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TA는 절호의 찬스 세계 5위 기업 우뚝 선다

10대 재벌은 지금... 현대모비스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성장 과정에서 현대기아차가 선봉 부대라면 현대모비스는 후방 부대였다. 이제 현대모비스가 전방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부품 수출 비중을 늘리면서 세계적인 부품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한EU FTA가 발효되고 한미FTA가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현대모비스에 천운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신기주 기자 jerry114@hk.co.kr

"최대 수혜주는 역시 현대모비스다." 지난 10월 12일 한미FTA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자마자 주식 시장의 이목이 일제히 현대모비스로 쏠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미FTA에 따르면 완성차의 경우 2.5% 관세가 5년 뒤에 완전히 철폐된다. 반면 자동차 부품은 당장 관세가 폐지된다.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 당연히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례가 있다. 지난 7월엔 한미FTA에 앞서 한 EU FTA가 발효됐다. 100일 넘게 지난 지금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은 자동차와 석유제품의 수출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한미FTA가 발표돼서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 자동차의 경우만 해도 연간 7억 달러 이상의 수출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말했다. “관세 철폐 시기나 수출 규모를 감안할 때 가장 효과가 큰 업종은 자동차, 그중에서도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업종은 자동차 부품입니다.”

한미FTA가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10월 13일 한국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500원이 넘게 올랐다. 당장 외국인들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13일 하루 동안 운송장비업종에서만 1,3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현대모비스 주식만 10만 주를 넘게 순매수했다. 안 그래도 현대모비스는 지난 9월 말 시가총액에서 포스코를 추월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현대모비스가 펄펄 날고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관세 장벽이 걷히기 이전부터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수출 물량을 늘려왔다

전장 부품의 명가

관세 장벽이 허물어졌다고 무작정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구매할 만한 경쟁력 있는 제품이 있어야 관세 철폐의 수혜도 볼 수 있다. 한미FTA의 수혜주는 현대모비스뿐만이 아니다. 다른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관세 혜택 대상이다. 유독 현대모비스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기술력과 경쟁력 때문이다. 이미 현대모비스는 관세 장벽이 걷히기 이전부터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수출 물량을 늘려왔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먼저 현대모비스의 부품을 얻으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2010년에 이미 북미 자동차 빅3와 3,000억 원어치의 부품 계약을 맺었다. 2010년 4월에는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사 기울연구소에서 부품 전시회를 열었다. 푸조시트로엥은 특히 현대모비스가 삼성LED와 공동 개발한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 부품과 내비게이션 같은 자동차 전장 부품에 관심을 보였다. 현대모비스의 첨단 인포테인먼트 부품에도 주목했다. 내비게이션과 AV 시스템을 결합한 장비들이다. GM도 현대모비스의 전장 부품에 눈독을 들였다. 현대모비스는 GM에 ICS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ICS란 중앙 통합 스위치라고 불린다. 자동차의 모든 전자 장비를 제어하는 장치다. 라디오부터 차량 내부 통신 장비와 LCD 디스플레이 같은 갖가지 전자 장비 콘트롤러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미 자동차에서 전자 장비 부분에 해당하는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부분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움직이는 가전 제품에 가까워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런 변화를 일찍부터 간파했다. 전장 부품 전문 회사였던 현대오토넷을 합병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개발 분야에서 전장 부품에 대한 장기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나가고 있다. 현대모비스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준형 부사장은 말했다. “현대오토넷 합병 이후 멀티미디어 부품을 해외 완성차업체에 처음으로 수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향후 멀티미디어 제품뿐만 아니라 메카트로닉스 제품에 대한 다양한 해외 판로를 개척하겠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한 대당 전장 부품의 원가 비중이 20% 정도다. 2015년에는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전장 부품에서만 올해 2조5,000억원 원의 매출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목표보다 20%나 늘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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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글로벌 10대 일류 상품 육성계획도 세웠다. 3개의 제동 장치, 조향장치, 레이더, 에어백, 친환경차 부품, 인포테인먼트, LED, 차제 관련 부품들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지능형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차간거리 제어 기술과 충돌회피 기술, 차선 유지 기술을 다듬어 발전시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현대모비스의 앞선 기술력에 힘입은 부분이 크다. 현대기아차의 질주를 목격하고 있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모비스의 부품을 나눠쓰기를 바라고 있다. BMW 구매담당 경영진은 현대모비스의 아산모듈공장을 둘러본 다음 현대기아차의 국제경쟁력 향상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BMW는 곧바로 현대모비스로부터 8,000만 달러어치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어셈블리를 사갔다. 폭스바겐은 2,000만 달러 규모의 램프를 구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는 오디오 3,500만 달러어치와 9,500만 달러 규모의 지능형 배터리 센서를 구입했다. 독일 3사가 모두 현대모비스의 부품을 구매했단 얘기다. 독일 3사는 모두 프리미엄 자동차를 대표하는 회사다. 현대모비스의 기술력과 품질을 모두 인정한 결과다.

전장 부품만이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현대모비스 미시건 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서 크라이슬러 생산 공장에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닷지 두랑고의 부품을 공급한다. 현대모비스 미시건 공장이 생산하는 부품은 크게 두 가지다.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결합한 프런트 섀시 모듈과 차체 제어를 위한 부품들을 결합한 리어 섀시 모듈이다. 결국 현대모비스가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닷지 두랑고의 일부를 제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크라이슬러의 대표적인 경쟁상품이다. 그런 주요 상품의 제조를 현대모비스에게 맡긴 셈이다. 현대모비스 미시건 공장은 오류 방지 시스템을 보강해서 부품 결함을 최소화했다.

현대모비스는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완성차 업체에 대한 수출 비중을 2020년엔 30%까지 확대할 작정이다.

일본 본토 공략

현대모비스는 이제 일본 열도까지 공략하고 있다. 일본은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 제품 만들기)로 무장한 제조업 강국이다. 그만큼 일본 자동차 부품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가 크다. 현대모비스는 그런 일본 완성차 업체들까지도 포섭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쓰비시 자동차에 2억 달러어치 헤드램프를 수출했다. 스바루엔 3,300만 달러 상당의 미등을 포함해 2억3,300만 달러어치의 부품을 팔았다. 의미심장한 일이다. 현대모비스조차 일본 완성차 업체들에 부품을 수출하긴 처음이다. 이제까진 한국 완성차 업체나 부품 업체가 일본에서 핵심부품을 조달하는 게 보통이었다. 심지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초창기엔 엔진을 통째로 일본에서 수입해온 적도 있었다.

미쓰비시에 공급하는 헤드램프는 세계 정상급 부품이다. 현대모비스와 삼성LED가 공동개발한 첨단 제품으로 밝기 면에선 경쟁사 제품보다 최고 40%까지 환하다. 무엇보다 빛의 굴절이나 왜곡이 없고 일정한 방향으로 빛을 내보낸다. 앞 길을 밝히는 전조등으로선 최적의 특징을 지닌 셈이다. 게다가 발열량도 적어서 수명도 길다. 현대모비스는 헤드램프 부품 개발에 집중한 지 4년 만에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모듈 분야뿐만 아니라 헤드램프가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효자 상품이 돼가고 있다. 현대모비스 해외사업본부 이준형 부사장은 말했다. “지난해 미쓰비시를 방문해 ‘모비스 테크 페어 Mobis Tech Fair’를 열었고, 미쓰비시가 현대모비스 연구소와 공장을 방문해 기술과 품질, 생산능력 등에 대해 호평했습니다.” 그는 덧붙였다. “올해 수출 목표 15억2,000만 달러를 달성하는 한편 현재 매출대비 10%의 해외수출 비중을 2015년까지 30%로 늘려나가겠습니다.”

세계 5위 부품 기업을 향하여

현대모비스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앞세워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젠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해외 영업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11년에만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8억8,000만 달러 규모의 모듈과 핵심 부품을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60%나 높여 잡은 목표지만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으로도 수출선을 다각화하고 있다. 연구개발 예산은 지난해의 두 배인 3,200억원으로 증액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와 동반성장을 해왔다. 현대기아차가 선봉부대라면 현대모비스는 기술 지원 부대였다. 이제 현대모비스가 슬슬 전방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부품 회사로 발돋움하면서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 수출의 길도 개척하고 있다. 세계적인 부품 회사들인 보쉬와 콘티넨털과 덴소와 델파이와 마그나가 모두 그렇게 성장해온 기업들이다. 겉보기엔 완성차를 지배해야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건 기술력을 보유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선 해외 시장 공략이 필수다. 한미FTA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현대모비스는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완성차 업체에 대한 수출 비중을 2020년엔 30%까지 확대할 작정이다. 자동차 부품 업계 글로벌 톱5에 오르는 게 목표다. 이미 신영증권은 “어느 시점에 현대기아차의 성장이 정체되더라도 현대모비스의 성장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단일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술력만 확보한다면 부품 업체의 경쟁력은 지속가능하다. 보쉬나 덴소나 델파이가 증명하는 부분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6월 ‘글로벌 오토모티브 뉴스’가 뽑은 세계 부품 업체 순위에서 10위에 올랐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19위였다. 이게 바로 현대모비스적인 추진력이다.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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