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희생양은 있게 마련: 원자재가 상승할 때, 누가 대가를 치를 것인가?

by Becky Quick CNBC 경제프로 '스퀵박스' 앵커

2009년 미국특허청 The 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에 들어온 48만 2,871개의 특허신청서 중심지 없는 화장지는 최고의 혁신 상품으로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롱 모양의 마분지가 없는 화장지, 스콧 내추럴즈 Scott Naturals가 출시됐을 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환경단체들은 심지 없는 휴지의 등장을 쌍수를 들며 반기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매년 약 170억 개의 화장지 심지를 쓰고 있는 미국 가정이 이 심지로 인해 약 1억 6,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쓰레기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쓰레기를 줄이려는 그 어떤 노력도 감탄할 만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킴벌리-클락 Kimberley-Clark은 단순히 환경친화적이기 위해 새로운 화장지를 발명한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회사의 사활이 달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지 없는 화장지는 중간에 두툼한 심지가 들어 있는 화장지와 같은 가격에 판매되다 보니, 킴벌리-클락도 많은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원자재(이 경우 종이 제품)와 다른 원료에 너무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킴벌리-클락은 원자재 투자비용이 약 2억 6,500만 달러나 급등하여 3분 기 순이익이 거의 20%나 하락했기 때문에, 2010년 수익이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킴벌리-클락이 심지 없는 화장지 한 롤당 얼마를 아낄 수 있는지를 밝히진 않을 것이지만, 동전 한 닢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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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부족사태는 미국 기업들이 감추고 싶은 비밀이다.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어 판매량이 증가한들 인플레 압박은 여전할 것이다. 이는 크고 작은 회사들에 두루 타격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업체와 가장 좋은 조건으로 대금을 협상할 수 있는 영향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조차도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만든다. 프록터 앤갬블 P&G의 최고재무책임자 존 모엘 러 Jon Moeller는 미 CNBC 방송 '스 박스 Squawk Box' 프로그램에 나와, 거대 소비재 생산업체인 P&G조차 작년 말 높은 원자재 투자비용 때문에 수익률이 1.6%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 라 P&G는 비용절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높은 투자비용에 따른 여파를 상쇄했다.

그런 상황이 물론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지난해 원유가격은 17.3%, 설탕 가격은 25.5%, 밀 가격은 49.3%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은 계속 급등하고 있다. 결국 이는 기업의 이윤을 갉아먹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톰슨로이터즈 Thompson Reuters 자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011년 기업이윤이 13.4%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 고 있다). 아시와니 카울 Ashwani Kaul 투자자문사 대표는 "향후 몇 분기 동안 수익성이 점점 빠르게 증가해 높은 원자재 투자비용을 상쇄할 수도 있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윤이 타격을 받을 것" 이라며 "무엇이든 높은 원자재 가격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 말했다.

몇몇 회사는 이 일에 직접 나서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원자재 비용을 떠안기려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쿠퍼 타이어 앤 러버 Cooper Tire & Rubber는 11월에 제품 가격을 6.5% 인상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벌써 2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쿠퍼는 원자재 가격이 4분기에 또 2~4%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려되는 결과는 마비 상황으로, 기업이 투자비용을 조정하기 위해 근로자 재고용을 훨씬 더 늦춰야 할 수도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런 조기 경고 징후들은 연방준비은행 FRB이 국채매입에 6,000억 달러를 추가로 쏟아 붓는 등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전례 없는 통화완화 노력을 경주하면서 나타났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대책이었 으나 과잉 유동성이 오히려 과잉 인플레를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FRB는 결코 미래를 내다보는 조직이 아니었다. FRB는 체계적으로 수집한 (때론 몇 달씩 지 난) 숫자들을 이해할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자료 의 존적인 단체에 불과하다.

그러니 부디 최근 미국 경제계로부터 들려오는 원자재 비용상승이 인플레 전선에서의 불길한 전조가 아니길 바라자. 그렇지 않으면 FRB가 쏟아내는 돈은 홍수처럼 우리를 휩쓸어 가격을 급등시키고 소비자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홍수의 잔해는 전 세계의 종이제품을 모두 써도 닦아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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