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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스페셜리스트, 항공모함의 현재와 미래

최근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가 공식 발표되면서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항공모함은 어떤 존재이기에 중국의 항공모함이 이토록 주목을 받는 것일까. 그리고 미래의 항공모함은 어떤 모습과 성능을 갖출 것이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namail.net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로 지구촌이 뜨겁다. 중국은 1984년부터 항공모함 보유계획을 세워 왔으며 1998년에는 홍콩의 총론여행사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보유하고 있던 구소련의 미완성 항공모함 바략호를 2,000만 달러에 구입하기도 했다. 이후 올해 6월 7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바략호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항공모함 ‘시랑(施琅)’호의 건조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바다를 떠다니는 비행장 항공모함은 최소 20대 이상의 비행대대급 군용기와 그 운 용에 필요한 인원 및 장비 일체를 싣고 다니며 항공기의 이륙과 착륙, 기본적인 정비유지, 항공작전의 실시와 지휘가 주목적인 선박을 말한다. 문자 그대로 바다를 떠다니는 비행장이자 항공 작전사령부라 할 수 있는 ‘강대국의 상징’과도 같은 무기체계다.

현대전에서 제공권의 중요성은 재삼 거론할 의미가 없다. 이 점에서 항공모함은 아군의 육상 발진 항공기들이 도달할 수 없는 먼 바다에서도 함대의 제공권을 보장해 준다.

또한 세계의 모든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바다를 끼고 있는 적국 어디에나 아군의 항공력을 투입할 수 있는 막강 공격수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항공모함은 그 성격과 크기, 함재기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흔히 니미츠급처럼 함재기 80~105대를 탑재한 배수량 6만톤 이상의 미국식 대형항공 모함(Super Carrier)만 진정한 항공모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1950년대 미국이 6만톤급 포레스탈급 대형 항공모함을 취역시키기 전만 해도 배수량 5만톤급의 이른바 함대항공모함이 세계에서 제일 큰 항모였다. 그리고 배수량이 함대항공 모함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인 경항공모함도 있고 배수량 1만톤 이하, 함재기 20여대 이하의 호위항공모함도 존재한다. 단지 호위항공모함은 함재기의 대형화와 제트화로 인해 월남전 이후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모두 사라졌다.

모든 나라가 항공모함 보유를 꿈꾸지만 항모는 결코 아무 나라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일단 설계에서부터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항모 중 가장 크다는 미국식 대형 항공모함을 기준으로 해도 전장 330m, 전폭 80m, 배수량 10만톤이라는 공간 안에 80~105대의 함재기 격납 및 정비시설, 연료와 탄약 보관시설, 관제·지휘 시설, 비행단 요원들의 생활공간 등을 모조리 우겨 넣어야 한다. 선박으로서 항해를 위한 시설과 인원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돈 먹는 하마
또한 항모는 그 전략적, 전술적 중요성으로 인해 유사시 적의 제1순위 공격목표가 되므로 충분한 방어력과 피해복구 체계도 필수적이다. 게다가 설계가 이뤄졌다고 해도 설계대로 건조하는 시공 능력은 또 다른 문제다. 수만톤급 특수선을 제작할 조선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얼마 되지 않는다.

어떻게 완성이 됐더라도 난제는 남아있다. 항모에 탑재될 함재기와 무장을 구입해야 하며 귀중한 전략자산인 항모를 지킬 호위함대도 붙여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항모 1척에 이지스 구축함 2척, 이지스 순양함 1척, 군수지원함 1척, 공격 원잠 1척이 따라 붙는다. 이를 모두 따지면 항모 1대를 보유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로 올라간다.

그럼에도 항공모함은 1년 365일 작전에 투입할 수도 없다. 총 수명 중 실전 항해를 하는 기간은 최대 3분의 1에서 4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기간은 정비, 수리 등에 할애해야 한다. 적어도 3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상시 작전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같은 요소들을 감안해 추산한 미국 니미츠급 항모 1척의 연간 유지비는 한화로 환산할 때 무려 2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방예산이 31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항모가 왜 강대국의 상징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2011년 현재 항공모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영국, 태국, 스페인, 러시아, 이탈리아, 인도, 프랑스, 브라질, 중국 등 전 세계에 단 10개국뿐이다.

모든 나라가 항공모함 보유를 꿈꾼다. 하지만 이는 결코 아무 나라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현대 항모 기술의 4대 천왕
오늘날 항공모함 기술의 끝은 어디일까. 영화 ‘탑건’이나 ‘최후의 카운트다운’ 등 니미츠급 항모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들을 보면 예외 없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자욱이 피어나는 수증기 속 함재기가 알록달록한 원색의 정비복을 입은 갑판 승무원들에 둘러싸여 있다가 잠시 후 수증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튀어나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들은 작전을 마친 뒤 어레스팅 후크를 펴고 사행 비행갑판에 정확한 각도로 진입해 착함하자마자 순식간에 제동이 걸려 멈춰 선다.

이 장면 속에 현대 항공모함 기술을 나타내주는 4가지 요소가 모두 녹아들어 있다. 증기식 사출 장치(캐터펄트)를 이용한 항공기의 이함, 광학 착륙보조시스템을 이용한 정확한 착함, 사행 비행갑판, 원자력 동력이 그것이다.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은 항공기가 자력으로 활주해서 이함하기에는 너무 짧다. F/A-18 호넷 전투기의 경우 자력활주 시 최소이륙거리가 518m지만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비행 갑판 길이는 고작 330m밖에 안 된다. 그래서 쓰이는 것이 증기식 캐터펄트다.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면 부피가 무려 1,600배로 불어나게 된다. 마치 수렵용 공기총이 이산화탄소의 기화 압력을 사용해 총알을 쏘아 날리듯 증기 캐터펄트는 이렇게 물이 끓어 수증기로 변하면서 생기는 높은 압력을 이용, 함재기를 원래 능력보다 빠르게 가속시키는 것이다.

광학 착륙보조시스템 역시 현대의 항공모함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와 관련 흔히 함재기의 착함을 ‘통제된 추락 상태’라고 부른다. 항공모함의 갑판은 정상적인 착륙 활주를 하기에는 턱없이 좁은데다 바다 위에서 끊임없이 출렁이는 탓이다.

광학 착륙보조시스템은 올바른 진입각도로 들어선 함재기 조종사에게 적절한 고도와 속도를 지시함으로써 안전한 착함을 도와준다. 좌우 신호등과 가운데의 상하 신호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신호등은 자이로스코프를 이용, 항모의 위치와 상관없이 늘 일정한 각도를 유지한다. 이 각도는 정상 각도로 착함하는 조종사만이 볼 수 있는 각도다. 일단 이 신호등이 보이면 조종사가 상하 신호등의 높이를 확인, 고도를 조절하며 착함하게 된다.

사행 비행갑판은 간단한 원리지만 매우 뛰어난 효율을 자랑한다. 원래 초기의 항모는 직사각형 모양의 일자형 비행갑판을 사용했다. 그런데 당시 항공기의 활주거리상 이 비행갑판에서는 이함과 착함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비행갑판 위에 착함을 위한 전용 활주로를 따로 만들어놓은 것이 바로 경사진 사행 비행갑판이다. 이로써 현대 항모는 이함 작업과 동시에 착함 작업이 가능해져 함재기 운용의 효율성이 한차원 배가 됐다.

그러나 항공모함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낸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원자력 추진장치다. 원자력은 1회 연료보급으로 최대 15년 동안 항해가 가능한 무제한의 작전반경을 제공하며 항해용 연료를 실을 공간을 크게 줄여 무기탑재 능력을 대폭 증대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히 전력 생산 능력과 캐터펄트 사용에 필요한 증기 발생능력도 크게 늘어났을 뿐더러 연기를 뿜어내지 않아 이·착함하는 함재기의 시야를 가릴 일도 없다.


미래 항공모함의 진화
그렇다면 미래에는 항공모함이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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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이 쉽지 않지만 현재 진행 중인 차세대 항모 프로젝트를 통해 대략적인 추세를 어느 정도는 살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증기 캐터펄트를 대체할 전자기식 캐터펄트의 도입이다. 전자석의 같은 극끼리 반발하는 성질을 함재기의 이함에 사용하는 것. 캐터펄트에 장착된 전자석에 전류를 흘려 함재기에 탑재된 전자석과 반발, 항공기를 갑판 위로 살짝 띄우는 동시에 맹렬히 가속시킨다는 발상이다.

전자기식 캐터펄트는 기존의 증기 캐터펄트와 비교해 장비의 무게와 부피, 정비 인력과 시간,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신뢰성과 에너지 효율 측면도 훨씬 우수하다. 작년 2월과 6월 미국에서 성공리에 함재기를 이함시키는 실험에 성공한 상태로 현재 건조가 진행 중인 미국의 제랄드 R. 포드급 항공모함에 채용될 예정에 있다.

차세대 항모의 또 다른 변화로는 현재보다 더욱 강력해진 자체방어무장과 스텔스화 등 생존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한 모습을 들 수 있다. 사실 거대한 니미츠급 항공모함조차 자체방어무장은 CIWS 발칸포와 RIM-7 시 스패로우 지대공 미사일 등이 전부였다.

그러나 미국의 제랄드 R. 포드급 항모는 대공목표 추적· 탐색과 RIM-162 ESSM(개량형 시 스패로우 미사일) 유도용으로 이지스함용 AN/SPY-3 다목적 레이더를 탑재했으며 ESSM의 운용을 위해 18개의 수직발사기(VLS)도 장착하고 있다. ESSM은 기존의 시 스패로우에 비해 높은 기동성과 50㎞에 달하는 사거리를 자랑한다.

또한 항공모함 갑판 위의 유일한 돌출물인 아일랜드(함교)의 소형화와 스텔스 형상화로 인해 레이더 반사면적을 줄임으로써 적 레이더에 탐지되는 피탐률도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또 다른 특징은 무인항공기(UAV)의 대량 탑재다. UAV 는 기존 유인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조종사 양성이 쉬우며 한 명이 여러 대를 조종할 수도 있다. 설령 격추를 당하더라도 아군의 인명손실이 없으므로 기체의 생환 가능성이 희박한 임무에도 쉽게 투입할 수 있다.

또한 UAV는 긴 체공시간과 작은 체형을 지니고 있어 운용하는 쪽에서는 이래저래 쉽고 과감한 운용이 가능하다.

이에 미국은 신형항모 제랄드 R. 포드급에 이미 무인기 비행대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는 항공모함 없이는 주변국들의 위협에 맞서 우리나라 해상영토의 주권을 지키기 힘들지도 모른다.

딜레마에 놓인 한국의 선택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로 동북아 지역에도 본격적인 항모 보유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예견된다. 중국은 현재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항모 2척을 더 건조 중이다. 이들이 완성되면 총 3대의 항모를 보유, 상시 전력의 투입이 가능해진다.

러시아 역시 차세대 항모 MAC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일 본은 만재배수량 1만8,000톤급 헬리콥터 항공모함인 1번함 ‘휴우가’와 2번함 ‘이세’를 2009년과 2011년에 차례로 취역시 켰다. 또한 2014 회계연도에 만재배수량 2만4,000톤급 헬 리콥터 항모 배치를 목표로 추가적인 항모 건조를 진행 중 이다.

이처럼 주변국들이 앞 다퉈 항공모함 전력을 갖추는 와중에 한국 역시 항모 보유의 당위성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항공모함은 센카쿠 열도, 이어도 등 각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해역, 이른바 ‘분쟁 수역’에서 자국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음은 물론 자국군의 실력을 먼 바다까지 과시하고 투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 해군 역시 대규모 해병대 병력과 장비, F-35 스텔스 전투기의 제한적 운용이 가능한 2만 7,000톤급 다목적 상륙함, 즉 항모의 일부 기능을 지닌 상륙함을 2척 정도 건조하려 하고 있다. 주변국의 항모 전력 증대에 발을 맞추고 우리나라가 유엔 평화유지군(PKO) 파병 등 대외 군사적 활동을 하려면 이 정도의 함은 사실상 ‘필요 최소한’의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주변국의 항모 전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이 정도만 갖추려고 해도 함재기 가격까지 합쳐 무려 10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다.

미래에는 항공모함 없이는 주변국들의 위협에 맞서 우리 나라 해상영토의 주권을 지키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작정 항공모함을 보유하자니 너무나도 큰 경제적 출혈이 따른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서 최상의 선택을 도출해내는 것이야말로 현재 정책 결정자들의 최대 과제이자 의무일 것이다.

항공모함에서 육상기를 띄운다?!
1963년 C-130 수송기 항공모함 포레스탈호에서 이·착함 실험

함재기는 육상기에 비해 운용조건에 제약이 많다. 따라서 일정한 크기와 중량 이상으로는 만들 수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육상기, 그것도 덩치가 엄청나게 큰 수송기와 정찰기를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1963년 C-130 수송기를 가지고 항공모함 포레스탈호에서 이·착함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실험 목적은 기존 항공모함에 싣고 있던 C-1 수송기의 물자수송능력(1.6톤)과 항속거리(2,092㎞)의 부족함을 메워줄 방안의 모색이었다. 최대 물자탑재량 20톤, 항속거리 3,800㎞의 대형 수송기인 C-130으로 C-1을 대체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1963년 10월 30일부터 함상에서 시작된 실험에서 놀랍게도 C-130은 어레스팅 후크를 사용하지 않은 채 착함 21회, 보조동력장치가 없는 자력 이함 21회 등을 아무 사고 없이 완수했다. 실험 종료 후 데이터를 분석한 미 해군은 C-130 항공기가 11.35톤의 화물을 싣고 4,000㎞를 비행해 항공모함에 착함해도 기술적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C-130의 시험조종사 제임스 H. 플래트리 3세 대위는 이 공로로 우수비행십자훈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숙련되지 않은 조종사에게는 이는 너무나 위험했기 때문에 결국 C-130 항공기의 함재기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미국은 1960년대에 전략정찰기 U-2의 항공모함 이착함 실험도 실시한 바 있다. U-2를 발진시킬만한 기지가 없는 지역에서도 항모를 이용해 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고자 함이었다. 실험은 1963년부터 1969년 사이 함재형으로 개조된 U-2 정찰기들을 가지고 여러 항공모함에서 이뤄졌으며 결과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고 첩보 위성 기술의 발달로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U-2를 항모에서 운용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U-2의 함상 운용도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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