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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혁신이 미래다 1

ENERGY INNOVATION

에너지는 국가와 산업 발전의 최밑단 원동력이다. 에너지 없이는 사회, 경제, 산업, 국가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미래성장동력을 가졌어도 충분하고 원활한 에너지의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마치 휘발유 없는 슈퍼카를 가진 것처럼 말이다.

이 점에서 화석연료 고갈과 고유가 기조,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일련의 에너지 위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는 현재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토로 에너지 혁신에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1. CIGS 박막 태양전지
태양전지의 판도 바꿀 기린아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태양전지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100%의 시장성장을 과시했으며 올해는 시장규모 500억 달러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 같은 태양전지는 제조방법이나 원재료에 따라 1세대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2세대 박막 태양전지, 그리고 3세대 유기 태양전지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박막 태양전지는 현재 관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1세대를 이을 차세대 주자다. 고가의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는데다 1세대 대비 두께가 100분의 1에 불과해 소재 사용량을 크게 줄임으로써 상당한 제조원가 절감을 꾀할 수 있다.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 (BIPV), 플렉시블 태양전지 등으로의 효용성도 탁월하다.

주로 금속 화합물을 얇은 플라스틱 필름이나 금속 포일 등에 증착(蒸着)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구리·인듐·갈륨· 셀레늄 화합물(CIGS)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다만 박막 태양전지는 상용화의 기술적 난제가 있다. 아직은 낮은 광전변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독일·미국·일본 등 태양전지 강국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고 효율의 CIGS 태양전지 국산화에 성공,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센터 윤재호 박사팀이 바로 그 주인공.

윤 박사는 "2세대 태양전지의 경우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1990년대 후반부터 집중적 연구를 수행해왔다"며 "이렇게 개발된 CIGS 태양전지는 소면적에서 약 20%에 달하는 광전변환 효율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분야의 최정상인 독일 태양에너 지수소연구센터(ZSW)가 달성한 20.3%에 필적하는 수치다.

윤 박사는 "대면적 제품을 기준으로 태양광 강국들은 약 12~14%의 광전변환 효율을 달성한 상태"라며 "국내 기술력이 이들의 90%선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연구역량을 집중하면 선도적 입지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공정 최적화로는 더 이상 큰 폭의 효율 향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CIGS 계면 특성 제어 및 향상이 효율 제고의 관건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미 정액기술료 16억원과 추가 경상기술료를 받는 조건으로 LG이노텍에 관련기술을 이전했다. LG이노텍은 윤 박사팀과의 공동연구를 거쳐 대면적 대비 약 14%의 모듈 효율을 구현했으며 내년 중 상용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오는 2015년 대량생산체제가 구축되면 약 2,245억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1조2,684억원의 수출 증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윤 박사는 "국내에서는 이미 반도체 대량생산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어 대량생산 시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결정질을 더욱 얇게 만드는 CIGS 원천기술 확보와 효율 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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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전지센터의 한 연구원이 증착기를 활용해 CIGS 박막을 만들고 있다.

2. 목질계 바이오연료
팜 부산물이 친환경 연료로 변신

유가상승과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바이오 연료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연료는 곡물, 나무, 수초, 동물 배설물, 음식물 쓰레기 등을 원료로 한다. 여기서 추출한 유기물질을 열분해 또는 발효시켜 메탄올, 에탄올, 바이오디젤, 수소와 같은 유용한 연료로 변환시키는 것. 하지만 옥수수, 사탕수수 등 초본계 식용작물을 사용하는 1세대 바이오연료는 곡물가격 상승에 의한 저소득층의 식량난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2세대 목질계 바이오연료다. 옥수수 줄기, 왕겨, 폐목재처럼 버려지는 부산물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초본계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미국은 옥수수 줄기 바이오연료를 오는 2015년 본격 상용화하고 2030년경에는 전체 바이오연료 중 목질계의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바이오연료 연구의 대가로 손꼽히는 이진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에너지센터장은 "목질계 바이오연료 는 원료의 성장속도가 낮고 연료로 변환 가능한 셀룰로오스의 추출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지만 원료 부존량이 많아 대체에너지원으로 잠재력이 크다"며 "이론적으로는 1년에만 전 세계 석유 매장량과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의 경우 팜(Palm)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연료 생산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연료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해외 자원의 효과적 활용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팜은 동남아시아에 풍부한 천연자원으로서 그동안 주로 비료로 쓰였지만 바이오연료 원료로도 우수한 자질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목질계 바이오연료는 나무의 약 50%를 차지하는 다당류 섬유소인 셀룰로오스를 추출, 단당류의 글루코오스로 전환해야 한다. 때문에 연구팀은 현재 원료에서 셀룰로오스 성분만 추출하는 전처리 공정을 개발 중이다. 이 센터장은 "고압증기로 원료를 부풀리는 증기 폭쇄법, 셀룰 로오스를 감싸고 있는 리그닌(lignin)과 헤미 셀룰로오스를 각각 암모니아와 산성용액으로 녹이는 기술 등 추출 효율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바이오 전문기업 젠닥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연료의 발효와 정제를 위한 생물 촉매 개발은 생명공학연구원이, 동남아에 세울 플랜트는 젠닥스가 담당하는 형태다. 연구팀은 이미 휘발유의 대체물질인 바이오에탄올을 하루 20ℓ 생산하는 파일럿플랜트를 건설, 그동안 확보한 기술들의 실증을 마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아직 상용성을 위한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았지만 젠닥스를 통해 말레이시아에 상용플랜트를 건설,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며 "오는 2018년쯤에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에너지센터의 한 연구원이 목질계 바이오연료 생산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3. 해수 열원 이용 지역 열공급 시스템
해수의 열에너지로 냉난방 해결한다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이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산업과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이의 해소가 핵심 아젠다의 하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부출연구기관이 제주도의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청정에너지 생산기술개발에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최근 '제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신재생 융복합 원천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 정부예산 247억원이 투입된 이 연구센터는 10만여㎡ 부지에 연구동, 대형 실험동, 연구지원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연은 제주도에 풍부한 물, 바람 같은 육·해상 녹색 자원과 IT 및 스마트그리드 활용 연구를 기반으로 연구센터를 에너지 기술 융복합의 국제적 연구 개발·비즈니스(R&DB)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연은 해수의 열에너지를 건물 냉난방에 이용하는 '해수 열원 이용 지역 열공급 시스템'에 기대가 크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막대한 환경적·경제적 파급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장기창 태양열지열센터 박사는 대체 열원기기로 각광받고 있는 열펌프와 무한 자원인 해수에 주목했다. 장 박사는 "해수에는 해안선 1㎞당 약 5,000세대의 아파트 난방을 책임질 수 있는 열량이 부존한다"며 "우리나라는 항구도시 연안지역이 해수의 냉난방용 열원 활용에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해수의 장점은 하천수와 비교해 계절별 온도 변화가 적고, 동결온도가 -1.9℃로 낮아 저온에서도 열에너지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여름에 대기 온도보다 5~10℃ 낮고, 겨울에 5~8℃ 높아 열펌프의 열원으로서 우수한 특성을 지닌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강원대학 삼척캠퍼스 해양레 저스포츠센터에 프로토타입 시스템을 설치, 동절기 난방과 하절기 냉방 운전 성능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제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센터내에 총 설치용량 70㎾급 실증플랜트 건설을 완료, 본격적인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장 박사는 "기존 시스템 대비 약 30%의 에너지 절약과 40%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제주 실증플랜트는 세계 최고수준인 일본 미쓰비시의 기술력에 견줄만한 난방 50℃, 냉방 7도℃의 성능 구현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열펌프, 배관, 축열조 등의 설치에 따른 높은 초기 투자비의 경감이 핵심이다. 장 박사는 "기술적 상용성이 거의 확보된 만큼 2015년경 본격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향후 실증연구를 통해 부산, 여수, 포항, 강릉, 제주 등 해안 인접 대도시와 각종 항만관리시설, 여객선 터미널 등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제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 내에 해수 열원 이용 지역 열공급 시스템 실증플랜트를 구축,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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