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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수소경제시대 ③] 7 글로벌 수소 연구의 중심, 캘리포니아를 가다

HYDROGEN ECONOMY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의 화석연료는 한정된 자원이다. 멈출 줄 모르는 고유가 기조가 방증하듯 고갈 시기는 이미 가시권 내에 들어왔다. 때문에 이를 대체할 미래에너지의 개발은 인류 존속과 국가발전의 필수 요소가 됐다.

과연 포스트 화석연료시대를 이끌 차세대 주자는 누구일까.


세계 각국은 수소를 그 주인공으로 꼽는다. 그리고 수소경제시대로의 원활한 이행을 목표로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공동으로 지난호에 이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삶을 바꿔놓을 수소에너지의 가치와 연구개발 현황, 과제와 비전을 살펴본다.


공동기획 한국과학창의재단
샌프란시스코·새크라멘토=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미국은 지난 1990년대부터 '수소에너지개발법'을 제정,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소에너지 연구개발을 주도 해온 글로벌 수소경제의 첨병이다.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주는 그 정수(精髓)라 할만하다. 액션배우로 유명한 아놀드 슈왈제네거 전 주지사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책이 제공되며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수소에너지 연 구의 중심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소차 160여대·충전소 40여기 운용
미국 서부 해안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세계 수소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보려면 캘리포니아를 찾아가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입증이라도 하듯 도로 위를 지나는 수소연료전지차와 수소 버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샌프란시스코 교통국 (SFMTA)에서 만난 존 헤일리 수송부문 디렉터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베이 시내에서만 수소연료전지차 160여대, 수소버스 9대가 운행 중"이라며 "연말까지 수소차 253대, 수소버스는 15대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13년 430대, 2014년 1,329대에 이어 2017년에는 5만4,300대의 운용을 예상한 다"고 부연했다.

인프라에 있어서도 캘리포니아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샌프란시스코, LA, 새크라멘토,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이미 40여기의 수소충전소가 존재하며 8기가 신규 건설되고 있다. 미국 전역의 수소충전소 92기 중 거의 절반을 보유한 것이다.

이처럼 캘리포니아가 미국과 세계의 수소경제 구현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에 누구보다 앞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 이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헤일리 디렉터는 "특히 아놀드 주지사 시절 무공해자동차 의무 판매 규정을 마련, 자동차 업계에 수소차 등을 일정 비율 이상 판매토록 했던 게 직접적 촉진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현실적 벽에 부딪혀 비율은 완화됐지만 이 발표 이후 각국의 수소에너지 개발이 본격화됐고 캘리포니아는 최신 기술과 장비의 최우선 데뷔 무대이자 실증의 장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캘리포니아 수소고속도로 네트워크(CaH2Net)의 게하드 아치텔릭 매니저도 "주정부는 신재생 연료에 대한 인센티브와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수소경제 조기 진 입을 강력히 모색하고 있다"며 "현 제리 브라운 주지사도 이에 대한 의지가 높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수소고속도로
지난 2004년 출범한 CaH2Net은 200여명의 공공 및 민간부문 전문가가 참여하는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 수소프로젝트다. 주요 고속도로 주변에 충분한 수소충전소를 건설, 수소차의 자유로운 운행 환경 제공을 목표로 한다. 게하드 매니저는 "주정부로부터 2,5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수소버스의 상용노선 운용, 충전소 건설에 1,630만 달러를 사용한 상태"라며 "궁극적으로 주 전역에 약 20마일(32㎞)마다 한 기씩 200여기의 수소충전소를 건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은 캘리포니아주 또한 일반에 개방된 수소충전소는 9기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쉘, 셰브런 등 대형정유사나 자동차 기업들이 세운 연구용이다. 이에 CaH2Net은 올해 말 추가 지원될 예정인 1,800만 달러의 자금 등을 활용, 주정부가 설치비를 지원하고 건설·운영은 정유사가 맡는 형태로 충전인프라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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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하드 매니저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충전소 1기의 건설에 130~270만 달러가 든다"며 "수소차 상용화 초기, 주 내에 최소 40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2014년 목표를 35기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정부는 2025년 경 전체 자동차의 15% 이상이 수소차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본다"며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민간 중심의 진행이 바람직하므로 협력과 육성을 최적화해 주목할만한 롤 모델을 도출토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캘리포니아주의 주도 새크라멘토.

이곳에는 캘리포니아 수소연구의 또 다른 한 축인 캘리포니아 연료 전지 파트너십(CaFCP)이 자리 잡고 있다. CaFCP는 수소 차의 상용화와 표준화 기술 개발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중심으로 전 세계 유수의 완성차메이커와 정유사, 연료 전지 업체들이 공동 참여하고 있는 조직이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자동차도 주요 멤버로서 2001년부터 수소차 실증에 나서고 있다.

캐서린 던우디 CaFCP 실무책임자는 "각 자동차 기업이 개발한 수소차를 실증, 결함 보완과 기술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4단계 추진계획 중 2단계인 시범운행이 진행되고 있는데 2014년 최종 4단계에 돌입, 성공적인 상용화를 이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은 수소에너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퍼블릭 투어, 로드 투어, 수소차 시승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대다수 국가들이 수소차의 도로주행을 금하던 2000년대 초부터 실증의 무대를 제공한 만큼 CaFCP가 수소차 성능발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토요타의 FCHV-adv 모델은 평균 주행거리가 693㎞에 이르며 다임러 벤츠가 2014년 수소차의 조기 상용화를 천명할 수 있었던 것도 CaFCP에서 펼친 450만㎞의 시험주행이 주춧돌이 됐다.

CaFCP는 또 수소차와 충전소 간 인터페이스, 수소에너지 기술 표준화, 소방기관 대상 안전교육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캐서린은 "수소에너지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 인식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CaFCP 내·외부에서 수소차 시승 등의 이벤트를 펼친다"며 "덕분에 수소차와 충전소에 대한 친화도가 매우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많은 전문가들이 CaFCP가 없었다면 현재의 수소차가 주행거리, 성능, 안전성 등에서 기존 휘발유자동차 수준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허투가 아니다.

캐서린은 "새로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수소차 제조사별 기술적 차이는 크지 않지만 현대·기아차와 GM, 다임러, 토요타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며 "올해 초 방문했던 현대· 기아차의 마북연구소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귀띔했다.

INTERVIEW
캐서린 던우디
CaFCP 실무책임자



Q. CaFCP의 특화점은 무엇인가
CaFCP는 출범초기부터 캘리포니아 주정부, 자동차기업, 정유사, 연료전지업체 등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유관기관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갖는다. 특히 캘리포니아주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를 펼치고 있고, 이런 규제 하에서 산·민·관이 상호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 생각한다.

Q.아직도 수소차에 대한 일반인의 불안감이 남아있다
사실이다. 하지만 CaFCP에서 캘리포니아주 내의 소방관 4,000여명을 대상으로 수소 화재 진압 및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소방기관의 판단은 다르다.

이들은 오히려 수소차가 휘발유자동차보다 안전하다고 여긴다. 수소저장용기, 충전기술 등의 안전성도 높은 수준에 올라 있어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안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Q.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언제로 보나
자동차기업들의 발표대로 2015년으로 본다. 2017년이면 캘리포니아주에만 5만대 이상의 수소차가 운용될 전망이다. 또 2050년경에는 수소차가 확실한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Q. 기술발전 속도는 어떤가
초창기 대비 제조단가의 하락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요인은 수소연료전지 엔진의 소형화와 디자인의 단순화다. 본격 양산체제가 갖춰지면 가격은 더욱 낮아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수소차는 전기자동차의 최대 약점인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했고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공해문제에서도 자유로워 미래자동차의 궁극적 대안이 될 것이다.

Q. 미국 내 다른 도시들의 움직임은
현재 뉴욕, 하와이, 미시건, 코네티컷 등이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펼치거나 검토 중에 있다. 그 외의 주들은 일단 전기차 도입을 선행한 뒤 수소차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가 미국 자동차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성공사례를 만든다면 다른 주들의 수소경제 도입 속도로 가속화될 것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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