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62
  •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보조금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공재정이 민간으로 투입되었다고 모두 보조금은 아니고 보조금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그 돈의 성격, 관리와 처리,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용어 사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공기관 청사를 경비하는 용역을 제공한다면 그때 받는 돈은 보조금이 아니라 용역 대금입니다. 반면 국가의 청년 채용 장려 정책에 부응해서 청년을 채용하고 그 급여의 일부를 국가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받는 것은 보조금입니다. 무엇이 다른 걸까요? 쉽게 정리하면 용역 대금은 공공기관의 일에 대해서 용역을 제공해주고 받는 돈이고, 보조금은 공공기관의 일이 아닌 것에 대하여 대가성 없이 ‘공짜로 받는 돈’입니다. 조금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공정보를 사용하는 앱 개발을 하면 돈을 준다는 공고를 보고 앱 개발에 참여해 돈을 받았다면 이건 용역 대금일까요 아니면 보조금일까요. 그 앱이 해당 공공기관의 수요에 쓰이는 것이라서 바로 그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것이라면 용역 대금이고, 그저 그 앱을 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주는 것이라면 보조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보조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일은 아니지만 그 정책적 목표에 부합하는 일들을 하도록 지원하거나 응원하기 위해 대가 없이 주는 돈입니다(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5헌바168 결정 참조). 그에 비해 용역 대금 등 다른 돈들은 대개 어떤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돈이지요. 보조금과 보조금이 아닌 것의 구별을 제가 강조하는 이유는 보조금과 보조금 아닌 것이 잘 분간되지 않고 관리되거나 조사가 되거나 수사로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용역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 보조금이라고 보아 과세하거나 보조금법 위반을 혐의로 삼아 문제 삼는 일도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용역 대금의 일부로 구성되어 지급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것에 대하여 보조금법 위반을 적용하려고 하는 수사기관에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은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조금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보조금을 ‘대가없이 받는 돈’이라고 해서 ‘눈먼 돈’처럼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보조금은 ‘여러 개의 눈으로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보조금은 국가보조금법, 지방보조금법상의 엄격한 규율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금원’에 해당하여 ‘국가 등 교부주체를 위해 보관하는 금원’의 성질을 갖습니다. 따라서 보조금을 잘못 썼다가는 보조금법 위반의 죄책을 질 뿐 아니라 횡령죄의 피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보조금은 받은 목적대로 엄격하게 써야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보조금은 공짜가 아닙니다
    by 안성훈
    2024.06.22 08:00:00
  • #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주부 A씨는 달력으로 ‘공모주’ 쳥약 일정을 확인하고 파킹통장을 활용해서 몇 일간만 목돈을 예치해 둔다. 원하는 기업의 다음 공모주에 청약하기 위해서는 단 3일정도만 목돈을 굴릴 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킹통장을 활용하면 3일만 예치해도 예치한 일자 대로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A씨가 공모주 투자자금을 굴리는 통장으로 파킹통장을 사용하는 이유는 일시적으로 내 돈을 주차하듯이 잠깐 예치 해 두고 입출금 통장보다 높은 ‘이자’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재테크 방법으로 ‘공모주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계속되는 공모주 청약일정에 맞추어 투자를 진행하려면 목돈을 단기간 예치해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적용되는 예금의 경우 최소 1달에서 1년정도 나의 돈을 예치해야만 이자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파킹통장은 단 하루만 예치하더라도, 연간 3%내외의 금리를 지급 받을 수 있다. 파킹통장, 뜻과 개념은 무엇인가요? 파킹통장은 금융 상품의 상품명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다. 파킹통장은 금융상품명은 아니고, 큰 자금을 잠시 예치해뒀다가 빼기 위한 단기 자금 융통을 위한 통장을 말한다. 파킹통장은 말 그대로, 잠깐 돈을 주차한다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고금리의 정기예금과 비교해봤을 때, 최소 약정된 기간이 한달이라고 하면, 한달 이하로 예치하게 되면 중도해지로 인해 거의 이자를 받지 못한다. 약 1주일정도 예치를 하고 중도해지가 되면 몇 원 정도 이자 밖에 지급 받지 못할 것이다. 단기간으로 사용하기 좋은 파킹통장을 사용한다면 이러한 아까운 이자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파킹통장을 사용한다면 단 하루만 예치하더라도, 연간 3%정도의 금리를 지급받을 수 있다(2024년.6월 기준). 보통 파킹통장을 흔히 사용하는 기간이 일주일이다. 예를 들면, 3%x7일/ 365일로 계산되어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최소 하루부터 잠깐 내 돈을 파킹통장에 주차해두면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돈을 굴릴 수 있다. 파킹통장의 종류와 활용방안 파킹통장은 은행과 증권사에서 모두 가입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예금자 보호’여부이다. 은행과 종금사에서 발행하는 CMA의 경우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파킹통장의 경우 급여 이체 같은 일정 금리 우대 조건을 충족만 하면 적용 한도 내에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파킹통장으로 사용하는 또다른 상품은 증권사의 CMA계좌이다. CMA계좌는 현금관리계좌(Cash Management Account)라고 불리며, 종합자산관리계좌로도 통칭된다. CMA계좌는 보통 일단위로 이자를 지급하며, 중도해지라는 패널티가 없고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단기자금 운용에 적합하다. 단, 은행에서 취급하는 파킹통장과는 달리, 증권사 CMA의 경우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 CMA중에서도 예금자보호가 되는 상품이 있는데, 발행 주체가 종금사인 경우 예금자보호가 가능하다. 파킹통장의 활용 방안 첫번째는 ‘생활비 통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매달 반드시 지출하는 생활비가 있는데, 한달 가량 쓸 생활비를 파킹통장에 이체해 두면 생활비를 쓰면서도 이자를 받는 구조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달 생활비 가 200만원이라면, 생활비를 100만원 정도 쓴다 하더라도 나머지 차액에 대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푼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렴한 커피 가게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의미 있는가. 두 번째는 투자를 대비한 ‘단기 목돈 굴리기용’이다. 요즘 흔히 하시는 공모주 투자나 부동산 등 재테크를 열심히 하다보면 현금이 생기는 경우가 생긴다. 단 몇일이라도 내 돈이 굴러가게 하고 싶다면 파킹 통장을 잘 활용하면 하루라도 이자수익을 벌수 있다. 단, 파킹통장의 경우 은행, 증권사 별로 금리가 다르기 때문에 우대 금리 충족 조건이나 발행 금리 등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되어 있는 상황으로, 부동산 시장에서의 자산 가격이나 주식, 채권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내 돈을 묶어 놓을 파킹통장을 사용하면 알뜰하게 이자도 챙기고, 투자할 자산을 위한 여유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스친 돈도 다시 보자!’
    스친 돈도 다시 보자 '파킹통장'
    by 이예원
    2024.06.22 07:00:00
  • 이달 20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5% 상승했다. 이 수치는 지난 3월 중순부터 1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점,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 통계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요자의 입장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당장 주택 구입에 나선 실수요자들은 ‘이미 내가 사고 싶은 아파트 값은 오를 대로 다 올라가 버렸는데, 뒤늦게 뒷북이냐’고 받아들이는 반면, 당장 주택 구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아직 집값 회복이 더딘 지방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의구심을 보인다. 올 초까지만 해도 폭락, 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던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수요자들의 심리 변화가 가장 중요한 상승 요인으로 판단된다. 쉽게 말해 ‘내 주변에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호가도 상승하다보니, 더 늦으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구입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증명하듯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생애 최초 구입 비중은 2022년 3분기 33.6%에서 올해 2분기 44.4%로 크게 상승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심리 지표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주택 시장이 회복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심리 변화는 작년 5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집값’이라는 검색어와 연관된 단어들의 언급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월 이전까지는 ‘급락’, ‘하락’이라는 연관어 언급 비중이 높았던 반면, 이 시점 이후부터는 ‘상승’이나 ‘급등’과 같은 가격 상승에 대한 언급 비중이 증가했다. 이런 SNS상의 집값 심리 변화를 아파트 실거래가격 변화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유사성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 변화의 방향성뿐만 아니라 상승, 하락의 폭을 살펴보는데도 심리 지표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실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의 두려움에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은 집값 인식에 대한 변화로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인 시장의 수급 논리에서는 주택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은 하락·안정화 된다. 하지만 반대로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더 강해지는데도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은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집값 상승의 두려움’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실제로 자료를 살펴보면 작년 4분기까지만 해도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의 비중은 25%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 비중이 점점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 집값이 싸다는 인식 비중은 2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하락에서 빠른 상승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아닌 시장의 ‘심리’가 지금 주택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의 심리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SNS를 활용하여 시장 심리를 분석하는 경우, 이 채널들이 모든 대중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도 한계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양한 채널들을 이용하여 주택 시장을 판단하고 분석해야 하는 이유는 ‘속도’에 있다. 통계적인 숫자들은 시장이 움직인 다음 0.1%, 0.2%이라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실제 주택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몇 천만 원 이라는 큰 돈이 ‘호가’라는 이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통계 자료를 분석한 기사를 보며 ‘그때 샀었어야 해’라고 후회하기 전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신중하게 살피고 이를 더 중요한 선행 지표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다.
    통계 지표는 늦지만 수요자의 심리는 빠르다
    by 윤수민
    2024.06.22 07:00:00
  • “만 원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사과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언론지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한국의 가구당 실질 소득은 전년대비 1.6% 감소해 7년 만에 최대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외식비, 과일 값 외에도 전반적인 물가가 많이 올라 보통의 직장인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15년 이후 10년 가까이 4500원인 담배가격을 대폭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흡연자들의 불만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기획재정부는 담배가격 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담배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이며 흡연율을 낮춰서 국민 건강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등 담배가격 인상 옹호론의 논리를 반박하기는 어렵지만, 100%에 가까운 인상폭은 흡연자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담배가격 인상 얘기가 나오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가 오직 건강에만 있는 걸까? 오늘은 금연이 불러올 수 있는 놀라운 경제적 효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현재 20세인 청년이 60세까지 한 달에 20갑씩 40년 동안 흡연을 지속한다면 담뱃값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얼마일까. 보건복지부 ‘금연길라잡이’에 따르면, 현재 담뱃값 4500원 기준 한 달에 20갑을 피운다고 가정하면 40년간 지출하게 되는 담뱃값은 무려 4320만 원에 달한다. 만약 한 줄기 연기를 뿜어내는 대신 금연과 함께 담뱃값을 금융투자상품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어떨까. 40년 동안 월 9만 원 또는 연 108만 원을 차곡차곡 모아 연 5~7%로 운용하면 약 1억 3000만 원에서 약 2억 2000만 원 규모로 불어난다. 여기에 담뱃값의 가파른 오름세를 반영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1980년대 고물가 시기를 제외하면 담뱃값은 소비자물가 대비 월등히 높은 상승률(연 5.21%)을 기록했다. 현재 한 갑에 4500원인 담뱃값에 연 5.21%의 상승률을 적용하면 40년 후에는 3만 2000원을 넘어선다. 어떻게 담뱃값이 그렇게 오를 수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현재 가격 대비 7배 이상 오른 가격도 여전히 현재 호주의 담배 한 갑 가격인 약 3만 8300원(US$ 28.4, 환율 1350원 적용 시)보다 낮다. 담배 가격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40년 간 담뱃값을 모으기만 해도 약 1억 4000만 원의 목돈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연 5~7%의 복리 투자 효과를 더하면 40년간의 담뱃값은 무려 약 3억 원~4억 원으로 불어난다. 한 갑에 4500원, 티끌만큼이나 가볍게 여겼던 담뱃값을 40년 동안 꾸준히 모으고 잘 가꾸기만 하면 알토란 같은 금융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월 수입으로 환산해 보면 단순히 은행 정기예금 이자 만을 고려할 경우에도(연 3.61%) 세전으로 매월 90만 원에서 132만 원에 이르는 정기적인 수입이 만들어진다. 2023년 기준 가입기간 20년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령연금 평균 수급액이 월 103만 원 수준이다. 단지 금연을 했을 뿐인데 40년 후 월 100만 원 수준의 현금흐름이 생길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금연에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티끌 모아 태산? “야~야! 티끌 모으면 티끌이야!” 개그맨 박명수의 말이다. 티끌을 단지 모으기만 하면 태산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여전히 티끌 더미에 불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티끌들을 꾸준히 모으고 잘 가꾼다면 시간의 가치와 복리 효과가 더해지면서 태산을 만들 수 있다. 눈 앞에 흩어지는 한 모금의 연기가 아른거리더라도 하루에 담배 한 갑 줄이면 나의 건강수명 뿐만 아니라 경제수명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연’을 거꾸로 하면 ‘연금'
    by 정호철
    2024.06.22 06:30:00
  • 한국 사람들은 ‘bada’와 ‘vada’를 듣고 둘 다 ‘바다’로 인식한다. ‘b’와 ‘v’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영어에도 구별하지 않는 발음이 있다. 우리는 ‘쌀’과 ‘살’을 구별하지만 영어의 ‘sign’의 발음은 ‘싸인’과 ‘사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한국도 일부 지방에서 사람에 따라 ‘쌀’과 ‘살’을 구별하지 않는다. 특정 발음의 사용이 언어습득 기간 중에 제외되면 그 발음을 위한 뇌의 회로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두 발음은 같은 발음으로 인식된다. 둘이 아닌 하나로 존재하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발음 수는 주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중국이 200 여개, 일본이 100 여개 정도라고 한다. 한국은 2700 개 정도이며, 한국의 경우 표기 가능한 발음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 중국의 한자는 글자 자체가 작은 그림이다. 사물/사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문자라는 뜻이다. 중국어 사용자들은 말을 들으면 즉시 문자를 떠 올려야 한다. 같은 발음이 많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도 같은 발음의 한자들을 볼 수 있다. 같은 발음을 이용한 해음(諧音)이 미신을 만들기도 한다. ‘福’자를 거꾸로(倒) 문에 붙이면, ‘倒’(거꾸로)와 ‘到’(들어온다)가 발음이 같아, “福이 거꾸로 붙어 있네”가 “福이 집으로 들어오네”의 일상어로 읽히게 된다. 중국인의 발음 세계에서, “福이 거꾸로”와 “福이 들어오네”는 구별되지 않는다. 더 재미 있는 해음도 있다. 우산(傘)을 선물하면 헤어지자(散)는 뜻이 되고, 함께 앉아 “배를 잘라 먹으면”(梨開) “이별하자”(離開)는 선언이 된다. 모두 미신적 금기다. 한자의 장점은 말이 통하지 않는 민족 사이일지라도 한자를 사용함으로서 기록으로 소통이 가능했다는 점일 것이다. 한자 덕분에 중국 대륙은 문자 소통이 가능한 지역이 되었고, 정치적으로 하나의 국가를 이룰 수 있었지만, 언어가 다른 종족이 한둘이 아니었으므로, 온전한 통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자 아이콘은 사물/상황/동작을 표현하는 ‘작은그림’, 심하게 말하면 정지된 동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글자 자체는 정지되어 있지만 이를 인식하는 주체에게 한자는, 시간을 부여 받은 심적 동영상으로 표상된다. 따라서 한자의 “작은그림”은 그 형태와 글자 모양의 짜임새까지 매우 중요하다. 짜임의 순서가 시간이기 때문에, 형태 구성은 글자의 인식, 암기, 의미 형성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최근 중국이 “풍부하다”의 ‘豊’자를 간자 ‘丰’으로 고친 것은 제 정신으로 한 일이 아니다. ‘丰’은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豊’을 암시하는 ‘기호’에 불과하다. 다르게 말하면, 한자 정신의 파괴다. 영어도 문자 모양을 중요시한다. ‘knife, knight, know’를 ‘naif, nite, nou’로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그림’의 모습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자의 그림적 특성도 그 만큼 중요하다. 한글의 글자 모양은 서구 알파벳의 수평적 제한을 넘어선 수평/수직의 결합으로 인해, 글자 모양이 놀랄 만큼 다양하다. 언어듣기의 메커니즘은 당연히 음악 듣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멜로디-듣기와 만들기에, 이미 형성된 언어의 신경회로가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둘 다 소리를 듣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음악이 도입되어 듣기에 익숙해지면, 멜로디-듣기의 뇌 회로가 그에 맞게 변하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회로는 남아있을 것이다. 중국의 음악은 전통 음악이건 대중 가요건, 모두 한자의 문자적 이념 안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뇌의 회로는 작동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음악은 제목의 시각적 이미지를 직접 표현한다. 쟁(箏)으로 연주하는 “고기잡이 배에서 황혼을 노래한다”는 ‘이저우창만’(漁舟唱晩)은 강변의 저녁을 음으로 그리고 있다. 화폭에 그림을 그리듯 쟁(箏)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만든 그림이다. ‘달빛 아래 매의놀이’(月江鷹遊)나 ‘봄날 강변의 아름다운 달밤’도 역시 같다. ‘春江花月夜’는 다음 그림의 상단에 쓰여 있는 시 제목이다. 표음문자 사용자들은 소리를 듣고 곧 바로 의미 세계로 옮겨가는 반면, 한자 사용자들은 발음을 듣고 문자, 즉 ‘작은그림’을 떠 올리고, 그로부터 의미 세계로 진입할 것이다. 한자 사용자들은 음악을 들을 때에도, 음-형태로 구성되는 음악의 공간을 만들기 보다는 음-형태에서 ‘작은그림’을 찾게 된다. 쉽게 말해, 음악 듣기가 음악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아니라 그림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된다는 뜻이다. 반면, 음 자체로서 음악적 공간을 만드는 음악은 몇 개의 음으로 구성된 ‘게슈탈트’(gestalt, ‘모양새’의 뜻)를 건축적으로 조립해 나간다. 그 조립의 규칙은 우리의 생활 공간에서 유도된다. 질문/대답, 호응/거절, 상행/하행, 등장/퇴장 등이 그런 구조들이다. 생활과 언어의 대칭적 구조를 음악에 반영한 것이다. 운명 교향곡의 ‘미미미 도-’와 ‘레레레 시-’는 호응 구조이지만, ‘미미미 도-’에 대해 ‘레레레 솔-’로 대답하면, 거절 또는 길을 바꾸겠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변형하면 숨 가쁜 발전, 속도감 있는 상승이 된다. 게슈탈트의 구조는 생활 현실에서 빌려왔지만, 그것이 만드는 의미는 음악적 공간 안에서 생겨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형성된 의미는 느낌을 만들고, 그로부터 감정을 불러온다. 이것이 우리가 통상적으로 음악을 듣는 메커니즘이다. 언어가 음악에 끼치는 영향은 중국의 경우에만 제한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음악도 언어와 문자에 기인하는 특이함을 지닌다. 유럽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에 따라 음악이 섬세하게 다르다. 이탈리아나 독일과 달리 영어의 경우, ‘knight’처럼 ‘문자그림’에 비중을 두는 것을 보면, 영국인의 음악듣기에도 언어 메카니즘이 틈입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럽의 여러 국가들의 음악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 여러 나라 중, 중국인의 음악듣기가 가장 특이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자의 특이함이 그 원인이다. 과거 한자를 많이 사용했던 조선이나 일본도 비슷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한글 전용의 시대에 산다는 것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에 산다는 뜻이기도 한다. 지금 한국의 정신 세계는 중국, 일본과 달리 서방세계가 되었다. 그것이 아마도 일류(日流)나 중류(中流)가 아닌 한류(Korean-wave)가 세계적으로 범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약력]서울대 명예교수 [저서]시와 리듬(1981, 개정판 2011), 음악을 본다(2009), 세계의 음악(2014) 등 [번역]기호학 이론(U. Ecco, 1984), 서양음악사(D. J. Grout, 1997)
    한자와 중국음악
    by 서우석
    2024.06.22 06:02:00
  • 봄이 지나고 여름이 깊어지면서, 자연의 울음소리도 가득하다. 한 낮, 뻐꾸기 울음소리는 문설주에 기댄 눈먼 처자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이윽고 한 밤이 되면, 개구리 소리는 별만큼이나 밤하늘을 가득 채운다. 이처럼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고, 수많은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사고와 의식을 갖기 때문에 창작활동이 가능하다. 어쩌면 자연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인간도 자연의 한 단면이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인공물도 인간의 것이라면 그것 또한 인간적이고 자연을 닮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도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학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지식이나 판단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것은 빠른 연산능력 덕분이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충격에도 창작활동은 인간만의 영역으로 안위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고를 하거나 창작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공지능의 창작은 의식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확률적으로 가장 근접한 결과물이 생성되도록 하는 알고리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생각을 말하는 것은 어떤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상황에 따른 판단을 하고, 그 상황에 적절한 단어나 표현을 선택한다. 인공지능도 그렇다. 인공지능이 특정한 결과물을 생성할 때, 인간처럼 부여된 프롬프트에 따라 달라진다. 동일한 프롬프트라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확률적으로, 또는 인간의 경험과 습성에 따라 언어의 선택이 달라진다. AI 모델이 갖는 특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인간이 표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정말 인간을 모방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지는 생각과 사고는 무엇일까? 인간의 발명품인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것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뇌과학자들도 인간의 사고체계에 대한 그 원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타인의 것을 모방하면서 학습한다. 모방의 과정이 지난하더라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특이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기계의 특이점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하지만, 인간의 특이점은 자신의 능력을 오롯이 발현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학습할 대상은 무한한다. 그렇지만, 기계에게는 그 또한 한정된 것이다. 이론적으로 빅뱅 이후의 모든 정보는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활용가능하다. 기계적 이라고 하지만, 빠른 속도로 학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는 다른 매커니즘이 활용된다. 인간의 학습은 저작물을 향유하는 행위이다. 향유란 저작물이 갖는 의미와 내용을 인간이 감각을 통해 즐기거나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에서 논란이 되는 법률 중 하나인 저작권법은 인간의 향유를 전제로 한다. 타인의 저작물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허락을 받거나, 저작재산권의 제한 사유나 공정이용(fair use)이 가능해야 한다. 기계가 학습하는 데이터를 포함한 저작물은 인간의 문화적 향유를 전제한다. 즉, 창작과정에서 의도했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것을 해석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적인 활동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화적인 활동이 아닌 기계적으로 특징점(features)을 파악하는 것은 문화적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기계가 다르게 취급된다. 기계의 활동이 인간의 활동을 넘어서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기계적인 특성은 반복적이지만 시간적으로 인간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데이터에는 인간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는 데이터에서 인간이 의도한 문화적인 사상과 감정을 향유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한 기계학습과 그에 따라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보면, AI는 인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AI가 인간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데이터를 학습하면 무엇이 될까? 또 다른 인류가 출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공지능, 더 정확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최초의 객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비에 비유하고, 그 비가 AI라는 냇가를 가득 채울 때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는 알 수 없다. 다음처럼 단순하지 않을까? “냇가는 물로 가득 찼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인공지능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다만,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인공지능은 윤리적 기계가 돼야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그다지 윤리적이지 않은 인간과는 달라야하는 숙명을 갖는다. 어쩌면 비상정지 버튼까지도 달아야 할지도 모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I에서 인간의 모습을 보다
    by 김윤명
    2024.06.16 10:00:00
  • "인간은 기본적으로 소비하는 존재이며, 이러한 소비는 단순한 필요 충족을 넘어서 사회적 지위와 소속감을 나타내는 행위이다."-토르스텐 베블런(Thorstein Veblen) 대한민국의 교육비 지출 현황에서 사교육비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를 단순히 공교육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사교육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소비 욕구와 관련된 심리적 요인을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토르스텐 베블런의 ‘소비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소비를 넘어 사회적 지위와 소속감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합니다. 이는 명품을 구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교육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은 총 27조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녀의 학습 성취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혹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거나 상승시키기 위해 사교육을 필수 소비품으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000원으로,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3.6%보다 높은 5.8% 증가한 수치입니다. 사교육비 증가가 단순히 경제적 이유를 넘어서 심리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소득 가구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현상은 이론의 타당성을 더욱 뒷받침합니다.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의 가구는 67만 1000원을 사교육에 지출하는 반면, 300만 원 미만의 가구는 18만 3000원을 지출합니다. 이는 단순히 소득 수준의 차이뿐만 아니라, 더 나은 교육을 통해 자녀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거나 상승시키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편 공교육에 해당하는 2023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75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10년 32조 2900억 원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734만 명에서 531만 2000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공교육 재정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공교육의 질적 문제만이 아니라, 부모들의 소비 욕구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사교육이 하나의 필수 소비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 사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최근 교육발전특구, 국제화교육특구 등 지방으로 교육 자율권이 이양된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지방 정부는 지역별 특성과 필요에 맞춰 사교육비를 공교육 재정에서 지원하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공교육 내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사교육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학부모들이 별도의 사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를 통해 교육의 평등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모든 가구가 소득에 관계없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교육비와 공교육 재정의 불균형 문제는 단순히 교육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소비 욕구와 심리적 요인과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소비하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적 접근만이 사교육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모든 학생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 교육 당국,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교육비 폭등 시대, 공교육에서 해결책 찾아야
    by 전대근
    2024.06.16 08:44:41
  • 얼마 전 수능 만점 의대생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일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그 후로도 교제관계에서 발생한 각종 강력범죄로 안전한 이성교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인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하게 되는 자녀에 대한 많은 걱정 중 하나가 바로 자녀의 이성교제 문제일 것이다. 소중한 자녀가 아직 학업에 매진해야 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부모로서는 내심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가급적 이성교제를 당분간 하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이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중·고등학생 시절에 이성교제를 하는 경우도 주변에 심심찮다 보니 내 자녀가 만약 이성교제를 한다면 서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성교제를 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필자 또한 어린 자녀가 성장해 감에 따라 앞으로 필자도 맞닥뜨릴 이러한 자녀의 이성교제 문제를 어찌하면 슬기롭게 대처해 갈 것인지를 벌써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 14년의 검사생활과 현재의 형사전문변호사로서의 생활 때문인지 직업병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형사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 및 그 대처 방법에 대한 시각이 우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스토킹’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스토킹’이 범죄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각종 보호절차를 마련하고 가해자의 처벌 및 그 절차에 대하여 특별히 규정한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약칭: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것은 2021년 10월 21일부터에 불과하다. 이러한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에 따른 입법적 움직임은 사실 이미 1999년부터 있어 왔지만 그로부터 무려 2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 비로소 관련법이 마련되고 시행된 것이다. 법이 마련되고 시행된 것이 얼마 지나지 않다 보니 ‘스토킹’이라는 단어의 익숙함과 달리 그 의미나 그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억울하게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피해를 입고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추가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도 또 학교 내에서의 이성교제와 관련하여 스토킹이 발생되고 있음에도 학교 측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싫어할 만한 어떠한 접촉도 스토킹범죄가 될 수 있어요 스토킹처벌법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스토킹범죄’는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하 “상대방등”이라 한다)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막아서는 행위, 상대방등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등에게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등의 행위,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 상대방등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스토킹처벌법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바와 상대방을 따라다니거나 상대방의 주거, 직장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나 그 부근에 나타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행위에 한하지 않고 피해자를 상대방의 가족까지 확대하여 다양한 행위 태양을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가 서툰 이성교제 과정에서 이별을 경험하면서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싫어할 만한 어떠한 형태의 접촉이라도 반복하거나 지속한다면 스토킹범죄로 입건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스토킹행위가 있다면 신고를 통해 경찰의 응급조치를 받아 스토킹범죄를 예방할 수 있어요 만약 자녀가 상대방의 스토킹행위로 인해 불안감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면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의 응급조치를 통해 자녀에게 지속적·반복적인 스토킹행위(즉 스토킹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 경찰은 스토킹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는 경우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행위를 제지하고,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할 경우의 처벌을 서면경고하며, 스토킹행위자와 피해자등을 분리하고 범죄수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피해자등에게 관련 절차를 안내하고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한다. 만약 신고된 스토킹행위와 관련하여 스토킹행위가 지속·반복될 우려가 있고 스토킹범죄 예방을 위해 긴급한 경우라면 경찰은 직권 또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등의 요청에 따라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녀에게 이성교제에서 비롯된 스토킹 피해가 있다면 이와 같은 스토킹 신고를 통해 더 큰 피해를 막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토킹범죄에 대해서는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을 통해 가해자의 접근을 방지할 수 있어요 스토킹행위가 지속·반복되는 스토킹범죄의 경우 재발될 우려가 있다면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으로 스토킹행위자에게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조치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스토킹행위자나 그 법정대리인 입장에서는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는 경우 등에 있어 불복절차를 통해 그러한 조치의 적절성을 다툴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기 시작할 무렵 필자는 검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실제 그 당시 잠정조치 청구 업무 등 관련 업무를 하면서 잠정조치 청구를 통해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들도 많았고, 억울하게 스토킹 오해를 받은 남성의 혐의를 벗어 준 경우도 있었다. 학교도 학생들의 이성교제에서 스토킹범죄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조치해야 해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춘기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이성교제가 심심찮은 만큼 교내에서의 이성교제와 이별 과정에서 스토킹행위나 스토킹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학교 측에서도 이러한 관련 규정을 숙지하고 염두에 두어서 학생들의 이성교제에서 스토킹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미연에 사전 교육을 통해 예방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학교 측의 무관심이나 부적절한 대처로 스토킹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라면 학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녀와 청년들이 건전한 이성교제와 성숙한 이별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한층 더 성숙해지길 기도해 본다.
    소중한 자녀와 청년들을 위한 호신 형사법(3)
    by 김은정
    2024.06.15 08:00:00
  • 바야흐로 인공지능(AI)과 엔비디아 시대다.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기준 전세계 3위기업으로 올라가고 애플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AI열풍과 엔비디아는 테슬라의 전기차 시대보다 더욱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전기차보다 AI반도체는 시장에서의 독점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3일, 오픈AI는 보고 듣고 말하는 새로운 AI모델인 ‘GPT-4o’를 발표하여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부족했던 애플 또한 AI경쟁에 제대로 뛰어들 것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모두가 AI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경쟁력과 기술력을 가진 한국과 코스피에 호재이며,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도 AI 열풍에 SK하이닉스와 일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보였지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대표 지수(나스닥, 스탠더드앤드포어스(S&P)500지수 등)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연초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과 반도체 실적개선으로 2750선으로 올라오기도 했지만, 반도체와 일부 실적 개선이 있는 섹터 외에는 부진했기에 추가 상승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의 상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AI 투자는 이제 시작이고 한국시장의 밸류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기대감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및 자본시장 선진화 제고를 위한 과제로 핵심은 기업 수익성과 성장성 개선을 통한 코스피 지수의 레벨업이다. 지난 2월 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공개했고, 지난달 2차 세미나에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3분기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및 발표, 4분기에는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와 금융상품들이 출시 예정이다.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밸류업 관련 이벤트는 새로운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으로 기업들의 배당 절차 개선 및 배당 확대는 기업 가치 제고로 평가받고 신규 자금 유입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시장을 견인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전체 주식 비중 내에서 미국 주식을 줄이고, 한국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효해 보인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주식과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한국 주식과 비교에서 저평가돼있는 한국 주식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미국은 3분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상승도 ‘매크니피센트7’(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구글, 애플,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5월 발표한 컨퍼런스보드 주가 상승 기대지수는 48.2포인트(p)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며, 대장인 엔비디아 액면분할에 대한 개별 이슈 등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편 채권 자산은 장기채 40%와 단기채 60%의 비중을 유지해야 된다는 판단이다.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인하 횟수 예상은 줄어들고 있고 시기는 늦춰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인하라는 전제가 바뀌지 않는 한 장기채를 줄이는 전략은 좋지 않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되는 것이 보일 때까지 늘리는 전략도 좋지 않다. 지금은 가능성에 배팅하는 것보다 숫자를 확인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맞는 시장이다.
    국장보다 미장? 하반기 코스피 비중 확대가 답이다
    by 서진환
    2024.06.15 08:00:00
  • #. 홍길동씨는 얼마 전 토지를 매각했다. 이 토지는 홍씨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토지다. 상속 당시에는 해당 토지가 상속세가 부과 될 만큼 가치가 높은 토지가 아니었기에 홍씨는 상속세를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 토지를 매매하고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면서 낭패를 봤다. 상속 받을 당시에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아 국세청에서 해당 토지를 개별공시지가로 평가했고, 그 금액이 홍씨가 취득한 가액으로 인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취득가액이 낮게 산정되다보니 양도차익이 크게 계산돼 양도소득세를 예상보다 훨씬 많이 물게 됐다. 홍씨의 토지는 왜 상속 당시 개별공시지가로 평가된 것일까. 상속세를 부과할 때 상속재산에 대해 가치평가를 하게 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에 따르면 상속재산은 상속개시일 현재 ‘시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토지 같은 경우 해당 토지가 거래되지 않는다면 시가 확인이 곤란하다. 시가가 없는 경우에는 [상속세및증여세법 제61조]에 따라 개별공시지가로 평가를 한다. 기준시가로 평가하면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재산가액이 산정된다. 그렇기에 시세 기준으로 상속재산을 평가할 경우 상속세를 내야할 수준이지만 기준시가로 평가할 경우 상속세 기준에 미달돼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상속세 과세기준을 넘어선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의 상속인은 홍씨처럼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함정이 있다. 상속 당시 기준시가로 평가 될 경우 시가와 확연한 차이가 있어 추후 해당 토지를 매각할 때 양도차익이 커지게 되어 양도소득세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홍씨와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상속세의 과세기준은 5억 원(또는 10억 원)으로 나눠진다. 피상속인(사망자)을 기준으로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상속이 되면 상속재산가액 10억 원까지 상속세가 없고, 배우자 없이 상속이 되면 상속재산가액 5억 원까지 상속세가 없다. 상속재산가액 5억 원(또는 10억 원) 이하의 구간에서는 상속재산가액이 달라지더라도 상속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개별공시지가보다는 시가에 더 근접한 감정평가액으로 상속세를 신고하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세법에서 감정평가기간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세법상 감정평가기간은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상속개시일 전 6개월부터 상속개시일 후 6개월까지로 정하고 있다. 이 기간을 벗어나 평가한 가액은 인정되지 않는다. 아래의 <표>를 통해 상속재산평가에 따라 상속세와 추후 양도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 알아보자.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상속공제 한도 내에서는 상속재산에 대한 평가금액과 관계없이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물건을 양도할 경우에는 세액이 크게 달라진다. 감정평가(Case.2)를 했을 경우와 비교해서 기준시가(Case.1)로 평가 할 경우 취득가액이 낮게 산정되어 양도차익이 상대적으로 크게 계산되고, 이로 인해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진다. 물론 감정평가를 했다고 무조건 기준시가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평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례를 통해 경험한 바에 따르면 감정평가액이 기준시가보다 월등이 높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해당 물건의 개별공시가격이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인다면 감정평가를 통해 그 가치를 최대한 시세에 맞춰 상속세를 신고해야만 추후 해당 물건을 팔 경우 세금을 적게 부담하게 되며, 같은 매매가액에 팔았더라도 가용할 수 있는 자금에서는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상속 당시에 경황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홍씨와 같은 곤란을 겪지 않도록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절세방법을 찾기를 권한다.
    상속세 신고 안하면 매매할 때 낭패 본다?
    by 이창언
    2024.06.15 07:30:00
  • 최근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자신을 살게 해준 구원자인 선재를 구하고 사랑을 얻는 극중 주인공을 보며 필자는 ‘금리’가 떠올랐다. 금리 역시 나의 돈을 구할 핵심 키(Key)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유로화 사용 20개국(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정책금리를 25bp 인하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우선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인데, 이러한 기조를 따라 미국도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12월까지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국제 경제의 추세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어떤 재테크를 하는 것이 좋을까. 금리와 주식, 채권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금리와 주식, 채권의 관계는 ‘역’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 필연적 관계를 잘만 활용하면 ‘금리 업고’ 내 돈을 관리하는데 적절히 써먹을 수 있다. 보통 현 경제 상황처럼 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주식과 채권 가격의 수익률이 상승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대출금리도 역시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도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적금의 금리가 인하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그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주식이나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는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금리인하기에는 예·적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주식이나 채권의 투자 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예금과 적금에 모든 돈을 묶어두었다면 금리 인하기를 맞아 채권과 주식에 포트폴리오 분산은 어떨까. ■장단기 채권을 적절히 분산한 바벨 전략으로 채권 투자 시작해보자! 바벨전략(Barbell Strategy)은 흔히 헬스장에서 볼 수 있는 역기를 의미하는데, 바벨을 자세히 보면 양쪽 끝의 추에만 무게가 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채권 투자에서의 바벨 전략도 동일하다. 중간이 아닌 양 극단에 무게가 있는 것처럼 중간은 과감히 버리고, 양쪽 극단적인 성질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즉, 바벨 전략은 중기채를 제외한, 장기채와 단기채에만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채권에 활용한다면, 유동성이 낮고 금리가 높은 장기채권과 유동성이 높고 수익률이 낮은 단기채권을 함께 구성할 수 있다. 장기와 단기채권을 배분하면 유동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채권의 경우 만기가 언제 인지, 즉 잔존기간에 따라 그 수익률이 달라진다. 장기 채권의 경우 만기까지의 채권가격 변동위험이 큰 편으로, 유동성이 낮다. 따라서 채권가격이 낮고 금리가 높다. 반면 단기채권의 경우 유동성은 높으나 수익률이 낮다. 바벨 전략으로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한다고 하면 금리 변동성에 더 민감한 만기 2년 이상의 ‘장기채’를 매수하면 된다. 금리 상승이나 변동성이 심할 때에는 잔존만기가 1년 내외인 ‘단기채, 초단기채’를 일부 가입하는 것이다. 바벨 전략을 활용하면 단기채로는 안정성을 더할 수 있고, 장기채로는 초과수익을 추구할 수 있으니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좋다. ■ 주식의 ‘주’자도 모르겠다면 ETF로 주식을 시작해보자! 금리인하에 따라 주식에 투자해보고 싶은데, 주식의 ‘주’자도 모른다면 ETF(Exchange Traded Fund)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ETF는 ‘상장지수펀드’의 줄임 말로 한가지 테마로 묶인 ‘주식꾸러미’ 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스닥에 있는 미국기업에 투자하고 싶은데 어떤 회사를 콕 집어 투자하기가 어려울 때, ETF에 가입하면 원하는 ‘유망 테마의 회사 꾸러미’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미국에 투자하고 싶다면 나스닥 지수나 S&P500지수에 혹은 AI에 투자하고 싶으면 AI종목에, 2차전지에 투자하고 싶으면 2차전지 ETF를 선택하면 된다. 관련 기업을 하나하나 조사하거나 고를 필요 없이 종목과 테마만 선택하면 된다. ETF의 장점은 개인이 유망한 기업을 하나씩 고를 필요 없이 원하는 테마에 투자할 수 있는 점과 소액으로도 분산투자가 가능한 점, 펀드보다 운용수수료가 낮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라는 세계적인 경제 흐름만 잘 타도 방치되고 있는 내 돈을 구해낼 수 있다. 다가올 금리인하기에 주식과 채권을 활용하여 ‘푼돈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여보, 돈 미리 어디 넣을까"…금리인하기 목돈 만들기
    by 이예원
    2024.06.15 07:00:00
  •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은 낡고 기계는 녹슬기 마련이다. 사업장 내의 건물이나 설비도 주기적으로 유지보수를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유지보수공사를 직접 수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외부 공사업체에 공사를 맡기곤 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사 중에 산업 재해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는가이다. 바꿔 말하면 건설공사 중에 그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의 책임을 누가 지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건설공사를 맡기는 계약도 도급에 해당한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는 자’를 건설공사발주자라 하여 도급인과 구분하고 있다.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도급 받아 수행하는 업체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도급인이나 해당 공사업체(사업주)가 부담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위와 같이 건설공사발주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이다. 문언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실제로는 어떤 경우에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지 모호하다. 이에 관하여 인천지방법원은 A공사에 대한 2023년 6월 제1심 판결에서 해당 공사의 성격 및 내용, 공사 장소의 관리 주체, 해당 공사의 상시적·정기적 사업 여부, 공사 관련 부서 등 조직의 유무, 공사 관련 인력 및 예산 규모 등을 기준으로 A공사가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위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A공사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공사업체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위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A공사가 건설공사의 시공을 수행할 법령상의 자격과 전문성이 있는지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A공사를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공사업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A공사가 시공을 주도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공사를 맡긴 주체가 사업에 필수적인 시설의 공사를 맡기고 인력 및 규모 면에서 공사업체보다 월등하더라도, 해당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전문성이 없으면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여 구체적인 안전관리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 계속 중으로 향후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우리 사업장에서 건설공사를 하면 누가 안전관리를 해야 할까
    by 김동현
    2024.06.08 09:00:00
  •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돼 저성장 기조에 빠진 것은 기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3일 성장사다리 정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은 졸업 중소기업 지원 확대, 가업승계 지원,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 신설, 성장바우처 제공, 정책자금과 민간금융 연계한 자금조달 지원, 민간 투자 연계형 연구개발(R&D) 확대, 중소기업 M&A 지원 강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에서 가장 큰 효과가 기대되는 대책은 세제혜택 확대이다. 현재 세제혜택은 자본과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주로 집중되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세제혜택이 전면 중단된다. 이런 세제혜택 절벽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에 성장사다리 대책에는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도 세제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2년 추가 연장해 총 7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예기간이 지나 중견기업에 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최초 3년 간 높은 R&D·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해 준다. 성장역량이 높은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밀착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도 제시되었다. 정부는 세제에서 금융, R&D M&A에 이르는 전방위 지원을 망라하는 성장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중견기업을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수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가 중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은 올바르다. 하지만 정부 지원만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가 작동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대책은 지원 투성이다.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을 초기 중견기업까지 확대한 정도에 불과하다. 작은 사다리를 조금 그것도 일시적으로 늘린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스 신화의 괴물 프로크루스테스는 사람을 침대에 묶어 놓고 침대 길이 맞춰 사람의 키를 늘이거나 줄였다고 한다. 정부의 성장사다리 정책도 비슷한 방식이다. 중소기업 지원 기준이라는 침대를 약간 늘려 놓았을 뿐이다. 아예 침대를 버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직접 육성한다는 접근도 진부하다. 유망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하고 밀착지원해 중견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대책을 보는 순간 머리가 띵하다. 왜 무슨 근거로 100개인가?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성장역량이 뛰어난 유망기업을 선택할 것인가? 기존의 수많은 정부 지원사업과 무엇이 다른가? 이전에 수출중소기업 10만개, 벤처기업 3만개,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개수 목표와 다를 바 없다. 역시 침대에 사람 키를 맞추는 프로크루스테스 식의 접근이다. 정부의 인위적 노력에 의해 중소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면 벌써 이전에 했다. 성장사다리 정책의 원조는 MB정부이다. 당시에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벤치마킹해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소기업 정책의 요지이었다. 그 이후 강소기업이 늘어났다면 오늘날 성장사다리 대책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건강한 민간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과 중소기업의 체질개선 노력은 전혀 없다. 역시 표지갈이 식의 전형적 정부 대책이다. 성장사다리 정책이 필요하다니 내놓은 격이다. 문제는 다른데 같은 답안만 내놓은 탁상공론의 발상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원 일색 ‘성장사다리 정책’통할까
    by 임채운
    2024.06.08 07:00:00
  • 음악을 기록하는 악보에 대해 알아보자. 악보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기록 보관하는 악보와, 읽고 노래하는 악보다. 세종이 종묘, 문묘제례악을 정리한 정간보는 기록 보관용이고 ‘날아라 새들아’로 시작하는 ‘어린이 날’ 노래의 오선보는 읽고 노래하기 위한 악보다. 유럽의 오선보는 멜로디를 회상하기 위해 가사 위에 그려 놓은 곡선으로 시작한다. 상행, 하행, 꼬임-진행을 표시한 기호였다. 9세기에 출현한 이 기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 발전한다. 이 기호의 이름인 네우마(neuma)는 그 어원이 그리스어의 ‘기호’(neuma)라고 한다. 변화는 기호 행렬을 가로지르는 수평선으로 시작되었다. 펜으로 눌러 자국을 낸 수평선은 동일 음고를 알리기 위한 선으로서, 여러 색갈의 일곱 줄까지 확대된다.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세속음악은 5선보로 귀결되고 종교음악은 교황청 간행의 ‘Liber Usualis’의 4선보로 정착된다. 언어가 단어로 시작하듯, 음악도 두세 음표의 덩어리로 기록이 시작된다. ‘Liber Usualis’의 음표들이 그런 덩어리 모습으로 되어 있다. 리듬 역시 덩어리로 파악되고 인식되었다. 패턴으로 인식되었다는 뜻이다. 르네상스 이전, 여섯 개의 패턴에 1번에서 6번까지 번호를 붙여 사용했다. 이것이 “리드믹 모드”(rhthymic mode)다. 네우마로 음고 행렬이 주어지면 여기에 여섯 개 중 하나를 택해 노래를 불렀다. 20세기초 한국의 유행가에 등장하는 ‘뽕짝’ 역시 리드믹-모드다. 월드컵 열풍 시절,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응원단이 외치는 ‘대한민국’에 대해 질문했을 때, 나는 무심코 ‘한국적인 특징, 뭐, 그런 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한민국’은 ‘뽕짝’ 리듬의 변형이다. “뽕-짝짝, 뽕짝”이 “뽕--짝, 뽕작”으로 변형된 것이다. 음악적으로 보면 같은 것이다. 음악을 수용하는 태도는 다양하다. 언어의 경우 의미 파악이 첫 목표겠지만, 음악에는 그런 우선적 태도가 없다. 교향곡 한 악장과 제례악의 “영신(迎神)” 부분을 듣는 태도는 서로 다르다. 전자가 감상이 목적이라면, 후자는 귀신에게 “이 곳으로 오십시요”라는 부탁이다. 우리가 알아 들을 수도 없고 알아들어도 안 되는 음악일 것이다. 인도 음악을 보자. 인도 사람들은 음악을 감상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음악은 열반으로 인도하는 반려자다. “비묵슈”(vimuksh)라는 단어는 열반과 음악을 함께 뜻한다고 한다. 따라서 타인의 음악을 기록해 그것을 읽으며 흉내내는 연주는 금기에 해당된다. 악보가 글이라면 연주는 말인 셈이다. 글은 후에 읽기 위한 수단이지만, 말은 마음 속의 생각을 밖으로 내보내는 직접적인 작업이다. 말은 글을 읽는 사람에게 “니가 내 말을 똑 같이 따라 할 수 있겠니?”라고 항의하겠지만, 글은 “마음을 끌어내어 집을 짓겠다는데 뭔 상관이냐?”라고 항의할 것이다. 말은 강의 흐름을 만들고, 글은 집을 짓는 셈이다. 가슴이 말을 한다면, 머리가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둘은 일치하기도 한다. 글도 건축처럼 중력과 손을 잡고, 말도 강처럼 중력과 손을 잡는다. 글은 위를 향하고 말을 아래를 향하는 셈이다. 한국의 음악에도 말의 음악이 있었다. 조선조의 음악은 ‘상징의 음악’(宗廟祭禮樂), ‘글의 음악’(淸聲曲), ‘말의 음악’(散調)을 모두 수용했다. 산조는 신쾌동(申快童, 1910~1978)과 김죽파(金竹坡, 1911~1989)까지 남아있었다. 산조는 ‘이 내 말쌈 들어보소’로 시작하는 가슴 속의 이야기다. 흩어진 이야기라는 뜻에서, “散調”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산조 정신의 소멸은 서양음악이 조선조 음악에 끼친 가장 큰 피해다. 해방 후 초등학교에서부터 악보 읽기와 노래하기로 교육 받은 이들에게, 말의 음악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악보 읽기를 배운 이들이 후에 대학 교수가 되어, 산조를 오선보로 악보화해 버린다. 선을 넘은 일이지만, 막을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인도의 음악은, 서주 “alap”와 본주 “gat”로 나누는 형식을 취한다. 서주는 현실의 삶을 벗어나는 과정이고, 본주는 열반에 이르는 과정이다. 둘 다 거의 30분 동안의 긴시간이 걸린다. 열반에 이르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긴 시간이 걸리는 점오점수(漸悟漸修)의 음악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음악을 듣는 또 다른 태도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가믈란(gamelan) 음악이 그것이다. 가믈란은 공(gong)과 차임(chime)을 두들겨, 하늘에 떠있는 소리를 보여주는 음악이다. 공과 차임의 쇠 소리 모임인 이들의 음악에서 시간이 정지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느닫 없이 깨닫는 열반인 셈이다. 비유하자면, 돈오돈수(頓悟頓修)의 음악이다. 음악을 듣는 태도는 이처럼 다양하다. 소리에서 우리는 귀신의 모습도 상상하고, 신의 말씀도 상상한다. 소리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개화기 시절 외국인의 기록에 의하면, 미군 군악대가 행진곡을 연주하며 종로 거리를 누볐을 때, 이를 본 조선인들은 그 크고 화려한 소리에 기절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놀라움은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조차 어려울 것이다. 소리와 음악은 이처럼 우리를 두려움과 신비, 놀라움과 경탄으로 이끈다. 소리를 재료로 만든 공간, 다르게 말해 음악은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다. 오직 우리의 뇌 안에만 존재하는 세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약력]서울대 명예교수 [저서]시와 리듬(1981, 개정판 2011), 음악을 본다(2009), 세계의 음악(2014) 등 [번역]기호학 이론(U. Ecco, 1984), 서양음악사(D. J. Grout, 1997)
    악보와 세계관 
    by 서우석
    2024.06.08 05:00:00
  • 저출산과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교육비 절감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수십년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다. 2000년대 초반 EBS 수능강의 도입과 방과후 프로그램 시작을 필두로 2010년에는 교육과정 개편, 고교선택제, 교과교실제, 대입 전형간소화 등 여러 방안을 꺼내 대응해 왔지만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학령기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교육 예산 투입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사교육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학령기 인구는 710만명에서 537만명으로 24% 줄었다. 그러나 2020년 기준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2010년 대비 40%나 껑충 뛰었다. 교육부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맞춰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5년까지 AI 디지털 교과서 교사양성을 위해 올해만 381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개별맞춤형 교육방식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개발하고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업역량및 진로개발 능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글로컬 사업을 통해 성장한 지역대학에 유입되고 지역의 일꾼으로 자리매김해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의 교육 강국들은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 하락을 이유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을 철회하고 종이 교과서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또한 고교학점제 실현에는 교육인프라와 교사 역량강화 등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교육부의 현정책이 이전과 다른 점은 권한 이양이다. 교육발전특구, 국제화교육특구 등을 지정해 권한을 지역으로 이양하는 것으로 각 지자체들은 지역맞춤형 기획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교육비 절감과 저출산 및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맡게됐다. 만약 성공한다면 권한이양이 잘이루어진 것으로 평가 될 것이며 실패할 경우 지자체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부족했다고 비난받을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교육비 절감 이라는 본질이 간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권한을 이양받은 지자체가 교육부의 눈치를 보지않고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과감하게 이양받은 권한을 실현한다면 대한민국의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 지자체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사교육비 절감과 저출산 지방소멸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역대 최대' 사교육비 해결의 핵심 열쇠
    by 전대근
    2024.06.02 15:35:57
  • 횡령죄는 위탁된 타인의 재물을 불법하게 영득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배임죄는 타인의 재산상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하여 손해를 입히는 경우다. 두 죄는 신뢰 관계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에서 닮아 있다. 보관하는 타인의 물건 또는 처리하는 타인의 사무가 ‘업무상 임무’와 연결돼 있는 경우 다수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배반하는 것으로 보고 가중 처벌하고 있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특히, 상법과 민법은 회사의 이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사무를 처리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주의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는 곧 임무위배 행위에 해당하도록 하고 있다. 주주와 투자자는 회사의 임직원이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고 믿고 투자를 한 것이기에, 회사 자금을 유용하거나 기타 이러한 신임을 저버리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상장법인이 자사 임직원에 의한 횡령·배임 혐의를 확인했다면 이를 확인한 뒤 지체없이 공시해야 한다. 특히 임원의 경우에는 횡령·배임 혐의 금액에 상관없이 공시의무가 발생한다. 또한 여기서 ‘임원’은 등기이사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최대주주, 실질경영자, 미등기임원 등도 포함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공시된 횡령·배임 혐의의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된다. 직원의 경우 횡령·배임금액이 자기자본의 5%(자산총액이 2000억 원 이상인 대기업의 경우 3%) 이상, 임원의 경우 자기자본의 3% 이상 또는 10억원 이상이면 이에 해당하므로, 혐의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확인된 혐의 금액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하는 규모라면 거래정지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 개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상장법인이 횡령·배임과 관련하여 타격을 입는 부분은 주로 재무의 건전성과 경영의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다. 횡령·배임과 같은 불법행위에 의해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될 수 있고, 회사의 내부통제제도 자체에 중대한 훼손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횡령·배임과 관련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서는 횡령·배임 등이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 횡령·배임 등의 발생금액에 대한 구상권 행사 및 회수 가능성, 최대주주 및 경영진의 횡령・배임 관련여부, 최대주주 및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인한 내부통제제도 훼손 여부 등이 집중적으로 심사된다. 횡령·배임과 관련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서는, 횡령·배임에 연루된 임직원의 사임 또는 해임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횡령·배임에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관여된 경우, 관여의 양태나 회사에 발생한 손해의 규모에 따라, 상장적격성의 유지를 위해 최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교체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와 같이 회사의 경영 투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내규, 조직 등을 전사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경영 투명성 제고 및 이를 입증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며, 회사의 내부통제 체계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과정에서 횡령·배임으로 인해 촉발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횡령·배임→상장폐지 직격…미리 경영투명성 갖춰야
    by 정성빈
    2024.06.01 10:00:00
  • 누구나 자신이 있는 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상태의 유지는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 물리적인 안전의 중요성은 물론 디지털 환경에서의 안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안전체계는 중요하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안전은 프라이버시(privacy)로서의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넘어선 물리적인 환경이나 사회적인 영역에서의 안전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종래에는 개인의 생활 및 신체에 대한 안전이 중요한 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클라우드 환경은 다양한 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어느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서비스 자체가 ‘먹통’이 된다. 데이터센터 화재사건으로 디지털 서비스가 멈추기도 했다. 접근이 편리해진 반면 관리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의 안전체계는 물리적인 안전을 위한 ‘재난안전기본법’과 SW안전을 위한 ‘소프트웨어 진흥법’, 그리고 네트워크 상에서의 침해사고 대응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등 다양한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다. 네트워크와 SW는 융합되면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 되는 SW를 의미하는 사스(SaaS)로서 클라우드컴퓨팅은 어떤가? 우리 SW진흥법에서의 SW안전은 “외부로부터의 침해 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소프트웨어의 내부적인 오작동 및 안전기능 미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부터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에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는 상태”로 정의된다. SW 안전은 SW자체 또는 SW와 밀접하게 구현된 시스템이나 플랫폼 등 다양한 요소에서 사용되는 SW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개념이자 목표이다. 다만, SW 품질은 SW 안전을 위한 기능적인 사항을 의미하기 때문에 품질이 기준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만 SW 안전의 정의에서는 명확하게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의미하는 네트워크를 통한 침해사고의 경우는 SW 안전의 범위에서 제외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안전과 SW 안전은 별개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 기술적인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AI가 일상으로 들어서고 있다. SW가 단순한 자동화의 의미를 가졌다면, AI는 의사결정이나 창작활동을 대신 해주는 수준이다. 그 만큼, 결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AI의 내재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수준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기술의 발전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AI 안전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요소이다. AI를 통해 생성하는 다양한 생성물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또는 AI가 잘못 판단하거나 알고리즘이 조작된 경우도 있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 규제는 지양될 필요가 있다. 기술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그 뒷감당은 이용자인 국민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은 선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기술은 이용하는 과정에서 의도성이 들어가고, 그에 따라 차별이나 편향이 반영되곤 한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편견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로서 AI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AI에 대한 규제방법으로 설명의무를 부과하기도 한다. 설명가능한 AI의 개발도 마찬가지다. 거대언어모델(LLM)인 AI모델의 블랙박스를 열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AI의 안전은 AI자체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AI를 활용하거나 사용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AI가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작동되는 경우, 비상버튼이나 셧다운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같은 대화를 생성했던 챗봇인 테이사건이나 이루다사건에서 챗봇을 셧다운 시켰다. 문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의사결정이었다.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데이터에 의해 내부 데이터나 시스템이 오염되지 않도록 개발했어야 했다. 두 사건에서처럼, AI가 문제는 아니다.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악의적인 행동이 문제이다. AI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AI는 일상이다. 그렇지만 AI가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할지 여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점은 기술이 인간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점, 그렇지만 안전을 위해 기술에 대한 통제는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AI기술의 안전성, 서비스의 공정성, 서비스제공자의 신뢰성, 이용자의 윤리성, 정책의 일관성은 필요조건이다. 이로써 AI안전은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EU AI법의 퍼즐이 맞추어졌고, 이제 시행만을 남겨둔 상태이다. 이는 AI에 대한 규제가 윤리 중심에서 법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법률도 AI 기술의 안전한 이용에 방점을 둬야 한다. 다만, 기술에 대한 규제보다는 문제되는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규제여야 한다. 무엇보다 규제는 명확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
    AI안전과 신뢰사회
    by 김윤명
    2024.06.01 07:00:00
  • 정부가 지난달 22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후속조치라고 볼 수 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은 정부 주택공급 로드맵을 그린 1·10 대책의 후속조치이기도 하다. 정부는 재건축 선도지구를 2만 6000호 이상, 즉 1기 신도시 정비 대상 주택 물량의 10~15% 정도로 정했다. 재건축은 준공일로부터 30년이 지나면 추진이 가능하다. 즉 1기 신도시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면 난개발 우려가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체계적인 개발 순서를 정한 것은 의미 있는 조치다. 정부가 제시한 골격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선도지구 평가 기준 중 주민 동의율을 100점 가운데 60점으로 배점했다. 주민 동의율 50%는 10점을 주고, 동의율 95% 이상은 60점을 주기로 했다. 주민의 추진 의지에 비중을 크게 둬 재건축 중단 위험 요소를 줄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정부는 2027년 착공과 2030년 입주를 목표로 내걸었다. 목표 실현을 위해 용적률 완화, 인허가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적용하기로 했다. 주거 환경 개선 및 꾸준한 주택 공급을 통한 주택 가격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역할을 보여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하나는 주민들의 동의율이 쉽게 높아질 것인가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은 주민들의 재건축 기대감을 끌어내릴 것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전세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선도지구 물량이 신도시 정비 물량의 10~15%라 하더라도 전세 시장의 상승이 이어지는 최근의 분위기로 보아 전세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지방이 소외된다는 비판도 있다. 부산의 한 지역 언론사는 이번 정책에 대해 ‘국토부의 수도권 중심주의 본색’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향후 비수도권 1기 신도시에 대한 계획도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의 섭섭함이 적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목표 입주 시기가 2030년이라는 점이다. 주민의 재건축 의지가 높고 정부의 지원으로 사업 진행이 빨라도 이 시기까지 입주가 진행되기는 상당히 어렵다. 서울의 경우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부터 준공까지 평균 10.8년이 소요된다는 통계가 있는데 사업 시작부터 준공까지 7년 안에 완료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된다.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후속 조치를 기대해 본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2030년 입주 가능할까
    by 최황수
    2024.06.01 07:00:00
  • 원화 국제화는 해외에서도 원화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설명하고 넘어갈 만큼 단순한 이슈는 아니다. 우리나라 금융, 외환, 자본시장 전반의 변혁과 긴밀히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한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하에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대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데다 외국자본의 국내투자, 국내 자본의 해외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는 지금 원화의 국제화는 더 이상 선택사항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사이에서 원화가 의미있는 국제화를 진전시키지 못하면 아시아권역에서조차 대우받지 못하고 이들의 대용(proxy) 통화로의 숙명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 원화 국제화에 첫발을 들여놓은 지는 꽤 오래됐다. 그 결과 무역 등 경상거래에서는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자본거래에서는 여전히 원화를 사용하는 데 규제가 많다. 지금까지 비거주자 자본거래는 외화를 국내로 들여와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치중되다 보니 환율에 부담이 집중됐다. 비거주자 자금 유출입이 환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환율의 변동에 따라 비거주자의 행태가 좌우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명색이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나라임에도 실제 원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에서 원화로 결제된 비중은 각각 2.3%, 6.1%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스위프트(SWIFT) 망을 통한 원화 결제 실적은 20위권까지만 발표하는 통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원화를 상대 통화로 하는 외환거래는 다른 통화들보다 12번째로 많다는 통계가 있지만 여기에 소위 차액결제선물환거래(NDF)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동 거래는 원화의 수수가 일어나지 않고 미 달러화로 정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이 서울 외환시장의 개장시간을 늘리고 해외금융기관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비거주자의 원화 NDF 거래를 실제 원화의 수수가 일어나는 외환거래로 일부 흡수함으로써 국내 외환시장에서 비거주자의 거래 편의를 도모하고 시장 유동성을 제고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를 통해 국제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통용이 확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다 진전된 다음 단계에서는 비거주자 간 자본거래 시 원화의 사용이 원활해짐으로써 원화의 국제적 유동성이 증대되고 최종적으로 국내 결제시스템과 안정적으로 연계된 국제화된 프로세스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화의 국제화에는 적잖은 책임이 따른다. 원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을 용이하게 해 그동안 의존해 온 외환보유액의 유용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길을 과감히 들어설 필요가 있다. 원화가 국제화되면 이를 계기로 국내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제고시켜야 하고 외환 및 금융·자본시장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여 나갈 수밖에 없다. 또한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능력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구조 전반을 선진화시키는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원화가 NDF 시장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통화라는 점을 들어 원화가 국제화되더라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미 비거주자들에게 환투기 공격 수단이 없지 않다는 논리이다. 현실적으로 원화의 해외수요 확대를 기다리기 이전에 공급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해왔듯 무역상대국들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계속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원화가 대금결제에 이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말 위안화에 이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원화 간 직거래 도입에 합의하고 최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것은 고무적이다. 이제 외환위기 트라우마에서 확실하게 벗어나야 한다. 싱가포르는 지난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오히려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오늘날의 선진적인 국가로 완성되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약을 위한 도전, 원화 국제화
    by 양석준
    2024.06.01 06:30:00
  • 지금 건반 악기는 모든 음악에서 사용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 나아가 디지털 음향에 이르기까지 건반이 사용된다. 건반 악기의 발생과 발전을 살펴보자. 가장 오래 된 건반 악기의 유물은 토기(terracotta)였다. 위 첫째 사진은 수압-오르간과 “salpinx”(트럼펫) 연주자의 모습이다. 기원전 1세기의 것으로 알렉산드리아에서 만든 것이다. 다음 사진은 튜니시아에서 발견된 기원전 3세기의 것으로 역시 수압-오르간의 모습이다. 둘 다 기름을 사용하는 램프의 장식품이다. 건반의 발전 과정을 다음 순서로 살펴보기로 한다. 1.입 안의 공기 압력, phorbeia, 2.공기 주머니, 3.백파이프, 4.공기상자와 슬라이드 장착, 5.풀무 오르간, 6.수압 오르간, 7.교회 오르간, 8.하프시코드, 9. 피아노의 순서다. 1. 공기주머니의 근원은 그리스 시대의 “phorbeia”에 이른다. 올림픽 등의 운동경기장에서 노예들은 아울로스라는 피리를 연주했다. 온종일 피리를 불어야 하는 힘든 작업을 위해 가죽 띠에 구멍을 뚫어 아울로스를 물고 띠를 목 뒤로 묶었다. 볼의 아픔을 덜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 띠가 “phorbeia”다. 2. 이 구강의 공기 주머니, 볼을 보호하기 위한 가죽띠가 확대되어, 가죽 주머니로 모습을 바꾼다. 아래 사진은 양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 백파이프로 2017년 불가리아의 백파이프 경연 대회에서 보인 모습이라고 한다. 3. 백파이프(bagpipe)가 완성된다. 백파이프는 우리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많은 곳에서 민속악기로 사용되고 있다. 다음은 그림은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백파이프를 소년이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과 스코틀랜드 백파이프의 모습이다. 다음 사진은 13세기의 프랑스 성당 외부의 조각상이다. 여기서도 공기주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4. 가죽 주머니는 나무로 만든 공기상자(air chamber)로 발전하고, 슬라이드가 공기압의 개패를 결정한다. 5. 다음은 풀무 오르간의 모습이다. 소형과 대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 그리스 사람들은 수압을 이용해 공기 압력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광장에서 소리를 울려 퍼지게 한 거대한 hydrorgan(수압오르간)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그 유물은 전해오지 않는다. 아래 그림은 수압오르간의 개념도와 20세기에 헝가리에서 복원한 수압오르간 모습이다. 7. 아래 그림은 교회 오르간의 건반의 모습이다. 위 건반은 손 건반이고 아래 건반은 발로 연주하는 저음 건반이다. 독일 Halberstadt 시의 파베르(Nicholas Faber)가 1361년에 만든 건반으로서, 1619년 출판된 “Syntagma Musicum”에 그림으로 전해오는 모습이다. 8. 오르간에 이어 하프시코드에 건반이 적용된다. 하프시코드는 “zither”에 건반을 더한 모습이다. 하프시코드의 최초의 모습은 독일의 하노버 근처 민덴(Minden) 시의 대성당 제대 뒤에서 그 모습이 발견되었다. 제대 뒤의 부조와 그 일부의 확대 사진이다. 위 사진의 둥근 그림 테두리를 확대한 사진에서 하프시코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1425년에 건물이 건조된 것으로 보아 이 시기의 악기 모습으로 추정된다. 다음 사진은 1646년에 프랑스의 안트워프에서 제작된 후, 1780년 손상된 부분을 수리한 하프시코드의 모습이다. 1600년 이후 1750년까지 바로크 음악 시대의 악기 왕좌는 성당과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이었으며, 오르간 연주자가 가장 존경 받는 음악가였다. 파이프 오르간의 건조는 때에 따라 수십년이 걸렸다. 그 건조 기술은 당시의 첨단의 테크놀로지였다. 그 완벽한 완성을 위해 바흐(J. S. Bach)를 비롯해 많은 연주자들의 감수가 필수적이었다. 오르간이 교회 음악을 주도한 반면, 당시 발전을 시작하는 세속 음악은 하프시코드가 주도한다. 하프시코드는 피아노로 이어진다. 9.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시대인 클래식 시대에 이르면 피아노 음악이 꽃을 피운다. 19세기에 들어서면 그랜드 피아노가 악기의 왕좌를 이어받는다.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이 그 대표적인 작곡가 겸 연주자였다. 19세기에 이르러 교향곡이 부상하고 지휘자가 왕좌를 접수한다. 작곡가를 겸한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keyboard”라고도 불리는 건반악기의 발달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세계에는 여러 문화권이 있었지만 이처럼 한 악기가 그와 같은 꾸준한 변형과 발전을 거친 경우를 찾아 보기가 어렵다. 이러한 변형과 발전은 서양음악 자체에도 적용된다. 20세기 최고의 음악 역사가인 아브라함(Gerald Abraham, 1904–1988)은 그 발전 과정을 “evolution”(진화)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종교개혁, 30년 전쟁, 과학 혁명, 오페라의 범람, 프랑스 혁명, 산업 혁명 등을 거치면서 유럽음악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 그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변화 중 오페라의 범람은 음악 내적인 진화였다. 오페라는 이탈리아어로 시작해 각국으로 퍼지면서 여러나라의 언어와 풍습을 담은 무대 예술로 전개된다. 오페라의 이 다국적화는 이탈리아 중심 음악에 대한 정체성 도전이었다. 1900년 이전까지 유럽의 음악이 꾸준한 진화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왕조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종교가 문화적 이념을 받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사의 경우 1600년 이전은 가톨릭이 바탕이었고, 그 이후에는 남부의 가톨릭과 북부의 프로테스탄트로 나뉘어 발전한다. 잔잔한 충돌은 더러 있었지만, 전체를 흔드는 갈등은 없었다. 동로마 제국의 패망 후, 비잔틴 교회의 음악은 러시아로 옮겨간다.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romanization) 이후 세 명의 여왕들은 가톨릭 음악과 프로테스탄트 음악을 고루 흡수한다. 그 여왕들이 좋아한 발레와 오페라는 20세기에 이르러 꽃을 피운다. 그러나 두 번의 세계대전 후 클래식 음악은 해체주의 사상과 더불어 몰락한다. 쇤베르크의 무조성 음악은 해체주의 철학의 선조였다. 20세기 후반의 현대음악은 첨단 사상 추구의 철학이 된다. 그러나 실은 철학자들도 듣지 않는 음악이다. 하지만, 건반악기는 건재한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왕조가 끝나면, 음악이 사라지면서, 악기도 따라 없어지거나 그 품격을 잃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건반은 살아남아 지금도 세계의 음악을 지배하고 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약력]서울대 명예교수 [저서]시와 리듬(1981, 개정판 2011), 음악을 본다(2009), 세계의 음악(2014) 등 [번역]기호학 이론(U. Ecco, 1984), 서양음악사(D. J. Grout, 1997)
    음악의 지배자 '건반 악기'
    by 서우석
    2024.06.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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