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카지노 VS 사기 도박꾼

카지노에는 보안카메라가 가득하다. 하지만 어떤 카메라도 도박꾼의 소매 속은 보지 못한다.

올 1월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장한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폴리탄 카지노. 이곳의 바카라 카드게임 테이블에서 '커터스(Cutters)'라는 갱단의 조직원들이 사기도박을 시도했다.

게임시작 전 딜러는 게임에 사용할 8벌의 카드 뭉치를 손님 중 한명에게 내밀고 커팅(cutting)을 요청하는데 이들은 이때를 노렸다. 카드를 커팅한 조직원이 행운을 기원하는 척하며 카드의 모서리를 집게손가락으로 쭉 훑어 올렸고 이는 소매 속에 감춰진 소형카메라에 의해 촬영됐다.


몇 번의 게임이 진행된 후 그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동료에게 카메라를 넘겼다. 이후 카메라는 즉시 인근 호텔방의 분석가에게 전달됐고 분석가는 카메라의 동영상을 컴퓨터로 옮겨 느린 속도로 재생하면서 카드의 배열순서를 완전히 파악했다. 카지노 테이블에서 카드를 커팅한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이뤄진 일이었다.

바카라 게임의 플레이 속도는 보통 1분당 카드 6장 이하다. 따라서 아직 최소 160여장의 카드가 사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배열순서가 모두 드러난 것이다. 이때 테이블의 조직원들은 일부러 게임을 더디게 만들면서 휴대폰을 통해 전해질 카드순서 정보를 기다린다.

커터스 갱단은 바로 이런 수법으로 세계 최대 도박 도시인 마카오에서 수백만 달러를 챙겼고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지 몇 주 만에 LA의 바이시클 카지노에서도 10만 달러를 땄다.

물론 카지노들은 사기도박을 막기 위해 보안카메라로 테이블 위의 카드를 스캔하고 그 위치를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커터스 갱단의 기술은 카드를 교체하거나 표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보안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보안 컨설턴트들은 커터스의 조직원이 최소 7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 정도 인원을 가동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도박사를 가려내는 안면 분석 소프트웨어조차 어렵잖게 속일 수 있다.


실제로 코스모폴리탄 카지노의 천장에도 바카라 테이블만을 감시하는 고성능 감시카메라가 25대나 설치돼 있다. 특히 카메라의 정보, 카드 스캐닝, 개인별 베팅 칩 정보, 게다가 손님들의 생체정보까지 수집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승패를 실시간 예측하는 시스템까지 운용 중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것도 사기 도박사들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승패 결과 예측과 베팅 패턴 분석으로는 커터스 갱단의 수법을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의 호텔경영학 강사인 제프 보일스는 신설 카지노의 경우 감시시스템 구축에만 최소 1,00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대다수 카지노들은 매년 총 수입의 6~8%를 사기도박으로 잃고 있는 상태다. 솜씨 좋은 사기도박꾼들은 단 1시간 만에 50만 달러를 따기도 한다.

이렇듯 카메라의 성능 개선과 더불어 소형화, 저가화가 이뤄지면서 사기도박꾼들은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보안시스템의 업그레이드는 도박사들의 기술 수준을 충분히 커버하기 어려울 만큼 더디다. 카지노의 입장에서 보안시스템은 직접적 수익 발생요인이 아니어서 투자에 인색한 탓이다.

다행스럽게도 코스모폴리탄 카지노는 이날 커터스 갱단의 수법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 조직원 중 한 명이 실수를 저질러 보안경보가 울렸던 것.



신고를 받은 네바다게임위원회(NGB) 요원이 즉각 현장에 도착, 조직원들을 억류했다. 하지만 끝까지 그들이 사용한 카메라를 찾지는 못했다. 녹화된 영상에서 불법적 행위나 의심스런 증거를 찾지 못해 수색영장 발부가 거부되면서 네바다주 법률에 의거, 몸수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커터스 갱단 조직원들은 훈방조치 됐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5월 조직원 5명이 체포됐다. 필리핀의 한 카지노 보안요원이 소매 속에 감춰진 카메라의 존재를 눈치 채면서 사기행각이 들통 난 것이다.

현재 카지노들은 이러한 사기 수법을 막기 위해 비디오카메라가 방출하는 10㎐ 미만의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스캐너의 설치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이런 스캐너는 폭스 스파이 아울렛 등의 보안장비 판매점에서 720달러에 살 수 있다. 그런데 코스모폴리탄 카지노 인근에서 폭스 스파이를 운영 중인 앤드류 로울스에 의하면 이 역시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스캐너는 유효 탐지거리가 수 m에 불과하고 종종 일반 휴대폰에도 반응합니다. 게다가 저희 아울렛에는 이를 무력화 시킬 초소형 카메라도 팔고 있습니다. 껌 속에 숨길 수 있을 만큼 작으며 가격은 150달러에 불과합니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