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S리포트-고삐 풀린 상품권시장]영업손실 메꾸는 '은밀한 공돈'...낙전수입으로 버티는 '문화상품권 3社'

지난해 영업손실 151억원

낙전수입 142억으로 벌충

백화점은 상세내역 안밝혀

올 최대 350억원 이익 추정

휴면예금·휴면보험금 처럼

공익목적 사용 방안 찾아야



기업들이 상품권을 발행해 얻는 이익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발행기업 입장에서 ‘선매(先賣) 효과’가 있다. 상품권을 팔면 먼저 돈이 들어오고 나중에 실제 물품이나 용역을 팔기 때문이다. 또 그 시차만큼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둘째, 문화상품권 판매기업처럼 상품권만을 팔아 수익을 얻는 기업들의 경우 수수료 이익도 있다. 예를 들어 1만원권 문화상품권을 시중에는 5% 할인한 9,500원에 팔고 문화상품권을 받은 가맹점들이 돈을 받으러 오면 9,400원만 준다. 즉 차액인 1%, 100원의 수수료 수익을 얻는 것이다.

셋째, 낙전수익으로 부르는 소멸시효경과이익이 있다. 상품권 유효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종이상품권은 상대적으로 길고 모바일디지털상품권은 짧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못 쓰는 것은 아니다. 유효기간이 지났더라도 상법상 소멸시효인 발행 후 5년이 경과하기까지는 잔액의 90%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5년 이후는 어떻게 될까. 이를 낙전수입 또는 소멸시효경과이익이라고 한다. 상법상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상품권 발행기업의 이익으로 귀속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성천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품권 낙전수입은 휴면예금·휴면보험금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며 “미국의 경우 주 정부에 귀속시키는 주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은행의 휴면예금이나 보험사의 휴면보험금 등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서민층 지원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된다.


◇문화상품권 회사 핵심수익은 낙전수익=낙전수익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회사들은 문화상품권 판매회사들이다. 이 회사들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영업외수익으로 손익을 보전하는 기형적 구조다. 금감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상품권 3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 2015년 170억원, 2016년 151억원이다. 이를 2015년 142억원, 2016년 142억원의 낙전수익(영업외이익)으로 벌충했다.

관련기사



컬쳐랜드 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문화진흥의 경우 영업손실 규모가 2015년 19억원, 2016년 44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외수익인 낙전수입(상품권소멸시효경과이익)으로 각각 73억원, 71억원을 확보했다. 영업손실 규모보다 훨씬 큰 낙전수익으로 손실을 메운 셈이다. 해피머니 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해피머니아이엔씨의 경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13억원, 2016년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낙전수입으로 각각 50억원, 49억원을 확보해 세전순손실 규모를 각각 52억원 31억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북앤라이프 도서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도서보급 역시 2015년과 2016년 각각 38억원,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각각 낙전수입으로 19억원, 22억원을 확보해 세전순이익을 흑자로 돌려놓았다.

문화상품권 판매회사들의 재무상태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한국문화진흥(납입자본금 20억원)의 경우 2016년 자산총계 1,935억원, 부채총계 2,1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해피머니아이엔씨(납입자본금 20억원)도 2016년 자산총계는 368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77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이다.

◇백화점 낙전수익 추정 규모는 170억~350억원=백화점상품권 낙전수입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쇄한 종이상품권 기준으로 2016년 상품권 규모는 8조8,858억원이다. 이 중 백화점이 73.8%인 6조5,576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현재 상품권 발행규모나 낙전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거 관련기사를 검색해보면 2006~2007년의 백화점 낙전율은 약 0.40~0.80% 수준이다. 같은 낙전율로 계산해 보면 2017년 약 179~358억원 규모의 낙전수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전인 2012년 조폐공사의 백화점 종이상품권 발행규모가 4조4,787억원이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현재 상품권 발행일자가 없기 때문에 소멸시효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소멸시효가 끝난 채무를 무한정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모바일 상품권은 자동환불 제도로 낙전수익 줄여=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상품권의 경우 낙전수입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유효기간이 종이상품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짧고, 받았다 해도 잊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상품권 시장 1위 업체인 카카오 관계자는 “낙전수입을 없애기 위해 2014년 7월 자동환불 정책을 도입했다”며 “유효기간이 지나도 환불하지 않으면 환불적립금으로 자동 환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kt엠하우스의 기프티쇼 역시 2012년부터 자동환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수신자가 유효기간 만료 1년 후에도 찾아가지 않으면 전송자에게 포인트로 자동 환불해준다.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

안의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