까지 받은 다음에 비로소 설정된 가등기라면, 경매절차에서 그 가등기가 소멸되는 조건으로 경매가 진행될 수 있도록 실무가 개정되어야 한다. 이리 되면 전세사기꾼에게 작업당한 임차인이라도 손쉽게 셀프낙찰을 받을 수 있다. 다행히 임차인 입장에서 이런 가등기를 미리 방비할 수 있는 방법이 한가지 있다. 처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에게 전세권 설정의 특약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등기부에 전세권이 설정된 상황이라면 그 후에 가등기가 설정된다 하더라도, 경매절차에서는 가등기 말소조건으로 경매 진행이 가능하다. 이리 되면 임차인이 전입한 후 가등기가 새로 설정된다 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임차인이 전세권 설정을 하기 위해서는 임대인과의 합의가 필요하고 등기비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임차인 전입 후 설정되는 가등기를 경매낙찰자가 인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매가 진행될 수 있도록 실무례를 개정하는 것이, 가등기 함정에 빠진 임차인들을 구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책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살려주세요"…전세사기 당한 임차인 두 번 울리는 '가등기의 함정'
    by 이시훈
    2024.11.30 08:00:00
  • 꿈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에서 프로이트 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 있다. 그는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이다. 그도 프로이트와 같이 꿈을 해석하고 꿈 꾼이에게 그 내용을 통찰시킴으로써 정신치료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융은 이 같은 꿈의 심리적 기능뿐만아니라 예지적 기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융이 직접 예를 들은 다음 두 개의 예지적인 꿈 사례를 살펴보자. ‘처가쪽의 한 사람이 죽었다. 그 시각 나는 아내의 침대가 벽으로 둘러 쳐진 깊은 구덩이가 되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어딘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무덤이었다. 그때 나는 어떤 사람이 혼을 내뿜는 것과 같은 깊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 내 아내와 닮은 부인의 형상이 구덩이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위로 떠올랐다. 그녀는 흰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옷에 이상하게도 까만 표지가 찍혀있었다. 내가 깨어나 아내를 깨우고 시계를 보았다. 새벽 3시였다. 그 꿈이 하도 기이하여 한 사람의 죽음을 예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침 7시에 아내의 조카가 3시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융이 예를 든 또 다른 꿈이다. ‘한번은 내가 가든파티에 참석하고 있는 꿈을 꾸었다. 나는 누이동생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몇 해 전에 죽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죽은 친구도 거기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살아있는 친지들이었다. 누이동생은 내가 잘 아는 여인과 함께 있었다. 나는 꿈 속에서 벌써 그 여인의 죽음이 임박했다고 추정하면서 그녀는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몇 주 후 나는 가까이 지내던 여인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 여인을 꿈에서 보았으나 기억이 나지 않던 바로 그 여자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융은 이 꿈을 꾸고 나서 그가 알고 있던 여인이 조만간 죽을 거라고 짐작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죽은 이들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추측대로 그 여인은 몇 주 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융은 이와 유사한 체험들을 통해서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나는 무의식의 암시를 기초로 얻을 수 있었던 견해가 나에게 빛을 밝혀주고 예감의 영역을 내다보는 눈을 열어주는 것을 경험했다.’ 정신현상인 꿈과 외부의 현실적 사건이 의미상으로 일치하는 이같은 현상을 융은 동시성 현상(synchronicity phenomena)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즉, 동시성 현상이란 ‘인과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분명히 의미상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동시성 현상은 한 천재 물리학자와의 우연한 만남에 의해서 보다 구체화되었다. 그의 이름은 볼프강 에른스트 파울리(Wolfgang. E. Pauli, 1900~1958)이다. 1930년, 융과 파울리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로 처음 만났다. 이후에 둘은 심리학자와 물리학자로 지적인 대화를 나눈다. 1952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융과 파울리는 공동으로 ‘자연의 해석과 정신 (The Interpretation of Nature and The Psyche’을 발간하는데, 이 책에서 동시성 현상을 밝힌다. 파울리가 아인슈타인의 추천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1945년에서 7년이 지난 해의 일이다.
    칼 융 ‘꿈은 무의식이 전달해 주는 메시지’
    by 국경복
    2024.11.30 06:05:00
  • 필자는 여의도 생활을 정확히 30년째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금융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여의도에서 증권회사, 보험회사, 자산운용사 및 은행계열 사모전문회사에서 각각 애널리스트, 자산배분가, 펀드메니저로 일해왔다. 30년 근무기간 중 3년 동안은 정책금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스타트업 투자업무를 총괄했다. 민간금융기관과 공공기관, 애널리스트와 펀드메니저 등 경력이 다채로워 보이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투자와 관련된 업무를 일관되게 했다는 점이다. 만나는 사람이 비교적 다양하지만 대화의 소재로서 투자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세중의 ‘여의도 커피챗’은 필자가 여의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 소재를 끌어내 독자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소재의 원천이 점심식사 자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술이 곁들인 저녁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필자가 소속된 회사에서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주요 임원진과 나누는 가벼운 티미팅일 수도 있다. 직원이 업무적으로 또는 재테크 차원에서 금융자산 투자에 대해 문의하는 것도 포함된다. 주요 연기금, 은행, 보험, 정책기관 등과의 커피좌담이 소재 원천이 되기도 할 것이다. 각양각색의 다중 소통방식이지만 법인 및 개인정보 보호는 철통이고 주제는 투자, 또는 그 주변 얘기로 국한한다. 요새 여의도는 바쁘다. 올 한해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평가도 받아야 한다. 회사도 그렇고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올 한 해의 성과만 다루지 않는다. 계속기업으로서 올 한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도에 더욱 성장하기 위한 플랜을 동시에 짜야 한다. 사업계획을 작성하기 위한 첫출발이 내년도 경제 및 금융시장 환경에 대한 밑그림 짜기다. 우리PE자산운용도 미국 대선 바로 직전에 국내저명한 이코노미스트를 초빙하여 25년도 경제전망, 금융업권별 주요 이슈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듣고 브레인스토밍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의 견해를 요약하면 1) 25년 글로벌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겠으나, 유로존 경기개선, 인도-아세안 등 신흥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세계경제성장률이 24년 3.2%에서 3.3%로 소폭 개선될 것이다. 국내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완화되며 내수가 개선되겠지만, 반도체 및 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둔화되며 24년 2.5%에서 25년에는 2.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공급측에서의 국제유가 하락, 수요측에서의 경기둔화 등으로 물가압력이 동반 완화되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미국 경기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우호적으로 전망했다. 업권별로는 내년도 금리하락 등으로 카드-캐피털-증권업 실적은 개선되고, 은행-자산운용-보험업은 중립적이고, 부동산신탁-저축은행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필자의 의문은 트럼트가 당선되었을 때 경제에 미치는 파장과 관련된 것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우려했던 내용이다. 라가르드는 9월 IMF 연차총회 연설에서 100년 전 미국의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대공황은 여러가지 원인이 결합되어 발생했지만 1920년대 이후 자동차, 가전 등 신기술에 의한 공급확대가 유효수요를 크게 초과한 결과이고, 경쟁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가로 외부 수요로도 부족분을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관련 투자 속도를 감안하면 유사성이 아른거린다. AI 산업의 성장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투자속도를 보면 두려움을 야기할 정도다. 데이터 처리 방법이 전기나 열을 수반하지 않는 인간 뇌의 데이터처리 방식과 유사하게 발전한다면 지금의 데이터센터 처리방식은 수익성 우려를 야기하며 공급과잉으로 귀결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는 트럼프의 행정부 각료 인선 내용을 보면 단순한 수사를 넘어 추진 가능성이 한층 가까워진다. 이러한 우려를 희석시키는 요소도 있다. 라가르드 역시 당시의 금본위제와 다른 현재의 유연한 중앙은행 통화정책 수행능력에서 희망을 찾았다. 무엇보다 트럼프 지근거리에 있는 일론 머스크의 등장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와 가장 다른 특징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야기하며 국가간 환율전쟁이나 인플레이션 압력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고금리 수준이 지속되면 재정적자도 가일층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머스크의 아이디어가 행정부 효율화, 규제완화, 전기차 등 신재생 정책, 새로운 수요 확장요소인 우주항공 등을 통해 이른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치트키가 될 수 있다. 트럼트가 당선되고 나서 미국 금융시장은 우려와 달리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트레이드의 지속 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오래 유지한다면 대공황, 또는 트럼프 커렉션(correction, 트럼프 트레이드에 대한 반작용) 우려를 크게 완화시켜 줄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둘 사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돌출변수에 의해 흔들릴 위험이 계속 내재한다는 점이다. 라가르드식 최악의 가정이나 최소한 트럼프 커렉션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돌출행동으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캐릭터 간에 형성된 전략적 동맹관계가 외줄타기로 변하지 않길 기도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본 트럼프 트레이드의 미래
    by 김세중
    2024.11.26 07:47:44
  • 16. 한 인간에게 필요한 땅 누군가가 나에게 검은 옷을 덧입혔다. 유리 창문 안쪽에서 한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동그란 눈이 안면이 있었다. 누군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가 어머니께 나의 도착을 알리는 듯했다.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하기 전에, 나는 옆의 좁은 문으로 스며 들어갔다. 나를 보자 사람들이 주르르 자리를 비켰다. 누워있는 이는 분명 아버지였다. 두 다리가 꼼짝없이 포박당해서 묶인 것이 여느 때와 달랐다. 어머니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나는 …… 미국에 사는 누나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로 출국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평소 잘난 척하는 여동생이 저렇게 눈이 뭉개질 정도로 울은 모습이 생경했다. 나를 보자마자 몸이 꼿꼿해진 여동생은 칼날 같은 날카로운 눈빛을 내비쳤다가 숨겼다. 어린 조카 미미가 그 곁에 서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6살 어린 아이에게 주검을 보여줄 잔인한 어른이 우리 집안에는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시면 됩니다.” 키 작은 남자 직원이 어머니께 말했다. 나는 어머니를 만류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입원한 기간에도 어머니는 수없이 아버지께 마지막 말을 했을 것이다.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마지막 고통스러운 단어들을 뱉어내는 쇼를 펼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어떤 마지막 언어가 인간의 관을 장식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내 생각을 주장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시간에 아파트에서 쓰레기처럼 뒹굴었던 장남의 말이 먹혀들 것 같지 않았다. “당신이 그렇게 기다리던 우리 아들이 왔어요. 당신이 그토록 간절하게 기다리던 아들처럼, 하나님도 우리를 그렇게 기다리신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 하나님 곁에서 곧 만나요.” 어머니의 짧은 두 마디에 내 몸이 휘청 뒤집혔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멀쩡했다. 장례식장 직원은 상주인 나에게도 마지막 말을 하라고 했다. 나는 욕설이 튀어나올까 봐 입을 앙다물었다. 아버지는 내가 딛고 섰던 땅이었고,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등받이였으며, 아버지의 후광만으로도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아버지는 내가 바라는 것들을 이루어주는 사다리였으며, 그동안 내가 지녔던 것들의 보증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듣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서서히 변했다. 아파트 관리실 소장조차 혀를 쯧쯧 차는 것이 인터폰을 끊기 전에 들렸다. 나를 찾아내어 이곳으로 데려온 아버지의 새 기사인 이무진도, 시선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여동생도, 이곳의 모든 이들이 아버지의 죽음도 지키지 못한 인간말종으로 나를 보는 듯했다. 나는 아버지께 마지막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입술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충격을 받은 탓인지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설령, 말할 수 있다 해도 소리내어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안의 서열이 무너졌는지, 허락없이 내 차례를 무시하고 여동생이 아버지께 마지막 말을 조곤조곤 시작했다. 여동생은 잠들려는 아기에게 자장가를 혹은 잠든 연인에게 속삭이듯이 읊조림을 계속 이어갔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염의 과정에 곱게 단장한 화장 아래로 검은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최근 1주 동안 내가 세상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동안, 아버지는 나보다 수백 배나 많이 가지고 있던 명예를 모두 내려놓았다. 내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뒹굴며 곡선의 시간을 사는 동안, 아버지는 자신은 물론 가족 그리고 당신의 품 안에서 지키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은 시간을 사셨다. 내가 대담장을 빠져나와 달아나던 시간에,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빠져나가는 시간을 겪고 계셨다.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프랑스 작가가 인간은 죽음의 종이라고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딴생각하면서 무심코 올라온 내 표정을 미미에게 들켰다. 외삼촌의 얼굴을 어린 조카까지 외면했다. 나는 장례식장에 조문은 수없이 갔지만, 입관식에 참여하기는 처음이었다. 문학작품 속의 관이 실제 삶에서 드러난 생경한 모습에 눈이 자꾸 그쪽으로 갔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한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할까?’가 떠오른 것은 여동생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이름이 바흠이었다. 그는 욕심 많은 농부였고 큰 땅을 가진 대지주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주 크고 싼 땅을 살 수 있는 바시키르 마을로 간다. 바시키르 촌장은 1000루블을 내면, 하루에 걸어서 갔다 온 만큼의 땅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반드시 해가 사라지기 전에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하며, 돌아오지 못하면 땅도 돈도 돌려줄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바흠은 종일 달음박질로 땅을 계속 넓혀나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걸을수록 욕심은 커졌다. 땅을 더 얻기 위해서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계속 달렸다. 아버지의 얼굴로 몸을 수그린 여동생이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나는 톨스토이의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여동생이 아버지의 얼굴에서 고개를 들었다. 바흠은 드디어 굳은 결심으로 방향을 틀어 출발점을 향해 다시 달렸다. 해가 천천히 지평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바흠은 숨이 막혀 심장이 터질듯했지만 계속 달릴 수밖에 없었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기 전에, 바흠은 출발점에 다행히 도착했다. 여동생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미미가 서슴없이 나섰다. 검은 옷을 입었는데도 몸 전체에 빛을 덧입은 어린 천사처럼 환하게 보였다. 미미는 누가 시킨 것이 아닌데 할아버지 앞으로 나아갔다. 어른들은 아이의 순진무구하고 자발적인 행동을 지켜보았다. 미미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 그런데 미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리 내지도 않고, 소리 내지도 못하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순식간에 참관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이곳은 여태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없었다. 슬픔은 삭제된 듯이 보였다. 어머니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이 상황을 충격없이 받아들이는 듯했고, 나만 빼고 다른 가족 친지들도 곧 하나님 곁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담담하게 했다. 그런데 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소리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줄줄 눈물을 쏟았다. 평소 떼를 쓰며 울던 아이가 진정 죽음이 무엇인지 아는지 온몸으로 슬픔을 견뎠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가식처럼 한결같이 담담하던 표정들이 저마다 달리 슬픔으로 일그러졌다. 미미는 울음소리를 참기 위해 더욱 작은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염을 한 할아버지의 얼굴에 자신의 뺨을 비볐다. 장내는 슬픔으로 일렁였다. 나는 쓰러질 것 같았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려서 해가 지기 전에 바르키르 마을의 출발점으로 돌아온 바흠은 피를 토하고 쓰러지고 만다. 그때 촌장이 바흠에게 한 말이 내 입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정말 엄청난 땅을 차지했습니다. 관 하나를 묻을 만큼의 땅을 차지했으니!” 순간, 스스로 화들짝 놀라서 나는 미몽에서 빠져나왔다. 다들 슬픔에 빠져 있다가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 듯 깨어났다. 어머니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버지가 대담에서 다룬 성경 구절을 들으시고 기뻐하셨다.” 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온 악마같은 말이 책에서 나온 것임을 어머니는 짐작했다. 이 무례한 아들의 표현을 아버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지막 한 구절로 해석해서 상황을 무마한 것이다. 어머니는 언제나 별로 당황하는 법이 없었고, 지혜롭고 명철했던 아버지도 어떤 때는 아이처럼 어머니를 의지했다. 그런데 남자 직원은 직업상 기필코 완수해야 하는 자신의 역할을 위해 나의 마지막 말을 다시 부추겼다. “입관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드디어 한 마디를 쏟아냈다. “아버지가 가시는 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딱딱하게 굳어 누워있는 아버지를 관에 넣기 위해, 밑에 깔린 천을 남자들이 안쪽에서 잡아 올리고 여자들은 반대쪽에서 잡고만 있으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아버지는 관 안으로 옮겨졌다. 작은 천들로 아버지의 얼굴까지 가려졌다. 하얀 생화들이 관 안으로 차례로 놓였다. 그때 참관실에서 처음 나를 알아보고 어머니에게 알렸던 여자가 다가와 책 한 권을 건네며 말했다.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조가대에서 왔어요.” 관 위로 다시는 열리지 않을 뚜껑이 덜컹 내려앉았다. ▶다음 회에 계속 … 김다은은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5년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덕중의 정원’ ‘훈민정음의 비밀’ ‘쥐식인 블루스’ 등 20여권 소설책을 출간하고, 다수 번역돼 해외 소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작가 레지던시를 비롯, 청송 객주 문학관, 정선 여량면 아우라지 레지던시, 해남 인송문학촌 토문재 레시던시에 참가했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 부분 혹은 전체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종의 기원  <16회>
    by 김다은
    2024.11.25 09:31:37
  • 알고리즘이 고도화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소비자 안전을 강조하게 된다. 알고리즘의 조작을 통한 차별이나 필터버블에 의한 편향된 결과의 지속적인 제공은 다양성이 배제된 의식의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AI) 검색은 인터넷검색과 달리, 일부분의 데이터에 기반해 생성한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인터넷검색의 다양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데이터의 편향에 의한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 등 AI 모델이 갖는 내재적인 한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거나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개발자 등의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개입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례로 네이버, 쿠팡,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사업자들의 알고리즘 조작은 대표적인 소비자 안전을 해치는 사례이다. 안전은 물리적인 위해로부터의 안전만이 아니라 합리적인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평온함의 유지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있는 상황을 포함한다. 또 소비자의 후생이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는 상태로서 소비자 안전도 포함된다.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는 불공정행위는 직간접적으로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AI 안전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비스나 기술이 시장에 출시될 때 안전성을 테스트했을 것이라는 신뢰에 따라 해당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거나 소비한다. 지금은 AI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회에 발의된 15개 AI 관련 법안이 기본적으로 담고 있는 가치는 ‘신뢰성있는 AI’에 관한 규정이다. 그만큼 AI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인식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성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규정은 찾기 어렵다. AI 안전은 규제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의 한 유형인 기본적인 인권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있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몇몇 사례이지만 플랫폼사업자들의 의도적인 알고리즘 왜곡이나 조작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AI 기술은 소비자의 편의를 크게 향상시키지만 동시에 신뢰와 안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AI가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경우 소비자는 그 작동 방식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블랙박스’ 문제에 직면한다. 이는 서비스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며 신뢰 상실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AI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AI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법률적 윤리적 이슈의 최종적인 책임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권력의 균형추가 플랫폼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주권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그동안 AI 관련된 논의에 있어서도 ‘소비자 주권’과는 멀었다. AI관련 정책의 수립과정에서 소비자가 직접 개입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실제 알고리즘을 소비하는 소비자 권리는 누가 보호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별적 소비자의 힘은 크지 않다. 알고리즘으로 인한 문제는 소비자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 단체가 나서야 할 이유이다. 알고리즘 공정성을 위해 소비자 단체에 의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거나 ‘소비자 권리장전’을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세대가 AI 안전에 대한 기반을 닦지 못할 경우 다음 세대의 안전을 담보하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제공자는 소비자 주권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그에 따른 서비스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AI 서비스 사용 경험에 대한 불만 접수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고 알고리즘 개선에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서비스 정책을 수립하지 못할 경우 더 큰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제도’ 등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소비자 안전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근거한 파생적 기본권이다. 안전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무이며 그 원인이나 결과가 어떤 것이든 국가는 국민인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일련의 책무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조망하고, 그러한 문제가 소비자의 후생을 해치는 경우에 어떻게 소비자 권리를 구제할 것인지 정책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입법적으로는 AI 기본법 체계내에서 다룰 것인지, 기존의 소비자기본법이나 정보통신관련 법제 등의 정비를 통하여 소비자 권리를 구체화할 것인지 여부이다. 사업자들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 조작에 대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큰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합하지만 EU AI 기구(AI office) 처럼 별도의 독립적인 AI 전문규제기관을 두는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권력화되는 알고리즘에 대응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안전 정책이 요구된다. 최근 ‘AI안전연구소’가 출범했다. 연구소가 정책연구소인 것은 안전관련 정책이나 법제도 측면에서 우리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씽크탱크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다양한 영역과의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의 아이디어이지만 AI 안전의 범위를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안전이 아닌, 사회적 안전까지도 확장하여 최종적인 소비자인 국민의 안전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알고리즘의 문제는 알고리즘으로 풀어야한다는 낭만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인간이 주체적으로 개입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알고리즘과 소비자 안전
    by 김윤명
    2024.11.24 11:53:38
  • 현재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4차 산업혁명, AI,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라는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는 4차 산업혁명과 AI시대에 대한 대응과 함께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해답은 영유아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통한 대한민국 교육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OECD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교육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속에서 높은 학업 성취 수준과 우수한 교사진 등 양적으로는 성장했을지 모르나 과도한 사교육 열풍과 경쟁 중심의 교육 시스템, 주입식 교육 방식 등으로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가중되었다. 양적 성장의 이면에 자리한 한국 교육의 어두운 단면은 영유아는 물론 어린이,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경제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웰빙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이 당면한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절실하게 교육의 변화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요구된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의 중심에 놓인 AI는 전 세계적인 변화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인공지능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역량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미래 인재들에게 ‘창의성’은 필수적인 자질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조합해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AI와 달리 인간은 경험 속에서 터득한 지혜를 바탕으로 사고한 결과물로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성장시킨다. 그래서 영유아기에서부터 창의성을 신장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영유아기에 배우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AI와 공존해야 하는 미래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의 초석이 되는 까닭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기부터 미래의 첨단 기술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직접 체험하고 오감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운영하는 ‘유보통합’의 실행을 앞두고 있다. 영유아 교육이 유보통합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교육계 이해관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유보통합이 얼마나 아이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느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과 보육 서비스의 통합, 재정적 지원, 제도적 장치 마련, 교사 처우 개선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모든 출발점은 유보통합의 실질적 대상이 되는 영유아를 중심에 놓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 영유아를 중심에 놓는 교육을 위해서 현재의 영유아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은 무엇일까?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우고, 바람직한 인성과 감성을 갖출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한 배움을 통해 성장한다. 놀이는 곧 아이들의 창의성을 증진하는 체험이자, 협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려와 존중을 익히며, 사회·정서적 역량을 강화하는 행복한 배움이자 지혜의 밑거름이 된다. 또한 놀이는 AI는 근접하기 어려운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정서적 교감과 다양한 체험 활동이 되며, 아이들이 스스로 흥미와 관심사를 찾아내고 관련된 놀이를 통해 독창적인 가치를 발견·실행할 수 있는 근간이 되어주는 것이다. OECD 청소년 자살률 1위, 세이브 더 칠드런 아동·청소년 행복 지수 조사에서도 35개국 중 31위에 그칠 만큼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치열한 학업 경쟁과 과도한 학업 부담 속에서 결코,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어른이 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불행은 곧 우리 사회의 불행이 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놀이를 통한 행복한 경험을 중시하는 영유아 교육의 변화를 통해 아이들의 행복을 가장 앞에 놓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 교육의 미래, 영유아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by 한서정
    2024.11.24 11: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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