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65
  • 얼마 전 ‘데뷔 2년이 지난 4세대 아이돌 뉴진스에 이어 5세대 아이돌이 등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아이돌이나 아파트나 지금 4세대라는 점은 똑같네’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아이돌의 세계에서는 톱스타가 배출됐거나, 장르의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가 생긴 시점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한다. 1세대는 H.O.T.와 젝스키스, 2세대는 빅뱅과 소녀시대, 3세대는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4세대는 뉴진스라고 한다. 아파트의 세대 구분도 과거의 세대가 넘어설 수 없는 특징적인 기능이 기준이 된다. 이미 재건축이 이뤄졌거나 재건축이 진행 중인 1세대 아파트들은 2세대 아파트에 비해 층이 낮고 지하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주로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지어진 2세대 아파트는 기술의 발전으로 층이 높아지고 지상주차장과 지하 주차장을 함께 갖춘 경우가 많다. 다만 2세대 아파트는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놀이터, 도서실, 경로당 등의 시설만 설치돼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되지 않았다. 2010년대에 건설된 3세대 아파트는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하고 헬스장과 키즈까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아파트의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남향을 우선했던 11자형 동배치에서 벗어나 ㄱ자형, Y자형 등 다양한 형태의 배치가 생겨났다. 4세대 아파트는 3세대 아파트에서 한층 더 발전된 형태로 ‘소유’의 개념에 ‘거주’의 기능까지 더했다는데 큰 차이를 갖는다. 식사서비스와 수영장, 사우나 등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가능했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데다, 주택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층고와 광폭 주차장 등 3세대 아파트와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주차장, 커뮤니티시설 등을 통해 세대별로 아파트를 구분하는 것은 이런 요건들이 세대를 뛰어넘는데 있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세대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지 않고서는 지하주차장을 설치하기 어렵고, 2세대 아파트는 재건축·리모델링 없이 세대와 지하주차장을 직접 연결할 수 없다. 3세대 아파트는 공간적인 제약으로 4세대 아파트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호텔식 커뮤니티의 확대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재건축·리모델링 없이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보니 4세대 아파트가 갖고 있는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그에 따른 희소성이 강조되면서 올 한해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4세대 아파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들은 너도 나도 ‘4세대 아파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주 비용’에 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하고 이러한 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서 더 높은 기본 관리비가 발생한다. 규모의 경제로 3000~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어느 정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만, 그 미만의 규모에서는 관리비를 납부하는데 크게 부담이 없는 입주민들로만 구성이 가능한 단지에서나 큰 문제 없이 4세대 아파트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단지의 규모라는 물리적인 특성, 입주민의 생활수준이라는 사회적 특성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4세대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고 또 유지해 나갈 수 있는데, 이 역시 4세대 아파트의 희소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돌의 세대교체 주기가 빨라진다는 말처럼 아파트의 세대교체 주기도 점점 빨라지면서, 벌써 5세대 아파트에 대한 다양한 전망도 논의되고 있다. 내 삶에서 멀어지려야 멀어질 수 없는 부동산 시장, 세대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필요한 이유다.
    아이돌만 세대 따지나…아파트도 생겨나는 세대의 차이
    by 윤수민
    2024.10.19 07:00:00
  • 11. 사람이라는 이름 “아기의 이름 ‘라비’는 생명이라는 뜻이지요?” 내 질문에, 지중해 건너편에 있는 작가의 푸른 눈이 샘물처럼 맑아졌다. “오! 맞습니다. 라비는 죽음의 관에서 나와 새로운 생명을 얻는 인간을 상징화한 것이지요.” “라(La)+비(vie)! 프랑스어를 모르는 독자들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어요.” 작가는 이런 말에 민감하기 마련이었다. “책 속의 단어들이 숨바꼭질한다고 여겨주세요. 첫눈에는 안 보여도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찾아내고 말지요. 작가는 일부러 숨길 때도 있답니다.” 순간, 작가가 일부러 숨겨놓은 다른 것을 나는 보았다. 지도에 없는 나라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프랑스어를 계속 키워드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면 소설 속 나라는 암암리에 프랑스를 지칭했다. 당장 밝히기보다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가 계속 표지 문구의 의미를 스스로 풀어놓도록 유도했다. “아기의 이름을 왜 홉이 아니라 단테가 짓도록 했나요? 이름을 짓는 것은 보통 그것의 주인이 하는 일인데요.” “오! 예리한 발견입니다. 새 자동차를 개발하면, 그 자동차를 개발한 회사가 이름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단테가 이름을 붙인 것은 당분간 아기의 주인이 그라는 뜻이지요.” “당분간? 작가님의 이름은 누가 주셨나요? 부모님이 주셨나요?” “오! 아닙니다. 저는 부모님이 누군지 모르고 자랐습니다. 나에게 처음 이름을 준 자가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자라면서 우여곡절로 이름이 여러 번 바꿨고, 지금은 제가 지은 필명으로 살아갑니다.” “그랬군요. 제가 실례되는 질문을 한 것 같군요.” “혈육의 부모는 없었지만, 저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자유로운 작가가 그런 말씀을 하시니…….” “작가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대담자 씨! ‘사람’이라는 이름을 누가 우리에게 주었을까요? 그 이름을 준 자가 우리의 주인이 아니겠습니까.” 대담을 시작하기 전에 주최 측으로부터 나는 한 가지 당부를 받았다. 종교적 혹은 이념적 논쟁을 벌이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논쟁은 몇 시간이고 각자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다가 끝난다고 했다. 지금 종교적인 논쟁을 시작하려는 것은 상대방이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작가가 말했다. “아시겠지만, ‘아담’이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아담이라는 이름을 누가 주었을까요?” 작가가 원하는 대답은 하나님이었다. 크리스천의 논리에 따르면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사람의 주인이다. 하지만 그 대답은 표지 문구의 모순을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값으로 사신 것이니 사람들의 종이 되지 말라 하나님이 답이라면 표지 문구의 의미는 더 꼬여버린다. 하나님이 사람의 주인이라면, 하나님은 사람을 팔 수 있는 쪽이지 살 수 있는 쪽이 아니다. 자동차를 만든 회사가 자동차를 팔 듯이 말이다. 누가 하나님에게 무엇을 치르고 사람을 살 수 있단 말인가. 누가 팔고 누가 사건, 값으로 팔릴 수 있다면 사람은 결국 종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나나 작가나 서로 말이 없자, 촬영팀에서 내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출판사 편집자도 기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기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작가의 질문에 더는 꼬박꼬박 대답할 의지를 상실했다. 대신에 다른 공격 도구를 준비해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19세기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쓴 책입니다. 그는 당시 파리의 생활에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글도 잘 쓰지 못해 방황합니다. 안면이 있던 의사를 찾아가지요. 그가 건넨 약물은 대마초 해시시였습니다. 보들레르는 처음에 거절하지만, 다시 제 발로 찾아갑니다. 그렇게 환각의 공간인 해시시 클럽에 들어가서, 대마초에 절어 글을 쓰게 됩니다. 해시시 클럽에서 작가 발자크와 위고, 화가 들라크루아 등과 환각의 교제를 이어갑니다. 마약은 매춘으로 이어졌고……그리고 보들레르는 시집 외에도 해시시 클럽의 경험을 담은 산문책 『인공낙원』을 썼습니다.” 보들레르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 뒤에 숨은 어두운 절망과 우울의 색깔을 포착한 탁월한 시인이었다. 그런데 대담을 하면서 나의 취향이 갑자기 달라진 것이다. 그의 걸작들이 마약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동시에 그의 작품들에 열광했던 시간이 후회스러웠다. 국제예술창작재단의 노랑머리 여자가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이 내 눈에 희미하게 들어왔다. 멈춰달라는 뜻인데, 나는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작가님의 소설 『인공낙원의 문』도 보들레르의 마약 클럽을 본뜬 것은 아닌지요?” 작가는 앞서와 달리 약간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작가의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 의미 없는 표지 문구에 스스로 코가 꿰서 여태 혼자 발버둥을 친 것이 억울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작가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하고 싶었다. “흔히 소설 주인공은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님도 단테처럼 마약의 피해자거나 마약과 관련된 경험이 있으신 것이 아닌가요?” 모든 스텝이 일제히 긴장하는 분위기가 피부 세포로 느껴졌다. 나는 더 개의치 않았다. 작가가 보들레르처럼 마약에 절어 표지 문구를 뽑아냈을 것 같았다. 알 듯 말 듯 어리석고 모순된 문장으로 전 세계 독자를 홀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단어들의 환각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취하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작가라면 어리석은 독자의 눈을 열어주어야 하는데, 도리어 그는 명철하고 지혜롭던 ‘독서의 신’의 눈을 감겨버렸다. 나는 읽어도 읽지 못하는 장님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태로 독자들에게 책을 안내하는 것은 한 장님이 장님의 무리를 인도한다는 것과 같았다. 순간, 촬영기사가 벌떡 일어났고, 조명이 꺼졌다. ▶다음 회에 계속 … 김다은은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5년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덕중의 정원’ ‘훈민정음의 비밀’ ‘쥐식인 블루스’ 등 20여권 소설책을 출간하고, 다수 번역돼 해외 소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작가 레지던시를 비롯, 청송 객주 문학관, 정선 여량면 아우라지 레지던시, 해남 인송문학촌 토문재 레시던시에 참가했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 부분 혹은 전체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종의 기원
    by 김다은
    2024.10.14 09:01:55
  • 지난 2022년 1월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됐다. 지방자치의 수준을 높이는 내용의 개정이었다. 물론 지방자치가 강조된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여전히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지차제)의 사무에 관해 조언하거나 권고하고 나아가 지도할 수 있다. 또 사무의 적정이나 효율을 위해 국가가 지자체에 위임한 사무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국가의 사무도 아니고 국가가 위임한 사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도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전반적인 지휘권을 인정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행정소송’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국가소송법)은 행정소송에 관해 국가에 광범위한 지휘권을 부여하고 있고(제6조 제1항) 나아가 행정소송을 소송수행자를 지정·해임할 수도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동조 제2항). 우리 행정법은 전반적으로 국가와 지방에 대한 규율을 이원화하고 있다. △행정조직에 관한 규정 △공무원에 관한 규정 △재정에 관한 규정 △계약에 관한 규정 △보조금 관리에 관한 규정 △공공기관에 관한 규정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나눠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소송에 관해서는 국가소송법만 있고, 여기에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행정청의 행정소송 사무까지 규율하고 있다. 그 이유가 명시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그간 형식적이었고 중앙집권적이었으며 나아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하급행정청’의 소송수행 역량에 대한 신뢰가 적었다는 설명이 있기도 하다. 한편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일반 민사소송은 규율범위에도 없어서 지자체는 민사소송을 일반 민사절차에 따라 수행한다. 국가의 소송지휘권은 주로 소송의 존폐가 문제될 때 등장한다. 소송을 먼저 시작하려 하거나(제소 결정), 소송을 끝내거나 계속 진행하려 할 때(조정권고안 수용 여부 및 상소 여부 결정) 등이 그때다. 즉, 지자체는 자신의 사무와 관련해 행정소송의 가장 중요한 행위를 하려 할 때마다 국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받아들이기 어색한 문제들이 몇 가지 발생하고 그 필요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먼저 자치권 행사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자체는 고유사무에 관해 독자적으로 자치입법을 하고 독자적인 정책적·행정적 의사결정을 한다. 이 같은 의사 결정들에 관해 불복하는 당사자들과 행정쟁송을 겪게 될 수 있다. 대개 재량범위 내에서 어떤 결정을 했느냐에 관해 문제되는 경우가 많기에 법원은 행정소송법이 조정 제도를 명시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정과 유사한 조정권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원이 재량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고 피고가 그에 부합하는 처분을 하는 대신 원고는 소를 취하하도록 하는 것이다. 행정청은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 재고의 계기를 얻게 되고 그 제안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그에 따라 변경 처분을 하게 된다. 이 같은 변경 처분은 말 그대로 지자체장 등 재량 내의 결정이고, 더구나 법원의 의견에 따른 것이므로 그 합리성도 인정될만하다. 그런데 여기서 국가의 소송지휘가 어색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원고와 피고가 모두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에 이와 다른 견해에서 ‘조정원고안 불수용’이라는 소송지휘가 내려오면 피고인 지자체장은 자신의 정책적·행정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부득이 소송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소의 제기·포기 등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책적·행정적 판단과 소송진행 실익 및 위험부담에 대한 지자체장 등 나름대로의 검토와 판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이와 다른 견해에 따라 지휘를 한다면 그 지휘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해충돌의 문제도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서로 서로에 대해 행정권한을 행사하는 상대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호 간 행정처분의 주체와 객체의 지위에서 항고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두23129 판결 참조). 대립당사자가 자신의 이익을 두고 다투는 소송에서 일방 당사자가 반대 당사자를 지휘한다는 것은 그 구조 자체가 어색하다. 나아가 복수의 지자체가 다투는 소송의 경우에는 하나의 지휘기관이 대립당사자를 모두 지휘하는 것이 되어 이 또한 어색한 상황이 발생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송 역량도 점차 개선되고 있어서 포괄적인 소송 지휘의 필요성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지자체에서 직접 변호사를 채용해 송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기본적인 소송지식의 미숙지로 발생하는 소송수행 해태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편, 소송지휘라고 해도 서면 작성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실질적 지원 기능이 크기보다는 소송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주요 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결과만 되므로 오히려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등 소송에 관한 행정적 비효율을 초래하는 상황도 많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지자체의 독립성이 뚜렷하게 인식되지 않던 시절과 달리 이제 지방의회 의원과 지자체장은 지방선거라는 별도의 선거를 거쳐 민의에 따라 선출된 지가 벌써 오래됐다. 이들은 법령에서 부여한 권한에 따라 자치입법과 자치행정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지방자치법은 이들의 실질적인 자치분권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자체가 고유사무에 관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국가가 개입해 지휘한다는 것은 점차 더욱 어색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행정소송에 관한 국가의 일반적 지휘에서 벗어나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국가 소송지휘권 vs 지자체 소송수행권
    by 안성훈
    2024.10.12 10:48:41
  • 우리는 지금 K-팝과 K-드라마가 세계 여러 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때로는 한국의 팝과 드라마가 세계 문화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접한다. 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들은 TV 드라마이고, 그 주제는 잘 사는 가정이나 궁중 이야기들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야기-즐기기’의 드라마들이다. 한국의 TV 드라마는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역사·사회적 또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 현실에 대한 반성 등의 지성적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영화 역시 비슷하다. 이념 선전에 치우친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역사적 사실을 추구해야 하는 다큐멘터리 마저 사실 규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0세기 중반 이후 대중문화가 전통 상류문화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대중문화가 귀족문화를 밀어낸 것은 대중시대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대중문화가 전적으로 오락에만 빠져든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진지함을 추구하는 지성적 작품이 이어져 온다. 체코 태생의 헝가리 감독인 벨라 타르(Bela Tarr)의 ‘사탄 탱고’(1994년)와 ‘토리노의 말’(2011년)이 좋은 예일 것이다. 대단한 작품들이다. ‘사탄 탱고’의 상영 시간은 439분으로,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긴 시간의 영화였다. ‘토리노의 말’은 한국에서도 상영되었고 벨라 타르 감독은 부산 영화제에도 참여했었다. 아시아를 보자. 이슬람의 종교적 족쇄 하에서도 이란은 ‘올리브 나무 사이로’(1994)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와 같은 아름다운 영화를 발표한다. 이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한국의 영화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2000년 이후 제작된 한국의 영화를 끝까지 본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 하겠다. 욕설과 폭력으로 뒤덮힌 초기 장면을 견디기 어려워 초반을 넘겨 본 영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K-팝은 어떤가?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멜로디에는 좌우의 이념이 없다. 정치적 이념에 무관심한 대중이 몰두하는 곳이 스포츠와 음악이 아닐까? ‘푸른 곰팡이’(BTS)와 ‘사건의 지평’(유하)은 항생제와 블랙홀의 용어를 가사로 사용한다. 이념에 무관심하다는 제스처다. 음악 이야기를 하면, 애호가들은 “클래식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한다. 베토벤, 브람스에 이어 20세기 초, 바르톡, 스트라빈스키로 이어진 클래식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음악과 미술은 20세기 중반 이후 개념 예술로의 길을 간다. 개념화된 예술이 무엇인지, 대중이 떠나 버린 그림과 음악을 살펴 보기로 하자. 그림은 기억 속의 남아 있는 모습을 그리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암각화가 그렇고 성당의 벽화와 성화가 그러했다. 이들에게는 멀리 있는 사물을 작게 그려야 할 이유가 없었다. 기억 속의 그림은 크기의 구별이 없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원근법이 등장해 그림을 지배한다. 원근법에 의하면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그려야 한다. 현실을 분석한 것이다. 19세기에 이르면 색채 역시 분해해서 그린다. 지적인 분석이다. 이 모든 변화는 그려야 할 대상을 지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대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인 셈이다. 그후 관심은 대상에서 주체로 옮겨 온다. 19세기의 문화적 특징이다. 그림의 경우, 한 시점이, 두 시점으로 분산된다. 앞에서 본 얼굴과 옆에서 본 얼굴을 겹쳐 그리게 된 것이다. 두개의 객관이 하나의 주관 안에 들어온 것이다. 대상을 보는 ‘내’가 탈-시간화된 것이다. 그후 지적 관심은 “그림이란 무엇인가”로 도약한다. 1917년 마르셀 듀쌍은 소변기를 ‘Fountain’(샘)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하고, 1929년 르네 마그리뜨는 ‘La Trahison des Images’(이미지의 배반)을 발표한다. 그림 안의 문구인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메시지는 “이것은 그림, 즉 파이프의 기호이지 입에 물 수 있는 실물 파이프가 아니다”이다.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인 셈이다. 그림은 대상의 미적 표현을 넘어선다. 화가의 철학적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림이 철학적 의견이 되었다. 다음의 세 그림은 미국의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추상화다. 첫 그림은 ‘세계는 검은 색 속의 오랜지 색’이라는 철학적 견해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 상징적 해석이 싫다면 색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보아야 한다. 이때 색은 사물을 벗어난 색, 즉 추상이다. 이 그림을 보고 “이런 그림이라면 나도 그리겠다”고 이견을 제기한다면, “콜럼버스의 달걀을 생각하세요”라는 답을 들을 것이다. 음악에 대해서 살펴보자. 바로크 시대 이후, 제1주제와 제2주제를 각각 tonic(으뜸조)과 dominant(딸림조)의 두 조 위에 얹은 것은 ‘아랫 마을과 윗 마을’이라는 두 공간을 도입해 음악적 공간을 확대하기 위함이었다. 그후 바그너는 이 기법을,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조를 정신 없이 드나드는 기법으로 확산시킨다. 쇤베르크는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옥타브의 열두 음 하나하나를 독립된 공간으로 생각해, 열 두개의 공간 연속체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12음 음열이다. 시간 흐름에 의해 파악되는 공간 에서 시간을 빼앗은 것이다. 음악의 진행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시간을 먹어버린 결과를 낳는다. 음악의 시간적 청취가 없어진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쇤베르크의 12음 음악은 멜로디를, 12개의 음열로 대체한다. 이는 대상, 즉 각 성부의 수평적 진행의 아름다움인 멜로디의 포기한 것이다. 감성적 판단의 자리를 수학의 아름다움이 빼앗은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하나의 물체를 창조한 것이다. 그곳에 ‘들음’, 즉 청취는 없다. 음악 듣기에는 음들의 상하 관계가 있었다. 음열 음악에서는 그러한 으뜸-딸림의 위계가 없어진다. 멜로디가 없어진 추상-음악이 된 것이다. 1960년 이후, 한국 대학의 클래식 작곡가들은, 쇤베르크가 내다 버린 ‘대상의 감성적 아름다움’를 가슴에 안은 채, 12음 기법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려고 매달린다. 모순된 일이다. 지금도 여전하다. 이처럼 개념화된 그림과 음악이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남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화가와 작곡가들의 기괴한 행동과 포퍼먼스가 등장한다. 호기심을 자극해 대중을 갤러리와 콘써트홀로 유도하려는 시도였다. 화가들의 기괴한 행동은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여기서는 현대음악 작곡가의 기괴함을 보기로 한다. 슈토크하우젠(1928-2007)은 9.11 테러 당시 언론을 향해, "이런 사건에서도 나는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고 공언한 후 언론의 맹렬한 질타를 받는다. 이어 그는 며칠 전 안드로메다 성운을 다녀 왔다고 주장한다. 기자들의 여러 번의 질문에도 끝까지 자기 주장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연주자에게 기하학적 그림을 제시하며, 보고 생각나는 대로 연주하라고 요구한다. 지금까지 유럽의 지성적 예술이었던 그림과 음악의 개념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몰락에 가까운 변질이다. 20세기의 문화는 지성과는 무관한 대중이 소비자인 문화다. 전통 예술의 입장에서 보자면, 음악과 미술이라는 한 쪽이 죽어버린 가지 사이에서 새로운 싹이 솟아나는 현상으로 비유해야 할 것이다. 음악의 경우, 대중음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미술의 경우, 설치미술, 환경미술, 액션페인팅 등의 여러 모습으로 변모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의 경우를 보자면, 드라마와 영화는 여전히 지적 작품을 생산하고 있다. 넓게 보자면 문학, 즉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이제 시간 때우기를 넘어선 인간과 역사 그리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에 근거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문화가 가야 할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1900년 이후 우리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마주하는 지정학적 조건 아래 살아 왔다. 20세기 후반,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었고, 우파들이 경제에 열중하는 동안, ‘종북 가짜 진보’들이 대중 문화를 뒤덮어 왔다. 이제 가짜의 세계를 벗고 진실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진정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말에 취하지 말고 미래의 올바른 문화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리노의 말’을 한번 보기를 권한다. 보고 나면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수레를 끄는 말의 몸 구석구석을 관찰하면서 역사적 팩트를 직시해야 함을 느끼기 바란다. 우리도 이제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약력]서울대 명예교수 [저서]시와 리듬(1981, 개정판 2011), 음악을 본다(2009), 세계의 음악(2014) 등 [번역]기호학 이론(U. Ecco, 1984), 서양음악사(D. J. Grout, 1997)
    K-팝과 K-드라마
    by 서우석
    2024.10.12 08:26:56
  • 10. 사라진 아기 삐이, 이름 모를 새가 하늘을 가르며 울었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큰 걸음을 떼다가 미끄러졌을 때, 단테는 한 이름을 반사적으로 불렀다. 라비! 그러고 보니 하늘에서 도토리 하나가 떨어지면서 단테의 머리통을 톡 건드렸을 때도, 촉촉한 땅 위를 거닐던 달팽이를 무심코 밟을 뻔했을 때도, 달팽이를 피하려다 삐끗, 발목을 삘 뻔했을 때도 라비를 불렀다. 단테는 라비의 이름을 자꾸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웃음이 나왔다. 평지에 내려오니, 언덕 위에서 혀처럼 갈라지던 붉은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모습이 보였다. 더워지기 전에 감자꽃을 따야만 한다. 삐거덕, 나무계단에 발을 올리자마자 통나무의 신음이 나왔다.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려 흠칫했다. 단테는 까치발로 살금살금 몇 계단을 올라갔다. 출입문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았다. 아기가 아직 깨진 않은 듯했다. 아기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견뎠다. 어른보다 몇 배 힘들었을 것이다. 막 출입문을 열려는데, 주변을 맴도는 검은 길고양이가 보였다. 문득 그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어야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삐익, 출입문은 계단보다 더 큰 소리를 질렀다. 안으로 들어가니, 로깡과 안드레가 코 고는 소리가 여전히 들려왔다. 두 사람이 화음을 맞추며 골아댔다. 아기가 깨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단테는 서둘러 침실 옆의 임시 아기방으로 들어갔다. 어, 단테는 작은 비명을 질렀다. 깨끗한 이불을 골라 뉘어 놓았던 아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불만 텅 비어 있었다. 라비, 단테는 얼음처럼 온몸이 굳는 것을 느끼며, 신음처럼 이름을 뱉어냈다. 단테가 그 이름을 반복하며 기분 좋게 언덕을 내려오던 시간에, 라비는 누군가의 손에 탈취당했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위급함을 알리려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게 해준 것이었는데, 단테는 깨닫지 못하고 즐거워했었다. 마치 형의 이름이 자꾸만 입에서 중얼거려지는데, 바깥에서 다른 일에 빠져 늦게 돌아온 날과 비슷했다. 늦게 도착해서 형을 구하지 못했던 생각이 솟구쳤다. 옆방으로 뛰어가서 녀석들을 흔들어 깨우려다가 멈칫했다. 라비가 잠든 곳은 분명히 이 공간이었다. 로깡이나 안드레가 자다가 일어나서 다른 장소로 옮기진 않았을 것이다. 로깡은 몽유병이 있지만, 간밤에는 그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아기를 옮기지 않았다면……침입자가 있다! 단테는 소리를 지르려던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가만가만 서랍 깊숙이 숨겨놓은 총을 찾아냈다. 그리고 깨우지 말라는 듯 더 심하게 코를 고는 녀석들을 지나 집안을 구석구석 살폈다. 그래, 잠들어 있는 편이 났다. 잠들어 있어야 범인의 얼굴을 보지 않을 것이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단테는 집안의 구석을 천천히 살폈다. 커튼 뒤도 장롱 안에도 없었다. 그는 통나무집의 뒷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뒷문으로는 확장한 실내창고가 이어진다. 주인이 돌아온 것을 알았다면 침입자가 이곳으로 피신했을 가능성이 높다. 감자의 가루를 말리는 곳인데, 지금은 수확 철이 아니어서 비어 있다. 이곳에는 지붕도 있고 비닐로 되어 있어 바깥이 환하게 보인다. 오른쪽 햇살이 내리쬐는 곳을 보니, 홉이 아기를 안고 우유를 먹이고 있었다. 평안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단테는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아기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쳐든 홉의 온화한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대체, 아기를 굶기고 태평하게 잠을 자다니요. 단테 씨는 어디 갔다 오셨어요? 세 사람이 사람이에요?” 이 정도의 강경한 표현은 홉에게는 욕설 이상이었다. 단테가 사라진 아기 때문에 놀란 것보다 아기를 굶긴 세 사람의 인성에 홉이 더 놀란 듯했다. 단테는 총을 뒤로 숨기며 다가갔다. “오늘 오후에나 올 줄 알았는데.” “새벽에 아기에게 우유 먹이라고 몇 번이나 일러주었는데…….” 로깡과 앤드류에게만 맡겨두고 아기를 굶긴 것을 단테는 속으로 자책했다. 자신도 화가 나니, 홉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아기는 홉의 가슴에 안겨 한 방울씩 입가에 흘러 넣어주는 우유를 받아먹었다. 아직 우유를 빨 힘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아기가 너무 연약해 보였다. ‘내가 왔어, 눈을 떠 봐.’ 단테는 아기에게 은밀한 전언을 시도했다. 아기는 순순히 눈을 뜨지 않았다. 단테는 더 강하게 다시 시도했다. ‘라비! 힘을 내 봐!’ 다시 우유 한 방울을 가까스로 흘러 넣은 후, 홉이 단테에게 말했다. “어른은 하루에 두 끼나 세 끼 먹지만, 아기는 더 여러 번 먹어야 해요.” 단테의 귀는 홉의 말에 순종적이었지만, 단테의 입은 반항적으로 튀어나왔다. “아기를 어떻게 하면 좋겠어?” “아기를 어떻게 하다니요?” “여기서 계속 키울 수는 없잖아.” “그럼 어디에서 키워요? 아기가 어디서 왔는지 단테 씨는 설명할 수 있으세요?” “그래도 대책이 있어야지. 이곳에 누군가 불시에 올 수도 있고.” 조금 전 상상 속의 침입자가 아직 단테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아서인지, 아기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단테를 사로잡았다. 빈틈없이 대책을 세워 놓지 않으면 어른도 아기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꽃들이 보기 좋다고 남겨두면 감자는 영양분을 빼앗겨버리듯이, 아기의 운명도 비슷해서 계속 데리고 있으면 모두의 약점이 되고 위태로워질 것이다. “아기를 안느에게 맡기면 안 되겠지?” “그런 말씀 하실 줄 알았어요. 안느 곁도 안전하지는 않아요.” “아니 왜?” “하여간 안 돼요. 여기가 더 안전해요.” 우유 방울을 먹이는 홉과 받아먹는 아기를 번갈아 바라보며 단테는 기다렸다. “감자 농사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잖아요. 관 속을 뒤지는 일을 꼭 해야 해요?” “자네가 내 속사정을 다 아는 것은 아니잖은가. 사람마다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있는 법이지. 꼭 복수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네.” “저도 복수……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홉의 입에서 복수라는 단어가 나오니, 신선하다 못해 속은 느낌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안느는 내 여자가 아니라 여동생이에요. 나쁜 놈들이 안느를 집단강간했지요. 안느를 숨기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그 죽일 놈들이 안느를 찾아내면 안느의 아기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안느 곁은 절대 안 돼요.” 홉이 너무 간단하게 놀라운 비밀을 털어놓았다. 홉도 안느의 아기 때문에 매우 위태로운 심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의 남자인 척했군.” “로깡과 안드레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들도 남자잖아요. 여동생이라고 하면 여자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항상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니까요.” “그럼, 나는 괜찮아?” “믿으니까요.” 갑자기 단테의 가슴에서 뜨겁고 뭉클한 것이 솟구쳤다. 이 나라에서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목숨이 내놓는다는 표현과 같았다. 상황이 나빠지면 안느의 아기도 여기서 보호해주겠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라비가 살아날 때까지는 여기서 돌보도록 해주세요.” “아직 살아난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방치되었던 시간이 있으니 갑자기 어떤 부작용을 보일지도 몰라요. 아기는 시시때때로 달라요. 정말 변화가 많고……. 아! 이것 봐요. 아기가 단테 씨의 목소리를 들었나 봐요. 우리 말이 들리는 것처럼 얼굴을 꿈틀거려요. ” “미소를 짓네. 보이지. 봤지?” “네. 아직 엄마 배 속에 있다고 착각하며 꿈을 꾸는 상태지요. 배냇짓을 하는 거예요. 배냇짓!” ▶다음 회에 계속 … 김다은은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5년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덕중의 정원’ ‘훈민정음의 비밀’ ‘쥐식인 블루스’ 등 20여권 소설책을 출간하고, 다수 번역돼 해외 소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작가 레지던시를 비롯, 청송 객주 문학관, 정선 여량면 아우라지 레지던시, 해남 인송문학촌 토문재 레시던시에 참가했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 부분 혹은 전체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종의 기원
    by 김다은
    2024.10.07 09:11:50
  • 마침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50%였던 기준금리를 4년 반 만에 인하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금리 통화정책 기조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기존에는 0.25%포인트를 내리는 스몰컷을 통해서 점차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됐지만 최근 노동 시장 침체로 인해 경기 침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대두되어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고금리의 이유였던 인플레이션이 2%대로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통화정책 전환의 시작과 함께 연내에 0.5% 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은 줄었지만 실업률 상방 위험이 커졌다”며 금리 인하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의 징후는 찾을 수 없다”라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빅컷이 필요한 만큼 불안한 미국 고용과 경기 상황을 경계하며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이 빅컷을 시작한 만큼 3.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도 압박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최근 가계부채 수치가 지난 8월에 사상 최대 증가 폭(8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상당히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추가적인 대출의 증가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어 한국은행의 정책 방향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따라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사이에서 한국은행은 10월까지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시선은 미국 증시와 그 영향을 받는 한국 증시로 향한다.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로 거론되는 ‘바이오주’가 가장 먼저 주목받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해선 미래 자금이 필요하기에 빅컷 이후 경영 부담이 매우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3년 만에 신고가를 갱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셀트리온,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의 바이오주가 일제히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연간 매출은 4조 원과 3조 5000억 원으로 제시하며 성과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하락을 계속했던 ‘2차전지주’ 역시 저가 매수세와 함께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 상승효과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등이 상승을 시작했다. 그리고 금리 인하로 인해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가상자산과 금, 은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금은 역대 신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며 비트코인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이러한 상승에 단기적인 호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역사적으로 4분기부터 엄청난 상승률을 보여주었기에 상승장의 시작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렇게 자산시장이 상승을 알리고 있지만 아직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시기이기에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 역시 제시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한동안 상승 랠리를 이어오던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제기되며 업종간 주가 차별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요 리서치센터 자산배분 전략으로는 채권 비중을 고려하며 중립 의견이 지배적이며 바이오, 2차전지 순환매, 조선, 방산 등의 업종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4분기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분기점을 맞이한 만큼 투자 선택의 중요성이 가장 중요해진 시기가 도래했다. 이제는 많은 공부와 함께 새로운 방향의 시장을 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실이 된 금리 인하 …‘빅컷’과 함께 시장 상황 파악하기
    by 김상학
    2024.10.06 09:55:03
  • 인수합병(M&A)은 일반적으로 유망하고 안정적인 기업 간의 결합이나 전략적 제휴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 M&A는 부실징후기업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한 기업들은 재무적 어려움이나 관리 문제로 인해 외부 자본을 확보하고, 경영 정상화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M&A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M&A는 성공적인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부실징후기업의 M&A시에는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인수 대상 기업이 상장법인으로서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상장규정상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경영권이 변동되는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영권 변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주주의 변경을 의미한다. ‘최대주주의 변경’은 통상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의미할 것인데, 예약매매를 포함하여 경영권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기타 계약도 포함된다. 만약, 주식양수도 계약이 체결된 이후이지만 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이나 주식인수가 이루어지기 전에 관리종목 또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된 경우는 어떨까? 실무에서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당시에 관리종목 등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식인수 전에 관리종목 지정이 됐다면 이후 계약의 이행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이 경영권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에 의해 주의가 집중된 기업들은 다각도의 규제 이슈를 포함한 더욱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영권 변동도 존재한다. 기업부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원인, 이를테면 기업지배구조나 거래량 미달, 주식분산 기준 미달 등 비재무적 원인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면 이러한 경우는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외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나 출자전환에 따른 신주 발행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예외로 취급된다. 이와 같이 부실징후기업은 M&A와 같은 경영 정상화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여러 상황 및 규제를 고려한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규제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대비한다면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더욱 증대시키고,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실징후기업과 M&A
    by 정성빈
    2024.10.05 10:00:00
  • 와타나베 부인은 누구인가. 금리가 낮은 엔화를 금리가 높은 외화로 교환해 외화예금이나 해외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일본 거주자들을 풍자하는 용어다. 특히 2022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데 반해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오래 유지했기 때문에 거주자인 와타나베 부인뿐만 아니라 비거주자인 글로벌 투자자까지 나서서 엔화를 차입해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소위 엔 캐리트레이드에 몰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전환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엔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의 청산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와타나베 부인의 투자 행태는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역사적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일본 금리가 급락하면서 더 이상 자국 내에서는 금융수익을 확보하기가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초저금리가 고착화된 것은 버블 경제의 붕괴로 성장 동력이 사라진 데 따른 것이며 자연스럽게 해외투자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와타나베 부인의 투자 행태가 장기화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등극했다.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엔화가 오히려 강세로 반전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사실 와타나베 부인으로서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일본으로 자금을 환수하려는 동기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엔화 강세를 조장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이는 근본적으로 일본이 전통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국으로서 그동안 해외투자의 결과 어마어마한 대외금융자산이 축적된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경상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무역수지에서 소득수지로 전환되기까지 했다. 무역수지는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흑자폭이 꾸준히 감소되다가 대략 2010년 전후 적자로 돌아섰다. 그 자리에 막대한 대외투자로 인한 배당과 이자소득이 들어섰고 이를 메꾸고도 남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와타나베 부인이 국제수지 구조 변화에 일조를 한 셈이다. 이제 우리나라 상황을 보자. 그 어느 때보다 해외증권투자가 붐이다. 소위 ‘국장’에 대한 불신이 개인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세계경제의 블록화가 강화된 여건에서 해외 직간접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 등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투자가 불가피해졌다. 대외금융자산의 축적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투자 결과를 나타내는 대외금융자산이 외국인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결과인 대외금융부채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현재 순(net) 대외금융자산이 외환보유액의 두 배나 되고 5년 후에는 지금의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불과 수 년 전만해도 외환보유액을 제외하면 국제투자포지션이 순부채 상태를 면치 못했는데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글로벌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우리도 일본처럼 경상수지를 소득수지 흑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한다. 우리나라가 수출주도경제인 점을 생각하면 무역수지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다행히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고 당초 전망을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지고 있다. 돌이켜 보면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무역수지가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다행히 대외투자자금의 배당과 이자소득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모양새를 닮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여건이 앞으로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의 환율 상승은 미국 경제의 호조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 가치가 독보적으로 상승한 데 따른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 거주자들의 해외투자가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최근 미 연준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전환하면서 환율 상승이 일부 되돌려지고 있으나 그간의 해외투자 추세는 국제금융시장에 큰 불안요인이 없는 한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 만약에 국제금융시장에 큰 위기가 닥친다면 우리 해외투자자금이 어떻게 움직일까. 일본처럼 통화가 강세로 전환되지는 못할지라도 해외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환류될 수 있을까. 사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해외투자자금의 상당 규모가 환류되기는 했었다. 그에 비추어 본다면 그때보다 개인의 해외투자 비중이 확대된 지금 환류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일본과 비교해볼 때 자본시장 발전 정도가 차이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돌아 온 와타나베 부인은 밸류업을 이루어낸 일본 주식시장에서 투자대안을 찾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지금과 같은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적 디스카운트가 지속된다면 과연 국내로 돌아온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으로 자산을 재배분하는 데 혹여 주저하지나 않을지. 조속히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밸류업이 실현되기를 열망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와타나베 부인을 생각하며
    by 양석준
    2024.10.05 08:30:00
  • 최근 부동산 관련 세제 정책의 변화로,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에게 제공되는 특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이 특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반면,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1주택을 소유한 경우, 1세대 1주택자 계산 방식을 적용받을 수 있는 특례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부부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다. 하지만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6월 1일 기준 법률혼 부부가 공동명의로 1주택만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부부 이외에 세대 내 다른 구성원이 추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 특례는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특례를 신청하는 부부는 거주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국내에 거소를 둔 개인이어야 한다. 그럼 특례가 항상 유리할까? 앞서 말했다시피 부부 공동명의 특례가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부부 공동명의 특례 적용 시 단독명의의 경우 12억의 기본공제와 연령 및 보유기간에 따라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반면 특례 미적용시 지분별로 각각 9억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되어 최대 18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지만 세액공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것은 기본공제의 적용이 실제 매매가액에서 차감하는 것이 아니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실거래가액이 20억 원이 되더라도 공시가격이 18억을 넘기지 못한다면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시가격이 20억 원이 넘어가면 세율, 세액공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세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특례적용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따라서 고가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부부라면 특례 신청 전에 홈택스에서 제공하는 종부세 모의세액 계산 서비스를 통해 특례 적용 신청여부를 사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세특례 적용 시 납세의무자 판단은? 부부 중 지분율이 큰 사람이 납세의무자로 판단된다. 그러나 부부의 지분율이 동일하다면, 납세자가 직접 납세의무자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주택과 부속토지의 지분율이 다르다면, 주택과 부속토지의 공시가격 합계에서 각각의 지분 비율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특례신청은 어떻게 해야할까? 과세특례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공동명의 1주택자 특례신청서를 작성하여 적용받기 시작하고자 하는 연도의 9월 16일부터 30일 까지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혼인관계증명서를 첨부하여 신청하여야 한다. 이는 홈택스에서도 가능하다. 특례신청기간을 놓쳤거나 실수했다면? 일반적으로 9월 16일부터 30일까지는 추석명절이 포함된 기간이라 과세특례신청을 깜박할 수 있다. 하지만 종부세 납부기간인 12월 1일부터 15일 까지 과세특례신청을 함과 동시에 납부하면 된다. 반대로 과세특례신청을 하였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과세특례신청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확인되면 납부기간 내에 정정신고와 동시에 납부하면 된다. 또한 부과 고지로 인하여 세금을 납부한 경우에도 5년 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종부세를 과납했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특례는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용한 제도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 소유 상황과 다양한 변수를 철저히 고려한 후, 모의세액 계산을 통해 혜택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명한 선택을 통해 세 부담을 줄이고, 정책의 혜택을 효과적으로 누리길 바란다.
    종합부동산세 부부합산 과세특례 적용이 고민된다면?
    by 문현준
    2024.10.05 08:00:00
  • “꿈은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a loyal road)이다.” 이는 프로이트(Freud)가 꿈을 분석하면서 한 말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잠자는 동안 꾸는 꿈은 무의식적 정신활동의 결과물이다. 1895년 여름, 프로이트는 일머(Irma)라는 젊은 여성의 정신 분석을 맡았다. 그녀는 프로이트의 가족과도 매우 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그녀에 대한 치료는 부분적으로만 성공적이어서 그녀의 신경증적 불안은 없어졌으나,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이 모두 제거되지는 않았다. 어느 날 밤(아마도 새벽녘이었던 것 같다)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큰 홀에서 우리는 많은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일머가 보이기에 나는 그녀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그녀의 편지에 대한 답을 준 다음, 내가 제시한 ‘해결 방법’을 아직도 수용하지 않는 것을 비난했다.” 프로이트가 말했다. “(신체적 증상이) 아직 완쾌되지 않는 건 사실 당신 탓이오” “지금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기나 해요? 목과 위와 배가 졸리는 것 같아요”라고 일머가 대답했다. 나는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창백하고 부어 있는 것 같다. ‘그럼 역시 무슨 내장 기관의 장애가 있었던 걸까?’하고 생각한다. 그녀를 창가로 데리고 가서 목 안을 진찰한다. 그녀는 싫은 기색을 보인다. 마치 의치를 한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나는 싫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크게 벌리라고 했다. (참고로 현실에서 프로이트는 일머의 구강을 진찰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꿈속의 이 과정으로 얼마 전에 진찰했던 여자 가정교사가 연상되었다. 이 여자는 첫 인상이 매우 아리따운 미인으로 생각되는데, 내가 입을 벌리게 하자 곧 치열을 감추려고 했다. 싫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일머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것 말고 또 다른 뜻이 있었던 것 같다.···] 이 꿈에서 프로이트는 자신이 치료하고 있는 환자가 완치되지 못함에 대한 걱정, 자책감과 치료의 실패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를 발동시키고 있다. 또 꿈에서 프로이트는 환자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걱정 그리고 환자의 상태를 알고 싶어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꿈에서 여태껏 한 번도 진찰한 적이 없는 일머의 입안을 진찰하면 질병의 단서를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다. 필자는 환자를 완전히 치료시키지 못한 프로이트의 자책감과 자기 책망의 심리적 기제가 이 꿈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또 현실에서는 서로 관련이 없는 두 명의 여성 환자를 구강 진찰을 매개로 자유로운 연상이 이루어진다. 그가 밝힌 ‘또 다른 뜻’에 관해 프로이트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필자는 일머에 대한 성적 호기심이나 욕구가 은유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프로이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융(Jung)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가 우리 문화에 준 충격은 무의식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꿈을 무의식 과정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보원으로 인정함으로써, 잃어버려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진 가치를 과거와 망각으로부터 되찾아 왔다. 그는 자신의 경험으로 무의식적 정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꿈은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
    by 국경복
    2024.10.02 07:00:00
  • 9. 하얀 꽃들의 운명 언덕에 앉아서 내려다보니, 감자밭에 하얀 꽃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초록빛 양탄자에 흰무늬가 박힌 듯 아름다웠다. 이틀 동안 아기에게 몰두하느라, 단테는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꽃들을 그대로 두면 더 멋진 풍경이 연출되겠지만, 꽃은 감자의 양분을 빼앗는다. 꽃이 올라오는 족족 잘라내야 하는데, 자칫 시기를 놓칠 뻔했다. 이틀 밤낮을 뜬눈으로 보낸 홉은 어젯밤 집으로 돌아갔다. 아기 곁에 서툴게 붙어 있던 로깡과 앤드류는 새벽이 되기 전에 뻗어서 코까지 골았다. 고르게 가슴 숨을 쉬는 아기를 확인하고, 단테는 밖으로 나왔다. 아침 공기의 서늘하고도 투명한 바람결에 이끌려 오래간만에 이 언덕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메종(Maison)의 큰 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여서 형은 이 자리를 좋아했다. 어린 단테가 오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서 형은 가끔 단테를 데려갔다. 형과 함께 이렇게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없이 앉아 있던 순간이 참으로 좋았다. 형이 죽고 나니 도리어 무덤 속처럼 고독하고 무서운 곳으로 느껴졌다. 수년 발길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는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맑았고, 언덕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형이 죽은 후 엄습했던 무섬증이 사라진 듯했다. 형과 함께 감자를 키우던 시절의 그리움이 따스하게 온몸을 감쌌다. 메종에서 씨를 뿌려 싹을 틔운 채소는 많지 않았고, 싹이 나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그런데 푸른 감자는 달랐다. 씨감자를 심고 3~4개월이 지나면 감자를 풍성하게 수확했다. 바깥세상에는 개량감자로 붉은 감자나 보라색 감자도 있다지만, 개량하지 않은 푸른 감자는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형은 말했었다. 이곳의 기후와 땅의 특질 때문이었다. 보통 감자를 상온에 두면 독이 올라 껍질이 푸른 빛을 띠기에, 속이 푸른 메종의 감자는 아예 푸대접을 받았다. 사람들은 동일한 것으로 여겨 꺼렸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감자를 팔 수 없다면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형은 푸른 감자가 영양분이 많고 특히 임산부에게 좋다고 믿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들었다고 했다. 임산부를 본 적이 없었기에 진짜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진짜 효능을 확인한 것은 형이 죽고 난 뒤였다. 어느 날 차를 달리고 있는데, 남녀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가 지쳐서 걷지 못하는 것을 남자가 부축하는 모습이었다. 단테는 차를 세웠고, 여자가 임신 상태라는 것을 알아챘다. 두 사람은 몹시 지치고, 배고프고, 목말라 보였다. 가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메종으로 함께 왔다. 삶은 감자를 주니 망설였다. 단테가 먼저 베어 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들도 허겁지겁 따라 먹었다. 얼굴이 푸르뎅뎅했던 임산부는 그렇게 푸른 감자를 먹으며 점점 몸이 좋아졌고, 이곳에서 제대로 아기를 낳았다. 임산부의 남자가 홉이었다. 아기가 깨지 않았을까 갑자기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과 내려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팽팽했다. 아기의 상태가 좋아진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앞날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다른 곳에 맡기려면 아기의 출생신고서나 부모가 누구인지 알려야만 했다. 홉의 아내에게 맡기면 좋으련만, 홉은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 홉의 가족을 끌어들이는 일은 단테도 피하고 싶었다. 아기가 미미하게나마 움직일 때마다 기적이 따로 없었다. 살아날지 이제나저제나 조마조마했는데, 아기가 한쪽 눈꺼풀이 아니라 두 눈의 눈꺼풀을 처음으로 연 순간이 있었다. 단테는 처음으로 탄성을 입 밖으로 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라비’라고 중얼거렸다. 단테는 홉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수고했습니다. 홉!” 홉은 메종에서 두 명의 아기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기와 관속의 아기를 의미했다. 첫눈을 뜨는 순간을 단테는 두 번 다 놓치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앤드류가 물었다. “라비가 아기의 이름이에요?” “왜?” “조금 전에 라비라고 불렀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고 뱉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부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라비! 그럼 그렇게 부를까.” “좋아요!” “좋은데요!” 이구동성 찬성했다. 그때 로깡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홉만 수고한 것이 아니라 우리도 수고했어요. 아기를 안고 막 달리는데, 들키면 끝장이잖아요. 목숨 걸고 줄행랑을 쳤다니까요.” 이전에는 별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얼굴들은 지쳐 보였지만 얼굴에 생기가 있었다. “두 분도 수고했어요.” 단테의 말에 덩치 큰 앤드류는 겸연쩍어하며 눈가를 만졌고, 빼빼 마른 로깡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제대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단테는 이 묘한 인간 조합의 균형이 자칫 깨질까 봐 일부러 차갑게 대해왔다. 그런 빗장이 언제 풀어졌는지 그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말았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홉은 버텼지만, 여자가 의심할까 봐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아기를 위해 추가 필요한 것이나 양육에 필요한 노하우를 정리해오라고 했다. 아래쪽 감자밭의 흰 꽃들이 아침 빛을 받아 순식간에 많아졌다. 단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은 푸른 감자의 판로를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운 좋게 연줄로 감자를 사줄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다. 단테는 15살이 될 때까지 형이 진짜 감자가루를 팔러 다니는 줄 알았다. 형의 건강상태나 태도가 예사롭지 않아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어느 날 정색하며 물었다. 형은 단테가 세상에 나가 공부하고 훌륭한 사람이 될 정도의 돈만 벌면 그만둘 것이라고 대답했다. 형의 건강이 점점 나빠져서, 단테는 감자가루를 자신이 팔러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형은 펄쩍 뛰면서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며 꾸중했다. 형이 운 좋게 만나 많은 돈을 벌게 해주었다는 사람들의 정체를 단테가 알게 된 것은, 형이 죽고 몇 년이 지난 뒤였다. 단테는 곧 떼어내야 하는 하얀 꽃들의 운명을 생각하며, 언덕을 천천히 내려왔다. ▶다음 회에 계속 … 김다은은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5년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덕중의 정원’ ‘훈민정음의 비밀’ ‘쥐식인 블루스’ 등 20여권 소설책을 출간하고, 다수 번역돼 해외 소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작가 레지던시를 비롯, 청송 객주 문학관, 정선 여량면 아우라지 레지던시, 해남 인송문학촌 토문재 레시던시에 참가했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 부분 혹은 전체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종의 기원
    by 김다은
    2024.09.30 09:00:00
  • 인생에 가장 신중한 선택을 하나 꼽자면, 바로 ‘나한테 딱 맞는 배우자감 고르기’일 것이다. 배우자는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꼼꼼하게 고르지 않으면 큰 ‘화’를 입기 십상이다. 이는 ‘좋은 펀드’를 잘 고르는 것과도 무척 비슷하다. 흔히 “수익률도 높고 안정성도 높은 펀드 어디 없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팩트만 말씀드리자면, 그런 상품은 찾기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투자도 인생과 같이 ‘High risk, High return’이기 때문이다. 어떤 펀드가 좋은 펀드일까라는 질문에 내가 줄 답은 ‘투자 성향에 따라 다릅니다’이다. 굳이 높은 수익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예금보다 조금 더 많은 이자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인생은 한 방이니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예금보다 더 높은 수준’을 갖는 채권형 펀드나 혼합형 펀드가 아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허나,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딱 맞는 상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펀드를 선택해야 할까? 결혼할 사람 고르듯이 아주 신중하게, 그리고 욕심도 있는 유망한 펀드를 골라야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 펀드의 ‘펀’자도 모른다면, 수익률 모범생 펀드를 골라보자 공부 잘하는 학생은 과거에도 공부를 잘했고, 새로운 학교에 가도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높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매번 전국 1등 펀드가 될 수 없지만, 매번 수익률 상위권에 드는 펀드는 있기 마련이다. 특히 3년 이상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면 참고할만한 좋은 펀드 지표다. 예상하지 못한 국제 경제 상황 등으로 인해 특정 펀드가 독보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는 있지만, 그 수익률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는 펀드를 골라보자. △ 펀드의 운용성과인 벤치마크(BM)을 확인해보자 펀드를 고를 때 중요한 것은 펀드의 운용성과와 위험 지표를 비교하는 것이다. 운용성과는 펀드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다. 단기에 수익률이 급격히 좋아졌다고 무조건적으로 좋은 펀드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이 중요하다. 시중 수익률은 펀드의 벤치마크(BM)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펀드가 추종하는 시장의 수익률을 의미한다. 펀드의 수익률이 BM보다 높다면 펀드의 성과가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다. △ 운용사를 대표하는 대표 펀드를 찾아라 자산운용사마다 운용사를 대표하는 대표적 펀드가 몇 가지씩 있다. 운용사를 대표할 만한 펀드가 되었다는 말은 곧, 그동안의 운용실적과 수익률이 좋았다는 의미와 상통하기 때문이다. 대표 펀드들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회사가 평가를 받기도 하기 때문에, 이 대표 펀드들을 허투루 관리 할 수 없다. 각 증권사의 이름을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펀드가 좋은 펀드일 가능성이 높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 감 고르듯이 신중하게! 좋은 펀드 고르는 방법
    by 이예원
    2024.09.29 08:00:00
  • # 새내기 직장인 A씨. 첫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2억원의 작은 전셋집 하나를 마련했다. 거주 후 2년이 지나고, 이사일 아침에 전세금을 돌려받고 이사만 나가면 되는 상황이다. 이사일 아침, A씨는 먼저 이사짐을 빼고 기다리는데 임대인은 “은행에 왔는데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곧 돈을 보내주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전세금 반환을 지체했다. 그런데 새 임차인도 이사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 A씨는 임대인의 말을 믿고 새 임차인의 이사를 허락하고 집을 나왔다. 그 직후부터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A씨는 필자의 지인이다. A씨는 이사를 나오자마자 임대인과 연락이 끊기자, 필자에게 전입은 옮기지 않고 그대로 뒀으니 전세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지 않냐며 질문해 왔다. 필자는 어떤 답을 주었을까. 필자는 A씨에게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A씨는 어설픈 지식과 잘못된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전세금 2억원을 전부 잃었다. 많은 사람들이 임차인으로서 항상 챙겨야 하는 것이 ‘전입’과 ‘확정일자’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맞는 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의 전세금을 보호해주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는 조건 중 하나가 전입과 확정일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차인으로서 내 전세금을 완벽히 안전하게 지키고 싶다면 여기까지만 알고 있으면 부족하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조건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A씨가 간과한 조건은 바로 ‘점유’이다. 점유란 말 그대로 임차인이 그 주택에 살고 있어야 함을 뜻한다. 임차인이 짐을 뺀 경우라도 임차인이 집열쇠나 비밀번호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면 임차인이 점유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 사례에서 A씨는 전입과 확정일자는 갖추었다. 하지만 A씨는 주택을 점유하고 있지 않다. 정확히는 점유를 하고 있다가 이사일 아침에 점유를 상실했다. 새 임차인에게 점유를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A씨는 이사일 아침에 비로소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어긴 것이 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A씨가 이사일 아침에 새 임차인에게 이사를 허락한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였다. 이사일 아침에 새 임차인이 이사를 독촉했기 때문에 순간 심적으로 마음이 약해진 것은 이해하나, 그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불과 1~2시간 사이에 전세금 2억원 전액을 잃은 것이다. 이런 경우는 A씨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해도 배상을 받지 못한다. 전세금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를 나간 A씨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A씨는 임대인을 상대로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야 있겠지만, 이런 악의적인 행동을 한 임대인은 다른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려워서 A씨 입장에서 전세금을 돌려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돈은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전세금은 수억원의 목돈이므로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임차인이라면 이사일에 새 임차인이 이사를 들어오는 상황이라도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절대 이사를 허락하지 말아야 함을 명심하자.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 소중한 전세금, ‘이사일’까지 안전하게 지키세요"
    by 이시훈
    2024.09.29 06:00:00
  • 지난 7월 25일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발효되면서 공급망 실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사란 기업이 인권 및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식별하고 이를 예방 및 완화하는 절차이다. CSDDD는 기업이 자체 사업장과 자회사뿐만 아니라 공급망에 대해서도 실사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CSDDD가 직접 적용되는 대기업 이외에 해당 대기업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협력사도 공급망 실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적어도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활동을 공시해 왔다. 구매계약상 거래금액과 거래기간 등을 고려해 관리 대상 협력사를 선정하고, 해당 협력사에 자가진단 문항(SAQ)을 송부해 협력사의 ESG 경영 수준을 평가하며, 자가진단 결과 고위험 협력사로 분류된 곳에 찾아가 현장 조사를 한다. 현장 조사를 통해 구체적 위험이 식별되면 해당 협력사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관련 교육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활동은 CSDDD가 요구하는 ‘공급망 실사’와 과연 무엇이 다른 것일까? CSDDD가 실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SDDD는 ‘위험-기반 실사’(risk-based due diligence) 원칙을 제시한다. 위험-기반 실사란 위험의 심각성과 발생 가능성에 비례하여 실사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기업은 위험이 큰 사업장이나 협력사를 선정해 보다 심화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실사 결과 드러난 이슈를 기업이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면 위험이 큰 이슈에 우선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업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사업장과 협력사에서 발생가능한 모든 위험을 동등하게 관리하기 어렵다. 이를 고려해 CSDDD는 기업이 실사 절차에 우선순위 결정을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그러한 우선순위 결정은 위험에 비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중요한 점은 이때의 위험이란 기업에 미치는 재무 또는 평판 리스크가 아니라, 사람이나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영세 하청업체 직원에게 갑질을 한 이슈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이슈는 기업의 관점에서 평판이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하청업체 직원의 관점에서 생계의 위협이나 정신적 고통이 될 수 있다. CSDDD는 전자의 ‘기업에 미치는 위험’(risk to business)이 아니라 후자의 ‘사람에 미치는 위험’(risk to people)의 심각성과 발생 가능성에 비례해 실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우리 기업의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실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관리대상 협력사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계약 상대방과의 거래금액과 거래기간을 제시한다. 이러한 기준은 ‘기업에 미치는 위험’을 고려한 기준일까, 아니면 ‘사람에 미치는 위험’을 고려한 기준일까. 구매금액이 큰 협력사에서 문제가 발생해 거래가 중단된다면 기업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 다만 인권의 사각지대는 규모가 작거나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협력사에 존재할 개연성이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실무는 CSDDD가 요구하는 위험-기반 실사 원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CSDDD가 위험-기반 실사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이 한정된 자원을 인권·환경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해관계자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이다. 물론 기업이 모든 공급망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인권·환경 침해에 대해 책임을 질 수는 없다. 다만 우리 기업들도 CSDDD의 취지에 따라 기존의 위험관리시스템에 위험-기반 실사의 원칙을 반영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공급망 실사 관행이 형식적 수준을 넘어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공급망 실사를 바라보는 관점
    by 민창욱
    2024.09.28 09:00:00
  • 8월 초 블랙먼데이 이후 변동성이 높아져 있다. 언론에서는 인공지능(AI) 거품론, 경기침체설 등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진다. 최근 변동성을 확대한 요인으로는 엔캐리 자금 청산, 미국 대선 일정, 실업률과 물가 지표 부진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처럼 주식 시장이 하락할 때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는 주가의 바닥에서 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의 바닥은 언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가의 바닥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맞출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예상을 해본다면, 주식 시장이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부분의 리포트나 방송에서 부정적인 전망들 중심으로 나오는 지금이 바닥 부근이라고 판단한다. 주식을 투자하기에는 모두가 좋다고 말을 하는 경우보다 반대의 경우인 지금이 투자하기에는 더 좋은 시장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확대되어 있는 구간에서는 주식 시장의 바닥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투자의 정석인 분할 매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해 보이고 지금이 바로 분할매수를 할 때다. 올해 상반기의 증시 키워드는 ‘AI’ 와 ‘금리인하’였다. 2022년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은 AI혁신에 의한 경기호황으로 모습을 바꾸었고, 금리인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나스닥 중심의 미국 주식 시장은 위 2가지 이유를 근거로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상승의 이유가 됐던 것들이 지금은 하락의 이유가 되고 있다. 물가 안정에 의한 금리 인하보다 경기 하강에 의한 금리 인하로 모습이 바뀌면서 호재가 악재로 바뀌었고,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혁신은 가파른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서 성장률 둔화에 대한 의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결과는 그대로인데, 전제가 바뀌면서 전망도 바뀌었다. 전제와 전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만약 다음 분기에 다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좋게 나오면 금세 장밋빛 전망으로 바뀔 것이다. 금리 인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과 AI의 성장이라는 결과가 변하지 않으면 지금은 주식을 사야 될 때다.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금은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변동성이 높아져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분할 매수로 접근해야 된다. 분할 매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상승보다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단기 하락이나 상승에서 사고 파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변동성 장세에서 버티기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일정이 정해져 있는 3분기 실적발표 시즌과 미국 대선 시즌 동안 분할 매수로 대응한다면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연말에는 다시 한번 랠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주식과 다르게 채권에 대해서는 좋은 전망 위주로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금리 인하 시즌에 투자하는 채권은 초과 수익이 난다고 말을 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달까지는 지속적으로 장기 채권 비중 확대 의견을 냈지만, 이제는 오히려 조심해야 된다. 중장기 채권을 투자할 때는 만기 보유 전략 보다 트레이딩 관점으로 투자를 한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어 장기채권들은 가격이 많이 올라와 있다. 긴 호흡으로 본다면, 채권 투자를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채권 투자를 시작하는 시기는 아니다. 그리고 이미 비중이 높다면 1~2회 금리 인하 시점에서 분할 매도로 비중을 조금 줄이면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상승만 하는 채권도, 하락만 하는 주식도 없다. 가파른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해 선반영해서 상승하는 채권은 분할 매도로 접근하고, 경기침체에 대한 과도한 우려감으로 인해 하락하는 주식 시장은 분할 매수로 접근하여 자산 관리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좋은 투자로 보인다.
    금리인하기 달라진 주식·채권 투자전략
    by 서진환
    2024.09.28 08:36:06
  • 골드만삭스, JP모건 등과 함께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건스탠리가 최근 우리나라 임대주택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다수의 외국계 사모펀드들도 국내 주거용 부동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례로 영국계 펀드인 ICG는 국내 코리빙 시장의 메인 공급자 중 하나인 홈즈스튜디오와 3000억 원대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싱가포르투자청도 SK디앤디와 함께 서울 내 4개의 코리빙 시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이런 투자자들의 주요 부동산 투자 대상이 대형 오피스 건물에 한정됐던 만큼, 임대주택에 대한 투자 증가는 국내 주거용 부동산 구조에 큰 변화가 시작되는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임대주택 시장도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펀드와 같은 대형 투자 자본은 대상 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 수익을 기초로 하고, 투자 기간동안 발생한 자본 차익을 추가 수익으로 획득한다. 그렇다 보니 이를 선정할 때 안정적인 임대료 상승이 가능하고, 상승한 임대료에 따라 자본차익도 발생시킬 수 있는 자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주택 임대료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최근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이나 국내 오피스와 달리 우리나라 임대주택에 대한 투자는 왜 이렇게 늦게 이뤄졌을까? 집값이나 물가 등 국가·도시 통계 비교 사이트 Numbeo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30개 도시 중 서울의 평균 임대료는 20위로 조사됐다. 홍콩이 1만 5000달러로 가장 비쌌고, 스위스(1만 4000달러), 런던(1만 3000달러)이 뒤를 이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1500달러로 약 200만 원 수준이다. 즉, 서울의 주택 임대료는 도시 규모나 이미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2020년 기준 3.3㎡당 약 6550만 원)을 기록하다 보니 임대료 경쟁력은 더 낮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월 임대료가 다른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은 전세라는 제도가 주택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 사이에 완충 작용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하여 자기자본 투입 금액을 줄일 수 있고, 임차인은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해 순수 월세 거주하는 것에 비해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전세를 선호하고 상대적으로 월세가격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격 상승, 전세대출 규제, 대출 금리 관리 등의 요인과 더불어 전세사기 등 제도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지면서 전세시장 규모가 점점 축소되고 빠른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월세 가격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외국계 투자자금들도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본이나 대규모 리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개인 투자자들도 과거 고시원의 형태를 발전시킨 코리빙 주거 시장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서 미래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시장의 변화에 스며들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은 왜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투자할까?
    by 윤수민
    2024.09.28 07:00:00
  • 8. 태초에 수년 전, 한 대형서점에서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강연하면서 나는 유명해졌다. 기존의 독서법은 엉터리였다는 말이 방송을 탔기 때문이다. ‘내’ 기존 독서법을 말한 것이었다. ‘내’를 뺀 문장이 전파를 타자, 한국인의 기존 독서법은 엉터리라고 사람들은 알아들었다. 나의 독서법을 취재하고 싶다고 연일 요청이 쇄도했다. ‘엉터리’라는 표현은 영어의 ‘broken’과 같아서 어긋한 독서라고 대강 알려주었다. 이때부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나에게 좋은 제안과 승승장구할 기회가 줄지어 들어왔다. 나에게 ‘독서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선사하기도 했다.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었다. ‘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없어서 그간 내버려 두었다. 그 우연찮은 사건이 세계적인 작가와 대담을 나누는 영광스러운 자리까지 나를 인도했다고 여겼는데, 동시에 내 인생의 가장 곤욕스러운 자리로 나를 초대했음이 비로소 깨달아졌다. 이 쪽팔리는 대담이 어디까지 나를 끌고 갈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진퇴양난이었다. ‘이런 상황을 가장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나는 표지 문구의 출처와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고백하기로 작정했다. 솔직함은 때로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 내 유명세에 타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죽을 쑤고 대담을 끝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한 인간의 솔직함과 허약함은 도리어 반전 매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그런 영리한 계산 끝에 막 고백하려는 순간이었다. 화면 속에서 작가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태초에, In the beginning….” 작가의 입에서 갑자기 영어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뭐지? 왜 갑자기…영어를! 세 단어의 위력이 상당히 컸던 모양, 막 용기를 내려던 솔직함이 내 안으로 쑥 들어갔다.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다. 프랑스인은 유난스럽게 자국의 언어를 사랑한다. 상품을 팔기 위해 외국 바이어를 상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특히 사교 생활에서는 프랑스어가 자랑이자 특권이었다. 프랑스인 작가가 전 세계로 방영될 대담에서 ‘교양 없이’ 영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반복했다. “태초에 In the beginning, 생명의 체계가 이미 설계되어 풀 한 포기도 이 종에서 저 종으로 바뀔 수 없습니다.” 그는 ‘태초에’라는 세 단어만 영어로 반복하고 뒷부분은 프랑스어로 이어갔다.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했다. 독서의 신은 그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태초에’로 시작하는 책은 이 세상에 오로지 한 권뿐이다. 프랑스어로 들을 때는 ‘시작에’로 해석해서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영어로 들으니 ‘태초에’로 들렸다. 표지 문구의 어투만 보아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책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는 그 책이었다. 작가는 영어로 그 책을 암암리에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나는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은커녕, 더 굴욕감을 느꼈다. 지혜로운지 교활한지 가늠할 수 없는 작가의 눈을 도전적으로 쳐다보았다. 너희는 값으로 사신 것이니 사람들의 종이 되지 말라 출처를 알아도 표지 문구의 모순적인 표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 문구를 다시 떠올리자마자, 눈에 보이지 않는 칼처럼 뭔가가 나를 겨냥해서 섬짓했다. 『인공낙원의 문』에서 단테는 무리의 우두머리였고 홉은 단테의 명령을 따르는 신출내기였다. 하지만 관 속의 아기를 구하는 순간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변했다. 홉이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부터, 단테가 아니라 홉이 명령하는 우두머리로 바뀌었다. 나와 작가의 관계가 마치 단테와 홉과 같았다. 대담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그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사회자이자 이 행사를 진행하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 질문에 그럴듯한 대답을 해가며 자신의 책을 한국 독자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는 종속된 관계였다. 그런데 표지 문구의 비밀 때문에, 그는 홉처럼 상황을 끌고 가는 우두머리로 우뚝 섰다. 나는 죽음의 관을 마지막에 덮던 단테로 전락한 셈이다. 나는 이 변화의 원인에 주목했다. 나는 여태 책을 정복하는 심정으로 다독(多讀)을 해왔다. 타고난 능력이기도 했고, 가정교육에 따라 의무적으로 읽어내야 하는 책들과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떠돌며 섭렵한 다양한 책 종류 때문이기도 했다. 마치 운동선수처럼 독서로 나를 단련했다. 읽을수록 지식도 늘고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되니 꿩 먹고 알 먹기였다. 그런데 표지 문구의 비밀에 의문을 품자, 어디서 불어 왔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독서의 신을 사정없이 무너뜨리고 있었다. 『인공낙원의 문』의 관에 일그러진 여자의 시체가 들어 있었다면, 내 몸의 관에는 읽었던 책들의 파편들이 들어 있었다. 나는 여태 마약처럼 복용한 책의 중독자였던 셈이다. 책들의 종이었다. 그 결과로 그 책들을 쓴 사람들의 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 화면 속 작가의 종이 되어 이처럼 끌려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대처 방안이 없었다. 단테가 그러했듯이, 생명의 비밀을 품은 작가 앞에서 나는 마비된 듯 침묵을 지켰다. 다행스럽게도, 말하기 좋아하는 프랑스인답게 작가는 계속 떠들어 대고 있다.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바뀔 수 없는 이유는 생명의 비밀이….” 순간, 나는 드디어 반격할 하나의 단서를 찾아내었다. 굳은 표정이 저절로 풀면서도 입도 풀렸다. “관에서 구한 아기에게 악당들이 지어준 이름 말인데요. 그 이름이 표지 문구의 비밀을 풀 열쇠이지요?” ▶다음 회에 계속 … 김다은은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5년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덕중의 정원’ ‘훈민정음의 비밀’ ‘쥐식인 블루스’ 등 20여권 소설책을 출간하고, 다수 번역돼 해외 소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작가 레지던시를 비롯, 청송 객주 문학관, 정선 여량면 아우라지 레지던시, 해남 인송문학촌 토문재 레시던시에 참가했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 부분 혹은 전체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종의 기원
    by 김다은
    2024.09.23 09:00:00
  •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관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여 허용될 수 없는 수준일 경우 허용 가능한 범위 내로 위험성을 낮추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러한 위험성평가를 총괄·관리하여 시행할 책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선고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판결에서는 위험성평가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본 사례들이 발견된다. 사업장 나름대로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여 운영되고 있는 중에 중대재해가 발생하였고, 그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위험성평가 결과에 없다고 하여 곧바로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가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다면,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 의무와 중대재해처벌법령상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절차 의무의 주체가 다른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대표이사가 상주하는 본사 등과 분리된 사업장, 예컨대 공장이나 공사현장의 경우 해당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공장장, 현장소장 등이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가 된다. 이러한 경우 해당 사업장의 위험성평가는 이들 공장장, 현장소장 등의 총괄 하에 실시되는데, 실시된 위험성평가 내용 중에 중대재해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일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그 책임을 곧바로 경영책임자(대표이사)에게 묻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각 의무의 내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에 따른 조치 의무는 위험성평가의 결과에 따라 현장에서 실시하는 직접적·구체적인 조치다. 반면에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는 관리·운영상의 조치다. 예컨대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상의 유해·위험요인 파악 방법이나 위험성평가 기법이 사업(장)의 특성에 맞지 않은 경우 또는 필요한 사내 규정 및 절차가 미비한 경우 등에 이를 개선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위험성평가의 실시 결과에 특정 유해·위험요인이 빠졌다고 하여 위험성평가 절차 자체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위험성평가의 세부적인 내용을 따져 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경영책임자의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의무는 어디까지일까
    by 김동현
    2024.09.21 09:00:00
  •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한 가지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바로, 오는 10월 국내에 글로벌 제약회사의 비만치료제가 정식으로 수입된다는 소식이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작심삼일로만 끝나던 다이어트의 기회라고 생각했으나, 국내외 비만치료제 시장 확장에 따른 좋은 투자의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A씨는 바이오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금리 인하와 미국 대선 등과 같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요소들이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됐다. 이에 A씨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우선 바이오 산업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 기업들은 임상 시험 단계에서의 실패, 정부 규제 문제 등으로 인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연구개발(R&D) 과정과 파이프라인에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여기서 파이프라인은 해당 기업이 향후 몇 년 동안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신제품을 단계별로 나열한 것을 뜻한다. 이는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특허 만료나 매출 감소로 인해 위기에 처할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따라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때는 그 기업의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탄탄한지, 그리고 연구개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는 금리 인하가 바이오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시행되며,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업들이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본 집약적인 바이오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저금리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면서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블록버스터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나 해당 산업은 높은 연구개발 비용이 요구되므로, 금리 인하는 이들 기업에 더욱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 따라서 금리 인하는 바이오 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금리 인하는 바이오주에서 성장 가능성을 찾는 계기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빅테크주에서 바이오주로 투자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역사적으로도 금리 인하 후 주식시장의 주요 흐름이 바이오주로 피벗한 사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당시 금리 인하와 함께 바이오주는 혁신적인 기술과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저금리 환경은 연구개발을 활성시킴과 동시에 투자자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산에 대한 선호를 일으켰다. 그 결과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흐름을 촉진하여 주가 상승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물론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금리 인하시기에 상승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이는 금리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해당 시기의 경제 전반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하는데,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고려 요소는 미국 대선이다. 정치적 변화는 보건 정책과 규제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제약 및 바이오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건강보험 정책의 변화나 신약 가격 통제와 같은 이슈가 대선 이후 어떻게 다루어질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의 약가 통제 발언으로 제약 및 바이오주는 큰 압박을 받았고,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정책 방향이 명확해지면서 주가는 회복세를 보였다. 이처럼 대선 전후의 정책적 불확실성은 바이오주에 단기적인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 역시 꾸준히 흐름을 확인하며 결과를 주목해야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 바이오주 투자를 고민하는 A씨와 같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 바이오주는 기술 개발과 임상 시험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임상 결과나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투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장인 A씨가 기대하고 있는 GLP-1계열의 비만치료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추가적인 비만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서 2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분산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해야한다. 바이오주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분산과 ‘시간’ 분산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우선 포트폴리오 내에서 바이오주의 비중을 시기에 맞춰 조절하고, 안정성이 높은 다른 산업군이나 자산을 함께 구성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 만약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면 펀드나 ETF와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월 적립식 투자를 활용해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함으로써 여러 시점에 걸쳐 투자하고, 매입 시점을 분산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를 통해 한 번에 큰 손실을 입을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기업 분석은 필수이다. 투자하려는 기업의 파이프라인, 재무 구조, 연구개발 역량 등을 면밀히 분석해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바이오기업의 경우, 신약 개발과 같은 핵심 기술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이 활발하고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기업일수록 블록버스터 출시 가능성이 높아져 미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비만치료제처럼 수요가 높은 제품을 개발 중인 회사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와 정책 변화, 정치적 이벤트와 같은 거시 경제적 변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금리 인하와 대선 이후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 변화가 해당 주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높은 변동성과 수익률이 기대되는 시장일수록 철저한 리서치와 정보 분석이 필수적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리스크와 기회가 공존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A씨처럼 비만치료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바이오주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되 철저한 분석과 신중한 접근은 필수적이다. 현재는 변동성을 기회 삼아 전략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가는 것이, 성공적 투자의 시작이 될 것이다.
    변동성이 넘쳐나는 현재 시점에서 바이오주 괜찮을까?
    by 박여진
    2024.09.21 08:00:00
  •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문화진흥회 차기 이사진 임명을 한 것에 대해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집행정지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제도 운영에 대한 개인적인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행정처분에 대해 불만이 있을 때 행정구제 절차를 이용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행정소송·심판이다. 그런데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행정처분의 효력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처분이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되거나 해당 절차를 멈추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법적 효력이 유지된다. 반면 독일에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행정처분이 정지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인가? 소용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집행정지 신청이다. 이는 ‘소송 등의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얼마간은 행정처분도 정지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러면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는 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행정소송의 경우)나 중대한 손해(행정심판의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그리고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고려해 집행정지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명문화된 기준은 아니지만 본안에서 승소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된다. 행정소송의 경우 제소부터 제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적으로 6개월이 넘게 걸린다. 이 기간 동안 행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된다면 대부분 소송 제기의 실익이 없어질 수 있으므로 집행정지 제도는 권리구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행정처분의 집행을 다소 연기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즉시 집행될 경우 당사자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집행정지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행정처분이 집행되는 시점 자체가 중요한 경우에는 집행정지가 인용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법원 실무를 보면 대체로 행정처분의 효력이 임박한 경우, 집행정지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다. 그러고 심문 등 절차를 거쳐 다시 종국적인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다. 예전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끝나는 시점(종기)를 ‘제1심 판결 선고시까지’로 정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판결 선고 직후 행정처분이 되살아나면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제1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까지’과 같이 일정 기간을 정하는 추세다. 이와 같이 판결 선고일을 기준으로 집행정지의 종기를 정하는 실무는 여러 가지로 편리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소송을 최대한 끌어서 영업을 계속하려는 경제적 동기가 클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송이 지연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집행정지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집행정지를 인용해주되,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본안심리와 집행정지를 연동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집행정지의 종기를 제소일부터 6개월 이내로 정하고, 본안 소송의 진행에 따라 갱신하는 방식이다. 본안에서 충실하게 변론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집행정지 기간을 갱신하는 결정을 하되, 원고가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존의 결정이 갱신없이 종료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행정지의 신청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허용하되 그 기간을 제한하고 사법적 심사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집행정지의 계속 진행을 검토하는 방안으로 운용한다면 집행정지 제도의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집행정지 제도의 운용에 관한 제언
    by 안성훈
    2024.09.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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