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열에 약한 강화유리

파이렉스 강화유리의 소재 교체가 예기치 못한 범죄예방 효과를 불러왔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유리제조업체 코닝이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는 기업이라 생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코닝이 1998년 파이렉스(Pyrex) 브랜드를 월드키친에 매각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크랙 코카인의 불법 제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일반 유리는 빠르게 가열되면 깨진다. 일례로 끓는 물을 갑자기 유리컵에 부으면 컵은 산산이 깨지거나 최소한 금이 간다. 유리컵의 안쪽은 열에 의해 순간적으로 팽창하는 반면 바깥쪽은 원래 상태를 유지하면서 변형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강화유리의 대명사인 파이렉스는 유리의 주재료인 석영과 규산에 붕소(B)를 추가로 혼합, 이 같은 변형력 발생을 억제한다.


이 같은 붕규산 유리는 붕소에 의해 유리의 원자구조가 바뀌면서 온도상승에 따른 열팽창이 최소화되고 그만큼 변형력도 작아져 열에 잘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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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파이렉스는 강도를 높인 것이 아닌 변형력을 줄인 유리인 셈이다. 그런데 월드키친은 파이렉스 인수 후 제품 생산량 제고를 위해 제품의 소재를 붕규산 유리에서 이미 변형력이 가해진 소다석회유리로 교체했다. 이 소다석회유리는 유리 표면이 내부의 힘에 의해 압축돼 있어 붕규산 유리보다 강도가 세다.

하지만 열팽창은 일반 유리와 거의 유사하게 일어난다. 때문에 유리 내부 또는 외부 표면에 급작스런 열이 가해지면 파손을 막기 어렵다. 크랙 코카인의 경우 물과 코카인 가루를 용기에 넣고 급격한 온도변화를 가해야 하는데 여기서 소다석회유리가 견딜 수 있는 변형력의 한계치를 넘게 된다.

이로 인해 모든 크랙 코카인 제조범들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던 파이렉스 계량컵를 버리고 연구실에서 시험관과 비커를 훔쳐야만 했다.

이 사례는 자신이 내린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100% 알고 있다고 자신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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