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67
  • 전기는 잠깐 꺼져도 도시가 멈춘다. 우리 일상의 판박이인 디지털은 더하다. 결제·물류·의료·행정·교육·통신이 한순간 멎으면 피해는 가장 약한 고리부터 번진다. 정부나 기업은 해킹을 막는 보안에 익숙하지만, 멈추지 않게 하는 능력인 회복력(Resilience)을 법의 언어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이에 제안한다. 이름 그대로 (가칭) ‘디지털서비스 안전 및 회복력 확보를 위한 법률’의 제정이다. 약칭으로 ‘디지털 회복력법’이라 부르자. 몇 년 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민간의 부실한 대응을 보았다면 공공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사태’에서 보듯 오늘의 위험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다. 데이터센터 한 곳의 화재·전력·냉각 이슈가 국가적 장애로 번지고, 클라우드·망·전력·해저케이블의 상호의존이 도미노 효과를 낸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는 편의를 가져왔지만, 사이버와 현실의 복합적인 위험을 일상화하고 있다. 정부의 내부통제만으로는 공공서비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가 차원의 최소 의무와 공적 감독, 투명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공공부문의 전문성 확보와 공공 클라우드를 확대할 필요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디지털 회복력법’의 목표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예방을 통한 단일 장애지점을 줄이고 이원화·대체 경로를 갖춘다. 둘째, 대응을 통한 중대한 장애를 빠르고 투명하게 알리고 함께 대응한다. 셋째, 복구를 통한 정해진 시간과 시점 안에 정상화한다. 사고나 장애의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한 영역일 수 있다. 대신, 사전 안전조치와 사후 복구를 얼마나 빨리 하느냐는 디지털 탄력성 확보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회복력법’은 규제가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의 빠른 복구를 위한 법이어야 한다. 과잉규제를 피하려면 핀셋이 필요하다. 사회·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를 ‘중요 디지털서비스’로 지정하고, 등급으로 나눠 의무 강도를 달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금융결제, 응급·의료, 통신·전력, 대국민 행정, 대규모 커머스·물류, 대형 클라우드·협업·교육 플랫폼이 여기에 해당한다. 핵심 서비스에는 다중 지역·가용영역, 전력·망 이원화 같은 설계 원칙을 요구한다. 공공과 민간을 동일한 영역에 놓되 비례성과 기술중립성을 원칙으로 삼는다. ‘디지털 회복력법’의 핵심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연속성 지표의 의무화다. 가용성과 복구시간 목표(RTO), 복구시점 목표(RPO)를 등급별로 설정·공시한다. 말뿐인 ‘무중단’이 아니라 수치로 약속하도록 한다. 둘째, 모의훈련과 스트레스 테스트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처럼 실제 복원력을 검증하는 시험을 성과로 인정한다. 셋째, 공급망·서드파티 리스크 관리이다. 공공기관은 보안을 이유로 경쟁력있는 클라우드 도입을 지양하고 있다. 전문클라우드 기업이 오히려 탄력성이 있으나, 차선으로 민관협력 PPP형 클라우드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데이터 이동성과 락인 완화이다. 핵심 데이터·로그는 표준 포맷으로 백업하고, 필요시 핫·웜 스탠바이로 전환 가능해야 한다. 복구 과정에서도 암호화·접근통제·키관리를 유지해 정보보호와 회복력을 이중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 클라우드사업자와 기업이나 기관의 공동책임 모델을 법률·표준계약으로 명문화한다. 사고조사를 위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원인과 교훈을 공개하고, 결과는 공통 학습으로 환류한다. 실패에서 배우는 시스템이 곧 회복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사위원회는 회복을 방해해서는 않된다. 전반적인 상황을 다룰 거버넌스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서비스의 안전 및 회복을 위한 거버넌스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민간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국무총리 산하 디지털안전위원회를 상설화해 컨트롤타워로 삼고, 해저케이블·국가 백본·전력 연계 같은 ‘보이지 않는 병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국가전략적 투자를 해야 한다. 한 번의 사태가 남긴 사회적 비용과 신뢰 훼손을 생각하면, 지금의 투자가 더 저렴하다. ‘비용’이 아니라 ‘보험료’로 생각할 일이다. 입법은 사업자나 기관을 옥죄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 신경망을 끊기지 않게 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끊김 없이 돌아가고, 사고가 나도 빨리 일어서는 나라, 그 상식을 법으로 만들 때이다. 디지털 대전환기, 안전과 회복력은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디지털 기본권을 위한 인프라이다. 그것이 AI 기본사회를 위한 초석이라고 본다.
    디지털 안전과 탄력성
    by 김윤명
    2025.11.20 15:33:34
  •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6가지 쌍디귿 자(똑, 때, 뜸, 뚝, 뚱, 똘) 법칙이 있다. ‘똑’은 똑똑함, 즉 전문성이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다. 스타트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적은 인력으로 틈새 시장 또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여 그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식당에 가고자 할 때, 한 곳은 ‘한국 식당’이고 다른 곳은 ‘한국 설렁탕’이라고 한다면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아무래도 이것 저것 다하는 식당보다는 한 가지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맛도 더 있을 것이다. ‘때’는 시간, 즉 적기에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Time to Market)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에서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의미가 없다. 수많은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가지고도 이 ‘때’를 못 맞추어 실패를 하곤 한다. ‘때’는 기술, 자본, 인력, 생산, 판매 등 그 어떤 기업의 요소보다도 기업이 판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뜸’은 기다림, 즉 성실함이다. 회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시장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제공하더라도 성공 할 확률은 희박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회사는 이제 막 새로운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뚝’은 뚝심, 즉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는 정신이다. 전문적인 기술로 적기에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기다렸다고 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은 아직도 높다. 반대로 처음부터 너무 잘 팔려도 실패 할 확률은 높다. 이유는 바로 변동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데 갑작스런 폭풍우에 배가 떠밀려 내려올 수도 있고, 또는 이제까지 잔잔한 바다에 익숙해져서 아무 준비 없이 항해를 하다 큰 폭풍우를 만난다면, 배는 부서지거나 좌초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때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끈기를 가지고 배를 다시 수리해서 목표를 향해 항해를 계속 해야 한다. 그런 뚝심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이라는 항구에 도달할 수 있다. ‘뚱’은 뚱딴지 같은 생각, 즉 창의성이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창의성이다. 뚱딴지 같은 생각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미국의 수많은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이 뚱딴지 같은 생각으로 인해 큰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인류의 문화와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스타트업이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뚱’이다. 스타트업은 뚱딴지 같은 생각을 많이 낼 수 있는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갖추어야 하며, 뚱딴지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걸 빠르게 사업에 연결 시킬 줄 알아야 한다. ‘뚱’을 중요하게 여기고 살리는 기업만이 미래에도 살아 남을 수 있다. ‘똘’은 똘똘 뭉치는 것, 즉 ‘공동체 의식’이다. 스타트업의 가장 약점중의 하나는 약한 조직문화이다. 스타트업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와 빠른 의사결정 및 행동에 맞는 조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즉 구성원들이 획일적인 조직문화를 갖기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져야 한다. 이런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공동체 의식은 구성원 모두가 기업 정신을 공유하고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서 한마음이 될 수 있도록 기업의 비전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자는 이 6가지 쌍디귿 자(똑, 때, 뜸, 뚝, 뚱, 똘)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국제화된 경쟁 속에서 ‘똑’의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때’에 맞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뜸’의 성실함과 ‘뚝’의 열정으로 노력해야 하며, 더불어 ‘뚱’의 창의성을 갖는 기업 구성원들이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똘’똘 뭉치는 기업, 그런 사회와 인류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진정한 목적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인류와 사회에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 중요한 목적이 있다. 그렇다고 그 가치가 아주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다. 단순한 제품, 간단한 서비스도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필요성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사회와 인류에 가치있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쌍디귿 법칙
    by 안병익
    2025.11.13 15:56:51
  •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는 하늘을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다속을 달린다. 전 세계 인터넷과 모바일 트래픽의 95% 이상이 해저케이블로 전송된다. 국제 데이터의 대부분은 위성이 아니라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이동한다는 의미이다. 금융거래부터 원격의료, 디지털정부 서비스, 심지어 국가안보와 우주·항법 데이터까지 국가의 신경망인 유리섬유에 실려 심해를 가로지른다. 그럼에도 해저케이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책적 관심을 두지 못했다. 문제는 관심의 부족이 곧 취약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해저 지진과 해류, 어선 닻 걸림 같은 우발 요인에 더해, 특정 구간을 노린 고의 훼손이나 사이버공격 가능성까지 겹치면, 케이블 하나의 단절이 산업과 행정 등 국가 전반의 장애로 번질 수 있다. 해저케이블을 민간 통신설비로만 볼 것인가, 국가 기반으로 볼 것인가는 정책의 출발점을 가른다. 지금까지는 사업자 자율과 비용 효율이 우선이었지만, AI 전환과 클라우드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기준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회복탄력성이다. 안전한 시스템은 고장이 ‘없다’가 아니라, 고장이 ‘나도 버틴다’. 이를 위해 첫째, 경로와 착륙지의 지리적 분산, 육상 구간 이원화 같은 다중화 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산업 특성에 맞춘 복구 시간 목표를 정해 장비·선박·인력의 상시 대기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허가·조달·요금 인가 등 핵심 규제수단에 안전·복구 요건을 연동해, 안전이 비용 항목이 아니라 사업의 기본 조건이 되도록 해야 한다. 보안은 사이버와 물리를 함께 봐야 한다. 착륙국과 중계국에는 이중 전력과 냉각, 출입통제를 기본으로 하고, 24시간 보안관제와 이상징후 탐지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해상 구간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과 해양 레이더, 드론·초계 체계를 연계해 위험구역을 동적으로 관리하고, 접근 패턴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전 구간 트래픽은 강한 암호화를 기본값으로 삼되, 메타데이터 수준의 이상 탐지로 변조·유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체계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신·금융·클라우드·플랫폼이 함께하는 합동 레드팀·블루팀 훈련을 정례화하면 사이버-물리 융합 공격에도 대응력이 축적될 것이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은 국가가 뒷받침해야 한다. 다경로 확보나 심해 구간, 장거리 우회 루트처럼 수익성이 낮지만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투자에는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이 유효하다. 대규모 장애에 대비한 재보험·공동보험 풀을 만들어 리스크를 분산하고, 정부·군·정보기관이 보유한 해양 위험지도를 민간과 상시 공유하면 설계·운영의 합리성이 높아진다. 더 나아가 인접국과 공동 매설과 상호 백업 협정을 추진해 지정학 리스크를 분산하는 외교적 해법도 병행할 때 효과가 커진다. 바다는 연결되어 있고, 연결이 곧 안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해저케이블/클라우드/국가 AI 인프라는 하나의 삼각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공공 GPU와 국가 LLM, 데이터 안심구역, 디지털정부 서비스는 안정적인 백본 없이는 힘을 쓰지 못한다. 케이블의 용량과 지연, 가용성은 곧 클라우드와 AI의 성능지표다. 평소에는 효율을 따지되, 위기 시에는 원칙이 바뀌어야 한다. 트래픽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하고, 해외·대체 루트로 경로를 우회하며, 공공·금융 같은 필수 서비스에 필요한 대역폭·지연·손실 한도에 대한 서비스 품질(QoS)을 강제하는 국가 AI 비상모드가 필요하다. 이런 장치가 있어야 데이터 흐름이 끊기지 않고, 데이터 주권이 구호를 넘어 실제로 작동할 것이다. 해저케이블은 바다 밑에 숨은 신경망이다. 오늘날 하이퍼스케일러(빅테크)가 해저케이블 신설 투자와 공동 소유를 주도하고, 국제 데이터 사용 대역폭의 큰 몫을 차지하는 흐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해저케이블의 60% 이상을 하이퍼스케일러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현실은 해저 인프라를 국가 주권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다루어야 함을 시사한다. 민간의 효율에 국가의 책무를 더하고, 법·제도·재정이 맞물리는 구조로 전환할 때 우리는 위기에도 끊기지 않는 연결과 더 강한 데이터 주권을 갖게 된다. 국가의 소버린이 해저케이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작은 수면 아래 인프라를 국가 전략의 한가운데로 올려놓는 일이다.
    해저케이블과 데이터 안보
    by 김윤명
    2025.11.03 10:46:04
  • 세상이 바뀌고 있다. 약으로 병을 억제하던 시대가 저물고 ‘내 세포로 내 몸을 다시 만드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의료 혁명은 의학을 넘어 경제, 산업, 그리고 인간의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된다. 기존 제약·의료가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제는 ‘재생’인 것이다. 이 패러다임의 전환은 ‘늙지 않고, 고치며, 다시 사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해줄 것이다. 자기세포로 장기를 완벽 재생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세계 과학자들은 ‘Self Cell, Self Organ’, 즉 자기 세포로 자기 장기를 만드는 기술을 경쟁하듯 개발 중이다. 단순히 장기나 피부를 떼어낸 뒤 다시 붙이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자신의 세포로 피부·연골·신장·심장 조직 등을 인공지능(AI)과 3D 바이오프린팅을 결합해 재생하는 것이다. ‘자가장기 제조소’로 바뀔 병원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병원은 단순한 치료소가 아니라 ‘나만의 장기·세포를 제조하는 곳’이 된다. 의사가 환자의 피나 조직을 소량 채취해 AI, 바이오 융합, 오가노이드(약물 스크리닝·질병 모델링·동물실험 대체용 인체 장기 유사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 등을 통해 그 세포를 새로운 조직으로 복제·재생시켜 환자에게 다시 이식한다. 마치 기계가 공산품을 찍어내듯 병원이 사람의 세포를 맞춤 생산하는 맞춤장기 플랫폼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진단 치료가 아니라 AI를 통해 발생 가능한 질환을 개인별로 정확히 예측한 뒤 후생유전자 치료제나 바이오 건강식품으로 질병을 사전 예방하되 불행히도 질환이 발생할 경우에는 자가 세포장기로 재생시키는 시대가 도래했다. ‘헬스케어 산업을 리셋하는 제로 투 원(zero to one)’ 로킷헬스케어는 세계 당뇨발센터나 국립암센터 등에서 AI 장기재생 시스템으로 난치병인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증), 얼굴 피부암, 손상된 무릎 연골에서 80~90%의 재생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 치료법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가격으로 세계적으로 1만 명 가까이 치료했다. 예를 들어 근래 일본 및 남미의 노령 피부암 환자들은 AI 자기 세포 기반의 저온 재생 프로토콜을 적용받아 4~5주 만에 자기 피부처럼 95~100%의 회복률을 보였다. 피부가 다시 자라나고 색이 돌아오는 과정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자기세포를 쓰니 부작용은 물론 인종 사이의 임상 차이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최첨단 의료기술에 대해 미국, 유럽, 이스라엘, 중동, 일본, 남미의 의료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고 남미, 미국 등에서는 공공 보험 등록도 이뤄지고 있다. 이 첨단 기술은 전통의학, 바이오미케닉스, 바이오일렉트릭스, 바이오재료공학, 줄기세포기술, 오가노이드기술, 멀티노믹스, 기계공학, AI 및 크라우딩기술, 바이오시스템공학 등과 융합되는 추세다. 암을 ‘자기세포 약’으로 고친다 기존에는 항암제 같은 약물이 오히려 환자의 몸을 공격해서 암도 죽지만 환자도 같이 숨지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 몸의 세포가 약이 되어 스스로 암을 공격하게 되면 부작용은 줄어들고 효율은 높아진다. ‘외부 물질 약물이 아니라 내 몸이 약이 된다’는 개념이 AI 자가재생 패러다임의 핵심이다. 이제 의사들은 암환자의 몸속에서 나온 세포를 가공해 ‘맞춤형 항암제’를 만든다. 이것은 고가의 가격에 이미 상용화돼 있으니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이제는 한술 더 떠서 자가 종양세포를 가공해 백신화하는 개인 맞춤 항암 백신, 면역세포를 꺼낸 뒤 강화해 다시 주입하는 TIL 치료, 이물질이 아닌 자기 세포막을 입힌 나노입자가 항암제를 정확히 암세포에 전달하는 ‘셀 앤드 드럭(Cell and Drug)’ 기술까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메가트렌드가 될 ‘AI 자가 장기재생’ ‘내몸이 약.’ 이보다 강한 안전성과 효율성을 기록할 약은 없다. 이 혁명은 엄청난 의학의 진보를 가져올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구조를 바꿀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다. AI 장기재생과 역노화 기술은 인간의 건강수명을 늘려주는 것은 물론 노령화와 만성질환에 따른 의료비 폭증 완화와 신산업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AI, 세포공학, 재생의료 등이 결합한 이 새로운 흐름은 앞으로 10년 내 세계 국내총생산(GDP)를 새롭게 재편할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산업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는 ‘사람이 오래 사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 분야에서 ‘AI 자가 장기재생’이라는 혁명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질병을 사전 예방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세상’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내 세포로 장기를 고친다’ 자가재생 패러다임 시대
    by 유석환
    2025.10.27 13:03:56
  • “우리에게는 해자(Moat)가 없고, 오픈 AI에게도 없다. 불편한 진실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승리할 회사는 우리나 오픈 AI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글은 2023년 구글의 사내 메시지로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 해자 기업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데이터 해자’는 기업이 구축하는 독점적 데이터 자산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을 둘러싼 해자처럼, 경쟁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데이터 자산을 구축하여 경쟁력을 지키는 것에서 유래했다. 데이터 해자를 보유한 기업은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막강한 고유 데이터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Agent) 기술을 통한 AI의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면서 그 중심에는 기업들의 경쟁 우위 확보 및 생존을 위한 ‘데이터 해자’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해자의 핵심은 단순한 데이터 보유가 아니라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에 있다. 누구나 구축하고 복제하기 쉬운 데이터를 우리만 쓸 수 있는 독자적인 자산으로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와는 다르게 정보 수집부터 추론, 실행, 피드백까지 복잡한 과정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자율적 AI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을 결정하며, 외부 시스템과 연동해 임무를 수행한다. 이전의 작업 경험을 스스로 학습해 나간다는 점에서 종래의 SaaS(Software as a Service) 시스템과는 다르다. SW시스템 분야에서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 라고 하는 개념은 지난 10년간의 슬로건 이었다. 그동안 기업들은 데이터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기업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하는 것에 투자했으며,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를 스토리지에 저장하며 활용했다. 그러나 생성형 AI 가 등장하면서 종래의 법칙은 무너졌다. 생성형 AI 모델은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척척 제공한다. 이로 인해 이제 보편적 데이터 보유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데이터 해자는 AI 시대 기업의 필수 생존 전략으로 독점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을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의 독점성, 업무 운영과 깊숙하게 얽힌 배타성, 전문가의 노하우 데이터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 최소화 등이 필요하다. 의료나 금융 분야처럼 법이나 제도적 규제가 있거나 실제 운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독보적인 데이터, 전문가의 직관 같은 노하우를 데이터화 하는 것이다. 특히 AI 모델이 부정확한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은 데이터 해자를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가장 큰 기회의 영역이다. 단 1% 미만의 미미한 환각 비율이라도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처리하다 보면 감당할 수 없는 재앙적 오류가 발행하게 된다. AI 에이전트 기반의 기술 패러다임이 기존 SaaS를 넘어서는 데이터 중심의 플랫폼 가치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기업의 플랫폼 경쟁력 평가 기준이 기존 트래픽 지표에서 데이터의 고유성과 포괄성지표로 변하고 있다. 이제 플랫폼 경쟁력은 독점적 데이터 자산을 얼마나 많이 확보 하고 있는가가 핵심이 되었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가 있다. 팔란티어는 온톨로지 기반 정부기관 및 기업의 대규모 AI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팔란티어의 솔루션을 활용하는 기관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팔란티어가 보유하게 되는 독점적 데이터 자산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는 곧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데이터 해자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식신은 MAU(월간 방문자수) 350만 명의 국내 최대 규모의 맛집(외식)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이다. 매월 350만 명의 이용자가 앱과 웹을 통해 남긴 행동 데이터(검색, 리뷰, 클릭 등), 100만 건 이상 축적된 식당 정보와 모바일식권 e식권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GPT로 찾을 수 없는 차별화된 외식 데이터 해자를 만들어 낸다. 식신은 AI 분석을 통하여 약 1000만 건의 인기 메뉴, 각종 편의정보, 영업시간 등 업종 정보와 함께 식당별로 방문 목적, 맛평가, 분위기, 서비스 등 약 100여 개 세분화된 속성 정보를 ‘AI 할루시네이션’이 없이 정확하게 추출할 수 있다. 앞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 에이전트의 도입이 활발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AI 에이전트는 맥락을 이해하고 내외부 데이터를 수집 및 통합하며, 스스로 개선하는 능력을 갖춘 진화된 형태의 인공지능이다.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단순 트래픽이 아닌 희소성과 맥락이있고 할루시네이션이 없는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다. 독점적 데이터 자산을 갖춘 데이터 해자 기업들은 AI 시대를 이끌며 더욱더 성장할 전망이다.
    AI 데이터 해자와 할루시네이션
    by 안병익
    2025.10.11 15:56:55
  • 전기차 무인운전 혁명은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신념과 실행력의 승리였다. 10여 년 전 도요타·GM·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무인운전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달랐다. 그는 “전기차 무인운전은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하게 된다면 그것은 싸워볼 가치가 있다”고 외쳤다. 머스크의 성공은 기술이 아닌 철학·구조·사고방식의 세 가지 혁신에서 비롯됐다. 세상에서는 그를 ‘미친 몽상가’라고 불렀지만 그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했다. 이제 테슬라와 같은 패러다임 전환이 의료산업, 특히 인공지능(AI) 초개인화 장기재생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다. 머스크가 처음부터 ‘자동차’를 팔았던 것이 아니듯 AI 장기재생 또한 단순히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머스크가 석유 이후의 AI 자율주행 모빌리티 문명을 꿈꿨다면, 장기재생 플랫폼은 인간 스스로의 재생 능력을 회복하여 장기 재생률을 90% 달성하고 의료비를 반감시키는 생명철학을 목표한다. 이는 단백질이나 성분 기반의 단순한 치료 패러다임을 넘어 병원 중심에서 개인 중심 의료로, 치료 중심에서 재생 중심으로, 대량치료에서 AI 기반 초개인화로 의료의 대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결국 AI 장기재생 혁명은 바이오기술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재설계이며 인류의 ‘치료’ 개념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테슬라의 자동차산업 구조 혁신처럼, 재생 의료도 의료의 구조를 다시 짜는 길이다. 전기차의 3대 난제는 배터리, 충전 인프라, 수익성인데 머스크는 이를 각각 풀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했다. 기가팩토리를 통해 배터리의 원가를 낮추면서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했고 가격 전략도 고급→중가→대중차로 내려가는 3단계 전략을 펴 산업 전체의 구조를 재편했다. 의료산업의 장벽과 도전과제도 이와 유사하다. 재생세포 확보의 윤리적·면역학적 한계, 조직재생의 정밀도 한계, 임상 및 규제의 복잡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오래된 장벽에 대한 첫 균열의 시작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물실험 대체법(NAMs)에서 시작됐다. NAMs는 인체생리학 중심의 3차원(3D) 인공장기유사체, 인체 디지털트윈, AI 모델링 등을 통해 100여 년 된 동물시험을 대체한다. 기존 동물 전임상의 경우 임상 3상까지 성공확률이 7~8% 수준에 불과하지만, NAMs는 이보다 훨씬 높은 정확성, 윤리성,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도입이 늦은 감이 있다. 따라서 AI, 재생세포, 바이오잉크,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합한 AI 장기재생 플랫폼이야말로 재생의료 산업의 ‘기가팩토리’라고 할 수 있다. 이 통합형 접근은 기술을 넘어 의료 인프라의 재정의를 뜻하는데 이미 재생률과 경제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도전과 실패를 브랜드로 바꾸는 철학이 필요하다. 머스크는 자동운전이 실패하거나 우주발사체(로켓)이 폭발했을 때조차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 과정이 우리를 앞당긴다”고 말했다. 장기재생 의료도 마찬가지다. “AI로 장기를 재생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다”라는 조롱과 의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미 당뇨발 등 피부 재생에서는 상용화에 나섰고 연골도 임상 단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심지어 신장·심장 재생조차 임상 단계로의 진입을 준비하는 등 엄청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비현실적’이라는 말은 결국 아직 누구도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결국 전기차가 ‘석유 이후의 자동운전 문명’을 설계했다면 AI 장기재생 플랫폼은 ‘치료 이후의 재생 문명’을 설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플랫폼은 난치병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AI 장기재생 과정을 거쳐 약 90%의 재생률과 의료비 50% 절감 효과로 연결지은 뒤 또 다시 그 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디지털트윈 순환 생태계로 변환시킬 것이다. 이는 단지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무한한 장기(Timeless Organ) : 시간을 넘어선 재생 인류’ 라는 새로운 인문학적 목표를 향한 도전이다. 이 의료 패러다임의 거대한 대전환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우리가 2~3년간의 골든타임을 살려 AI 장기재생 혁명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철학을 가다듬어야 엄청난 기회를 차지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우리가‘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에 그치지 않고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는 길이다.
    전기차 무인운전 혁명에서 AI 장기재생 혁명으로
    by 유석환
    2025.10.08 11:09:06
  • 고대 경전 속에서 인간은 단순히 장수하는 존재가 아니라 거의 불멸에 가까웠던 것으로 묘사된다. 성경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무드셀라와 아담은 무려 969세와 930세를 살았고, 이슬람 전통에서는 노아가 백성들 사이에서 950년을 보냈다고 돼있다. 조로아스터교의 아베스타 경전에는 이란의 전설적인 왕인 잠쉬드가 700년 이상 통치한 것으로 쓰여있다. 중국 도교의 신선 팽조는 불로장생의 상징이자 신선으로 여겨지는데 800세를 살았다고 전해진다. 불교의 교리에서는 도덕과 계율을 지키면 수명이 8만년에 달할 수 있다고 가르쳤는데 이는 우주적 순환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히 신화나 민간 설화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신성한 우주의 질서와 순환, 그리고 죽음을 초월하려는 인류의 영원한 열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장수 신화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일단 성경을 기준으로 한다면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후 인간의 수명은 120년 이하로 제한되며 급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종교적인 신화의 영역이긴 하지만 왜 인간의 수명이 900년에서 지금의 100세 이하로 줄어들었을까? 진화생물학자들은 ‘적대적 다면발현(antagonistic pleiotropy)’ 이론을 제시한다. 이는 특정 유전자가 홍수나 재연재해 등 위기 상황에 처하면 빠른 성장과 다산 능력을 강화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생체 에너지의 한계로 암, 염증, 조직 손상 등으로 노화가 가속화된다는 자연 선택의 경제학이다. 그 결과 인간의 수명은 주는 반면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다는 이론이다. 창조론적 관점에서는 “노아의 홍수 이전에 지구를 보호하던 수증기 돔이 붕괴해 우주 방사선과 자외선 노출이 증가하며 수명이 단축됐다”는 가설이 있다. ‘수증기 돔’ 이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많지만 우주 자외선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엄연히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다. 이는 신앙과 과학을 융합하려는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노화 시계 늦추기의 과학: 12가지 코드와 수십억 달러 베팅 현대 생물학에서 노화 코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해킹을 통해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노화에 대해 질병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인정하고 진단 코드(XT9T/MG2A)를 마련했다. 생물학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셀(Cell)’은 ‘노화의 특징(The Hallmarks of Aging)’에 관해 2013년 9대 지표를 2023년 12가지 지표로 업데이트했다. 노화의 근본적 원인은 유전체 불안정성, 텔로미어 소모, 후성유전 변화, 단백질 항상성 상실, 자가포식 장애, 영양 감지 교란,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세포 노쇠, 줄기세포 고갈, 세포간 통신 변화, 만성 염증, 장내 미생물 불균형에 있다는 것이다. 12대 노화의 원인을 분석하면 과학적인 성취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12대 지표에 대해 정밀 타기팅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게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유전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강조하는 장수물질인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누클레오티드)은 세포 호흡 엔진의 점화 효율과 미토콘드리아아의 효율을 높여주고 염증을 유발하는 ‘좀비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돼있다. 원래 장기 이식 후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로 개발된 라파마이신도 면역 세포의 경로를 조절해 칼로리 제한 효과를 촉진시켜 동물 실험에서 건강 수명을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포르민, 아카보스, SGLT2 억제제, GLP-1 작용제(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티드) 역시 당뇨약에서 재탄생해 항노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OSK/OSKM 인자를 통한 부분적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쥐의 노화를 억제하기도 했다. 현재 노화 연구에서 다양한 인체 임상이 진행 중으로 결과는 엇갈리는 경우가 있으나 일단 당뇨나 심장병을 지연시키는 효과에 대한 증거는 탄탄히 축적돼 있다. 여기에 칼로리 제한, 운동, 충분한 수면, 미생물 조절과 같이 일상 속 작은 변화나 기술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라이프스타일 해킹’을 더하면 장수의 길이 확대된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2025년까지 장수 산업(Longevity Industry)의 가치가 최소 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고 일부에서는 2030년께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인류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가 이뤄지면서 ’건강 수명(healthspan)’을 연장시키려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주목한 AI, 빅데이터, 유전체학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연금·보험·건강 관리·은퇴 관련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장수 산업의 규모가 이미 수조 달러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AI: 영원한 젊음의 터보차저 인류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노화 코드의 발견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한 데미스 하사비스의 알파폴드3(AlphaFold3)는 약 80만 개 단백질과 화합물을 스크리닝해 세 가지 신규 항노화 타깃을 발굴했으며 동물과 오가노이드 실험에서 검증됐다. AI는 오랜 약물 개발 기간을 수개월로 단축하고 비용을 족히 90%나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는 자동차로 치면 출력 향상, 연비 개선, 배기가스 활용이 가능한 터보차저인 셈이다. 얼마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제80주년 전승절 열병식 행사장으로 함께 이동하며 생명 연장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먼저 푸틴 대통령이 “생명공학은 발전하고 있으며 인간의 장기를 끊임없이 이식할 수 있어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하자 시진핑 주석은 “일각에서는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화답했다. 진시황이 꿈꿨던 불로장생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신화에서 시장으로: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고대 경전에서는 인간의 장수를 도덕과 신화로 설명했으나 오늘날의 의학과 바이오헬스, 공학에서는 실제 수명 연장과 노화 억제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AI가 면역억제, 노쇠 관련 분비 표현형, 후성유전, 자가포식 같은 비밀코드를 공략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진화하다보면 어쩌면 앞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최종 승자는 질환 치료제가 아니라 인간의 장기 재생과 역노화를 통해 수명 연장을 이룰 수 있는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의 역노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AI와 첨단바이오를 융합해 혁신하는 게 급선무다. 과연 미래 노화 해결의 ‘스위치’를 AI와 바이오로 연결해 해결할 수 있는 혁신기업은 누가 될까?
    900년 불멸 신화에서 조 달러 장수 시장으로
    by 유석환
    2025.09.29 11:14:56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강조한 ‘모두의 인공지능(AI)’와 ‘AI 기본사회’의 비전은 단순한 기술 정책을 넘어선 인류적 메시지였다. 대통령은 AI를 특정 국가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함께 활용해야 할 공공재로 규정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혜택과 위험은 어느 한 나라의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파급되는 기술의 성격상, 접근의 보편성과 분배의 공정성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핵심 과제라는 점을 환기한 것이다. AI는 지금까지 주로 효율과 성장의 언어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효율과 성장은 그 자체로 불평등을 확대할 위험을 내포한다. AI 기술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활용할 수 있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는 전혀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불평등은 단순한 소득 격차를 넘어 삶의 질과 인간 존엄에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메시지는 기술적 비전이 아니라 사회적 비전, 나아가 인류적 비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의식은 사실 낯설지 않다. 2022년 필자가 쓴 ‘블랙박스를 열기 위한 인공지능법’의 추천사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 어느 때보다 공정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짧지만 무거운 이 문장은 오늘날 ‘모두의 AI’라는 구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AI 기본사회’라는 국가적 의제로 확장되었다. 학문적 성찰에서 출발한 가치가 국가적 정책 담론으로, 그리고 이제는 국제사회의 비전으로 공표된 것이다. 최근 필자가 집필한 ‘모두의 AI’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풀어내려 한 시도였다. AI는 시장에서만 거래되는 사적 자원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사회적 자원이며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개방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 교육·복지·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AI 활용의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다시 말해 AI 접근권은 앞으로의 사회적 기본권 논의에서 결코 배제될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 ‘AI 기본사회’다. 이는 인공지능이 사회의 주변적 도구가 아니라 정치·경제·문화·법 질서를 재편하는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임을 선언한다. 산업혁명이 기계와 자본의 질서를 만들었다면 AI 혁명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질서를 만든다. 그리고 그 질서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적 연대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AI 기본사회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시대가 직면한 필연적 과제이자 설계도라 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철학을 제도화하는 과정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는 국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AI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데이터 인프라의 공공성 확보, 교육과 훈련을 통한 디지털 역량 강화, AI 윤리와 안전을 위한 규제 체계, 그리고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분배 장치가 종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임문영 상근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위원회에서 이 같은 비전을 구체적인 제도로 뿌리내릴 수 있게 정책을 추진할지 관심이다. . 더 나아가 한국이 제시하는 ‘모두의 AI’와 ‘AI 기본사회’는 국제 무대에서도 설득력을 가진다.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대에 AI를 공공재로 선언하는 것은 강대국과 약소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가치 외교의 기회다. 한국이 제안하는 이 비전은 단지 국내 정책을 넘어, 인류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보편적 질서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학계와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문제의식을 국가의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천명한 순간이었다. 당초 학문적 논의에서 출발해 정책적 구체화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제는 인류 공동의 비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AI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공정의 깊이다. 인류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AI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모두의 AI, 인류가 함께 누려야 할 가치
    by 김윤명
    2025.09.26 18:46:34
  • K팝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이 됐다. 3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케데헌 누적 시청 수는 2억 6600만으로 영화와 쇼 부문을 합쳐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역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케데헌의 삽입 골든(Golden)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3주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팝이 영국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건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빌보드 싱글차트 10위 안에는 케데헌 삽입곡이 무려 4곡이나 올라 그 인기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팝을 즐겨 듣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케데헌은 영화와 음악도 인기지만 영화속에 등장하는 K-푸드는 더욱 더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루미’가 김밥 한 줄을 ‘앙’ 하고 통째로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SNS에서는 ‘김밥 한입에 먹기’ 챌린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케데헌의 영향으로 구글 검색에서 K푸드의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고 K푸드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식품 산업에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이다. 푸드테크는 음식의 검색·주문·예약·배달·결제 등을 포함해 배양육, 스마트키친, 스마트팜, 전자식권, 스마트공장, 헬스케어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미래 식품 산업이다. 지금 K-푸드는 케이팝, 드라마, 영화 등 한류를 기반으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첨단 미래 산업인 푸드테크는 K-푸드와 결합을 통하여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약 5542억 달러, 국내는 약 61조 원 규모다. 매년 40%를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향후 약 6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드테크의 미래는 지속 가능한 식품 산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동식물 세포배양과 스마트팜, AI와 로봇 등을 통한 스마트 제조, 새로운 유통 서비스, 맞춤형 헬스케어 등의 발전은 인간의 지속 가능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AI의 등장은 푸드테크 분야도 혁명처럼 바꿀 것이다. AI와 로봇의 결합은 스마트 제조로 이어져 식품 생산을 혁명처럼 바꾸고 식품의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 거쳐 푸드테크를 혁신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가정에도 요리를 하는 로봇이 등장하고 위험하고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들은 모두 로봇이 대체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AI가 만들어가는 푸드테크 산업의 핵심은 로봇, 스마트 자동화와 생성형 AI를 통한 초개인화 맞춤형 서비스다. 첨단 푸드테크 로봇은 식품의 생산, 가공, 조리, 배달, 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또한 K-푸드테크로 개인 맞춤형 식단, 맞춤형 식품, 헬스케어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올해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800조 원이다. 2024년 기준 국내 식품 연관 산업은 약 600조 원에 이른다. 국내 식품산업이 전세계 반도체 시장과 비슷한 규모인 것이다. 향후 푸드테크 세계시장은 반도체 산업보다 약 50배 많은 4경 정도로 전망된다. 케데헌 같은 한류를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K-푸드, 이런 K-푸드와 대한민국의 첨단산업이 결합된 푸드테크는 앞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또하나의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다.
    케데헌과 푸드테크
    by 안병익
    2025.09.03 14:10:29
  • 지난 30여년 동안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을 지배해 온 경쟁 중심 예산 지원 방식인 PBS(Project Based System) 제도가 폐지될 예정이다. 1996년에 도입된 PBS 제도는 출연연에 안정적으로 지원하던 출연금을 줄이고 외부 과제 수주 경쟁을 통해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당초 취지는 연구비 지원에 경쟁 요소를 도입해 출연연의 연구활동을 활성화시켜 성과를 높이고 운영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도 도입 결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과제 수주를 위해 연구원들이 양적 성과 창출에 집중하는 돈벌이 수단으로 내몰리고, 과도한 경쟁으로 연구활동의 불안정성이 높아져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수행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대두되었다. 출연연의 지속적인 개편 요구에 마침내 정부가 PBS 제도 폐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출연연 연구원들은 연구환경 개선과 함께 새로운 운영시스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단순히 인건비와 연구비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연구 환경 개선에 한계가 있어 PBS 제도와 연동되어 작동하는 여러 관리 제도(내부 연구체계, 조직관리, 평가와 인센티브)들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다. 더구나 그동안 출연연이 다수 정부 부처의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해와서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단순히 연구비 조정 수준을 넘어 담당 역할 조정과도 관련된 어려운 사안이다. 정부는 PBS 제도 이후 출연연의 새로운 운영 제도로 임무 중심 연구체계 도입을 제시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PBS 제도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새로운 출연연 운영체계의 도입은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서 출연연의 국가적 역할 제고와 발전 측면에서 요구되는 시스템적 전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 생태계를 오염시킨 PBS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그동안 출연연 연구 생태계를 왜곡시킨 제도와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새롭게 도입될 운영시스템이 무엇이든지 이번 기회에 연구 생태계를 병들게 한 직간접적인 제도와 요소들에 대한 혁신적인 조치들이 포괄적이고 선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운영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 운영시스템은 정부의 지배를 받는 공공분야에서 관리가 어려운 창의적인 연구개발(R&D)활동을 수행하는 조직들을 운영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더구나 혁신적인 성과 창출 과정이 복잡하고 난해한 속성을 갖고 있어 기본적으로 운영관리의 난이도가 높은 분야이다. PBS 제도는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에서 안정과 경쟁예산의 균형 관리에 실패했다. PBS 제도 이후 대두된 임무 중심 연구체계는 예산 단계 보다 앞선 임무 단계에서 적합성과 명확성을 갖춘 임무 설정이 중요하다. 임무 설정을 위해서는 분야별로 글로벌 전략 분석 역량과 함께 시장 및 기술 변화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연구개발이 임무라는 필요성과 중요성에 부합해야 하며 설정된 임무 달성에 기여하는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전략적이고 고도의 전문성과 통찰력이 요구되며 실질적 성과 창출이 강조되는 제도이다. 출연연 운영시스템이 PBS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임무 중심 연구체계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혁신과 발전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시스템 전환 초기에 시스템 개념과 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운영 원칙을 흔들림없이 지켜내는 것이 필요하다. PBS 제도 도입 당시 겪었던 혼란과 불안을 줄이고 새로운 운영 체계로 유연하게 이전하기 위한 전환관리도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몇가지 중요한 조건들을 제안한다. 첫째, 새로운 임무 중심 연구체계의 개념과 성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전 PBS 제도의 다른 이름은 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이다. 출연연 연구비 지원시 경쟁 확대를 통한 연구활동의 활성화보다 연구과제 중심의 지원과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 제도의 개념과 목표가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채 설계되어 적용되다 보니 상당기간 많은 혼란이 있었다. 임무 중심 연구체계도 운영개념 설정이 어려워 유사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 적용된 R&R(Roles & Resposibilities)체제의 모호한 역할 설정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명확한 시스템 개념과 임무 정의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유럽의 사회문제해결형 임무 지향정책을 답습한 방식을 제시하기도 한다. 어젠다 수준의 임무를 나열하고 일부 관련 기술과 연계하는 식의 임무체계는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출연연 수준에는 너무 포괄적이며 적합성과 실행력이 결여되어 있다. 구체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처럼 임무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중요한 문제, 필요한 수요를 찾아 임무로 설정해야 한다. 그 과정이 어려워 DARPA를 모방한 많은 국가들에서 임무 설정에 실패하고 있다. 또한 출연연은 관련 정부부처와의 임무 조정도 필요하다. 둘째, 출연연 운영시스템의 복잡성과 높은 난이도에 대한 기본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도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출연연 제도 개선은 일부 제도에만 집중된 단편적 개선으로 추진되어 의도한 효과를 창출하기 어려웠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여러 제도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운영시스템은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구성요소 간 관계를 파악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 PBS 제도의 문제라고 제기된 많은 문제들도 그 시발점이 PBS제도이지만 연계된 제도들 간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따라서 부분적인 해법이 아닌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더구나 임무 중심 연구체계로의 전환은 지난 30년간 출연연 운영시스템과 정부 연구개발 예산제도를 지배해 온 정책의 철학과 시스템의 운영 패러다임의 축을 바꾸는 것이다.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문적 이해와 제도 간 관련성 및 체계에 기반하지 않는 시스템 설계는 실패하기 쉽다. 셋째, 출연연 연구생태계의 정상화 및 선진화를 위한 핵심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즉, 자율성, 전문성, 창의성, 개방성, 유연성 확보를 명확히 하고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PBS 제도로 인해 창의적 전문성보다는 연구비 조달능력이 중요해진 연구생태계 개선을 위해 안정적인 출연금을 일괄 지원하게 되면 정부의 개입에 의한 경직적인 생태계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정부와 출연연 간의 역할과 책임관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즉, 출연연의 임무를 설정하는 과정에는 정부와 연구회, 출연연이 상호 교류하면서 적확한 임무설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임무가 설정된 이후 사업과 기술기획은 출연연에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전성과 미래지향적인 시드형 연구가 이루어지도록 유연한 관리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출연연이 지식생태계로서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전문성에 기반한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내부 권력으로 작용하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하며 전문성에 기반한 인력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기관장에서부터 내부 조직관리자 모두 각 단계에 적합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전문가 중심 기관 운영의 실행력 제고 차원에서 기존의 보직자 제도보다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 제도 형태의 접근을 고려해 볼만 하다. 일부 기관에서 이미 시범적 운영을 하고 있고 전문성이 강조되며 역할과 책임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넷째, 새로운 출연연 운영체계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정부연구개발시스템의 지속적인 혁신을 이끄는 상위 정책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혁신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출연연 운영시스템과 정부연구개발시스템이 함께 조화롭게 발전하도록 국가 전략 수준에서 임무 중심 연구체계를 이끌어가야 한다. 특히 선진화된 연구생태계로의 발전을 위해 연구환경과 문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주요 연구주체들의 연구환경과 역할의 변화를 살피고 산학연 개방과 협력체계의 발전을 선도해 가야 한다. 즉, 출연연을 포함한 국가 연구개발 생태계의 발전과 혁신을 이끄는 상위 정책주체가 필요하다. 지금 출연연은 과거 우리나라 경제 도약기에 수행했던 주도적 역할에 비해 그 위상과 기여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국가의 명운이 달린 국가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다시금 출연연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출연연을 통한 국가성장동력 기회의 확충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출연연 운영시스템의 전환은 단순히 출연연의 발전만이 아니라 국가적 성장동력 위기를 타파할 핵심 연구주체로서 역할가치를 높여야 한다. 출연연 운영시스템의 성공적인 전환이 국가연구개발시스템의 발전적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PBS 이후 과학기술 출연연의 시스템 전환 성공 조건
    by 이민형
    2025.09.03 11:42:36
  • AI 에이전트(Agent) 기술을 통한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외부 데이터와 도구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에이전트들과 협업해 목표를 자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최근 테크기업들은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도입하며 산업 전분야에서 기존 작업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와는 다르게 정보 수집부터 추론, 실행, 피드백까지 복잡한 과정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자율적 AI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을 결정하며, 외부 시스템과 연동해 임무를 수행한다. 이전의 작업 경험을 스스로 학습해 나간다는 점에서 종래의 자동화 시스템과는 다르다. AI 에이전트는 아주 새로운 시스템은 아니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자율적인 AI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AI 에이전트는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 종래 AI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와 소통하고,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며, 사용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AI 개인 비서, AI 자율주행 차량 등도 AI 에이전트 중의 하나다. AI 에이전트의 큰 특징은 단순한 임무 수행을 넘어, 스스로 학습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자율주행 차량은 실시간 도로 상황과 교통 정보를 학습하여 최적의 경로를 만들고, 다양한 실시간 환경에 대응하여 안전한 차량 운행을 제공한다. 최근 테크 기업들은 AI 에이전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은 ‘AI 모드‘를 검색의 미래라고 선언하며 총력을 다하고 있다. AI 모드는 구글의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고 검색할 수 있다. 또한 식당 예약이나 티켓 구매 같은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즉, 구글은 사용자를 대신해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만능 AI 비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MS는 인프라에 좀 더 초점을 맞춘 ‘AI 에이전틱 웹(agentic web)’을 개발하고 있다. MS는 AI 에이전트 간 상호 통신을 가능케 하는 MCP(Model Context Protocol), A2A(Agent2Agent)기술과 웹사이트가 모든 에이전트와 호환되도록 지원하는 NLWeb 프로토콜 기술을 적용했다. 빅테크들의 AI 에이전트 핵심전략은 앞으로 모든 웹 검색과 온라인 활동은 사람이 아니라 AI가 맡게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 에이전트의 도입이 활발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의료분야에서 AI 에이전트는 영상 촬영, 진단, 데이터 분석, 상담, 치료 등 복잡한 의료 시스템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흩어져 있는 환자의 데이터를 정확하게 수집, 분석하고 질병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파악,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의료진의 의사 결정을 지원 할 수 있다. 암 치료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미세한 세포 이상을 조기에 식별하고 AI의 탐지 기능을 통해 암을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은 MRI, CT, X-ray, 초음파 등의 의료 영상을 정밀 교차 분석하여 암, 심장 질환 등의 각종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금융 거래를 자동화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금융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의 투자 결정을 지원하고 자동으로 매매까지 실행하여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AI 에이전트가 학생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별 학습 성과를 예측하고, 학습 과정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해결할 수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AI 에이전트는 효율성을 국대화 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등 많은 장점을 제공한다. 또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고 공정을 최적화시키며, 방대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탄생했다. AI 에이전트는 텍스트를 생성하거나 이미지를 창작하는 생성형 AI의 한계를 넘어, 맥락(Context)을 이해하고 내외부 데이터를 수집 및 통합하며, 스스로 개선하는 능력을 갖춘 진화된 형태의 인공지능이다. 앞으로 AI 에이전트는 산업과 일상 모든 분야에서 본격적인 새로운 AI 시대를 열어 갈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AI는 사람과 차이가 없는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시대와 사람의 지능을 뛰어 넘는 ‘초지능(超知能·superintelligence)’시대를 성큼 앞당길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몰고 올 새로운 세상
    by 안병익
    2025.08.10 07:53:55
  • 2025년 6월의 울산. 대한민국의 산업화 신화가 시작된 그 땅 위에, 새로운 종류의 고속도로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출범식에서 “AI 고속도로”라는 표현을 꺼냈다. 자동차 대신 알고리즘이 질주하고, 화물 대신 데이터가 흐르는 디지털 고속도로. 그 말은 단지 상징이 아니다. 산업화의 경부고속도로를 뛰어넘는 디지털 주권국가로의 국가 재설계 선언이다. 울산은 과거, 중화학공업의 심장이었다. 조선소와 정유소가 엔진을 돌리고, 철강이 도시를 달궜다. 그리고 지금, 그 산업의 심장 위에 새로운 심장이 놓인다. AI 연산을 위한 데이터센터, 그것도 단순한 기업용이 아닌 ‘국가용’으로 기획된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은 울산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로 갈 것인지를 직접 보여줬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했을 때, 산업화의 구체적 청사진은 없었다. 하지만 아스팔트 위로 공장이 생기고, 수출길이 열렸고, 중산층이 움직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AI 고속도로도 같은 궤를 따른다. AI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려면, 우선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 연산과 저장,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 AI도, 의료 AI도, 교육 AI도 허상에 불과하다. 이제 AI는 특정 기업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기반시설이 되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바로 그 첫 구조물이다. 기술을 공공 인프라로 전환하려는 국가 차원의 ‘기술 사회계약’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데이터 확보를 위한 국가 전방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깔딱고개’를 넘어서고 있는 경제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AI 뉴딜’을 추진하여야 한다. 이번 출범식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데이터센터가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가 ‘서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수도권과 판교에 집중된 디지털 자원을 전국으로 분산하려는 전략적 시도가 울산에서 실행된 것이다. 디지털의 중심축이 서울에만 머물러 있다면, AI는 결국 또 하나의 수도권 권력이 된다.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대전환을 ‘수도권 이익의 확대’가 아닌 ‘국민 모두의 기본권 확장’으로 설계하고 있다. 광주·전남, 대전, 강원 등에도 분산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계획은 ‘모두의 AI’를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접근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AI에 의한 혜택이 지방에 골고루 나누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모두의 AI’는 이재명 대통령의 디지털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그것은 단순한 수사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가 기술의 설계자이자 조율자로서, 기업과 시민 모두가 동등하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야 한다는 뜻이다. 울산 데이터센터는 민간기업과 함께 설계되었지만, 공공의 목적을 분명히 지향한다. 중소기업, 스타트업, 지자체, 학교, 시민 단체도 AI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AI 기본사회를 위한 ‘AI 바우처’, ‘AI 교육’, ‘국민 AI 비서’는 바로 그 통로다. 울산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기술 민주주의로 향하는 시험대다. 인공지능이라는 고속도로에 국민 모두가 탈 수 있도록 설계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디지털 불평등만 확산될 뿐이다. AI 고속도로는 단지 기술 인프라가 아니다. 그것은 “누가 설계하고, 누구를 위해 작동하며, 누구의 언어로 세계를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정치적 플랫폼이다. 다만,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산 GPU’, ‘소버린 AI’, ‘한국형 LLM’을 언급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디지털 자립과 문화 주권의 문제다. ‘소버린 AI’를 위해 무엇보다 데이터의 확보가 중요하다. 민간과 공공이 서로 다른 데이터 거버넌스를 갖고 있으며, 저작권 문제 때문에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의 조정이나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데이터 관련 법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외국 빅테크의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기술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AI 정부가 되어야 한다. 울산 데이터센터는 그 첫 번째 인프라일 뿐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법제도, 윤리원칙이 함께 설계되는 거버넌스 체계다. 시행도 전에 논란 중인 AI 기본법을 ‘AI 산업 및 인프라 진흥을 위한 법률’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모두의 AI’와 사회문제의 해결과 디지털 포용 등 ‘AI 기본사회’의 구현을 위한 ‘AI 기본사회법’ 제정도 고려해야 한다. 초고성능컴퓨터법에 따른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를 현실화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울산에서 출발한 이 디지털 고속도로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설계 중이며,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느냐에 따라 그 노선도, 정거장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빠른 기술을 원하는가, 아니면 함께 가는 기술을 원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AI 고속도로”에 대해 말한 순간, 그는 과거의 대통령들이 산업화 시대의 도로 위에 섰던 것처럼, 디지털 헌법의 제1조를 낭독한 셈이었다. 이제, 그 헌법을 함께 써 내려갈 주체는 국민이다. 고속도로는 혼자 달리는 길이 아니다. 함께 탈 준비가 되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AI고속도로 위의 대통령
    by 김윤명
    2025.06.27 15:10:10
  • ‘규제혁신’은 정부가 기술정책을 말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이 떠오를 때마다 규제는 흔히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로 지목되고, 규제완화는 ‘성장의 열쇠’로 환영받는다. 정부는 “먼저 허용하고 나중에 보완한다”는 이른바 ‘선허용-후규제’ 전략을 내세우고, 기업들은 시장 진입 기회의 확대를 기대한다. 실제로, 스타트업과 기술 기반 기업에게 규제완화는 초기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실험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유연성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 산업 경쟁력 강화, 기술 주도권 확보라는 명분 아래 규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네거티브 규제전환’ 등의 제도는 이러한 흐름을 제도화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기업이 바라는 ‘지속가능한 기술 발전’으로 곧장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규제를 단순히 없애는 것이 기술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을 보장하는가.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기적 규제완화는 기술개발을 촉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적 안정성과 사회적 신뢰가 결여된 환경에서 기술 생태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규제가 없다고 해서 기술이 반드시 발전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방향 상실, 사회적 반발, 글로벌 기준과의 괴리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규제는 기술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다. 규제는 기술이 사회 안에서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돕는 장치이며, 기술 발전의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기준선이다. 규제혁신은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시대의 변화에 맞춰 규범과 절차를 재구성하자는 요청이다. 예컨대 개인정보보호라는 규범을 전면화한 유럽의 개인정보보호일반규정(GDPR)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기술적 구조를 수정하게 했고, 그 결과 사용자들의 신뢰는 오히려 증대되었다. 규제는 기술에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을 위한 것이 되도록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규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규제는 늘 기업을 옥죄는 적으로만 간주되고, ‘혁신’은 규제와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규제는 기술의 위험을 조정하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장치다. 기업이 바라는 기술 발전은 단지 수익이 아니라, 시장 수용성과 제도적 정당성 위에서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 규제는 그 기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비판하는 많은 기업들이 정작 ‘자율규제’를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정부가 규제하면 관치라 비판하고, 자율에 맡기면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한다. 이는 ‘규제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라는 수동적 규제문화의 반영이다. 자율규제를 원한다면 먼저 자율규제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순서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과 예스24의 해킹사건은 이러한 맥락에서 시사점이 크다. ‘규제혁신’의 분위기 속에서 기본적인 사이버보안 대책조차 허술했다면, 이는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자의 태도와 역량, 그리고 책임 회피의 문제다. 규제의 부재를 혁신의 기회로 착각할 때, 기술은 오히려 사회적 위험이 된다. 오늘날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를 재구성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기술정책은 민주주의의 문제로 확장된다. 특정 기업이나 기술집단에 의해 규제체계가 설계될 때, 시민의 권리와 공공의 안전은 어떤 방식으로 보장되는가. 규제는 바로 그 논의의 통로이며, 공공의 가치가 반영되어야 하는 절차다. 따라서 진정한 기술 발전은 단기적 자유나 유연성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수용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며, 신뢰 위에서 작동하는 기술만이 지속 가능하다. 규제는 그 신뢰를 설계하는 장치이며, 기술의 인간 중심성을 지키는 제도적 약속이다. 혁신은 자유 속에서 이뤄지지만, 그 자유는 규범 위에서만 정당화된다. 이 점에서 규제는 결코 시대에 뒤처진 것이 아니다.
    ‘규제’에 대한 몇 가지 오해
    by 김윤명
    2025.06.19 10:02:27
  • AI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새로운 질서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한 ‘국민주권정부’는 통치의 정당성이 국민의 일상적인 참여와 피드백의 순환 구조 안에서 재확인되는 거버넌스로 이해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가치를 상징한다. 이는 AI 기본사회가 지향하는 원칙인 기술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누구도 기술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접근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AI 기반 기술은 대표성과 통제를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기존 행정 시스템의 구조를 바꾸는 참여적 전환 도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국민 AI 비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 기능을 넘어서, 시민이 행정에 질문하고 반론하며 제안할 수 있는 양방향 인터페이스로 작동할 수 있다. 정책 결정의 배경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국민은 AI 시스템을 통해 “왜 이 정책이 필요한가”,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를 실시간으로 묻고 응답받을 수 있다. 이는 설명가능성이라는 기술 원칙이 정치적 책임성과 민주적 숙의의 확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또한 AI는 참여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디지털 주권의 실질화를 촉진한다. 온라인 공론장, 국민제안 플랫폼, 정책투표 시스템 등은 고도화된 언어 처리, 감정 분석, 요약 기술을 통해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과거의 행정이 선택된 전문가의 언어로 구성되었다면, AI는 다양한 언어와 감정, 삶의 맥락을 인식하고 조직화하는 능력을 통해 다층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모두의 AI가 정부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참여민주주의는 단순히 정보를 소유하거나 열람할 수 있는 권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핵심은 시민이 그 정보에 기반해 정부 정책에 대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며, 실제로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갖추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정부 구상은 기술과 정치, 권리와 참여가 분리되지 않는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며, AI 기본사회는 이러한 구조를 제도와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헌법 개정 시 디지털 국가 원리가 헌법의 통치 이념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기술은 통치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참여를 구성하는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AI를 통해 실현되는 기본사회는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체제가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확장판이다. 그것은 이제 선언이 아니라 설계와 실천의 문제다.
    AI 기본사회와 국민주권정부
    by 김윤명
    2025.06.12 08:47:33
  • 물건들이 말을 걸고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 스피커는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냉장고는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자동차는 자율 주행을 하고 먼지를 감지한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청소하고 로봇요리사는 혼자 요리를 한다. 전 세계 산업 기술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핵심에는 AI 에이전트(Agent)와 이를 기반으로 한 AI 시스템이 있다. AI 에이전트는 데이터와 외부 정보를 통합하고 다른 에이전트들과 협업해 목표를 자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인류 문명은 연결(connectivity)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결'에 이전에 보지 못했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AI 기술이 접목된 '초연결(hyper connectivity)'이다. AI 기술의 발달로 모든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고 기술이 융합되는 ‘초연결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AI는 학습을 통해 지능을 갖고,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사물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점차 고도화 되고 있다. 초연결시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연결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AI 기술이 접목되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초연결 시대의 기반은 AI와 연결이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연결을 통해 데이터가 생성되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접근과 공유가 가능하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AI 기술을 통하여 분석하고 지식을 축적하며, 지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런 초연결 시대는 지금까지 다른 문화와 경제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범용인공지능은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작동하는 AI를 일컫는 용어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만능 비서 ’자비스‘가 바로 AGI다. 아이언맨이 이야기하는 모든 요청 사항을 척척 수행하고 분석, 추론 행위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는 스스로 판단을 내려 행동한다. 오픈AI의 샘올트먼 CEO는 AGI가 4년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저서 ‘사피엔스(sapiens)’에서 현생 인류가 인지혁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인지혁명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으로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언어를 통해 인류는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연결할 수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협력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인간의 이런 사회적 본능은 연결의 폭을 점점 더 넓혀 나갔다. 뇌공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2029년 인공지능이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혁신을 반복해 결국에는 AI가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곧 도래한다는 것이다. 인지과학자 게리 마커스(Gary Marcus)는 그의 저서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에서 AI에 인간의 뇌가 가진 상식과 추론 능력인 ‘딥 언더스탠딩(Deep Understanding)’을 부여하여, AI에 인간의 지식체계인 시간, 공간, 인과성이라는 세 개념에 접목해야 한다고 한다. 2029년, 기계가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은 기계가 인간이 되는 조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인류가 언어를 통한 인지혁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했다면, 현생 인류는 AI를 통하여 새로운 연결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인간의 연결 능력은 AI를 통하여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인류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킬 것이다. 인류의 연결은 AI 기술을 통해 더욱 진화하면서 발전할 전망이다. 우리가 만나게 될 인공지능을 통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AGI 시대, AI가 푸드테크 세상을 한층 앞당길 전망이다.
    '연결의 힘'과 AI
    by 안병익
    2025.06.10 11:07:04
  • 지금 세계는 AI 전쟁 중이다. 이는 비유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이다. 데이터나 알고리즘이 총알이고, GPU가 무기이며, 언어모델(LLM)은 군수물자이다. 누가 먼저 기술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산업과 경제, 외교의 질서까지 판가름 나는 전면적 충돌의 시기다. 미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와 AI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영자본을 동원한 기술독립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AI 규제법과 산업정책을 동시에 설계하며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이 판에서 우리나라는 어디에 서 있는가. 문제는 우리가 AI를 여전히 산업진흥이나 창업지원의 영역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가 전략이 아니라 부처 단위의 ‘과제’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AI는 더 이상 기술개발지원이나 규제완화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이 아니라 ‘전략’이다. 그리고 전략은 혼란이 아니라 일관성 위에서만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감이다. 미국 코로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Operation Warp Speed’처럼, 실패는 허용하되 속도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AI 국가전략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현행 국가AI위원회는 폐지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도, 과기정통부도, 산업부도 이 전쟁의 지휘부가 될 수 없다. 그들은 병참본부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전략은 기술을 이해하는 자가 짜야 하며,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행정가나 경영자가 아닌 야전형 기술 사령관이다. AI 전쟁의 리더는 현장에서 알고리즘을 만지고, 모델을 훈련하고, 틀을 이해하는 AI 기술 전문가여야 한다. 국가 AI 전략의 리더십이 기술에서 멀어질수록, 전략은 문서만 남고 실행은 흐려진다. 우리가 수년간 목격한 것은 바로 이 ‘전략 부재의 반복’이다. 수십 개 부처가 서로 다른 로드맵을 내고, 이름만 다른 지원 사업이 중복되고, 정작 기업들은 GPU 하나 수급하지 못해 개발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진다. ‘AI 강국’을 외치면서도 기반 기술과 생태계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국가AI연구소를 설립하여 국가 차원의 기술축적과 인재양성 시스템을 통합하고, 산발적인 R&D 과제를 전략적으로 정렬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을 ‘보여주기식 정책’에 허비해 왔다. 스타트업 몇 곳 지원했다는 성과, AI 경진대회 몇 회 개최했다는 홍보, 국제기구 몇 곳 참여했다는 외교적 수치로 국가전략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상을 걷어내는 일이다. 설명가능한 AI(XAI)와 같은 기술적 허상에 매달릴 시간에, 실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기술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투자해야 할 것은 발표용 슬라이드가 아니라, 실제 코드를 짜고, 모델을 훈련하며, 국제 생태계에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는 실전형 기술과 기업이다. AI 강국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가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이 전략을 이끄는 체계 위에서만 가능하다. 전략이 없는 국가에겐 승리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는 전 세계에서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전장을 외면한 채 회의실에서만 전략을 짜는 나라에겐 미래가 없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시간은 지금이며, 준비해야 할 대상은 기술 그 자체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야전군은 기업의 AI 기술자들이다. 그들을 불러 모아야할 때이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K-LLM 전담 전투팀을 꾸려야 한다. 대한민국도 이제 말뿐인 K-모델이 아니라, 글로벌 수준에서 실제로 싸울 수 있는 자체 고성능 언어모델(K-LLM)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GPU와 데이터를 책임지고, 민간 기술자가 주도하는 전담 전투형 개발팀을 구성하라. 산업현장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실전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전략 없는 기술은 무기 없는 군대와 같고, 기술 없는 전략은 말잔치일 뿐이다. 둘째, AI 연산 인프라를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 AI는 연산이 곧 전투력이다. 스타트업이 GPU 부족으로 무너지는 동안 정부는 여전히 보고서만 쓴다. 국가가 수천 장의 GPU를 보유한 전용 AI 클러스터를 구축해 민간에 개방하고, 슬라이드가 아니라 소스코드로 평가하는 실전 배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에게 총을 쥐여줄지, 그 기준은 문서가 아니라 코드로 정해야 한다. 셋째, 국가 전략데이터 API 개방이다. 모델이 아무리 정교해도 데이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공공과 민간이 보유한 고품질 데이터셋을 ‘국가 AI 전략 자산’으로 편성하고, 기술자에게 API 형태로 실시간 개방해야 한다. 특히 한국어·법률·교육·의료 등 전문분야 데이터는 한국만의 전장을 열 수 있는 무기다. 데이터는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연료다. 네째, 민간 기술자를 실전에 투입해야 한다. 국가 프로젝트는 더 이상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CTO, 시니어 개발자, 현업 알고리즘 설계자를 국가 AI 전투현장에 직접 투입하고, GPU·인증·전략 자원을 집중 제공하라. 민간 기술자는 보고용 명단이 아니라 전장을 돌파할 진짜 전투원이다. 현장에 기술자를 보내는 나라만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마지막으로 실시간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 한다. 모델의 품질은 실험실이 아니라 현장 사용 중 오류로 증명된다. 민원 시스템, 의료 요약, 행정 자동화 등 공공 영역에 AI 모델을 즉시 배치하고, 실시간 피드백과 오류 리포트가 돌아오는 AI 실전 테스트 플랫폼을 구축하라. 기술자는 매일 실전에서 싸우고, 모델은 매일 실전에서 진화해야 한다. 그게 전쟁이다.
    새 정부는 ‘AI국가전략위' 만들어야
    by 김윤명
    2025.06.03 11:09:38
  •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기본’과 ‘모두’라는 개념은 AI 시대에 들어서며 그 의미가 전면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단지 용어의 재정의가 아니라, 헌법 질서의 구조 전환을 요구하는 사유의 출발점이다. 우리 시대의 ‘기본’은 더 이상 최소 생존의 보장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기본’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고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해되었다. 식량, 주거, 교육, 의료, 노동 등은 이러한 생존 중심의 복지국가적 기본권 체계에서 핵심 구성요소였다. 그러나, 오늘날 AI 기술은 인간의 삶에 대한 조건을 ‘기술적 참여’ 여부에 따라 차별화하고 있으며,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사회적 소속과 판단 능력 자체를 좌우한다. AI가 인간의 의사결정 구조를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환경에서 ‘기술의 비접근’은 곧 ‘사회적 배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본’은 기술로부터의 보호가 아닌, 기술을 통한 실질적 참여의 보장이어야 한다. ‘모두’는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접근을 뜻한다. ‘모두’라는 단어는 겉보기에 포용적이고 평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할 위험도 있다. 기술 인프라와 교육, 언어 능력, 경제력, 지역 격차 등은 AI 기술에 대한 접근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두의 AI’가 단순히 서비스를 개방한다는 의미에 그친다면, 사회적 약자는 여전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모두’는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으로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접근권, AI 리터러시 보장, 맞춤형 공공 서비스 등 적극적 정책수단이 동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두의 AI는 국민 모두가 AI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서 제한이나 차별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실질적이고, 사회적 권리로서 AI 기본권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AI 시대의 ‘기본’은 기술과 권리의 결합이다. 기본은 더 이상 사회보장 제도의 내부 개념이 아니라, 기술 사회 전반에 대한 설계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는 권리 없는 기술 도입이 아니라, 권리를 전제로 한 기술 사회를 구성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AI는 인간의 삶을 매개하고 판단을 구조화하는 도구이기에 기술 자체가 헌법적 의미를 띠는 존재 조건으로 기능한다. 즉, ‘AI 기본사회’란 AI 기술에 대한 접근·통제·이용·설명요구·이의제기 등이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디지털 사회계약의 체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사회계약이 노동구조에 따른 근간이었다면 기본사회에서의 사회계약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계약내용을 구성하여야 한다. AI를 통해 구현되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배제될 수 있다. AI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과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볼 때, AI는 하나의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차이가 차별로 확대되지 않도록 AI 기본권의 실질적 보장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법과 헌법은 ‘기술 없는 기본’을 넘어야 한다. 기존의 헌법 이론은 기술을 외부적 요인으로 간주해왔으며, 대부분은 기술로부터의 보호라는 ‘방어적 권리 모델’에 기반해 왔다. 하지만 AI 사회에서는 기술이 기본권 실현의 수단이자 조건이 된다. 교육 받을 권리도 AI 튜터 없이 실현되기 어렵고, 행정 정보도 AI 기반으로 제공되는 시대에는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즉, AI는 권리의 내용이자 방법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법은 이제 기술 없는 기본권 논리에서 벗어나 기술로부터 권리를 확장하는 모델로 전환되어야 한다. ‘모두의 AI’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조건이다. 전통 사회계약은 ‘세금과 복지’, ‘노동과 안전망’이라는 교환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AI 사회의 기본계약은 ‘데이터와 권리’, ‘접근과 참여’, ‘기술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조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때 ‘모두의 AI’는 AI 기술이 일부 기업이나 국가 권력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동등하게 접근하고 설계에 참여하며 책임을 공유하는 공공 자산임을 선언하는 개념이다. 법률과 정책은 이 새로운 계약의 문법에 따라, 기술의 공공화와 시민 참여의 제도화, 공정 분배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내장해야 한다. ‘모두’와 ‘기본’은 AI 시대의 헌법적 기초다. 결국 ‘모두’는 기술 포용의 대상을, ‘기본’은 기술로 구성된 삶의 조건을 재정의하는 개념이다. 국민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모두에게 기본이 되는 삶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AI 기본사회는 이러한 ‘모두’와 ‘기본’의 재발견을 바탕으로, 기술과 권리의 관계를 재설계하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시도다. 이 개념의 전환을 제도화하지 못한다면, AI 기술은 권리의 도구가 아니라 배제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AI를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사회인 AI 사회의 큰 의미는 AI에 대한 접근과 이용의 제한없는 AI 기본권의 보장이어야 한다. 앞으로, AI 기본권은 모든 정책·입법의 철학적·헌법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 ‘모두’와 ‘기본’의 재발견
    by 김윤명
    2025.05.30 14:42:28
  •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저성장 흐름이 나타났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0%대의 낮은 성장률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의한 수출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 하지만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와 같은 국내 주력 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흔들리고, 미래 혁신성장 동력인 AI 혁신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들은 경제성장 멈춤에 대한 불안감을 높인다.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AI) 챗GPT는 불과 2년 만에 초기의 경이로움 단계에서 사용자가 5억 명에 이를 만큼 성장하고 있다. AI 발전에 필요한 기반 기술인 AI 반도체나 대규모 데이터 처리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해 AI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혁신 산업들이 움트고 있다. 로보택시, 휴먼로봇 등 새로운 개념의 기술혁신이 가시화되고 있고 특히 로보택시는 이미 상용화단계에 접어들어 새로운 이동혁신 서비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로보택시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 레벨 4의 기술을 탑재하고 운행되는 이동수단이다.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해 수천 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과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은 이미 기술혁신과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Waymo)는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운행서비스 중이며 테슬라는 운전대와 패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바이두(Baidu Apollo Go)가 베이징, 우한 등 10개 도시에서 유료 서비스 운행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세계 주요 도시들로 운행 범위를 넓히는 경쟁을 이미 시작했다. AI 기반 로보택시의 상용화에는 핵심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갖춰져야 한다. 안전하고 혁신적인 자율주행기술에 도시 인프라 구축, 규제 완화 등 관련 제도 및 법제 정비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기존 자동차 산업 및 고용구조의 대개편을 유발해 산업 전환에 따른 대응과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소유에서 공유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자동차산업의 속성이 바뀌고 그에 따른 고용구조의 대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운전 직종 수요 감소와 소프트웨어 중심 고용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시장 혼란과 갈등을 조정할 재교육제도 및 사회 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로보택시의 혁신경쟁력은 미중 선두기업들에 뒤처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로보택시용 전기차 제공 및 운행 서비스 실시가 예정되어 있고 일부 스타트업들이 자율주행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핵심기술과 운영 플랫폼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이다. 특히 국내 자율주행시스템은 일부 지역(서울 강남, 세종 등)에서만 소규모의 시험 운행을 하는 단계에 있다. 무인 운전 금지에 대한 규제가 여전하고 사회적 수용도가 낮아 자율주행 혁신경쟁에 장애가 되고 있다. 로보택시는 AI 기술을 적용한 혁신의 상징이자 산업구조 재편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총생산의 12%를 차지하고 직접 고용인력 33만명을 포함해 약 150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력산업이다. 규제개혁과 사회적 수용성 미비로 신산업 혁신경쟁에 뒤처지면 새로운 혁신성장 동력 확보에 실패할 위험이 높다. 이미 ICT 혁신경쟁에서 낙오된 일본과 유럽의 사례는 혁신 격차가 경제성장에 치명적임을 제시한다. 로보택시로의 전환에는 자율주행 핵심기술 확보부터 서비스 관련 기술이 통합된 기술플랫폼과 고용, 제도, 규제, 도시인프라 설계까지 통합된 혁신체계가 필요하다. 즉, 기술개발, 규제개혁, 사회적 수용성, 산업구조 전환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합적인 정책패키지 접근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과학기술혁신체계로는 통합된 관리가 어렵다. 현재 과학기술혁신체계는 기술개발에서 개발 기술의 사업화 이전을 주로 다룬다. 또한 기술 개발이 여러 부처에 분산관리돼 조정이 어렵다. 자율주행기술개발 관리도 산업부, 과기부, 국토부, 경찰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더구나 관련 규제개혁, 제도 구축, 고용 등은 기술개발체계와는 별도로 다루어진다. AI 시대의 혁신 특징은 발전 속도가 빠르고 파괴적이다. 단순 기술혁신이 아닌 산업재편, 경제사회시스템 전환까지 유발한다. 지금의 과학기술혁신 관리체계로는 AI 시대의 기술개발과 혁신의 속성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기술개발에서 산업구조 개편,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편, 사회시스템 개혁의 연결성을 고려한 통합적 혁신정책체계의 구축과 이를 이끌어갈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 단순히 부총리제 도입이 아니라 과학기술정책과 AI 혁신정책과의 연계를 위한 새로운 혁신거버넌스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AI 시대, 통합된 혁신체계가 답이다
    by 이민형
    2025.05.28 15:36:39
  • 대한민국은 기술의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산업의 도구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필수조건’으로 변화하고 있다. 행정은 AI로 자동화되고, 교육은 AI 튜터와 함께 이뤄지며, 의료와 돌봄도 AI 기반 플랫폼 위에서 작동한다. 문제는 이 기술 전환이 과연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로 주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기술의 혜택은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왔다. 고소득층과 대도시는 AI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지만, 농어촌 주민,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은 여전히 ‘기술 밖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은 기회의 문이지만, 통제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격차가 된다. 이제 우리는 이 기술을 모두의 삶을 위한 기반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AI 기본사회의 출발점이다. AI 기본사회는 기술로 국민의 기본적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AI는 더 이상 소수의 자산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향유해야 할 권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기본사회는 주거, 의료, 교육, 돌봄, 교통, 정보 접근 등 국민 삶 전반을 헌법상 권리로 실현하겠다는 선언이며, 기술 역시 그 일부로 포함된다. 국가는 이제 기술 기반 삶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전환해야 한다. 기존 복지제도가 ‘일할 수 있어야 지원받는다’는 전제에 기반했다면, AI 기본사회는 ‘기술이 노동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대’를 전제로 한다. 탈락자를 보조하는 정책이 아니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디지털 기반 안전망이 핵심이다. A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며, 국민의 존엄을 지탱하는 사회적 인프라다. 그러나 기술 인프라만으로는 기본사회가 실현되지 않는다. AI 기본사회는 기술, 제도, 참여라는 세 축 위에 세워져야 한다. 첫째, 기술의 축으로는 공공이 주도하는 AI 인프라가 필요하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국민 AI 비서, 지역 기반 디지털 도움센터,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RAG 시스템 등이 핵심이다.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개방형 모델과 공공데이터의 결합으로 모두의 AI를 실현해야 한다. 공공데이터는 국민의 것이며, 그것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역시 공공이어야 한다. 둘째, 제도의 축으로는 ‘AI 기본권 헌장’ 제정과 ‘기본사회위원회’ 설치가 요구된다. AI 접근권, 이용권, 설명요구권, 포용권 등 새로운 사회권을 법제화하고, 이를 실행할 전담 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정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소득, 돌봄, 교육, 주거 등 복지 각 분야의 정책을 AI 시대에 맞게 재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셋째, 참여의 축으로는 기술 통제를 기술자에게만 맡기지 않는 참여형 AI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시민, 기술자, 법률가, 정책가가 함께 참여하는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공 알고리즘의 투명성, 영향평가, 사전 인증 및 사후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기술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 민주주의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화된 참여 설계로 가능하다. AI는 인간의 삶을 돕는 도구여야 한다. 경쟁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존엄한 삶을 위한 기술이 되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기술이 주변을 채우는 사회가 바로 AI 기본사회다. 기술복지(tech-welfare)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AI는 교육, 건강, 노동 등 인간다운 삶의 전 영역을 지지하는 공공 기반이 되어야 한다. 단절 없는 돌봄, 개인화된 교육, 데이터 기반 복지는 AI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AI 기본권은 선택이 아닌 새로운 사회권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지금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AI 기본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우리는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더 날카롭게 물어야 한다. AI 기본사회는 그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사회 비전이며, ‘모두의 AI’는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 전략이다. AI가 갖는 가치는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AI기본사회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by 김윤명
    2025.05.25 12:03:56
  • 인공지능(AI)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교육, 복지, 노동, 행정 등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동시에 AI는 점점 더 인간의 외양과 감각, 행동을 모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형태로 구현되며, 기술과 인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기술은 사람을 닮아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오래된 문제가 새로운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AI는 본질적으로 기술이지만, 이제는 인간 삶의 조건을 구성하는 핵심 사회 인프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주어지고 있지는 않다. 고령자,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촌 주민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AI 기반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우리는 기술보다 먼저 사회적 계약의 내용과 방식부터 다시 써야 한다. ‘모두의 AI’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정책 비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정책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AI 접근권, 이용권, 설명요구권, 차별금지권 등을 포함한 ‘AI 기본권 헌장’을 제정하고, 이를 법제도 전반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회권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이다. 둘째, ‘국민 AI 비서’와 같은 공공 AI 플랫폼을 구축해 복잡한 공공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국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디지털 복지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AI 바우처 제도와 지역 기반 디지털 도움센터를 운영하여 기술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넷째,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국민이 갖출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AI 리터러시 교육을 제도화하고, 이를 평생학습 체계에 편입시켜야 한다. 다섯째, AI로 인한 기술 실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 4일제 도입 등 노동시간의 재구조화를 포함한 새로운 사회 안전망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확보된 잉여 시간을 삶의 질 향상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분배 방식이다. 여섯째, 이러한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민, 기술자, 법률가, 산업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참여형 AI 기본사회 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기술의 통제는 기술자만의 권한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AI가 점차 인간의 감정과 판단을 흉내 내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구현되고 있는 오늘날,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우위에 놓이는 상황에 대한 윤리적·법적 대응 또한 긴요하다. 기술은 사람을 모방할 수 있어도 인간 존재의 의미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다움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정치와 제도는 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기존의 사회계약은 노동 중심의 산업사회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시민은 일하고 세금을 내며 국가에 참여했고, 국가는 그 대가로 복지와 보호를 제공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노동을 재구성하고, 기술과 데이터가 새로운 부의 원천이 되는 시대에는 이 계약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AI 중심의 지능정보사회’에 맞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다시 써야 할 시간에 서 있다. 이러한 사회계약의 재구성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분배와 성장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두의 AI’는 분배의 비전이지만, 그 실현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공공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를 확충하고, 민간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공공 LLM, 개방형 API, AI 바우처와 같은 정책은 민간 기업의 기술 진입을 유도하고, 기술 확산이 곧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분배는 성장 없이 가능하지 않고, 성장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술 기반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기술 기반의 공공 혁신과 민간 생태계의 균형 있는 선순환이 구축될 때, AI로 창출된 부가 사회 전체로 환류되는 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포용적 분배의 전제이다. 이것이 바로 ‘모두의 AI’가 지향하는 가치이며,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실질적 내용이다.
    ‘모두의 AI’를 위한 길
    by 김윤명
    2025.05.16 13:47:41
1 2 3 4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