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파퓰러사이언스 선정] 올해의 10대 과학자 ⑨ 화학물질 포수

생물지표를 포획, 보존함으로써 암의 조기 발견에 기여

지난 10년간 파퓰러사이언스는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들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만큼의 세월 동안 그들의 지성과 창의성에 감동을 받아왔다. 지금껏 선정된 90명과 마찬가지로 올해 선정된 10명의 혁신적 과학자들도 과학이 어디까지 진보할 수 있는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효과가 우수한 약을 만들거나 저비용 진료기술을 개발,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기도 했으며 태양 플라즈마, 기하학의 새로운 방법론 등 한층 형이상학적이고 개혁적인 연구로 도전자 정신을 실천하는 경우도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대부분이 40세 미만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미래는 창창하며 그만큼 과학의 미래도 밝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들 때문이다.



PHOTOGRAPHS BY JOHN B. CARNETT

관련기사



알레산드라 루치니 34세 조지 메이슨대학 재료공학
이탈리아 출신의 알레산드라 루치니는 소녀 시절 피렌체의 갈릴레오 박물관에서 4세기 전인 1610년 갈릴레오가 발명한 망원경을 본 적이 있다. 그때 그녀는 그 단순성에 너무 놀랐다. 휘어진 유리 몇 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공학자가 된 루치니는 2005년 이탈리아 보건국의 학비지원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 유학의 목적은 암의 분자적 징후를 탐지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몇몇 질병들은 초기단계에 인체의 체액 속에 희미한 생물학적 지표를 남긴다. 하지만 이 지표들은 수명이 매우 짧다. 인체의 효소들이 단 수분 만에 부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은 실험실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

만일 의사들이 이 같은 생물학적 지표를 검출,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암과 같은 난치병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져 완치 확률도 크게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루치니의 해법은 나노입자로 덫을 만드는 것. 그 개념은 갈릴레오의 망원경만큼 간단하다.

“질병의 초기 지표들이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그물코를 좁게 만들면 됩니다.” 구(球) 모양의 나노입자는 2년간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히드로겔을 근간으로 삼는다. 그 안에는 얽히고설킨 폴리머 그물에 산(acid), 염료 같은 미끼가 달려 있다. 이들 미끼가 다양한 생물 지표를 화학적으로 유인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연구자들이 신선한 혈액 샘플에 나노입자를 섞으면 나노입자가 생물 지표를 포획, 효소의 공격에서 지켜준다. 덕분에 한층 여유를 갖고 실험을 할 수 있다.

루치니는 이미 나노입자 덫으로 라임병, 폐결핵 등의 감염병을 조기 검진해냈다. 이 덫은 또한 소변 속 인간성장호르몬의 발견도 가능해 운동선수들의 불법 도핑 적발에도 유용하다. 현재 그녀는 인간의 땀 속에 포함된 피부암의 생체 지표를 발견하는 나노 덫을 개발 중이며 향후 신체 속의 나노입자를 잡을 수 있는 나노 덫을 개발, 의사들에게 환자들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