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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민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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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Insight
8개의 칼럼 #부동산
  • 얼마 전 ‘데뷔 2년이 지난 4세대 아이돌 뉴진스에 이어 5세대 아이돌이 등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아이돌이나 아파트나 지금 4세대라는 점은 똑같네’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아이돌의 세계에서는 톱스타가 배출됐거나, 장르의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가 생긴 시점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한다. 1세대는 H.O.T.와 젝스키스, 2세대는 빅뱅과 소녀시대, 3세대는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4세대는 뉴진스라고 한다. 아파트의 세대 구분도 과거의 세대가 넘어설 수 없는 특징적인 기능이 기준이 된다. 이미 재건축이 이뤄졌거나 재건축이 진행 중인 1세대 아파트들은 2세대 아파트에 비해 층이 낮고 지하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주로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지어진 2세대 아파트는 기술의 발전으로 층이 높아지고 지상주차장과 지하 주차장을 함께 갖춘 경우가 많다. 다만 2세대 아파트는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놀이터, 도서실, 경로당 등의 시설만 설치돼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되지 않았다. 2010년대에 건설된 3세대 아파트는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하고 헬스장과 키즈까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아파트의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남향을 우선했던 11자형 동배치에서 벗어나 ㄱ자형, Y자형 등 다양한 형태의 배치가 생겨났다. 4세대 아파트는 3세대 아파트에서 한층 더 발전된 형태로 ‘소유’의 개념에 ‘거주’의 기능까지 더했다는데 큰 차이를 갖는다. 식사서비스와 수영장, 사우나 등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가능했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데다, 주택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층고와 광폭 주차장 등 3세대 아파트와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주차장, 커뮤니티시설 등을 통해 세대별로 아파트를 구분하는 것은 이런 요건들이 세대를 뛰어넘는데 있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세대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지 않고서는 지하주차장을 설치하기 어렵고, 2세대 아파트는 재건축·리모델링 없이 세대와 지하주차장을 직접 연결할 수 없다. 3세대 아파트는 공간적인 제약으로 4세대 아파트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호텔식 커뮤니티의 확대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재건축·리모델링 없이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보니 4세대 아파트가 갖고 있는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그에 따른 희소성이 강조되면서 올 한해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4세대 아파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들은 너도 나도 ‘4세대 아파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주 비용’에 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하고 이러한 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서 더 높은 기본 관리비가 발생한다. 규모의 경제로 3000~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어느 정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만, 그 미만의 규모에서는 관리비를 납부하는데 크게 부담이 없는 입주민들로만 구성이 가능한 단지에서나 큰 문제 없이 4세대 아파트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단지의 규모라는 물리적인 특성, 입주민의 생활수준이라는 사회적 특성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4세대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고 또 유지해 나갈 수 있는데, 이 역시 4세대 아파트의 희소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돌의 세대교체 주기가 빨라진다는 말처럼 아파트의 세대교체 주기도 점점 빨라지면서, 벌써 5세대 아파트에 대한 다양한 전망도 논의되고 있다. 내 삶에서 멀어지려야 멀어질 수 없는 부동산 시장, 세대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필요한 이유다.
    2024.10.19 07:00:00
    아이돌만 세대 따지나…아파트도 생겨나는 세대의 차이
  • 골드만삭스, JP모건 등과 함께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건스탠리가 최근 우리나라 임대주택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다수의 외국계 사모펀드들도 국내 주거용 부동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례로 영국계 펀드인 ICG는 국내 코리빙 시장의 메인 공급자 중 하나인 홈즈스튜디오와 3000억 원대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싱가포르투자청도 SK디앤디와 함께 서울 내 4개의 코리빙 시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이런 투자자들의 주요 부동산 투자 대상이 대형 오피스 건물에 한정됐던 만큼, 임대주택에 대한 투자 증가는 국내 주거용 부동산 구조에 큰 변화가 시작되는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임대주택 시장도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펀드와 같은 대형 투자 자본은 대상 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 수익을 기초로 하고, 투자 기간동안 발생한 자본 차익을 추가 수익으로 획득한다. 그렇다 보니 이를 선정할 때 안정적인 임대료 상승이 가능하고, 상승한 임대료에 따라 자본차익도 발생시킬 수 있는 자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주택 임대료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최근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이나 국내 오피스와 달리 우리나라 임대주택에 대한 투자는 왜 이렇게 늦게 이뤄졌을까? 집값이나 물가 등 국가·도시 통계 비교 사이트 Numbeo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30개 도시 중 서울의 평균 임대료는 20위로 조사됐다. 홍콩이 1만 5000달러로 가장 비쌌고, 스위스(1만 4000달러), 런던(1만 3000달러)이 뒤를 이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1500달러로 약 200만 원 수준이다. 즉, 서울의 주택 임대료는 도시 규모나 이미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2020년 기준 3.3㎡당 약 6550만 원)을 기록하다 보니 임대료 경쟁력은 더 낮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월 임대료가 다른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은 전세라는 제도가 주택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 사이에 완충 작용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하여 자기자본 투입 금액을 줄일 수 있고, 임차인은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해 순수 월세 거주하는 것에 비해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전세를 선호하고 상대적으로 월세가격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격 상승, 전세대출 규제, 대출 금리 관리 등의 요인과 더불어 전세사기 등 제도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지면서 전세시장 규모가 점점 축소되고 빠른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월세 가격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외국계 투자자금들도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본이나 대규모 리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개인 투자자들도 과거 고시원의 형태를 발전시킨 코리빙 주거 시장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서 미래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시장의 변화에 스며들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2024.09.28 07:00:00
    글로벌 투자자금은 왜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투자할까?
  • 올해 소비자 트렌드를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올해의 단어 중 하나로 디토(Ditto) 소비를 선정했다. '디토’는 최근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제목으로 대중에 잘 알려졌다. 과거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남자 주인공의 사랑 고백에 여자 주인공이 “Ditto”라고 응답하는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Ditto는 일상 대화에서는 ‘나도, 나도 그래’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특정 유명인이나 컨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말하기도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신유빈 탁구선수가 경기 중 에너지 젤리를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관련 상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도 디토 소비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주택 시장에도 디토 소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주택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거래의 단위가 크고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특성이 있는 만큼, 유명 연예인들을 따라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에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거나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고 이를 따라 주택을 구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시장에서의 ‘디토 소비’는 아파트 브랜드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강남 사세요? 전 OO에 살아요”라는 아파트 브랜드의 광고 카피처럼, 아파트 브랜드는 주택구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아파트 브랜드를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으로 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20년대 ‘대장 아파트’라는 표현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가장 고가이면서 가구 수가 많고 미래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대장아파트라고 부르는데, 이로 인해 지역을 넘어 ‘단지’ 단위로 부동산을 구분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잠실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나 대치 ‘우선미(우성, 선경, 미도)'와 같이 복수의 아파트 단지를 줄여 말하는 것에 이어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 ‘경자(경희궁자이)', ‘아리팍(반포 아크로리버파크)'처럼 개별 아파트 단지의 이름을 줄여서 말하는 것도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주택 가격에서도 유명 단지를 선호하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은 전국 아파트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의 단지를 ‘선도아파트’로 정의하고 선도아파트에 속하는 단지들과 가격지수를 따로 발표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검정색 점선은 KB선도아파트 50지수를, 붉은색 점선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뜻하는데 선도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일반 아파트 대비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규모가 크고 유명한 아파트가 시장에서 더 선호되며 빠르게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부동산 가격변동의 전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심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최근의 시장 상황에서는 이런 트렌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주택가격 변화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투자 수익률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시장의 빠른 속도에 맞는 호흡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2024.08.24 07:00:00
    '디토 소비'가 가져오는 주택시장의 변화
  • 최근 서울 주택가격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방 주택가격의 경우 여전히 바닥을 다지지 못하는 지역이 나타나면서 또다시 차별화, 양극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지역별 주택가격 변동성에 큰 차이가 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역시 주택을 구입하는 배후 수요가 많고 적음이 회복 속도에 차이를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서울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한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인구가 아무리 줄어들어도 서울 부동산의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서울 부동산 시장의 존재감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이 지속됐음에도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주택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상승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해외 주요 도시 내 주택이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는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여겨지면서 끊임없이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서울이라는 도시가 갖는 투자처로써의 매력은 어떨까?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세계도시종합력 랭킹에 따르면 서울은 뉴욕, 런던, 도쿄, 파리, 싱가포르, 암스테르담에 이어 글로벌 7대 도시로 선정된 대도시다. 전세계 사람들이 세계의 주요 도시를 이야기할 때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도시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미 국내 핵심 오피스 빌딩은 외국의 투자 자본에 의해 점령된 경험이 있거나 점령된 상황이며, 이제 그 관심은 점점 주택과 같은 거주용 부동산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외국인 주택 소유는 연간 약 10%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중 75% 이상이 수도권 주택에 편중돼있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 비중 변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5년 0.5%였던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 비중은 2018년 0.9%, 2022년 1.0%에 이어 지난해 1.2%로 증가하였다. 미국(2.3%)이나 캐나다(3.0%)와 같은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서울의 경우 다른 선진 주요 도시들 대비 주택의 월세는 저렴하지만 주택 가격은 저렴하지 않은 편이다. 이로 인해 주택가격 자본환원율(Cap Rate)은 낮고 투자 매력도 떨어져 보일 수 있다. 지난해 평균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주택가격 자본환원율은 뉴욕이 5.0%, 로스앤젤레스(LA) 3.1%, 런던 4.0%, 시드니 2.4% 등으로 1.5%를 기록한 서울보다 훨씬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 주택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여타 글로벌 도시들에 비하면 최근 주택가격 상승폭이 낮았고, 전세라는 제도를 레버리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서울에서 외국인 집주인이 임대를 주는 주택수도 2021년 6월 124건에서 올 4월 71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물론 외국인이 국내에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 수나 대출 규제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측면에서 ‘외국인 집주인’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아닌 ‘전 세계인의 도시 서울’에서는 더 많은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이 서울 주택을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문화에 K를 붙이면 글로벌 트렌드가 되는 지금, ‘외국인 집주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세계 7대 도시 시민으로서 ‘글로벌 스텐다드’에 맞춰 나가야 할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2024.07.20 07:00:00
    글로벌 도시 서울, 아직은 어색한 ‘외국인 집주인’
  • 이달 20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5% 상승했다. 이 수치는 지난 3월 중순부터 1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점,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 통계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요자의 입장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당장 주택 구입에 나선 실수요자들은 ‘이미 내가 사고 싶은 아파트 값은 오를 대로 다 올라가 버렸는데, 뒤늦게 뒷북이냐’고 받아들이는 반면, 당장 주택 구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아직 집값 회복이 더딘 지방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의구심을 보인다. 올 초까지만 해도 폭락, 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던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수요자들의 심리 변화가 가장 중요한 상승 요인으로 판단된다. 쉽게 말해 ‘내 주변에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호가도 상승하다보니, 더 늦으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구입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증명하듯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생애 최초 구입 비중은 2022년 3분기 33.6%에서 올해 2분기 44.4%로 크게 상승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심리 지표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주택 시장이 회복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심리 변화는 작년 5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집값’이라는 검색어와 연관된 단어들의 언급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월 이전까지는 ‘급락’, ‘하락’이라는 연관어 언급 비중이 높았던 반면, 이 시점 이후부터는 ‘상승’이나 ‘급등’과 같은 가격 상승에 대한 언급 비중이 증가했다. 이런 SNS상의 집값 심리 변화를 아파트 실거래가격 변화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유사성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 변화의 방향성뿐만 아니라 상승, 하락의 폭을 살펴보는데도 심리 지표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실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의 두려움에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은 집값 인식에 대한 변화로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인 시장의 수급 논리에서는 주택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은 하락·안정화 된다. 하지만 반대로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더 강해지는데도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은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집값 상승의 두려움’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실제로 자료를 살펴보면 작년 4분기까지만 해도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의 비중은 25%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 비중이 점점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 집값이 싸다는 인식 비중은 2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하락에서 빠른 상승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아닌 시장의 ‘심리’가 지금 주택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의 심리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SNS를 활용하여 시장 심리를 분석하는 경우, 이 채널들이 모든 대중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도 한계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양한 채널들을 이용하여 주택 시장을 판단하고 분석해야 하는 이유는 ‘속도’에 있다. 통계적인 숫자들은 시장이 움직인 다음 0.1%, 0.2%이라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실제 주택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몇 천만 원 이라는 큰 돈이 ‘호가’라는 이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통계 자료를 분석한 기사를 보며 ‘그때 샀었어야 해’라고 후회하기 전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신중하게 살피고 이를 더 중요한 선행 지표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다.
    2024.06.22 07:00:00
    통계 지표는 늦지만 수요자의 심리는 빠르다
  • 최근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금리다. 부동산은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가격이 가장 비싼 재화인 탓에 대출을 활용하지 않고 구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저금리 시대를 지나 고금리가 새로운 기준이 된 최근의 시장 상황에서 금리와 부동산의 상관관계는 더욱 강화되며, 금리의 등락에 따라 가격 변동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서 말하는 금리는 한국이나 미국의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채권 금리를 말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인 ‘코픽스 금리’와 고정(혼합)금리 대출의 기준인 ‘금융채 5년물’로, 일반적인 금융 소비자는 이들 금리를 기초로 한 최종 대출금리 수준에 따라 대출 상품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코픽스 금리는 은행의 평균 수신 상품 금리를 활용하여 매달 공시되는 반면, 금융채 금리는 채권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그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채권금리 등락 →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락 → 주택가격 상승/하락’의 순서로 금리 변화는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국내 채권금리는 어떤 지표의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 한국은행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글로벌 통화 긴축 시기에 미국 국채금리가 국내 국채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채권금리가 국내 채권금리에 끼진 영향력의 비중은 58% 수준이며, 그 원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규모와 비중이 빠르게 상승한 데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한국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상당히 유사한 변동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특히 채권 금리가 2.5%를 넘어선 ‘22년 이후 한-미간 채권금리는 거의 동일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을 통해 금리와 부동산가격 변동성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채권 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데, 저점과 고점 사이에 약 4~5개월의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몇 개월 간 시장 특성을 살펴보면 금리와 주택가격 변동성은 더욱 긴밀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4.1%까지 상승했던 국고채 금리가 올 1월 3.3% 수준까지 크게 하락하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10%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했다. 다만 최근 들어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 채권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추세로 돌아서면서 실거래가격지수도 다시 상승에서 보합 추세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통상적으로 다양한 국가들의 다양한 자산이 유사한 변동성을 보이는 현상을 ‘글로벌 동조화’라고 말한다. 이런 글로벌 동조화는 2000년대 들어 급격히 강화되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전 세계 자산이 다 같이 움직이는 ‘초 동조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만큼 글로벌 금융 변동성이 우리나라 주택 가격 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보이며, 물가·국제 정치 등 부동산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다양한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이다.
    2024.05.18 07:00:00
    한국 주택가격 변화, 미국 채권시장을 주목하라
  •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 집중됐던 가운데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총선 이후 펼쳐질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전망이 가장 큰 이슈다. 결과적으로 여소야대의 형국이 이어지게 되면서 현 정부가 제안했던 다양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의 시행 동력은 약해졌고, 시장도 발 빠른 대응보다는 관망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이렇게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 영향력이 미칠 방향성까지 모두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주택시장에서 규제를 강화했던 정부 시절에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반면, 규제를 완화했던 정부 시절에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축소되거나 가격이 하락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좋은 의도로 만든 정책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거나 정책이 추구한 방향성과 다르게 시장이 반응하는 상황을 ‘규제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시장과 정책은 어디로 튀어 오를지 모르는 하나의 럭비공과도 같다. 이와 관련해 현 정부와 지자체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을 많이 쏟아내고 있는데도 왜 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지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정책의 성격에 따라 ‘장기적 변화’가 발생하는 것과 ‘단기적 대응’이 이루어지는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첫 부동산 대책인 1.10 대책(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은 준공 후 30년 넘은 아파트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게 하면서 서울 및 1기신도시 아파트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대책 시행 이후에도 관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1.10 대책과 같이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은 주택의 단기적인 수요보다는 장기적인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보니 규제 완화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반면 지난해 1~9월 한시적으로 도입된 ‘특례 보금자리론’은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대출 정책 상품의 출시가 즉각적인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정책이 주택구입 수요를 진작시키는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상승세로 전환해 투자 수요가 증가할 때 잠재적인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입되는 ‘공급’에 관한 정책과 달리 ‘수요’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가진 정책은 시장에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는 정책의 대상자 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올해 도입된 ‘신생아 특례 대출’이 ‘특례 보금자리론’보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정책의 영향을 받는 대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동산 정책을 ‘공급’ 요인과 ‘수요’ 요인으로 구분해 시장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것은 규제 완화 뿐만 아니라 규제 강화 시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정책의 효과가 시장의 기대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부동산 구입이나 투자 결정에 있어 정책의 방향은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시장이 정책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고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도 단순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라는 변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며, 정책이라는 바람에 자신의 원칙과 기준까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2024.04.20 07:05:00
    부동산 투자, 정책 따라 춤추지 마라
  • 최근 각각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며 5억 원 가량의 자본금을 마련한 한 부부와 내 집 마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부부는 좀 더 빠르게 내 집 마련에 나서지 못한 점을 후회하면서도, 매매가격이 약세를 이어가는 지금을 내 집 마련에 나쁘지 않은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을 열자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과연 ‘어느 정도 시세의 집’을 검색해야 할 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이를 두고 망설였냐는 질문에 이 부부는 “이 자본금을 갖고 얼마짜리 집을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 금액의 기준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본금 주택을 구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확한 자본금의 규모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지만 주택 구입 시점에 내가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내 집 마련의 첫 단추를 잘못된 구멍에 끼운 것과 같다. 자본금 규모를 확정하더라도 이 중 5%는 실제 주택구입에 활용할 수 없는 부대비용으로 구분해야 한다. 9억 원의 집을 구입할 때 취득세와 중개 수수료, 이사 비용 등 약 4000만 원이 드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필요 경비는 사전에 제외할 필요가 있다. 자본금이 확정된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차입금(레버리지)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때 ‘1-50-1500’ 규칙을 기억하면 대출 가능 금액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1-50-1500’은 ‘대출금 1억 원당 매달 원리금 50만 원에 연소득 1500만 원’을 줄인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황을 가정한 수치다. 우선 ‘1-50’은 주택담보대출 금액 1억 원이 늘어날 때마다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50만 원씩 늘어난다는 의미로, 30년 간 연 이자 4%로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매달 150만 원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는데 사용할 수 있다면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은 약 3억 원 수준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1-1500'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하는데 있어 1억 원의 대출이 늘어날 때마다 필요한 소득 수준으로, 부부 합산 소득이 3000만 원이면 2억 원, 6000만 원이면 최대 4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가늠할 수 있다. 만약 자본금 3억 원을 가지고 연 소득이 부부 합산 7000만 원인 이들이 내 집 마련을 검토한다면, 이 규칙에 따라 최대 4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7억 원 미만의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나 DSR 적용 조건은 개인의 신용도나 대출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구체적인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갭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실거주를 위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대비한 ‘갭투자’를 고민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첫 번째는 미래 시점에 나의 소득과 자본금이 얼마나 더 증가할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것이다. 이 때 현재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액이 미래 자본금 증가액과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의 합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 안정적인 실거주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내가 임차인으로 거주하는 집의 전세대출은 최대 2억 원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갭투자를 고민하는 경우에는 내 거주 형태가 월세나 반전세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금계획을 세워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에 정해진 길은 없다고 말하지만, 의사 결정에 기준이 되는 다양한 이정표는 필요하다. 지름길을 찾기보다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우보천리(牛步千里)의 꾸준함으로 성공적인 내 집 마련의 목표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2024.03.23 07:00:00
    나는 얼마짜리 집을 살수 있을까?…‘자본금+차입금’ 규모 파악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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