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NASA 견인 광선 개발 도전장

TRACTOR BEAMS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금껏 무수한 상상력을 현실화해냈다. 그리고 최근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던 또 하나의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다. 빛을 쏘아 물체를 끌어당기는 이른바 '견인 광선(Tractor Beams)'이 그것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공상과학영화의 고전인 '스타 트렉'을 보면 레이저 광선으로 물체를 끌어당기는 장면이 나온다. 지난해 개봉한 '스카이라인'에서도 거대 외계함선이 빛을 쏘아서 사람들을 함선으로 끌어올려 사냥한다.

그런데 최근 NASA가 이 같은 견인 광선의 연구에 자금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다른 곳도 아닌 NASA라고 하니 이것이 황당한 상상만은 아니었던가 보다.

사람 아닌 입자
견인 사단(?)이 일어난 것은 지난 10월 말이 었다. NASA 수석기술국이 고다드 우 주비행센터의 폴 스티슬리 박사가 이끄는 견인 광선 연구팀에 1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급한다고 발표한 것.

그러자 많은 현지 언론들은 스타 트렉의 견인 광선 연구에 NASA가 나섰다며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연구비 규모에서도 예상되듯 스티슬리 박사팀이 연구하고자 하는 견인 광선은 영화 속의 그것이 아니다. 사람이나 동물, 자동차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기술과는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작은 입자를 붙들어서 계측 장비 내로 끌어오는 방법을 찾고 있다. NASA가 이 연구를 지원하려는 것은 소행성, 혜성 등의 천체 표본을 수집하는 현재의 방식이 불만족스러운 탓이다.

NASA는 지금껏 다양한 기술로 천체의 표본을 채집해왔다. 1999년 혜성의 표본 채취 임무를 띠고 발사된 '스타더스트(Stardust)' 탐사선은 와일드 2 혜성의 꼬리 속을 비행하며 에어로 졸을 사용해 표본을 얻었다. 올해 11월 25일 발사가 예정된 화성 로버 '큐리오 시티(Curiosity)'의 경우 레이저로 암석을 기화시켜 기체를 분석한 뒤 표본을 채취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충분히 검증을 거친 기술이기는 해도 비용이 비싸고 단위시간당 표본 추출량이 너무 적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견인 광선이라는 신개념 기술을 활용, 저렴하게 더 많은 표본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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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슬리 박사에 따르면 이 방식을 사용하면 행성의 대기 상층부를 비행하는 궤도선은 물론 지상이나 대기 하층부에 위치한 탐사선들도 대기 속에서 원하는 입자를 정확히 채집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일일이 땅과 암석을 파낼 필요도 없다. 레이저로 기화시킨 뒤 견인 광선으로 기체 속 표본을 수거하면 된다.

목표물이 혜성이라면 꼬리 부분에 들어가지 않고도 주변에서 레이저를 발사, 표본 입자의 채취가 가능하다.

결국 이 기술이 완성되면 한 차원 길고 효율적인 표본 채집을 통해 우주탐사의 효율을 높이면서 임무 위험성은 낮출 수 있다.

현실 속의 견인 광선
빛으로 물체를 끌어당긴다는 개념은 황당 그 자체인 것 같지만 사실은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이미 실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기술이다. 의학과 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쓰이는 '광학 집게 (optical tweezer)'가 대표적 케이스.

광학 집게는 좁게 초점을 맞춘 레이저로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의 유전체 입자를 끄집어내는 기기다.

레이저 빔은 현미경의 대물렌즈를 사용해 초점을 맞추는데 빔의 폭이 제일 좁은, 일명 '빔의 허리'에서 강력한 전기장이 나타난다. 그러면 빔의 중앙, 즉 전기장의 강도가 가장 강한 곳으로 유전체 입자가 끌려오는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광학 집게는 현재 의학, 유전공학, 나노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와는 다른 방식의 견인 광선 개발도 시도되고 있다. 작년 2월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의 물리학자 준 첸 박사는 매우 먼 거리까지 초점을 유지하는 특이한 레이저 광선인 '베셀 빔(Bessel beam)'을 사용한 견인 광선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베셀 빔은 진행방향 상의 물체에 전기장과 자기장을 만들어내며 이 전기장과 자기장은 물체를 빔의 진행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끌어오게 된다. 첸 박사는 베셀 빔이 가진 이 같은 성질을 이용해 입자의 견인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시도로 '솔레노이드 빔 (solenoid beam)'을 사용한 방식도 있다. 뉴욕대학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그리어 박사는 지난해 3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옵틱스 익스프레스'에 솔레노이드 빔을 이용해 멀리 있는 입자를 끌어올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솔레노이드 빔은 레이저와 달리 빔의 중심부가 밝고 주변부는 어두우며 고에너지를 코르크 따개와 같은 나선형으로 전달한다. 레이저의 강도와 빛의 속도에 따른 제한이 있지만 그리어 박사는 실험에서 1.5 ㎛ 폭의 실리카 입자를 8㎛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더 큰 물체를 더 멀리 당기는 것도 이론상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리어 박사는 또 이 방법은 빛의 방향을 제어, 입자를 견인할 수도 있고 밀어버 릴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견인 광선은 결코 공상 과학적 허구의 산물이 아니다. 먼 미래에나 가능한 기술도 아니다. 그러나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사람 등 질량이 큰 물체를 끌어당기는 것은 적어도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일례로 그리어 박사의 솔레노이드 빔 방식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려면 무려 1조 와트(W)의 빔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빔을 얻어맞은 사람은 견인되기도 전에 바싹 타버릴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NASA의 행보를 주시하게 된다. 이는 아마도 인간의 DNA 속에 각인돼 있는 상상을 현실로 바꿔놓는 혁신과 창의성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의 발로는 아닐까.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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