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생명을 구하는 1센트의 마법

화학자와 의사가 힘을 합쳐 개발도상국의 보건 상황을 바꿔놓을 혁신적 질병 진단기를 개발했다

20년 전 펜타곤은 일단의 연구자들에게 야전에서 탄저균 등 생물학적 위험물질을 신속히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을 의뢰했다. 그 중 한명이었던 하버드대학의 화학자 조지 화이트사이즈 박사는 폴리머를 이용해 표본을 다수의 소형 화학물질 용기들 속으로 통과시키는 형태의 휴대기기를 제안했다. 화학물질과의 반응 여부로 표본의 오염을 판단하는 것이었다.

기기를 개발하던 중 조지 박사는 민간분야에서 이 시스템의 잠재가치에 눈을 떴다. 현재 약 10억명의 사람들이 신뢰성 있는 질병 진단 시설이 없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기기를 질병 진단기로 개조하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설계변경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죠."

이후 조지 박사팀은 수년간 부품의 크기를 줄이거나 저렴한 부품을 통한 단가하락에 매진했다. 그러던 중 4년 전 조지 박사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기기 전체를 종이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그는 800달러짜리 프린터에 잉크 대신 왁스를 넣고 종이 위에 마치 반도체칩의 회로처럼 생긴 패턴을 인쇄했다. 혈액 샘플을 종이에 접촉하면 왁스로 구획화된 통로를 따라가도록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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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통로 끝에는 특정 화학물질과 반응, 색이 변하는 시약들을 발랐다. 이렇게 프린터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종이 소재 질병 진단기의 단가는 1센트도 되지 않았다.

조지 박사는 이 기기가 전 세계에 보급되길 바랐다. 그래서 백신 전문 생물학 제제 기업의 CEO를 지냈던 의사 우나 라이언을 찾았다. 처음 종이 진단기를 본 우나 박사는 이것이 백신만큼 많은 생명을 구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매년 수백만 명의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음을 상기했다. 기 존의 혈액검사는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무 비싸고 시간도 많이 걸렸던 것.

그에 비해 조지 박사의 진단기는 저렴하고 신속하며 비전문가라도 색상 변화를 보고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더욱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인쇄 장비로 누구나 수백만장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

"이 진단지를 개발도상국에 보급한다면 열악한 보건 상황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결국 우나 박사는 조지 박사의 진단지를 상업화하기 위해 다이아그노스틱스 포 올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최근 인도에 간 기능 진단지를 수출했으며 조만간 베트남에도 이를 수출할 예정이다. 간 기능에 이어 뎅기열, 당뇨병, 빈혈 진단지도 개발 중에 있다.

현재 조지 박사와 우나 박사가 꿈꾸는 궁극적 지향점은 종이 진단기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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