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고맙다, 스티브

이처럼 창의적인 사람과 동시대를 산 우리는 행운아다.


by Stanley Bing (포춘 칼럼니스트)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불가능해지기 전에 이 자리를 빌어 그동 안 베풀어 준 모든 것에 대해 스티브 잡스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렇다고 내 자신이 귀하를 직접 만나거나 어느 회의실에서 귀하에게서 호통을 들어보 거나 귀하가 카리스마로 청중들을 숭배자로 만드는 현장을 목격하는 영광 을 누려본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 사이가 귀하가 회장이라는 새로운 자리 에 오르게 되는 마당에 개인적으로 느끼는 아쉬움, 그리고 그동안 내 삶에 가져다 준 수많은 행복에 대한 감사를 표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직업상 하는 말이 아니다.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다.

우선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쓸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 물론 매킨토시가 처음 나오기 전에도 PC는 있었다. 하지만 한 번에 하나 의 프로그램만 구동할 수 있었다. 그래픽 인터페이스도 없었다. 한눈에 보 아도 조잡했다. 귀하는 단지 클릭 몇 번으로 하나의 윈도창에서 여러 프로 그램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PC를 구상했다. 그래서 어제 나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 사진도 인쇄하고, 이메일도 불러오고, 온라인으 로 정장용 양말을 몇 켤레 살 수도 있었다. 내게 GUI를 줘서 감사하다.

마우스도 고맙다. 마우스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 다. 귀하가 상용화시키기 전까지 사람들은 뭘 하려 해도 키보드로 명령 어를 잔뜩 입력해야 했고 종이에 문자나 숫자를 인쇄하기 위해 프로그 램을 짜 넣어야 했다. 귀하가 이 아이디어를 제록스사의 팔로알토연구소 (PARC)를 방문한 자리에서 얻었다고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 연 구소 사람들은 연구내용을 시연해 보이면서도 그것이 어떤 잠재력을 가 졌는지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귀하는 그 아이디어로 히트를 쳤다. 모든 것이 다 이런 식이었다. 모 아니면 도. 우선 저지르고 보기.

성능이 뛰어나고 작은 모든 맥 컴퓨터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하고 싶 다. 며칠 전 애플스토어에 들러 매끈하게 생긴 새로운 에어북에서부터 고 성능 데스크톱에 이르기까지 깔끔하게 정돈된 진열대를 구경했다. 다 갖 고 싶었다. 회사에서 지급해 준 고무를 입힌 검은색 고물 컴퓨터와 달리 모두 예쁘게 반짝거렸다. 마지막으로 내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린 직후 그 윈도가 깔린 PC를 창고에 집어넣고는 난 "사랑한다" 는 메시지를 2만 2,000명의 동료 직원과 CEO에게 보낸 적이 있다. "빙, 나도 사랑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합시다" 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인터넷에 연결시켜주는 작은 흰색 상자, 에어포트익스트림 무선모뎀 도 고맙다. 그것을 사용하기 전까진 불편하기 짝이 없는 라우터에 선을 꼽고 연결을 설정해야만 했다. 제대로 작동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매번 짜증이 나 소리지르기 일쑤였고 기계를 벽에 던져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에어포트익스트림은 어떤가? 선만 연결해 바로 사용하면 된다. 잠들기 전 나는 이따금씩 어둠 속에서 녹색 눈을 반짝이며 쉬운 조작성이라는 한 줄기 빛을 보여주는 이 기특한 녀석을 쳐다보곤 한다.

음악 듣는 방식을 바꿔준 아이팟도 감사하다. 사용법을 모를래야 모 를 수 없도록 너무나도 쉽게 만든 아이튠스도 고맙다. 사람들은 부인하 지만, 현실적으로 앵그리버드용 게임기에 불과한 내 아이패드를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 아이패드는 업무용으로 쓸 수 없다. 하지만 뭐 어떤가? 업무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수백만 개의 앱을 쓸 수 있고 통화 빼고는 모든 일이 가능한 신형 아 이폰도 고맙다. 내가 아는 실리콘 밸리의 한 거만한 친구는 활짝 웃으며 지겹다는 투로 "해마다 모바일이 도약하는 해" 라고 말하곤 했다. 귀하가 결정하면 그해가 그렇게 되는 거다. 그래서 남은 여생 동안 기계의 도움 을 받지 않고는 단 한 번도 내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됐다. 얼마나 안심되는 일인가?

아, 그리고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역주: 스티브 잡스가 공동설립한 제작사 픽사 Pixar의 영화' 도 고맙다. '업' 도 고맙다. '업' 은 정말 좋았다.

전부 귀하의 세상이었다. 우리는 귀하를 뒤따라 달리며 귀하가 던져 주는 멋진 기기들을 줍는 것만으로도 행운아였다. 언젠가 귀하가 그 유 명한 산장으로 은퇴하면 더 이상 새로운 히트상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일 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조금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 만한 상상력을 지닌 인물과 동시대를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고, 디지털 이나 아날로그 어떤 포맷으로든 지구상 어디에서도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우린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번역 홍철진 indier99@gmail.com

*편집자 주: 이 글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기 전인 2011년 9월 26일자 포춘 지에 실려있다.

※ 포춘 미국판의 유명 칼럼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 게재합니다. 유려한 비즈니스 영어 문장 속에서 알찬 경제 정보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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