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정성모, "언어장벽 없는 자유로운 소통… 오랜 꿈 이뤄가는 기분"

IT사업가로 변신한 제빵왕의 비서실장<br>정성모 CS Li 마케팅컴퍼니 대표

'모래시계', '선덕여왕' 그리고 '제빵왕 김탁구'까지. 출연하는 드라마에서마다 특유의 선 굵은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배우 정성모. 그가 최근 IT업체 CSLi마케팅컴퍼니 대표로 변신했다.

CSLi마케팅컴퍼니는 전문가용 번역솔루션 '이지트랜스'로 유명한 CSLi의 마케팅 계열사다. 현재 CSLi의 한국-일본어 동시 통번역 프로그램은 그 놀라운 정확성으로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상태.


그를 만나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는 근황과 CSLi 솔루션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취재_이기원 기자 jack@hmg p.co.kr
정리_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사진_이종철 부국장

지난 30여 년간 굉장히 많은 역할을 연기했다. 대부분 악역으로 기억되는데?

그런 얘기 자주 듣는다. 반짝 스타 보다는 연기 잘하는 진짜 배우를 늘 꿈꿨다. 그래서 선한 역부터 악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싶었고 배역을 가리는 법을 몰랐다.

직접 부딪쳐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거니까. 머릿속으로 연구만 해서 나오는 건 없으니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악역도 많이 맡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을 기억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감사하게도, 내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작품이나 연기를 기억하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실제 성격이 브라운관의 모습과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다.

그냥 편안한 사람이다. 날카로운 이미지 때문에 처음에는 주변 동료들이 다들 경계하지만 먼저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친해지곤 한다. 새까만 후배들도 스스럼없이 어깨에 손을 얹을 수 있는 친근한 선배가 돼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모진 모습으로 비춰지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마음도 여린 편이다.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마라톤을 보면서도 눈가가 촉촉해 질 때가 많다. 시련을 견뎌 결승점을 골인하는 모습이 내게는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다.

사업 때문에 요즘 특히 바쁜 나날을 보낼 듯하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사무실행이다. 사업 궁리에 바쁘다. 오늘도 아침 7시에 전 직원들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연기와 사업을 병행하며 거의 다른 데 눈 돌릴 시간이 없다. 요새는 바빠서 운동도 거의 못하고 주말에 가끔 산행을 가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IT업종이라니 의외다. 보통의 연예인들은 외식사업 등을 선호하는데 말이다.

우선 성격 자체가 워낙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편이다. 물론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 고민이 많았지만 연구를 진행하던 친구들과의 오랜 유대 관계 속에서 손을 잡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CSLi가 발전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술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간 내가 걸어 온 길이 있는데, 믿음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과감히 뛰어 들 수 있었겠나. 지난해부터 논의를 하다가 올 2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최근 CSLi의 번역솔루션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다.

우리의 번역 프로그램 '워디아'와 통역 프로그램 '토키아'는 한국어-일본어 통번역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정확도가 97~98%에 이른다. 단적인 예로 현재 일본 지자체 140여곳의 홈페이지에서 워디아를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에서 현재 이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다. 여수, 순천, 포항 등지에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보통 지자체, 기업에서는 홈페이지를 만들 때 자국어로 된 것과 외국어로 된 것을 각각 따로 제작한다. 그렇게 되면 각 홈페이지 제작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 고 실시간 업데이트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워디아는 자국어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작동시키면 된다. 그러면 글자의 모양 이나 크기 그대로 번역이 가능하다. 경비 절감은 물론 실시간 정보를 바로 바로 파악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정확도가 97~98%에 이른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다들 처음에는 잘 믿지 못한다. 무슨 만화 속 얘기가 아니냐고들 한다. 하지만 정확도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97~98%라는 수치는 애초에 우리가 직접 산출한 게 아니다.

업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전에 법제처가 일본어법전의 번역을 위해 워디아를 활용한 일이 있었다. 알다시피 법전은 전문용어로 뒤범벅된 책이다.



일본 현지에서 10~20년 법을 공부하고 판사, 변호사로 재직한 경우에나 번역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 경우에도 정확도를 담보하긴 힘들다. 하지만 당시 법제처의 설명으로는 우리 프로그램이 97.1%의 정확도를 보였다. 더욱이 전문 번역사가 1시간 걸릴 분량을 30초면 끝낸다. 1초에 4,000개의 단어를 번역하는 셈이다.

그만큼 정확도가 높으니 여기저기서 많이들 찾겠다.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일본 지자체와 기업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쓰는 것만 봐도 알지 않나.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포털사이트들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우리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다.

최근 구글이나 MS에서도 성능을 인정하고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구글에서는 아예 소스를 넘기라는 제안까지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회사 문 닫으란 얘기니 그렇게는 못 하겠지 만 말이다.


물론 이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업체가 없어지면 나중에 우리 국민은 번역 프로그램을 쓸 때마다 외국에 비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CSLi가 책정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적정하다고 보나?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한 아이디 당 무조건 한 달 정액 3만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효과에 비하면 3만 원이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부나 비즈니스에 유용하다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고 본다. 몇 백만 원 이상의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통역 시스템의 경우 음성인식 기능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번역 기술뿐만 아니라 사용자 음성 오인식과 오입력을 잡을 수 있는 기술도 갖고 있다. 때문에 97% 이상의 정확도가 나오는 것이다. 음성인식은 자국민이 자국어로 할 때 가장 정확하다.

그런데 대화체라는 것이 상당수 비문이라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다. 제주도의 경우 방언을 일정 부분 업데이트시키기도 했다. 제주도 방언을 표준어로 바꿔 일본어로 번역하는 식이다.

일본어 외에 다른 외국어의 번역이나 통역솔루션 출시 계획도 있나?

현재 영어, 중국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언어들이 일본어보다 다소 어렵기는 해도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미 거의 준비가 돼 있어서 한국어-영어 번역 프로그램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기존의 한국어-일본어 번역 프로그램 개발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소프트웨어를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워디아프로그램 1,000개를 중소기업청에 기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8억 원 상당이다. 이는 중소기업청이 검증을 거쳐 일본과 교역하는 기업에 무료로 배포하게 된다. 무역을 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언어장벽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처럼 전문 번역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 해외 파트너와 이메일 하나 주고받는 것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리 회사도 중소기업이지만 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결심한 일이다. 중소기업이 지닌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의 계획은?

CSLi는 솔루션을 가지고 단순히 통번역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 최초의 국제 통역폰도 개발한 상태다. 이를 통해 한국인과 일본인이 자국어로 서로 대화할 수 있다. 여기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곤니찌와"로 들리는 식이다.

이 역시 정확도가 97% 이상이다. 단순한 몇몇 문장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50개 단어 이내의 모든 문장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현재 이를 어떤 식으로 서비스 할지 KT 등과 접촉하고 있는 단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의 통번역 프로그램을 게임 등과 결합시키면 관련시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현재 한 게임회사에서 시범적으로 우리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데 프로그램 사용 후 월 매출이 3억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런 식의 폭발력을 머지않아 각계에서 실감하게 될 것이다.

평소 사업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특별한 방법은 없다. 어릴 때 놀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조그만 나뭇가지가 총이 되기도 하고, 비행기가 되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지닌 상상력은 이미 무궁무진한 것 같다. 다만 다시 그것들을 떠올리지 않을 뿐. 스마트폰 시대란 게 뭔가.

그 모든 상상과 꿈을 담아내는 것 아닌가. 언어장벽 없는 소통도 결국 우리가 꿈꾸던 일이다. CSLi의 프로그램이 결국 그 꿈을 이루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 통번역을 통해 생활저변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연기와 사업 중에서 어느 쪽에서의 성공을 더 바라는지?

내 본분은 어디까지나 연기고 나는 연기자다. 그러나 연기 자라고 1년 365일 연기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다른 것을 꿈꿀 수 있는 시간도 내게는 필요하다. 절대 절명의 선택은 못 하겠다. 다만 나는 이 사업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앞서 밝혔듯이 이 일은 나의 또 다른 꿈이다.

지금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게 CSLi의 모토다. 그리고 단순히 모토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충분한 가치와 보람을 느낀다.

▩ CSLi의 통·번역 프로그램

실시간 한국-일본어 통역 시스템 '토키아'와 번역 시스템 '워디아'가 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토키아는 각자 자국어로 통화하며 대화할 수 있는 실시간 음성 통역 서비스다. 8년여간의 연구 끝에 2003년 '모바일 다국어통역기 특허'를 취득했다.

워디아는 홈페이지나 문서·메일 등 텍스트를 번역하는 웹 호스팅 서비스로 지자체, 기업, 대학 등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한 아이디당 무조건 한 달 정액 3만 3,000원에 판매된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스마트폰용 실시간 통역 애플리케이션 '통역비서 KJE'도 출시됐다. 사용자가 자국어로 말을 하면 그 말을 음성인식한 뒤 외국어로 번역, 음성으로 출력해주는 형태다.

현재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 동시통역이 가능하다. 3,400개의 다국어 회화 구문이 수록돼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100만 개 이상의 문장 회화 구사가 가능하다.

특히 구어체 문장의 인식률 제고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를 검색하는 언어 유추 기술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여행을 떠날 때 사용하면 그야말로 제격이다. T스토어에서 한 달 정액 2,5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약 40만 명이 다운로드를 받았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