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사이언스 챌린지 2011] 대상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는 가슴 따뜻한 발견자'

수상팀 금호고등학교 디스커버② (박대응, 박진웅, 정준기)

연구주제
적정기술을 이용한 놀이형 정수기 개발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아프리카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년은 물을 긷느라 학교에 가지 못했다. 10ℓ짜리 물통을 머리에 이고 하루 종일 수 ㎞를 오가야 온 가족이 사용할 물 50ℓ를 채울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소년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까?

광주 금호고 2학년 박대응, 박진웅, 정준기 군으로 구성된 디스커버②팀의 연구는 바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그들이 떠올린 것은 뜀뛰기 놀이기구인 트램펄린의 운동에너지로 물을 정화하는 정수기였다.

보통 정수필터로 오염된 물을 정화하려면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노동력 혹은 기계적 에너지 공급이 요구된다. 그러나 트램펄린에서 사람들이 위아래로 점프하며 놀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압력을 이용한다면? 그때는 깨끗한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노동이 아닌 놀이를 통해 신선한 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아이디어였다.

이 같은 고운 마음 씀씀이는 과학탐구대회 출전이 생애 처음이라는 세 학생에게 대상 수상의 영예와 대학장학금 4,000만원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상상도 못한 결과지만 친구들과 함께 한 6개월간의 연구 활동이 좋은 결실을 맺어 정말 기뻐요. 그간 저희들의 노력과 선생님이 하신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만 같아요."

첫 출전에 대상 수상?!
디스커버②팀이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 우정으로 똘똘 뭉친 팀웍이었다. 대응 군의 말이다.

"저희는 원래부터 삼총사예요. 기숙사 룸메이트이기도 하고, 과학동아리에서도 함께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이렇듯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붙어있다시피 하는 세 사람이니 한 팀을 이루게 된 것은 당연지사. 특이한 팀명은 이들의 아지트(?)인 동아리 이름에서 따왔다. 동아리 명이 '디스커버'인데 이번 대회에 동아리에서 두 팀이나 출전해 디스커버①과 디스커버②가 됐다는 것.

팀명에 숫자가 들어간 것이 어색해 자신들은 '디스커버 이'가 아닌 '디스커버 리'로 불렀다고.

아무리 삼총사라지만 만만찮은 연구주제 앞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6개월간 이들 야심찬 '발견자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머릿속 아이디어로 실제 정수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준기 군은 "놀이형 정수기는 트램펄린 아래 펌프용 접이식 물통이 붙어있고, 그 물통에 판막구조의 관이 붙어있는 형태"라며 "트램펄린에 물통을 붙이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고 전했다. 테이프, 본드, 실리콘 등 각종 접착제를 동원했지만 모두 실패한 뒤 결국 글루건으로 접착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회기간이 시험기간과 겹친 것도 이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대응 군은 "중간고사 기간과 대회가 겹쳐서 보고서 제출 마감일에 겨우 정수기를 완성했다"며 "얼마나 초조하고 답답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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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사건사고
물론 '절친'들의 프로젝트였던 만큼 재밌는 사건사고도 많았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 세 학생은 제일 먼저 '본선의 악몽'을 떠올렸다. 진웅 군이 생생히 기억하는 그날은 이랬다.

"1박 2일의 본선 기간 중 심사위원들은 실제로 정수가 되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하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펌프가 찢어진 거예요. 일단은 보완해서 다시 보여드리겠다고 말씀 드리고는 다른 팀이 모두 자고 있는 야밤에 숙소에서 부랴부랴 찢어진 펌프를 고쳐 동영상을 찍었죠. 나중에 영상을 보니 화면에 '12:50'이라는 시간이 선명히 찍혀 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다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준기 군도 말을 보탰다.

"결선 준비 동영상을 찍을 때는 제가 트램펄린에 올라가 직접 뛰었는데 과연 정수기에서 물이 제대로 나올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내려와 보니 걱정이 무색하게 물이 잘 나와서 감격했어요. 너무 좋아 웃느라 마시던 물도 흘려버렸죠. 나중에 영상을 보니 왠지 부끄럽더라고요."

그러자 대응 군도 빠지지 않고 에피소드 하나를 덧붙였다.

"펌프 압력 측정을 위해 동아리 회장이 트램펄린에 올라가 뛴 적이 있었는데 너무 세게 뛰어서 트램펄린 다리가 휘어진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원래 사고뭉치이긴 하지만 트램펄린까지 망가뜨릴 줄은 상상도 못했죠."

어려운 이들에게 힘 되고파
세 학생은 이번 연구가 여러 가지로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전한다. 준기 군은 "발명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달았다"며 "그럼에도 이번 기회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장래에 의사가 되고 싶다는 대응, 진웅 군 역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저희 연구의 핵심인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처음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값싸고 단순하면서도 개개인의 상황을 반영하는 기술은 인간의 체온을 듬뿍 느끼게 해줬죠."

앞으로 가슴 따뜻한 의사가 돼 전 세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두 사람은 이번 대회가 앞으로의 활동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현재 세 사람은 자신들의 정수기술이 하루 빨리 상용화 되길 바란다. 대응 군은 "앞으로 전문화된 기관에서 단점을 보강해 한층 효율적인 성능의 놀이형 정수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우리의 생각이 현실화돼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보람찰 것 같다"고 밝혔다.

디스커버②팀을 지도한 금호고 신재성 교사는 "제가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리고 해결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나간 경험이 오히려 대상 수상보다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신 교사는 또 발명을 꿈꾸는 전국의 여러 학생들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늘 질문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적정기술

개발도상국 등 특정 공동체의 문화·정치·환경적 요소를 고려한 기술.

일례로 해당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기술로 가치 있는 산출물을 생산, 그 지역에서 이용하도록 하는 기술이 적정 기술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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