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최후의 폭발물 처리법

집에 폭발물이 가득 차 있다면 통째로 태워버리면 된다

작년 11월 정원사 마리오 가르시아는 자신이 일하던 캘리포니아주 에스콘디도의 집 뒷마당을 걷다가 흰색 가루를 밟았다. 그리고 그 순간 폭발 사고를 당해 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가 밟은 것은 약칭 HMTD로 불리는 화약의 일종으로 열과 마찰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사고 후 위험물처리반이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고 이곳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제폭발물 저장고임이 밝혀졌다. 대량의 HMTD와 수류탄을 비롯해 총기 2자루, 95ℓ의 황산과 질산이 발견된 것이다.


범인은 이 집의 세입자인 54세의 조지 듀라 자쿠벡이었으며 그는 폭발물제조와 은행 3곳에 대한 강도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집안에 가득 차 있는 폭발물의 처리방법이었다.

휘발성 화학물질 사이에 각종 접시와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폭발물 제거반을 투입했을 때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던 것. 화합물이 매우 불안정했던 탓에 폭발물 처리 로봇의 투입 역시 적합지 않았다. 결국 위험물처리반, 폭발물리반, FBI는 아예 집을 통째로 소각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폭발물의 강제 폭파나 소각 모두 주변을 파괴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수증기, 산화질소 등의 혼합기체가 배출되지만 소각 시에는 배출속도가 느려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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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각은 군사무기를 폐기할 때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남은 화약들이 구덩이에 넣어져 소각됐으며 이라크 전쟁 이후에도 미군 공병대는 이라크 전역에 보관했던 탄약을 1톤 단위로 구덩이에 넣어 소각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내 10개 육군기지에서도 이 방식을 쓴다.

이번 소각 작전은 소방수들이 방염물질을 바른 5m 높이의 차단벽을 세우고 연소에 필요한 원활한 산소유입을 위해 지붕에 구멍을 뚫는 것으로 시작됐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반경 300m에 있던 200여 가구의 대피 태세를 갖췄고 인근의 고속도로도 임시 통제했다.

이윽고 바람이 약하고 쾌청한 날씨를 기다린 끝에 지난 12월 9일 폭발물 처리반이 화약과 목제 팔레트를 집안에 설치하고 소각을 시작했다.

불은 계획대로 잘 붙었다. 1,000℃의 열기와 함께 검은 연기가 600m 상공까지 치솟았고 수류탄과 탄약이 폭발하는 큰 폭음이 들리기는 했지만 우려했던 대형 폭발은 없었다. 이에 따라 집주인은 정부가 자신의 집을 불태운 데 대해 50만 달러의 손해보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폭탄 소각장
미군의 시에라 육군보급소는 1947년부터 2001년까지 구형 탄약을 소각해 폐기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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